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Life Log

까칠한 녀석과 함께 하는 추석 고향집 풍경

작은천국 2011. 9. 9. 14:58

까칠한 녀석과 함께 하는 고향집 풍경

 

지난 4월 물고기 몇 마리가 집으로 왔다.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필요한 일이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그래도 예전에도 키워본 적이 있어 나름 키우기 편한 열대어 종으로 골라  몇 마리가 집으로 왔으나

관리 소홀로 인해 현재는 한 마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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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갈때도 다른 집에 맡기고 애지중지하며 정성을 들이고 있는 중인데

문제는 추석연휴기간에 이를 어찌할 것인가 고민고민하다가

드디어...

 

이렇게 해서 얘를 데리고 먼 길을 왔다.

 

어항속에서 혼자 놀다가 좁은 곳에 넣어 놓았더니 어찌나 갑갑해 하던지

 

그렇지않아도  명랑쾌활 & 까칠하기로 유명한 녀석인데

이리 저리 몸부림을 치느라 정신이 없다

 

 요란 뻑쩍하게 물병 이쪽 저쪽으로 머리를 처박고 몸무림을 치는 모양새가

너무 웃겨서 거리의 여행이 그리 긴 시간이지도 모를 만큼 후다닥 지나간 듯하다.

 

그래도 은근 스트레스 받을까 걱정이 되긴해서

 

이리저리 자세도 바꿔주고 답답할까봐 뚜껑도 열어주고

 

집에 오자마자 어항속으로 고고씽~~~

 

나를 닮아 완전 야행성의 성격 가진 까칠한 녀석은 쳐다보면 눈 한번 맞추지 않고 도망다니느라 정신없고

밥을 줘도 보고 있으면 절대 먹지않고 뒤들 돌아서면 그제서야 밥을 먹는다.

게다가 물을 갈아 줘야하는데 안 잡히려고 도망다니는 통에 한창을 실갱이를 해야한다.

 새벽에 잠을 자려면 그때부터 혼자 방바닥에 물이 튈 정도로 시끄러럽게 놀아댈정도

밤이면 밤마다 명랑쾌활모드 돌입해 주시기도 한다.

 

어쨋거나 이 녀석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고향집에 도착하니 

우리 엄마도 한 소리 하셨지만 뭐 어쩌랴 그렇다고 다들 고향가는데 어디다 맡길수도

더더군다나 굶길 수도 없지 않은가?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저 녀석이 밤 새도록 시끄럽게 물을 튀기더라는,,,,

엄마... 얘가 야행성에 까칠하고 원래 좀 그런애야...

야.. 그래도 웬만하면 하루정도는 내숭을 떨어야지 그렇게 본색을 삽시간에 드러내면 어쩌라구... ㅠㅠ

 

 

거실에선 계절이 바뀌는 걸 쉬이 느낄 수 있도록 정원이 텃밭으로 꾸며져 있다.

한때는 멋진 잔디밭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잔디는 없어지고 보시다시피 완전히 실용적인 정원이 되었다.

 거실에 앉아 고추밭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우리집이다. ㅎㅎ

 

여름 내내 백합꽃 향기 진동하던 부모님 댁 앞 마당에는 벌써 가을이 찾아왔다.

 

주렁주렁 감이 열리고 있는 중이고  

 

잔디를 갈아치운 가장 큰 이유인 고추도 어느덧 익어가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대추도 익어가고

 

이건 무슨 꽃이더라~~ 나무인가?

 

 

이미 과꽃은 만발했다.

 

내가 가장 처음 이름을 기억한 꽃 채송화

그런데 채송화는 봄에 피는 꽃이 아니었나?

이 계절에 보는 채송화도 반갑다~~

 

이 꽃을 보면 울컥하는 마음이 늘 따라오는 '과꽃'

엄마는 이 꽃을 '단국화'라고 부르시고 어릴적 온통 집은 단국화로 가득 차 있었다.

동요 중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 '라는 노래가 있는데

과꽃이 한창인 계절에 엄마는 이 노래 가사말과 함께 당신의 설명을 곁들여 주셨는데

엄마의 감정실린 목소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기억엔 이 동요의 가사가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던지..

 

나중에 이 꽃이 단국화가 아니라 과꽃이라는걸 알게되었지만

엄마의 떨리던 목소리와 함께 슬픈 기억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화분에 몇 가닥 있던 것이 마당으로 옮겨 심어지고 부모님의 지극정성으로 군락을 이루며 크고 있다.

 

노란 큰 꽃이 이쁘다고 화분을 하나 사오셨는데

얼마지 않아 다시 마당에 옮겨 심어지고 난 뒤 역시나 큰 나무가 되었다.

 

지난 여름 집에 다니러 왔을 때 이미 만개해 꽃이 지고 있던 중이었는데

다시 꽃이 매달려 있어 신기하다고 했더니

 

엄마 왈,, 식물도 사람이랑 똑같아서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으니 잘 큰다며

겨울이 될 때까지 꽃이 여러 번 피는데 한 번에 피는게 아니고

전체 가지에서 꽃이 한 번 피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자기 몸을 추스리고 나니 이렇게 꽃이 달리는데

몸을 추스릴때 정성을 쏟으면 지금처럼 싱싱한 꽃이 달린다며

어찌이리 사람이랑 똑같냐고 하신다.

 

뜨거운 여름 내내 나무가 축축 시들어있는게 너무 안스러워

눈 뜨자 마자 얘부터 살피고 힘들까봐 하루에 물을 5번이나 주면서 정성을 쏟으셨단다.

 

하물며 식물도 이런데 사람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않을까?

 

 

학교 교정에서나 보던 사루비아가... 엄마 이건 또 어디서 가져온겁니까? ㅎㅎ

 

때마침 나비가 나풀거리며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벌도 없으면 서운하지~~ 

 

 

늘 신기한 건 해마다 우리 집 마당의 고추는 사람 키 만큼 자란다.

 

아버지 사진 한장 찍어 주세요~~~!!

'어떻게 찍으면 되냐? 찍는다~~ 하나, 둘, 셋!!!'

 

아버지 폼이 예술이시다.. 저런 걸 찍어야하는데 ....

 

내친김에 이왕이면 빨간 고추를 찍으라며 한 마디 거드신다.

예 예... 정원수를 고추를 두고 있는 집을 아마 우리집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매운 걸 못 먹기에 고추는 그냥 눈으로 즐길 뿐이다.

 

 

'이 국화는 딱 한 송이만 나오기 때문에 이파리를 수시로 따 줘야 

이~~만한 탐스러운 하얀 국화를 볼 수 있다' 며

 

 한 송이 탐스런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아버지는 오늘도 틈만나면 국화를 살펴보시고 이파리를 따고 계신다.

 

어느새 부지런한 부모님들은

집 옆 텃밭으로는  3개월이면 다 자라  김장에 쓰일 배추와 무우를 파종해 두셨따.  

 

며칠 전 또 다시 병원을 다녀오신 아버지는

당신 건강이 안 좋으신 것보다 병원에 가 있어서 제때 물 줘야할 시기를 놓친 것을 걱정하고 계시는 중이다.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 전부 이런 것은 아닐까?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평소에는 잊고 있는 부모님의 큰 사랑과 함께

지난 시절의 추억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고향집

 

내가 살고 있는 곳 상암도 서울에서는 나름 혜택을 받은 곳이라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어딜가더라도 고향집 풍경만 한 곳 없는 것 같다.

 

 

풍성하고 즐거운 한 가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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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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