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산티아고 34일간의 기록(5)] 뷰엔 까미노를 외치다

작은천국 2009. 12. 9. 13:54

 

 뷰엔 까미노!! Buen Camino!!

    2009.10.10 론세스바예스 - 주비리 21.4km

                   (Roncesvalles - Camping Urrobi Espinal - Zubiri)

 

       뷰엔까미노~~~ 산티아고 길에서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는 '올라(대충 안녕하세요~~)' 그리고 '뷰엔 까미노(좋은 까미노길되세요 정도)' 이다.

       처음만나는 사람도, 그저지나치는 사람도 이 길에서 마주치게 되면 무조건 뷰엔 까미노를 서로에게 외쳐준다.

       산티아고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쑥쓰러워서 이 말이 입에서 잘 안 떨어지더니 피레네를 넘고나니 나도 모르게 입에 이 말이 붙어버렸다 

       무슨 기도문처럼 간절하게 외치던 뷰엔 까미노!!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하고 덕담을 하고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런지..  

 

 론세스 발레스의 저녁은 비가 많이 왔다. 아침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걱정을 했으나 다행이 아침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였다.

이곳의 모든 알베르게는 늦어도 무조건 8시30분까지는 모두 나가야한다.

아침먹을 곳이 없기때문에 보통 이 다음마을 바에서 아침을 먹게된다.

그리고 론세스발레스이 알베르게를 나서 큰 도로를 따라 걷다 이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오늘의 일정이 시작된다.

 

 

이미 산티아고여정은 시작이 되었는데 생장에서도 잠을 못자고, 오리손에서도 잠을 못자고, 론세스발레스에도 잠을 못자고,,,죽을 맛이다.

몸은 천근만근으로 피곤한데 잠이 오지않는다. 거의 한시간 혹은 두시간간격으로 눈을 뜨게된다...

게다가 이틀연속으로 비를 맞아서인지 저녁부터 얼굴에 열이나기시작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침이 되니 편도도 붓고 온몸에 열이 나기시작한다.

론세스발레스의 호스피탈레로가 나의 얼굴을 보더니 이 상태로는 걸을 수 없다며 병원을 가야한다고 한사코 걷는것을 말렸다.

게다가 론세스발레스에 우체국이 있는 줄 알고 짐을 꾸역꾸역 가지고 왔는데 (생장에서도 그렇게 안내를 해주었다) 막상 론세스에 와보니

론세스에는 우체국이 없고 이곳에서 3km를 더가면 Burguete에 우체국이 있었으나 그곳도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상가상이 딱 이런 말이구나....몸은 아프고... 짐은 해결이 안되고...

언제까지 짐때문에 맘 고생을 해야되는건지...

할수없다...

일단 약을 먹고 오늘 걷기로 하고 짐은 오늘 머물예정인 주비리까지 다시 택시 서비스를 보내기로 했다. (가방1개당 7유로)

얼굴 완전 엉망이라 약간의 뽀샵처리 우후훗~~비가와서 카메라 렌즈에 물방울이~~^^

※여행때문에 여분의 짐이 있는 경우 생장에서 보내던지 아니면 팜플로나까지 가지고 가야합니다.그리고 각 우체국(부르고스, 레온, 산티아고등)은 15일만 짐을 보관해주니 찾아서 다시보내던지하셔여합니다.

나경이한테 얻은 감기약을 두 알이나 원샷하고 판초를 입고 걷는다.

 

 

3k첫번째마을 , Burguete

 이 마을은 헤맹웨이의 송어낚시터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이곳에서 집필한 도시다.

모두들 이곳 바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생각했지만 보시다 시피 바가 이사를 했다는 약도가 있다.

나도 유심히 보고 찾으려고 헤맸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마을로 직진~~

사진보고 있는 얘도 결국은 못찾았다.. ㅠ

 

 

 

마을입구에 헤밍웨이 간판을 만나게된다..

난 사실 우체국간판이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ㅎ 

론세스발레스에는 100명만 수용할 수 있기때문에 그 곳에서 자리를 못 잡는 경우 3km 떨어진 이 마을에서 자기도 한다.

실지로 여름등 순례자가 많은 경우 알베르게 잡기가 힘들어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걷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시월에 시작한 나는 숙소때문에 걱정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헤밍웨이가 스페인에서 있었던 곳을 표시하고 있다.

 

 

저 간판에 등장하고 있는 성당이 이 성당이다.

이 마을도 헤밍웨이가 소설을 쓰던 시절엔 나무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 세월만큼이나 플라타너스 나무가 자란듯하다. 

헤밍웨이가 미사를 드렸을 산 니콜라스 데 바리 성당

 

 

몸이 아픈데도 배는 고프더라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크루아상과  카페콘레체를 마셨다.

스페인의 빵은 한국빵보다 맛있는 듯하다.

카페콘레체는 레체(우유)즉 커피에 우유를 탄 것으로 처음 먹었을때 약간 싱거운 맛으로 설탕없이 그냥 마셨는데(설탕을 2봉지나 준다)

나중엔 이 맛에 중독이 되어서 현지인들처럼 설탕을 듬뿍 넣어서 먹게되었다.

커피 안 마시면 길을 못 걸을 지경이 ㅠ.ㅠ

 

 

식사를 마친 순례자들이 다시 길을 나선다.. 집들사이에 골목으로 난 길을 접어들어 Aurizberri(6.3km_를 향해 간다  

 

 

 

그 길을 들어서면 이렇게 시골들판이 이어진다.

비가 와서 땅은 촉촉하고 나뭇잎마저 싱그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카미노마크를 만날때마다 혹은 찾을때마다 길을 잘 가고 있다는 확인을 받는듯하다

 

 

이 주위로 목장이고 목장사이로 길이 나있다.

한국에서 목장사이로 난 길을 걸으려면 올레를 가야한다.

난 아직 올레길을 걸어보지 못했으나 까미노가 주는 매력에 사로잡혀버렸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들판을, 목장을, 숲길을 걸으면서 가을이 내리고 있는 정취를 마음껏 즐긴다.

비의 냄새에 실려 오는 숲의 향기

행복하구나~~ 

 

 

그 숲길끝에 또 그림과 같은 마을이 나탄다.

 

 

지금돌이켜보니 나바라지역엔 마을표지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집이 시작하는 입구 한쪽 벽면에 붙어있었는것같다.

까미노 표지판을 따라는 가지만 이 곳이 어디쯤인지 몰라 계속 물었던듯하다.

론세스 출발한지 두시간반에 도착한 Bizkarreta...

짐도 없는데 6.3km를 걷는데 두시간반이나 걸렸다...

지금보니 콧방귀를 끼고 싶다.. 크흐흐흐....

그리고 아직 지도보는 거, 걷는게 익숙하지 않고 요령이 없었던지라 바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있으면 바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는데

이날은 이 성당앞 도로에 주저앉아 빵과 요플레 과일로 점심을 먹었다.

물론 길가 도로에 앉아 점심을 먹으니 동네사람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긴했지만...다들 그러려니한다..ㅎ

뭐 어떠랴..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길에서 점심을 먹겠나 싶어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 집 몇채를 지나니 바로 바가 있더라는...

그리고 우릴 지나쳐 갔던 사람들이 거기 앉아 점심을 먹고 있더라는...

아이 쪽팔려~~~ㅎㅎㅎ

 

 

스페인 사람들은 꽃장식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스페인 뿐아니라 유럽전체가 꽃장식을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지만

처음엔 이런것들도 신기하고 해서 사진을 엄청찍었는데 한달을 보고 다니니 나중에는 무덤덤해졌다.ㅎ

역시 처음보면 뭐든 다 신기하다니까... 

 

 

 그리고 마을에는 어김없이 이렇게 무덤이 있다.  

 

 

대략 비는 그친듯하지만 판초는 벗지못하고 계속 길을 걷는다

판초를 계속 입고 걸은 덕분에 비오는 날씨에도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침에는 열이 펄펄나고 정신이 혼미한것이 딱 죽겠더니 땀을 흘리고 나니 오후에는 멀쩡해졌다.

나경이가 한알만 먹어도 되는 약을 멋모르고 두알이나 털어넣었다고  그것도 빈속에... 아연실색을 했으나...

어쨋든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너무 다행이다.. 

 

 

 내가 완전 마음에 들어라 했던 언덕위의 하얀집이 있는 Bizkarreta(11.3km)에 도착했다

동네도 조용하고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그야말로 '초원의 집'

언젠가 나도 아파트에서 탈출해 이런 전원주택으로 가고 싶다.  

 

 

이쁜 오솔길들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 우리가 가기로 결정한 zubiri까지 7.5km가 남았네~~

그리고 또 발견한 반가운 표시

Camino de Santiago~~

우린 지금 '산티아고가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길엔 때때로 이렇게 누군가의 영혼이 내려앉아 있다.

까미노길 중에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2002년 일본분이다.

까미노 중 유명을 달리하게되면 근처 성당에서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준다고 한다.

이 길에선 얼마나 멀리 빨리 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까지 완주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남들의 속도를 따라가기보다 자기속도데로 걷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지로 남의 속도를 따라가다 아킬레스건이 나가기도 하고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무릎, 관절부상을 당하기도한다.

자기 속도로 걸어가도 탈이 나기 쉽상인데.... 걷기엔 정도가 없으니 절대 무리하지 맙시다.

 

 

그리고 다시 한시간반을 더 걸어 Alto de Erro(17.6km)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잊을 수 없는 그들 Tim(독일) & Laylian(말레이시아) 을 만났다.

둘 다 금융업종사라 그런지 유난히 말이 잘 통했다. 아니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통했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인일게다

이렇게 사진을 찍을때만 해도 다시 만날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팜플로나에서 같이 보내게되었다.

팀과 레일리안에 대해선 팜플로나에서 풀어놓겠다

너무 사랑스러운 레일리언~~~

 

 

그렇게 한참을 쉬고 다시 걷기시작.

이 숲길을 빠져나가면 주비리에 도착하게된다. 

 

 

주비리 입구에 있는 다리위에서 ...

이 다리가 너무 예뻐서 알베르게 잡아놓고 동네산책을 나오면 다시 사진을 찍어야지 했다..

그러나....

 

수비리는 바스커어로 다리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걷기시작한지 9시간. 16:30에 이렇게 이쁜 마을 Zubiri에 도착했으나 론세스발레스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출발했고 주비리는 100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마을이 아니었다.

게다가 Fiesta, 소위말하는 축제가 이날이었다.

그래서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인해 늦게도착한 우리는 숙소가 없었다.

근데 웃긴건 뭔 축제라 방이 없다면서도 마을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시에스타가 안 끝나서 그렇다나...

뭔~~~~ 축제라면서 시에스타는 또 웬말.... 아 적응안되는 시에스타...

 

 

그 축제는 이런것이란다... 지수의 블러거에서 업어왔음

음식도 준다고 했는데 한시간이나 기다려야되서 잠깐 공연만 보고 왔다고 했다.

지지리 복도 없지... 방이 없으면 이런 공연이라도 봤으면 덜 억울했을텐데..ㅎㅎㅎ

 

 

 

다리 건너자 마자 있는 알베르게에서 일단 크리덴시알 도장을 받고 방을 구하기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해주셨으나 방은 모두 동이 난 상태..

정이 안되면 알베르게는 아니고 체육관에 매트리스를 깔아준다고 해서 그렇게라도 할까하다가(실제로 여름에는 사람이 많으면 그렇게 한다)

저녁이면 쌀쌀한 날씨가 걱정되던차에 마침 팬션이 30유로에 있다고 해서 그 곳으로 가던중 자스민을 만났다.

쟈스민 曰 오늘 늦게도착해서 알베르게를 못 구한 사람들이 몇 있는데 택시타고 팜플로나로 가겠냐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스페인어가 안되는 우리를 위해 전화통을 붙들고 연신 통화중이다...ㅎㅎ 친절한 쟈스민~~

 

 

주비리의 공립 알베르게 Zubiri minicipal Albergue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방이 없어 이렇게 들어가지도 못하고 알베르게 앞에서 햇빛바라기를 하고 있다.

우린 자스민의 도움으로 택시한대를 불러 6명이 나눠타고 일인당 5유로씩을 내고

원래 내일 걸어야되는 하루거리인 팜플로나까지 어쩔수 없이 가야했다  

 

 

캐나다에서 오신 50대 아주머니 (이름을 받았는데 쪽지를 찾아야한다..일단 사진먼저)

남편이 딸나이의 연배와 바람이 나서 그만....

그런데도 어찌나 밝고 씩씩하게 이야기하던지...

이 아줌마도 이날 헤어지고 나중에 나중에 멜리데에서 다시 만났는데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마지막날 산티아고 도 같이 끝나게되었다.

산티아고를 마친 아줌마의 행복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아줌마 멜리데에서보니 머리도 자르고 다른색깔로 염색도 하셨더라..코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