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올레길] 다시 걷고 싶은 올레길 12코스 13코스 풍경

작은천국 2011. 6. 13. 08:30

 다시 걷고 싶은 올레길 12, 13코스 풍경

 

 

2011년 연거푸 2달 간격으로 하게 된 사진전 때문에

너무 정신없는 겨 울끝자락과 봄을 보낸터라

여유를 가지고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없서인지

느리게 걷는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겨울 내도록 지겹도록 꽃피는 봄을 기다렸는데

막상 꽃피는 봄이 지나가는 순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되어 버렸다.

살면서 요즘처럼 세월이 빠르게 가는 걸 느낀 적이 또 있었던가? ㅠㅠㅠ

 

 

 방전되 체력과 컨디션 충~~~~전을 위해 모처럼 꼼짝도 앉고 집에만 있으니

문득 작년에 다녀 온 제주 올레 풍경이 그리워 뒤 늦은 제주풍경을 올려 본다.

 

 

실지로 올레길 12코스는 무릉2리 생태학교에서 시작해서 용수포구까지

13코스는 용수포구에서 저지오름 정상까지이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에 다른 일정도 있고 해서 걷다가 다른 곳에 들러기도 하고

중간에 차도 타고 해서 전체적인 올레 코스를 다 걷지는 못하고

12코스 산경도예에서부터 수월봉까지

다음날 13코스 수월봉에서부터 용수포구까지 걸어 보았다.

 

일단 12코스 산경도예에서 출발~~

 

올레길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파란색의 조형물은 '간세'라고 한다.

간세는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것으로 친환경소재로 만들어 졌으며

 간세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처럼 놀멍 쉬멍 천천히 걸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중요 구간만 걸어도 올레를 걷는 것이니 이런 스탬프는 찍어줘야하지 않을까?

올레의 스탬프를 기념으로 갖고 하는 사람들에겐 패스포트도 있다고 하니 기념으로 스탬프를 받아도 좋을듯하다. 

 

어디 딱히 찍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손등에 쾅!!

 

화장실 이용 표시도 있으니 밭에 거름주는 일은 없어도 되겠다...

스페인에서는 초반에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 지 몰라서 노상방뇨도 몇 번 했었다.  *^^*;;;

 

길을 걷다보면 이런 구조물을 만나게되는 데 처음에는 뭔지 몰라서 그냥 지나치고

두 번째는 농사 시설물인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망대였다.

 

마늘 밭 한가운데 우뚝 솟은 전망대에 올라보니 

 

그야말로 색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밭안에 무덤을 두는 제주 장묘의 특성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저 푸르름 가득한 마늘밭이 돌담길 사이로 경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마음도 탁 트인다.

 

제주 보리의 싱그러움도 그만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끄덕없는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역시 제주다운 발상이다.

 

현무암이 경계를 이루는 마늘밭을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드디어 바다와 만나는 신도포구에 도착한다.

 

오호 여기에서도 돌하루방~~~

 

보리밭 사잇길을 걷다가 바다를 만나니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

 

특히나 이 바다는 신도리어촌계 마을어장으로

6~8월사이에는 일반인들에게 낚시장소로도 개방이 된다고 하니

낚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눈여겨 봐 둘 만한 곳이다.

 

마늘 농사를 짓는 마을답게 도로를 이용한 마늘 말리기가 한창이다. 

 

바다로 난 길을 걷는 것도 잠시 간세는 유채밭길로 안내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유채꽃이 만발하는 곳이 많지만

이상하게 제주의 봄은 '유채'로 기억되는 듯하다.

 

바람따라 사정없이 휘날리는 유채의 향기

 

유채의 향기에 심하게 취해본다.

 

유채밭길을 지나 어느덧 당산봉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날이 저물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좋았던 날씨와 달리  자고 일어나니 밤새 비가 내렸고 흐린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제주의 서쪽에 있는 그림과 같은 차귀도의 풍경은 장관이다.

 

사실 숙소 창문에서 바로 이 광경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안개가 너무 놓아 산책을 나섰는데 바로 앞 도로에 서니 이런 멋진 광경이 보였던 것...

이야~~~

 

바야흐로 보리가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길이 너무 질척거려 당산봉은 가보지 못하고

대신 너울 파도 일렁이는 차귀도 앞 바다에서 산책을 했다.

제주도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차귀도 풍경이 궁금하신 분들은 사진을 누르시거나 링크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blog.daum.net/chnagk/11263752

 

느긋한 아침을 먹고 도로를 따라 바로 엉알길과 수월봉으로 향했다.

 

 

제주 서부의 비경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엉알길과 수월봉이다.

엉알은 큰 바위, 낭떠러지아래라는 뜻으로 수월봉 아래 바다 쪽으로 깎아지르는 절벽을 말한다

 

특히 이곳은 해안절벽이 화산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오호라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당상봉을 통해 걸어왔더라면 아마 이 해안절벽길을 따라 걸어 왔을 듯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안개인지 해무인지 분위기는 그만이다.

 

빗방울 머금은 싱그러운 모습들~

 

 

 

 

얼마 걷지 않아 이렇게 수월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도 제주를 알리는 하루방이 우리를 맞이한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고산 기상대라고 한다.

 

고작 77m의 낮고 넓은 오름인 수월봉

 

정자까지

 

동쪽 말미오름에서 걷기 시작했다면 정확히 반 바퀴를 걸으면 서쪽인 수월봉에 도착한다. 

날씨가 좀 더 좋았더라면 정면으로는 차귀도가 동쪽으로 한라산이 조망 가능한 곳인데 아쉽지만

밀어닥친 해무로 인해 낭만 여행의 추억을 더하고 있으니 나쁘지는 않은듯하다.

 

바로 이런 절벽의 바위를 '엉알' 이라고 한단다.

묘하게도 내 눈에만 큰 바위 얼굴로 보이는 걸까?

 

이런 곳에는 전설이 하나씩 있기 마련...

수월이란 아이가 몹쓸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다가 그만절벽아래로 떨어졌고

오빠인 녹고가 슬피 울다가 그 눈물이 바위틈으로 들어가 '약수 녹고물'이 되고

봉우리는 '수월봉' 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고 한다.

 

어찌 하나같이 전설따라 삼천리는 슬픈 내용만 있을까?

 

비는 부슬 부슬 내리고 12코스와 13코스의 경계를 가르는 용수포구로 향했다.

 

바위에 올레길의 표식이 반갑기만 하다.

 

용수포구에는 김대건 신부가 표착한 것을 기념해 등대를 형상화한 성당과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기념관은 이렇게 배 모양으로

 

성당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십자가 밑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사진도 모셔져있다.

 

 

배를 타고 표류하다 이곳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대건 신부 일행이 탔던 라파엘호이다.

 

 

성당앞은 온통 꽃밭 한 가득이다.

 

놀멍 걸으멍 천천히 자연 풍광도 즐기면서 !!!

올레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인 듯~~

 

어느쪽으로 가던지 상관없는 올레길이다.

 

길가에도 이렇게 길표식이~

 

용수포구에 왔으니 절부암에 잠깐 올라보기로했다.

 

우거진 난대림 사이로 들어가니

 

고씨의 절개를 지킨 것을 기리기 위해 '절부암' 이라 새긴 작은 바위가 보인다.

 

 길을 걸어 저지오름까지 가기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날씨도 좋지않아 

 

어쩔 수 없이 차로 이동해야했다.

 

저지오름이 위치한 저지리에 도착하니 분간할 수 없는 안개들이 마을까지 밀려 들어와 있었다. 

 

저지오름은 잔디밭이 깔려있는 다른 오름과 달리

마을을 지키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부터 시작해 우거진 나무들이 많은 곳이다.  

 

 

안개자욱한 마을 풍경

 

마을 입구에는 오름가는 길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전봇대에도

 

담장에도 쉽게 표식을 발견할 수 있으니 안개가 뭐 그리 대수인가?

 

다만 안개가 너무 심하게 몰려오고 있고 일기도 너무 나빠져서 결국은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돌아서야 함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그래도 안개낀 마을 풍경이 주는 아스라한 느낌과

 

이젠 안개속에서도 헤매이지 않을 마음의 여유와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있으니

내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청보리의 맑은 기운을 듬뿍 받았던

작년 이맘때의 제주 올레길~

그 곳에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