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나는 걷는다

[불광천] 마지막 벚꽃 길, 그렇게 봄 날은 간다

작은천국 2011. 4. 23. 10:47

 

[불광천] 마지막 벚꽃 길, 봄날은 가고 있다.

 

 

아파트만 벗어나면 지천으로 개나리, 목련, 벚꽃, 철쭉 등등이 만발해 있건만

올해는 참 열심히도 다른 지역으로 꽃구경을 나섰다.

그리고 그 꽃 구경은 번번히 실패했다.

 

번번히 꽃구경에 실패하고 동네 산책삼아 나선 길은 

하루 사이에 벚꽃이 눈처럼 날리고 봄 날이 가고 있었다.

 

 그 봄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살면서 한 번은 들어 보고 싶은 '바람의 노래' 가  세월가면 꽃이 지는 이유를 알려주겠지.. 

 

올해는 날씨가 참 이상해서 꽃이 떨어지기도 전에 잎이 먼저 얼굴을 내민다.

하긴 이상기온으로 꽃이 늦게 핀 것과는 상관없이

잎들도 때가 되면 세상으로 나와야하니 꽃이 늦게 핀 거 탓할 수 밖에

 

목련은 이제서야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집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과 DMC 역의 중간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주로 월드컵경기장역을 이용하지만 오늘처럼 불광천길을 걷게되면 DMC역을 이용하게 된다.

어쩌다 한번 이용하는 길이지만 봄이면 꼭 이 길을 걷고 싶어지는데

바로 이 자목련 때문이다.

 

은은한 선홍색의 자목련인데 쨍쨍한 봄날이 적었던 탓인지 올해는 색깔이 별루네

 

원래는 곱디 고운 수줍은 색깔이건만...

<2007년 4월 9일> 에 찍은 사진이니 계절이 2주나 더 뒤로 물러 서있는 이상기온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하늘을 보니 난데없이 해무리가 나타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이 해무리를 보고 무지개가 떴다고 완전 좋아라했다가

다음 날 엄청난 비로 인해 고생을 했었기에

이젠 이런 해무리가 뜨면 비를 예보하고 있다는 건 경험치로 얻은 산물이다.

산책을 나간 날이 지난 목요일이었고 아시다시피 금요일이었던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왔었다.

 

 

고운 빛깔은 내년을 기약하기로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 나풀나풀 팔랑팔랑거리는 봄 기운이 아이의 발걸음에 내려앉았다.

팔랑팔랑 거리며 엄마와 손을 맞잡고 걷는 아이의 뒷모습에 얼굴 한 가득 고운 미소를 날렸다.

 

이젠 본격적으로 불광천 길로 접어든다. DMC역 옆에 있는 불광천길이다.

때때로 개구리도 울어주시고 소쩍새도 울어주시고 하기때문에

서울이지만 서울같지 않은 정취를 만끽하고 살고 있다.

 

 

조팝나무엔 줄기를 타고 빼곡히 흰 눈꽃이 핀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운동을 하고 계신다.

 

산책을 나온 강아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불광천옆으로 난 꽃길로 다시 올라오니 훈훈한 꽃 기운은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이렇게 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서부터 응암역까지 벚꽃이 식재되어 있어

눈꽃처럼 흩날리는 벚꽃 터널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런 길이 응암역까지 약 2~3km 가 펼쳐져 있으니 사람들 붐비는 여의도 윤중로 굳이 갈 필요가 없다.

 

다만 화요일에 지날 때 벚꽃이 만개했기에 제대로 꽃구경을 할 줄 알았더니

하루 사이에 벚꽃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을 줄이야

 

봄이 참 더디게도 온 다 싶었는데 이렇게 쌩~~ 하니 달려가고 있는 중인가 보다

 

집을 나서면서 연무도 아닌것이 내내 흐리기만 한다 싶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쨍한 날씨는 아니어도 햇볕이 고개를 드러낸다.

역시 꽃 사진은 쨍한 날씨가 제격이다.

 

꽃을 즐기는 여유로운 마음과 달리 누군가는 무거운 마음이 될 수도 있겠다. 

아저씨~~~ 고생많으세요^^  한마디 해드렸다 ~~ 

 

 

모든 사물들과 이렇게도 눈을 맞추어보고

 

이렇게도 눈을 맞추어 보고

 

이렇게도 눈을 맞추어 보면서 습관처럼 또 생각들이 끓어 오른다.

온통 전시회생각으로 머리속이 복잡해 길을 나서긴 했는데 생각버리기는 참 쉽지 않은 듯하다.

 

으하하하 서대문의 공공자전거는 이렇게 생겼구나

마포구 공공자전거는 나름 귀여운 맛이 있어 여성용에 어울린다면 서대문의 자전거는 다분히 남성적인 포스다

 

그 이름도 찬란한 '해담는 다리'에 도착했다. 

해 담는 다리라는 이름 완전 잘 어울릴만큼 지리적으로 불광천에서 햇살을 가장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간다면 북한이 가리게되는데

이 다리는 완전 제대로 된 북한산의 경치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다리이다.

 

위쪽으로 올라오니 확연히 더 꽃들이 지고 없다.

 

벚꽃은 바람이 불 때 마다 눈꽃처럼 휘날린다.

 

그래도 조금 더디게 핀 꽃들이 있어 위안을 삼아본다.  

 

같은 나무에서 핀 꽃 들 중 어느 한 가지에는 서운해 할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기도 하니 나쁘진 않은 듯하다.

 

서서히 서서히 그렇게 봄날은 물러 가고 있나 보다

  

 

 연인들은 어느 곳에 있어도 꽃 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벚꽃이 지고 나면 철쭉과의 꽃들이 '이젠 내 차례'라는 걸 보여주려 미리 얼굴을 내밀었다.

 

두 번은 못 느낄 2011년의 봄 풍경

 

벚꽃길의 끝, 응암역 4번 출구에는  생뚱 맞은 사랑의 자물쇠가 있다.

이렇게 한다고 사랑이 안 변하니?

문득 이 봄을 자물쇠로 채울 수만 있다면 좀 더 잡아 두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진정 봄은 봄인가 보다

 

 이젠 벚꽃길도 거의 끝났고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 내친김에 불광천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한강에서 4.25km, 약 3km를 걸었나 보다

 

불광천의 모습이다.

 

정오가 되어가는 시간,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징검다리도 건너고 ...

지하철 역을 갈때 편하게 다리를 건너가도 되지만 가끔은 나도 일부러 이렇게 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우리집쪽으론 운동기구외에는 없는데 아톰도 날아주시고

 

미키마우스도 있구나

 

 재미있는 순간이 연출되어 지기도 한다.

 

넌 누구니?

 

완전 시크하게 쳐다보는 이 녀석^^

 

이내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아무런 미동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청둥오리(?)들

때론 이 녀석들이 우리동네까지 마실을 다녀가기도 한다.

 

곧 있음 난초과의 꽃들이 필 시기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불광천의 정수시설인지는 모르겠으나 완전 특이한 구조물 발견했다.

 

 어쩐지 여러가지 조형물이 많다고 했더니 오호라 분수쇼하는 곳이 이곳이었구나

 

불광천의 시작이자 종점에 다다랐다. 실은 여기까진 처음 와 봤다.

 

하천을 위한 시설물은 둔치에 전부 묻었고 그 위에 심어 놓은 튜울립이 만발했다.

 

 

꽃이 좋은 건 남녀 노소 누구 가릴 것 없는 것 아니겠어?

 

수줍게 샛노란 봄의 기운

 

그 힘찬 기운을 느끼며 나선 봄 나들이 마지막에 발견한 노란 화살표!!!  가 마음으로 들어왔다.

 

응암역에서 약 5km 정도로 한강으로 이어지고 있는 불광천이다.

 

그런데 여기서 길 건너면 홍제천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다가 구기동까지 걸어가려던 계획은 결국 차를 타고 움직여야했다.

내부순환로 성산방향에서 가좌역을 따라 난 하천이 홍제천이라는 걸 이사온지 십 년만에 알았다...

에구에구... 다음 주 구기동 갈땐 홍제천을 걸어 볼까나?

 

차를 타고 구기터널을 지가면서 본 북한산은 이제 개나리 진달래가 한창이다.

 

정말 가늠할 수 없는 봄이다. 

2011년 가는 봄이 아쉽다면 북한산을 찾을 것 이로소이다.

 

집 근처에 이렇게 좋은 봄 풍경을 놔두고 내가 왜 그리 전국 사방 팔방으로 꽃을 찾아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꽃은 지고 아련한 풍경이 되어 되올아 온다.

그러나 꽃이지고 나면 온통 초록의 물결이 일렁거리는 계절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 아쉬울 것 또한 없다.

게다가 일 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찰라의 순간이 연출되는 연초록의 봄이 문 앞에 와 있으니...

 

 나의 첫번째 Artist Day !!!  불광천길에서 만난 노란 화살표 예감이 좋아^^

 

집에만 있기엔 너무 좋은 날씨 오후엔 자전거 타고 바람맞으러 공원이나 나가 볼까?

누가 아는가? 한번은 바람의 노래를 듣게 될지?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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