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길/카미노] 아무생각 없이 길을 걷던 1년전 시월의 어느 날

작은천국 2010. 10. 22. 00:21

아무생각 없이 길을 걷던 1년 전 시월의 어느 날  

 

 지나 간 모든 것은 추억이 된다고 한다.

그것이 힘든 일이었던 기쁜 일이었던 . 

오늘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란 이름으로 언젠가 한번은 지금처럼 꺼내어 볼 것이다.

의미있는 오늘을 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2009년 10월... 지금부터 딱 일 년 전 나는티아고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기억저편으로 사라졌다가도

때때론 그때의 환영을 보는 듯한 착각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1년 전 까미노가 시작되었던 날 부터

문득 문득,,, 아 그때는 어디를 걷고 있었지라고 하며

기억들을 꺼내보게된다.

 

그런데..

나만 그런것이 아닌가 보다...

나와 같은 시간.. 그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은 대부분 1년전을 추억하고 있는 것같다.

 

 

 2009년 10.20일 photo by 환이 페이스북에서 

나는 보성언니한테 딱 가렸을 뿐이고 ~

환아~~~ 너의 파인더에 담긴 나의 단독 샷을 원해~~ㅎ

 

이날은 까미노 시작하고 약 2주가 되던 날이었다.

생전 운동이라곤 하지 않던 사람이 10kg 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하루에 20kg가량을 걷는 다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첫 날, 셋째 날, 일주일,,,,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내 신체속에서 벌어지고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티는 나날이 쌓여 결국 2주 정도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 이상신호가 오게된다.

 

물론,,... 통과의례적으로 시작할 때 한번 아프고,,, 이즘에 한번 아프고 나면...

 까미노 전체를 3구간으로 나눴을대 2구간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 부르고스에 도착하게된다.

그리고 그렇게 아프고 나면

이젠 정말 걷는게 이골이 난다고 할 만큼 몸도 걷기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 같다.

애들이 아프면서 큰다는 말을 여기서도 실감하게 된다.

 

아마 길이 너무나도 힘들고 고되어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된다는 '메세타'에 이르기 전에

어쩌면 몸과 마음을 미리 단련시키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그 힘든 메세타를 포기해야할 지도 모르기에...

아니 까미노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에...

 

이 날의 길은 가을 걷이가 끝나고 난 황량한 들판을 하루 종일 끝도 없이 걸었던 것같다.

동이 터기도 전 어둑어둑한 아침부터 걷기시작해 어찌하다보니 점심도 건너뛰고 줄창 걷고 또 걷고...

같이 걷던 일행들도 말하는 것도 귀찮아 질 만큼 온 몸은 피로감과 근육통으로 범벅이 되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

아무 생각없이 걷는 다는 거...

이렇게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한다.

아무 생각없이,,,,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러면서 점점 나는 나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게다가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고 있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쌀쌀한 가을.....

 뼈 속 마디마디에 엄습하는 한기는 몸서리쳐지게 싫었다.

 

이날,,,, 몸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정말 많이 울었던 날이다..

그렇다고 까미노를 포기 할 수는 없고 그러자니 몸은 안 따라주고

몸이 힘드니 덩달아 마음도 힘들고....

누군가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

 

결국 감기 몸살이 걸려 엄청 고생을 하면서도 나는 걸어야했다.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면서 걷던 까미노였는데

어느 새 벌써 1년이 지났다.

 

 요즘은 계절이 계절인지라 월드컵 경기장을 집어 삼킬 만큼 안개가 많이 낀다.

내가 까미노를 걷고 있던 그 때...

너무 너무 힘들어 다시는 이런 고행과도 길은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았기에

길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까미노가 어떻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한 번이면 족하지 두 번 다시는 걷지 않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 죽을 만큼 힘들다고...'

 

그런데.... 그렇게 힘들었던 그 길이 참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특히 꼭 그때처럼 이렇게 아침에 자욱하게 안개가 끼는 날 아침이면

축축한 안개에 실려 오는 까미노의 냄새가 너무도 그립다.

 

그곳에 내려놓았던 무수히 많은 고민들, 생각들, 사람들,,

시간은 서서히 느리고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

 

걸으면서도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은 걷고 싶지 않은 길이라 말하면서도

이 길이 그리워 질 것이라는 생각은했었지만....

....

 

2009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이렇게나 그리워하게 될줄이야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미 흘러 갔지만

 내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영원히  나의 가슴을 띄게 할 것이다.

 

당신은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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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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