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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차 여행의 로망,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작은천국 2010. 12. 21. 08:30

기차 여행의 로망, 시베리아 횡단 열차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어린 시절 부터 꿈 꾸어 오던 오랜 로망이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 등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반했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 기적소리를 울리며 화면을 가로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보며

언젠가 나도 저 열차를 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 중>

 

 

그리고 드디어 동토의 땅, 러시아를 여행하게 되었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종점이자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톡 역사를 방문하게되었을땐

가슴이 온통 흥분으로 심장 소리 마저 뜨거웠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방문하게 된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1912년에 지어진 건물 답게 고풍스러운 외관과 함께 역사 주위로 신비한 푸른 기운이 맴돌고 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역사 안의 모습은 러시아 경제가 좋지 않아서인지 날씨보다 더한 묘한 냉기가 휘감고 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어디서 부터 어디를 달리는 열차일까?

바로 블라비보스톡에서 부터 모스코바까지 달리는 열차이다.

지금은 페테그부르그까지 연결되어 있어 길이가 더 연장되었다.

 

 

자 그럼 역사 안을 살펴볼까?  이 곳 역사 안에서 빼놓지 말고  고개들어 천장을 봐야한다.

저 벽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이 역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기때문에  두 도시를 상징하는  벽화가 천정에 그려져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두 역의 핵심적인 문화와 역사가 한 눈에 읽히도록 그려져있다.

연해주의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블라디보스톡의 모습과 크렘린궁이 있는 모스크바의 모습이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향해 갈 긴 여정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벽면에는 특이한 문양의 마크가 눈에 띄는데 아마도 러시아를 상징하고 있는 독수리 문양인듯하다.

 

역사 대합실 안에서계단으로 내려가면  따로 검표등의 절차없이 바로 기차 철로에 도착하게된다.

 

동토의 땅엔 동이 터 오고 있다.

 

고풍스런 역사의 대합실 밑으로 열차가 지나 다니는 신기한 풍경이다. 

 

전시품으로 추정되는 증기 기관차 한 대가 눈에 띈다.

 

극동지역 최초 운행의 증기 기관차로 유일하게 블라디 보스톡 역에서 마음껏 올라가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열차이다.

 

빨간색의 기차바퀴가 너무 앙증맞은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기적소리를 울리며 달려갈 것만 같다.

 

 

 숫자 9,288로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톡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는 상징비에 시선이 머문다

 

이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달리게 되면 총 길이 9,288km 약 7박8일정도 걸리는 곳이다.

그 길이도 길이지만 시차 시간선을 무려 8군데나 지나야하는 멀고도 먼 지루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눈에 익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영화 '태풍'에서 블라디보스톡역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오늘도 수 많은 여행객들을 싣고 종착역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어떤 사람에게 이 곳은 시작이 어떤 사람에겐 이곳이 종점이 될 그런 곳이다.

원래 모든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시작과 끝이 일직선 상에 있다 싶어 끝에 다다랐을 땐 더이상 갈 곳이 없다 싶어도

결국 시작이 곧 끝이요 끝이 곧 시작이 되는 만고의 진리인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블라디 보스톡이다.

 

다시 계단을 걸어 블라디보스트톡 역사 앞쪽으로 나온다

 

2012년 아셈이 이곳 블라디 보스톡에서 열릴 예정이라 도시 곳곳은 온통 공사중이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서나 마찬가지 인가보다, 분주한 러시아 아침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 스페인 여행에서 만났던 미국인 제임스에게 뜻하지 않게 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2008년 약 8개월동안 한국 초등학교에서 영어선생님으로 일했던 그는 기차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었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 열차를 타고 싶다고 하니  실지로 타보니 '너무 지겹다'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내겐 시베리아 열차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EBS 명화극장에서 닥터 지바고

내겐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 졸린 눈 비비며 억지로 참아가며 꾸역꾸역 보았던 영화는

그렇게 나에겐 환상으로 남았다.

 그리고 판문점에 철마는 아직도 달리고 싶다는 열차를 보면서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되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꿈이자 대한민국의 꿈일 것이다.

 

그런 소박한 꿈을 꾸기엔 연평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너무 차갑기만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꿈꾸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여행정보 : 동해에서 크루즈를 타시면 블라디 보스톡 항구에 도착한다.

DBS 크루즈 홈페이지 http://www.dbsferry.com

 

 

 

이 겨울이 가기 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닥터 지바고 스틸 컷 명장 올린다.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눈빛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하게 자리를 나누어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끝도 없이 차장밖으로 펼쳐지는 흰 자작나무 숲에 감탄 해 보고

온 밤을 하얗게 새우게 만드는 백야엔  귀여운 짜증을 내어 보기도 하고

 온통 얼음나라로 변해버린 시베리아 설원을 끝없이 달려 갈 7박8일의 시베리아 열차를 타보고 싶다.  

 

Some where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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