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Photo Essay

[사진일기] 6년 만에 꽃이 피었다.

작은천국 2017. 7. 14. 01:07

[사진일기] 6년 만에 이 피었다.  


한 해의 1/2이 지나고 7월의 첫 날. 

화분에 물을 주다 보니 

여느 때 처럼 새순이 올라온 줄 알았던 난이었다. 


그런데 이파리 안에 꽃몽우리가 맺혀 있는 걸 발견!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산세베리아 꽃 핀 이후로 꽃때문에 흥분해보기는 오랜만이다. 


이 화분은 2011년에 어느 식물원에 갔다가 꽃이 예뻐서 

일회용 화분에 판매하는 걸 사왔다. 


 그동안 분갈이를 두 번이나 했지만 꽃은 한 번도 피지 않았다. 

생각보다 난 꽃이 피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호접난도, 동양난도 키우는 동안에는 해마다 꽃이 피길래 

이 난도 당연이 꽃이 필 줄 알았다. 


그런데 6년이 지나는 동안 한번도 꽃이 피지 않았다. 

해마다 새순이 올라오긴 했기에 그나마 생육환경이 나쁘지는 않나보다고 짐작만 할 뿐. 


그러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새순이 올라오면 

혹시 꽃대인가 싶어 촉각을 세우기를 몇 년이 지났고 

시간이 더 흐르는 동안 꽃 피는 걸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 난에 꽃이 필 조짐이.

그것도 하반기가 시작하는 7월의 첫 날. 


이 사소한 즐거움을 누구와 나눌 수 없는 게 섭섭할 정도로 기뻤다. 


2011년에 구매했던 난. 




꽃이 핀 상태를 구매했었기에 이 난은 꽃이 어떻게 피는지 

본 적이 없어 아침마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게 신기했다. 

얼마만에 꽃이 피는지 궁금해서 일주일 째 관찰 중. 



5일 쯤 지나면서 또 다른 꽃대 발견. 

새순만 나온줄 알았더니 꽃망울이 맺혔어! 


쭉쭉쭉 잘 자란다.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붉은 색을 띄기 시작. 


점점 더 붉어지더니


드디어 보름 만에 꽃이 활짝! 


거의 6년 만에 꽃을 보니 어찌나 신기한지. 

그제서야 찾아본 난의 이름은 카틀레아!! 




나머지 한 송이도 점점 붉어지고 있는 중. 




올해는 산세베리아 꽃이 안 피어서 서운하다 싶었는데 

카틀레아 덕분에 더운 여름이 즐거워진다. 



메플소프 흉내내기! 


3월 말부터 꽃이 핀 호접란은 카틀레아가 피기 시작하니 거짓말 처럼 꽃이 지기 시작한다. 

내년에 또 만나자. 



꽃이 피지 않으니 화분에 물을 잘 주고 있는 것인지 

잘 자라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했던 순간이었다. 


꽃이 피고 난 다음 카틀레아를 찾아 보니 

가을부터 겨울을 잘 보내야 이듬해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실로 긴 기다림이었다. 

'꽃이 피었으니 언젠가 꽃이 피겠지'라고 하기엔 

물만 주면서 보낸 6년의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긴 시간이 지나 꽃이 피고 보니 갑자기 나는 어땠을까 싶었다. 

6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가끔은 지치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하듯 

6년 만에 꽃을 피우는 카틀레아를 보면서 

위안과 위로를 얻는다. 


또한,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살찌우며 

언젠가 꽃 피울 날을 기다리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뭐- 

꽃이 안 피면 어떠랴. 

 매일 꽃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