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Interesting movie

[스크랩] [8월의 크리스마스]에 숨겨진 몇 가지 이야기들.

작은천국 2008. 8. 28. 09:53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입니다.

저는 8월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죽음을 앞 둔 사진사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 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살아간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죽는다는 것과 헤어진다는 것.'

 

이 두 가지의 정서를 아주 평범하지만 아름답게 그려 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모르고 봐도 영화 보는 데 아무런 지장 없지만,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알려지지 않은 트리비아를 감상해 보세요.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1998 / 한국)
출연 심은하, 한석규, 이민수, 류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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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작.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이 가수 故김광석 씨의 활짝 웃는 영정사진을 본후,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찍는 어느 사진사의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는 영감을 얻어서 만들게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광석이형 잘 지내시죠?

 

 

 

 

 

  

 

가장 많이 촬영했던 씬.

 

마당에 나가 파를 씻는 정원(한석규 분)의 머리 위로 가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집니다.

 

이 씬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털어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간 씬이라고 합니다.

 

허진호 감독은 비가 쏟아지기 직전 미세하게 떨어지는 가는 빗방울을 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 느낌이 잘 살지 않아 무려 30여 회를 넘게 촬영 했다고 합니다.

 

5초의 장면을 위한 30여 회의 테이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발톱깎기 씬입니다.]

 

 

정원의 집은 어떻게 헌팅했을까?

 

헌팅하기 가장 어려웠다는 정원의 집.

 

영화촬영이 1/3이나 진행된 상황에서도 정원의 집은 아직 헌팅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한국식 구옥을 헌팅하고 싶었는데 영화의 주 촬영지였던 군산엔 일본풍의 적산가옥들이 많이 있어 헌팅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원의집은 스텝들이 정원의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다가 우연히 정원의 집으로 공이 넘어가, 공을 찾으러 갔다가 발견하게 된 집이라고 합니다.

 

마당과 마루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던 정원의 집이었습니다.

 

 

 

 

 

 

 

아저씨, 여기 증명사진 좀 찍어주세요.

 

정원의 가게. 초원사진관.

이 사진관은 주차장를 헐고 지은 오픈세트장이었는데 실제 사진관 처럼 보여서 촬영중에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많이 들렀다고 합니다.

 

'아저씨. 여기 증명사진 좀 찍어주세요.'

'지금 사진 맡기면 언제쯤 나와요?'

 

 

 

 

 

 

 

"오늘은 빛이 안 좋으니까 다음에 찍읍시다."

 

주차단속원인 다림. (심은하 분)

식당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길거리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는 중 시장에 다녀오는 정원을 만납니다.

 

이 씬의 원래 촬영은 원래 계획보다 좀 늦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씬 촬영이 있던 날은 방송국에서 촬영도 나왔고, 스텝들도 오래 대기중이었던 터라 꼭 촬영을 해야 했지만 허진호 감독 본인이 어떻게 찍어야 할 지 답이 안 나온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독도 머뭇거리고 있는데 감독이 아직 준비가 안된 것을 눈치 챈 故 유영길 촬영감독님이 감독을 배려해 이렇게 얘기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빛이 안 좋으니 다음에 찍읍시다."

 

故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당시 故유영길 촬영감독님  모습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에 나오는 헌정 문구.]

 

 

 

 

 

 

 

 

 

 씨X. 내가 왜 조용히 해야 해.

 

 친구 철구(이한위 분)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까지 술을 마신 정원.

가슴 깊숙이 숨어 있던 감정을 파출소에서 폭발시킵니다.

 

'씨바 내가 왜 조용히 해야 해...'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를 분노를 쏟아내는 정원의 모습이 참 가슴 아팠던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한석규씨는 실제로 소주 반병 정도를 마시고 촬영을 했다는 군요.

 

 

 

 

 

 

 

 

 

조감독들. 숙제는 해 왔어? 

 

처음으로  사진 맡기는 일 없이 정원을 찾은 다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둘만의 대화가 사랑스럽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종종 조감독들에게 촬영콘티를 짜오도록 숙제(?)를 냈다고 합니다.

 

이 씬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하루','사랑해 말순씨' 등등을 감독한 박흥식 감독이 짜온 콘티라고 합니다.

촬영장에선 좀 낯간지러운 듯해 편집할까도 생각했지만 심은하씨가 너무 이쁘고 느낌이 좋게 나와서 살렸다고 합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류장하 감독도 '8월의 크리스마스' 조감독이었죠.

 

 

 

 

 

 

 

 

 

 초원사진관의 2층에는 무엇이 있을까?

 

처음으로 예쁘게 화장을 하고 정원을 찾은 다림.

하지만 정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립니다.

이때 2층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정원.

 

'2층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초원사진관의 2층엔 암실이 있다는 설정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2층 암실에서 촬영한 씬도 있었지만 삭제당하는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내 목소리 잘 들려요?

 

놀이공원에서의 데이트를 마치고 다림을 집에 바래다 주는 정원. 

첫 정식데이트에서 군대얘기와 방귀얘기를 꺼내는 정원의 과감함(?)이 돋보이는장면이었죠.*^^*

 아... 다림이 슬쩍 정원의 팔짱을 낄때의 설렘과 떨림이 지금 제게도 전해지는 듯 합니다.

 

이 씬에서 한석규 씨를 자세히 보시면 심은하 씨 쪽만 바라봅니다.

첫데이트를 마친 정원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장면이라는 평이었지요.

허나 진실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씬은 원래 계획에 없고 허진호 감독이 즉흥적으로 일정을 바꿔 촬영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촬영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되었는데요.

 

핀마이크가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심은하 씨에게만 마이크가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해서 한석규 씨가 말을 할때는꼭 심은하 씨를 바라보면서 얘길해야 대사가 잘 전달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석규 씨가 심은하 씨만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이해가 되셨지요?

 

 

 

 

 

 

 

감독님... 촬영 시작할 땐 얘기 좀 해 주세요.

 

정원의 입원 사실을 모르는 다림.

갑자기 소식이 끊어진 정원에게 야속한 마음만 쌓여 갑니다.

이젠 사진인화도 다른 사진관에서 해야하는 다림.

초원사진관 보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시설도 좋아 보이지만 다림의 마음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 장면은 허진호 감독이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심은하 씨에게 촬영 들어간다는 얘기없이 그냥 찍은 장면이라고 합니다.

슛을 기다리는 심은하 씨의 모습이 낯선 사진관에 앉아 있는 다림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깨진 유리창은 누가 붙여 놓았을까?

 

갑자기 소식도 없고 사진관에도 나오지 않는 정원에게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쌓인 다림.

결국 그녀는 사진관 창을 깨뜨립니다.

 

잠시 퇴원한 정원은 사진관을 찾고 다림이 깬 유리창은 누가 테이프로 붙여 놓았습니다.

 

관객들은 이 유리창을 누가 붙여 놓았을 것인가 상상을 했는데요.

 

'아버지가 붙여 놓았을 것이다.'

'아니다. 딸이 붙여 놓았을 것이다.'

'이런 위험한 일을 노인이나 여자에게 맡길 수 있나? 사위가 했을 것이다.'

 

 

 

뭐 대충 이런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촬영현장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있었고 허진호 감독은 사진관에 돋보기를 갖다 놓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아버지가 붙여 놓았을 것이라는 암시를 줍니다.

허나 감독 본인도 그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 되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백하더군요.*^^*

 

 

 

 

 

 

 

 

나... 영정사진 좀 찍어 줘.

 

극 중 가족들과 함께 영정사진을 찍으러 온 할머니.

이 역을 맡으신 배우는 故 김애라 선생님 이십니다. 1940년대 부터 만주에서 연극활동을 해 오신 원로배우시죠.

 

故 김애라 선생님은 영화가 끝나고 3년 후인 2001년 타계하셨습니다.

타계 당시 영정사진을 미처 찍어두지 못했던 유족들은 영화사로 연락을 했고, 영화사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당시 찍었던 스틸사진을 드렸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그대로 김애라 선생님의 영정사진이 되었습니다.

 

 

 

 

 

 [사진관 주변에 쌓인 눈은 솜과 소금으로 만든 가짜 눈입니다.]

 

 

 

 

 다림은 정원의 죽음을 알았을까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다시 사진관을 찾은 다림.

사진관 앞에 자신의 사진이 걸린 것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발길을 돌립니다.

 

다림은 정원의 죽음을 알고 있었을까요?

 

허진호 감독과 심은하 씨가 얘기를 나눈 결과.  모르고 왔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게 열병처럼 찾아왔다가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 않나.', '아.. 내가 저 사람을 이렇게 좋아했었구나.' 하는 기억을 가지고 돌아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는군요.

 

물론 모든 해석은 영화를 보신 여러분의 몫입니다.

 

 

 

 

 

1998년 개봉했으니 올해로 꼭 10주년이 됩니다.

 

10년이 흘러 다시 보아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당신과 함께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당신에게도, 내게도 10년 만큼의 무게가 쌓였겠죠?

 

잘 지내나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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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래된 정원
글쓴이 : 은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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