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까미노]나에겐 너무 특별한 2011년 달력

작은천국 2010. 12. 14. 08:30

[산티아고/까미노] 나에겐 너무 특별한 2011년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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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년 10월 7일 ~ 11월 15일까지

도보여행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뭐 이미 아는 사람은 전부 아는 사실이고...

작년에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 2010년 달력을 만들어 외국인 친구들에게 선물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 나는 해마다 나만의 달력을 만들기에 또 고민중이었다.

이게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들기에..

 

그러던 중... 우리의 나경양이 어느 날 메세타에서 찍었던 나의 안개 사진을 보고

2011년 달력을 만들겠다고 자청을 했고

그 길을 걸었던 우리 모두에게 사진을 보내라 글을 보내라고 독촉을 하더니

날 밤새가면서 이렇게 멋진 달력을 만들었다.

 

제목도 잘 지었구나...

 

"그 길위에서 걷고, 만나고, 이별한 까미노 친구들, 우리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시작, 프랑스 생장 데 피드 포드의 풍경을 표지로 잡았다.

그런데... 지수 사진은 생장이 아니고 오세이브레이로 넘던 사진이다..

물론 아는 사람만 안다는...

민망하게 표지에 왜 내 얼굴을 넣었냐는 볼멘소리에

첫 날의 온갖 표정이 묻어있던 나의 얼굴이 딱 제격이었다나...

오전에 생장에 도착한 나는 저녁에 도착하는 나경을 만나기로 되어있었으나

그넘의 시차적응이 안되 깜빡 잠이 드는 통에 완전 부시시 해서 뛰어나가

무려 두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나경을 만나 찍은 사진이건만.. ㅠ.ㅠ

 

우리의 달력은 2010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음~~ 미리 생일 축하하고..

 

각자의 삶의 무게만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우리의 까미노가 시작되었듯이

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만큼 2011년을 걸어가겠지

 

2011년 1월,,,

 

세상에 수 만은 길 들 중 왜 우리는 꼭 그 길이어야만 했을까?

 

그건 각자 가슴 속에 정답을 찾았으리라..

산티아고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그때 우리를 불렀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운명처럼 그 길을 찾아내었다.

 

 

2011년 2월

 

각자 다른 삶을 살아도 같은 나이가 주는 인생의 공통분모는 한 가지씩 있는 것 같다.

서로 다른 듯, 묘하게 닮아 있는 너와 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

 

2011년 3월

 

그 길 위의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이 말은 딱히 특정 종교의 기도문이 아니다.  종교를 초월하는 마음을 담는 기도문이기도 하다.  

이 길에서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축복이 있기를 얼마나 많이 소원했던지..

어쩌면 그런 축복들로 인해 너도 나도 그 길에서 축복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으하하하 무엇보다 축복인것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학창시절에는 새학기에 걸려있는 생일로 인해 제대로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기도하고

딱히 생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라 가족들이 생일이라고 전화를 해주어야

생일인줄 안다는...

이렇게 생일이 떡하니 표시된 달력,,, 실로 오랫만이다.

 

2011년 4월 

 

우리는 기꺼이 친구들의 등을 보며걸었다. 

그 길에서 보았던 친구의 뒷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믿음직한 뒷태가 또 있을까? 

 

라고 나경은 생각했었나보다 

늘 사진을 찍어 대느라 허겁지겁 친구의 뒷모습과 뒷발자국을 따라가느라 나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서

뒷태가 어떻다는 건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어쩌면 누군가에게 내 시린 등을 보이기 싫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그래서 혼자 앞서서 걸었던 날은 부리나게 그림자도 밟히지 않게 걸었었나.. 

 

2011년 5월 

 

까미노를 마치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면 서로의 얼굴에서 처음과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누구는 더 예뻐졌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성숙해졌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그 길을 걷는 동안 각자의 마음속 어둠들이 땀으로, 눈물로 흘러 사라진 후 

그 자리에 대신 까미노의 정화와 포용의 마음이 충만히 채워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나경의 말처럼 나도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도 모르게 변해있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한 달만에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

그래 까미노는 그런 곳이다. 

처음과 시작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곳,

 

2011년 6월

 

폰페라다에서 막 도시를 빠져나가는데 십자가 밑에 누군가 새 신발을 놓고 갔다.

나는 다 떨어져 너덜거리는 신발을 매일 밤 본드로 겨우 겨우 수선해가면 신어오던 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혹시나 하고 신어보니 거짓말처럼 내 발에 맞춘 듯 꼭 맞다!!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그렇게 낯 모르는 누군가에게 한 없는 고마음을 느끼며 헌 등산화를 손에 든채로 새등산화를 신고 걸었다.

그렇게 20km를 걸어 마을 어귀에서 내 헌등산화와는 영원한 이별을 하였다.

'그래도 지난 10년 여행길마다 함께 했었는데 '하는 생각에 울컥 목이 메였고

들꽃 몇 송이를 꺽어 신발에 꽂아주며 나만의 조촐한 이별식을 하면서

결국 울고 말았다.  -보성언니의 일기 중-

내 신발은 아니었지만 언니가 먼저 걸어 놓고 간 신발을 보니 반갑기도 하면서 

언니가 분명히 울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11년 7월

 

우비를 찢을 정도로 거세게 부는 바람을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내 발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를 향해 다시 한 번 힘내라는 듯,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환이의 일기 중-

길을 걷다 보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 지는 순간을 만난다.

그럴때 마다 산티아고는 사람을 보내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 걷고 있던 환희에게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내주셨나보다.

 

그래 ,,, 힘들지만 그렇게 한 발 한 발 힘을 내어 보는 거야

 

 

2011년 8월

 

처음엔 길 위엔 우리가 낯설어 보였따.

그러다 어느 순간, 길과 우리가 하나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위에서 내려와야 했을 때, 우리는 뜻밖의 상실감을 느꼈다.

마치 소중한 친구와 이별해야 하는 것처럼 가슴시린...

 

 

이 길에서는 모든 것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물들어 온다. 

그리고 산티아고가 끝나면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런데 우린 이별해야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을 망각하고 그 길을 걷는다.

마치 이 길이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그래서 까미노가 끝나면 누구라도 '까미노 불루'라는 특수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젠 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이별은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을,,,

 

2015년 그 길에 다시 가게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2011년 9월

 

뜻하지 않게 3일을 팜플로나에서 쉬고 난 뒤 다시 시작하게 된 까미노

생장에서와 다른 묘한 설레임이 일었다.

지나고 보면 체력이 모자란 나에겐 득이 된 시간이었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쉬어가게 될 때,,, 지나고 보면 득이 되는 시간인 것,,

 

2011년 10월

 

그림같은 길들이 우리를 취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삶의 무게만큼 버거운 배낭을 메고도 매일 매일 20여키로를 꿈 길을 걷듯

그렇게 걷고 또 걸었는지도...

 

그 길에서 분명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달이 넘게 걸었다는게..

나는 아직도 거짓말 같다.

그런데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그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에 밟히고 또 밟힌다.

 

2010년 11월

 

무거운 시간들의 기억은 떨쳐버리고 새롭게 날아오르는 거야!!

내가 날아오르는 사진을 보고 나경이가 달아준 멘트..

너의 눈엔 내가 이렇게 보였구나...

 

하긴... 체구도 작은 내가 매일 꾸역꾸역 걷기도 힘들만큼 무거운 배낭은

나와 같이 이 길을 걷던 외국인 친구들에겐 경악의 대상이자 뒷담화(?)의 대상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내 배낭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며...

그런데...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렇게 날아오르는 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사색이 되어 기겁을 하는 표정들이 어찌나 웃기든지...

 

그래...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내 어꺠위에 놓인 삶의 무게도, 

생각보다 무거웠던 무게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해지고 있었다.  

 

2011년 12월

 

우리의 까미노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길은 이제 우리 마음 안에 새 길을 내고,

새로운 목적지를 갖게 되었으니까

산티아고가 끝나고 우리 모두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젠 더 이상 전과 같은 일상이 아니었다.

 

왜?

 

우리에겐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날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마음속의 산티아고를 오늘도 걷는다.

 

얼마전 터키에서 캐나다로 이사를 간 '은수'의 사진과 이야기가 빠져 있어서 아쉽다.

그래도  은수도 이 달력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경아 달력 만든다고 고생많았다

 

덕분에 2011년 소중한 추억과 함께 하게 되니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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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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