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까미노] 같은 시간, 같은 추억,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은

작은천국 2010. 11. 2. 08:30

 

같은 시간, 같은 추억에 대한 같은 느낌

 

같은 시간을 기억하고, 같은 곳을 추억하고,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은 삶의 소중한 선물이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기억하며

 

'산티아고' 그곳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단지, 산티아고에서 같이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나눈 시간들로 인해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산티아고를 다녀 온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가 끝나고도 계속 만나고 있는 우리들을 아주 신기해한다.

산티아고도 여행인지라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이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은 여행이 끝나면 인연도 끝이 나게 마련이기에

너희들의 만남도 어쩌다 한 번 만나는 것이겠지

혹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꺼야... 라고 말했다.

 

그런데... 까미노가 끝나고 오히려 더욱 더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시간들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오죽하면... 달랑 회원 5명밖에 안되는데도  이런 카페도 만들었을까? ㅎㅎㅎ 

 

그리고... 나이가 같은 나경이와 지수와 나는 서로의 꿈을 지지하며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중이다.  

 

 

요즘  기사 작성때문에 책상머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나와 달리

 나의 까미노 친구들은 바쁘다고 하면서도 까미노의 추억으로 인해 더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같다.  

그들 덕분에 날마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린다.   

 

잠정적으로 2015년,,, 르페길을 걸어 산티아고로 가는거야!!! 라고 친구들은 열심히 얘기하는데..

솔직히 나는 건성으로 대답만한다.  

물론,, 그 길이 늘 그립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내가 그 먼 길 800km를 걸었다는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힘든 길을 또 걸어야한다는게 너무 싫다.

사서 고생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곳에 다시 가든 안가든,

때때로 생활이 다소 무미건조하고 지치고 힘들다고 느껴질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 있다는 건

너무나 큰 위안이자 정신적인 자산이자

평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나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추억을 가지고

같을 것을 느꼈던 사람들

분명히 우리는 이 시점에 만나게 될 사람이었다. !!

 


 

나경이가 안개자욱했던 메세타에서 찍은 나의 사진을 보고선 갑자기 달력을 만들겠다고 느닷없이 사진을 보내라, 사진에 들어갈 글을 보내라고 하길래

뭔 뜬금없이... 싶었으나 어짜피 포토북 만들고 올해도 달력 만들려고 했던터...

바빠 죽겠는데 잘 되었다 싶어 사진 전송  ~~~~~~★

 나경이는 이거 만든다고 몇 날 며칠 밤을 새더니 입술이 다 터졌다...

그리고 '이게 별거 아니라고 나중에 받아보고 궁시렁 대면 이 달력으로 맞고 달력도 뺏는다' 나 ..

ㅋㅋㅋ 까칠한 년...

내가 이런거 많이 만들어 봐서 아는데 정말 대단한 정성과 노력아니면 만들기 힘들다.

고생 많았어 나경아~~~

그렇다고 표지에 다른 사람 사진은 풍경사진을 넣었으면서

왜 내 얼굴 사진을 떡하니 넣은게야 ㅠ

민망하게 .... ㅎ

 

 


지수는 산티아고 다녀와서 몇 일 정도 올리고 접어두었던 산티아고 기록을 일 년이 지난 지금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 매일 일 년 전 그날의 사진과 글들을 올리고 있다.

 

 

<지수의 블로그에 담긴  사진과 글들>   

 

이 길은 단순한 하루 일과를 갖게 한다.

 

일어나서 걷고, 먹고, 자고,

또 걷고, 먹고, 자고

 

단순한 일과속에서

그리 단순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게 하는

 

만만하면서도 그리 만만하지 않은 길

 

 


  

릴리에고스에서

 해경과 와인을 사러 밖으로 나왔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을 보겠다고 아픈 다리 질질 끌며 마을끝까지 둘이 냅다 뛰었지

 

세상에나..

겨우 노을 때문에..

돌아오며 생각해 봤다..

내가 이런 감상적인 짓을 마지막으로 해본게 언제였을까?

 

   


 

나는 거북이다.

느릿느릿 걷는다.

다들 내 앞으로 지나친다...

그래도 나는 느릿느릿 걷는다

힘들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가방이 어깨를 짓누르면

내려놓고 멈춘다.

그렇게 쉬엄쉬엄 느릿느릿

돌아보며 걷는다

그래도 나중에 도착하는 곳은 같은 곳

그들은 그저 조금 나보다 일찍 도착했을뿐이다.

뻘리 걷든, 느리게 걷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 걷는 동안 얼마나 자신이 충만해졌는가

중요한거 아니겠어?

빨리 걸었어도 늦게 걸었어도

그 시가이 자신에세 충만했다면 그건 정말 그 자신에게만은

좋은 경험인거지

 

 


몸이 점점 힘들어지니 마음도 자꾸 괴로워진다.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왜 이 길을 걷고자 했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계속 회의적인 마음이 들 것같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걷기 위해 온 건 아니었는데

그럴려고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이 먼길을 온 건 아니었는데

몸도 마음도 힘들어진다.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번져 길을 흐려 놓는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아.

흐리게 보일 뿐 길이 거기 있다는 걸 아니까.

삶을 살아가면서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만나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지

 그러하지 않아도 될까..

 

안개 낀 길처럼 흐리지만 길이 있다는 걸 믿고 가듯  그냥 믿고 가도 될까? 

 


  

 새벽 길 위에 혼자 서 있다 

아무도 없고 어둑한 하늘 밑에 오로지 나 혼자 길위에 서 있다.

하지만 왠일인지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않고

 오히려 이 모든 것을 나홀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 느낌,, 이걸 뭐라고 표현할까?

그냥 느낌으로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

 

왠지 마음이 뭉클뭉클

  

 


내가 찍은 사진과 써놓은 글만 보다가 같은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 찍은 사진과 글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고 다시금 산티아고를 추억하게 만드는 것같다.

 

그 길을 같이 걸었기에 내가 느끼고,  너가 느끼고

그래서 우리가 느꼈던 산티아고는 서로 다른듯 하면서도 묘하게 닮아있다.

 

 기억들은 점점 흩어져가는데  나는 여전히.. 아직도... 울컥 울컥 한다.

이 감성은 왜 마르지도 않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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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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