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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오아시스의 도시 레(LEH)

작은천국 2011. 10. 19. 07:30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오아시스의 도시 레(LEH)

 

 

 고산증과 36시간의 사투를 벌이며 도착한 인도 북부 라다크지역의 옛 수도 '레'의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초죽음이 된  나에겐 너무나도 황량한 곳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칠데로 지쳐 건조해질대로 건조해진 나에게

아무리 라다크의 수도라고 하지만 '레'의 인상이 좋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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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사정없이 모래 바람이 일어 순식간에 뿌연 모래 먼지속에 휩쌓여

앞도 뒤고 분간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뒤덮을 것만 같은 레의 모래 언덕...

 

게다가 난 이미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을 때

무시무시한 모래폭풍을 만나 심적 물적으로 엄청난 고생을 경험했던지라

눈 앞에 민둥산으로 펼쳐지고 있는 레의 모습이 그리 달갑지 많은 않다.

 

보고 또 보아도 좋아질래야 좋아지지 않는 레의 첫인상은 여지없이 구겨진 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렇게 좋지 않았던 레의 모습은 하루가 지나고 나니

금새 언제 그랬냐 쉽게 오아시스 풍경에 반하게 되었다.

 

레에서 짧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도 고산증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세계에서 자가용 도로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 카르둥라의 해발 5,000m를 넘는 길에

내려다 본 '레'의 풍경은  메마르고 건조하기 이를 때 없었던 첫 인상의 '레'와는 완전 다른 모습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무슨 귀신에 홀린 사람마냥.. 낯선 풍경이 다가온다.

계속 레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면 십중팔구 '레'는 나에게 그저 그런곳으로 남을 도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숲안에 있는 사람은 진정 숲의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하더니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숲의 모습은 그저 감동이었다.

메마르고 건조하기는 커녕 거짓말처럼 녹색의 오아이스가 찬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해발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레'는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멀리 해발 6,000m 를 가뿐히 넘기고도 단지 히말라야 언저리라는 이유만으로

이름조차 갖지 못한 설봉들이 레의 정면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슬슬 고도는 높아지고 고산증의 기분나쁜 울렁거림이 신호를 보내지만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고산증도 잠시나마 참을 만하다.   

 

그래도 레는 메마르고 건조한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비 오는 날이 일 년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라다크 지역 전체가 히말라야가 남쪽에서 북상하는 비구름을 차단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으며 오더라도 잠깐 뿌리다 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푸른 오아시스가 존재하는 것은

인더스강의  혜택을 받아 잘 정돈된 논밭과 푸르른 미루나무 때문에

비록 척박한 히말라야 언저리에 있지만  도시는 오아시스 느낌을 자아내도록 형성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제의 표정과 오늘의 표정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레'의 풍경이

정겹게 다가오는 건 초록색이 주는 생명의 건강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발고도 4,500m 정도에 이르면 이젠 풀 한포기 찾아 보기도 힘든 사막같은 땅만이 존재한다.  

 

'레'는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때론 정겹게 때론 낯설게도 다가오는 색다른 도시이기도 하다. 

 

레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레 왕궁에서 내려다 본 '레'의 모습이다. 

 

 

과거 라다크의 수도였던 '레'는 기본 해발 약 3,500m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인구라고 해봐야 고작 3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소규모 도시이기에

레 시내의 끝에서 끝까지 기껏해야 한 시간 남짓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옛날 실크로드의 전략적 요충지를 담당했던 도시답게

 라다크 지역의 교통요충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운건 라다크의 수도였던 '레'의 옛 영화는 고작해야 레 왕궁 정도만 남아 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라다크의 교통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정도 외에는

그 영화는 어디서도 찾아 보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시내 중심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레왕궁의 모습이다.

 

레 왕궁에서 내려다 본 레 시내는 그래서인지 좀 황량하게 느껴진다.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집들은 전부 지붕 혹은 처마가 없는 가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더스 강줄기가 흐르는 곳은 여지없이 미류나무 군락들이 무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티벳불교(달라이라마)를 믿고 있지만

이슬람 사원도 2곳이나 있는 특이한 지역이기도 하다.

 

강줄기가 도심의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기때문에 확실히 왼쪽보다는

오른쪽 도심들이 나무가 훨씬 더 많다.

저 어디 한 곳에 우리의 숙소가 있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쉐이 곰파에서 바라 본 레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쉐이 곰파에서 레 시내로 가는 길

 

라다크의 전 지역에서는 운행되는 차량들(버스, 지프 등등)이 모두 거쳐가는

레의 버스 정류장..

첫 날 이곳에 덩그러니 우리를 내려주고 간 아저씨 덕분에

도심안에 있을 때 레는 이런 곳이라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늘 한 점, 풀 포기 하나 없는 민둥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역시나 레의 모습이다.

 

레의 모습은

어쩜 이리도 사람하고 똑 같이 닮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주던 레였다.

 

 여름에 집중적으로 관광객들이 모이지만

9월이 지나고 나면 도시는 정적에 숨어들기에

어떻게 보면 도시의 화려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곳일 수 밖에 없다.

 

일 년 중 약 4개월정도만 여행이 가능하고 나머지 8개월은 눈에 뒤덮여

영햐 20도이하의 겨울이 지속되는 척박한 땅이라고 하는 라다크의 모습이

오아시스 같은 레로 인해 그 느낌이 잘 실감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척박한 땅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4개월동안 수천년간 황무지에서 생명을 일궈

그들이 끈질기게 이어 온 삶의 진한 생명력은

그 어떤 도시에도 발견할 수 없는 여유로움이 이미 곳곳에 숨어 있었다.

 

낯선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스스럼 없이 줄레!!(안녕하세요~)를 외치던 그들의 여유

 

경제력의 기준의 높고 낮음의 기준 잣대는 이미 이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팍팍한 도시의 소음이 오아시스에 잦아 들던 오묘한 도시 레(LEH),

 

레를 떠난지 이제 고작 3개월여 남짓...

벌써 레가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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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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