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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미술관] 김구림의 현상에서 흔적으로

작은천국 2016. 4. 13. 07:00

[과천 현대미술관] 김구림의 현상에서 흔적으로

 

 

 

올해는 국립 현대미술관의 과천관 이전 3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국립 현대미술관은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하였고

이후 1973년 덕수궁으로 이전 하였다가

 1986년에 지금의 과천으로 이전했다.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은 현대적인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갖추고

 30년간 우리나라 현대미술 발전에 입지(立志)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스페인 출신의 르토메우스 마리 리바스 씨가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으로 취임했고

현대미술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현대미술관 과천관 이전 30주년을 기념해

<과천관 30년 특별전>을 주제로 3월 부터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8월이면 과천관 전관을 활용한 본 전시가 개최가될 예정에 있다.

 

올해는 현대미술관과 조금 친하게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

 

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과천관 이전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3월 18일, 매우 특별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김구림 작가의 1970년에 펼쳐졌던 <현상에서 흔적으로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를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잔디마당에서 재연한 것이다.

 

무려 46년 전 펼쳐진 대지 미술을 2016년에 다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몹시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과천관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는

1970년 4월 11일 한강 살곶이 다리 부근에서 잔디를 불로 태워

삼각형의 흔적을 남긴 김구림의 대표적인 대지미술이라고 한다.

 

원래는 한강의 경사진 둑에 지그재그 선을 그어 7개의 삼각형을 만들고

그 모양에 따라 차례로 불을 질러 까많게 탄 삼각형 4개와

그 사이에 불에 타지 않은 푸른 잔디의 삼각형 3개를 남긴 작업이었다고 했다.

 

장소와 여러 문제로 인해 7개의 삼각형 대신

잔디밭에는 삼각형 4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대지 미술이라고 했지만 상상이 잘 안 되기도 했고

불을 질러 삼각형 안을 까맣게 태우면 어떤 느낌일지 전혀 감이 와 닿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소방차까지 대기하고 있어 안전에 무척이나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한편으로 미술관에서 공식적인 불놀이가 아닌가 싶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위 예술이다 보니 드론이 하늘을 날며 영상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봄날,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벌어질 한바탕 불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다.

 

김구림 작가가 46년 전처럼 불을 지르려고 동작에 들어가자

웅성거리는 소리는 잦아들고 순간 정적이 흐른다.

 

무거운 침묵 속에 드디어 불이 붙었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는데 김구림 작가는 

툭- 성냥을 그었고 무심히 잔디에 불을 놓았다.

 

그리고 불이 붙으며 잔디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순간 김구림 작가는 이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뛰어가서 물어보고 싶어졌다.

 

46년 전 한강변을 호기롭게 태웠던 작가가

초로(初老)의 노인이 되어 다시 한 번 불을 지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은 묵직하고 울림이 있는데 내 생각과 달리

 작가의 표정은 무심하고 무심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없어 제대로 타기나 할까 살짝 걱정했으나

그런 것과 달리 눈 한 번 깜빡이면 어느새 저만큼 자국이 남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두 번째 삼각형으로 불이 넘어갔다.

 

이때부터였다.

무덤덤한 순간이 갑자기 혼미해졌고

순간, 잔디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코끝으로 확- 들어 왔다.

 

불구경보다 잔디가 타들어가는 냄새에 더 아찔해졌다. 

 

 농촌에서는 늘 이맘때 즈음이면 논이나 밭을 태웠기에

오늘 이 퍼포먼스는 농부가 아버지인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익숙한 풍경에 흡사 낙엽 타는 냄새가 더해지니

익숙한 것이 아니라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필 김구림 작가가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내 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잔디가 타들어 가는 냄새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별 생각 없이 바라보았던 퍼포먼스는 단순했지만, 너무 강렬했다.

 

잔디는 타들어 가며 죽어가는데

죽어가는 것을 보며 느끼는 생의 강렬함이라니.

 

다리에 힘이 빠졌다.

 

 

 

잔디가 타들어 가는 냄새마다 흰 연기는 그을린 흔적을 남기며

살아 숨 쉬는 이 생(生)이 몹시도 강렬하게 내 안에서 꿈틀 꿈틀 거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을린 삼각형이 많아질수록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고 경건함마저 느끼게 했다.

 

 

삼각형이 모두 타들어 가는데 걸린 시간 약 45분.

 불과 45분 동안 생의 한가운데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지의 강렬한 기운을 만나는 건 정말 대단한 느낌이었다.

 

이런 엄청난 행위 예술이 46년 전에 행해졌을 때,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지 정말 궁금했다.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기존 예술가를 뒤흔들었을 김구림 작가의 대지예술.

잔디의 탄 흔적만 남은 것이 아니라 46년 전의 시간의 흔적도 남았다.

 

 

앞으로 1년 내내 매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이 작품은 날마다 변해 갈 것이고

그 시간의 흔적은 우리에게 새로운 현상으로 보일 것이다.

 

 과천관 30주년 특별전 선택한 

김구림 작가의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과천관을 찾게 되니 늘 밀린 숙제하듯 전시를 보게 된다.

 

제2전시실 <최현칠, 동행 함께 날다>는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공예 부분 전시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 즐비하고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세련된 공예 작품들에 눈이 즐거웠다.

 

지난 2월 개막전 때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던 <김태수> 전은 제5 전시실에서 볼 수 있었다.

 

전시 제목이 <김태수>라는 사람 이름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서 짐작하듯,

김태수 님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로 이 전시는

건축가 김태수의 삶과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사람의 작품 세계를 한꺼번에 모두 볼 수 있는 아카이빙 전시를 좋아한다.

작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도 빠른 영상물들은 시간이 걸려도 놓치면 안 된다.

 

현대예술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작가의 예술 세계,

 더 넘어서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지 않으면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전시는 그에 충실한 전시였다.

또한, 이전 30주년을 맞이한 국립 현대미술관의 설계과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제5전시실은 늘 느끼지만 매번 전시 콘셉트에 따라 달라지는

전시 디스플레이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시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가장 안쪽 공간에서 은밀하게 만나는 과천 현대미술관.  

한 건축가의 생각과 철학이 모두 녹아 있는 건축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참 아름다웠다.

 

서울관과 달리 생각만큼 과천관으로 향하는 발길은 뜸하다.

밀린 숙제하듯 전시실을 돌아보고 나서는 길.

 

바로 나에게 숙제를 냈다.

그 숙제를 위해 바지런히 현대 미술관으로 움직여야겠다.

 

 

 

■ 과천관  전시 안내

   한국 현대미술 작가시리즈 _ 김형대 회고전 ㅣ 2016년 4월 8일~7월 17일 ㅣ 제 4전시실 및 회랑 일부

   한국 현대미술 작가시리즈 <초록빛 환영_이숙자> ㅣ 2016년 3월 25일 ~7월 17일 ㅣ 제3전시실 및 2층 회랑

   한국 현대미술 작가시리즈 <최현칠 _ 동행, 함께 날다> ㅣ 2016년 3월 11일 ~6월 12일 ㅣ 제2원형전시실

   30년 특별전: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김태수> ㅣ 2016년 2월 19일 ~ 6월 6일 ㅣ 제5전시실

   한국 현대미술 작가시리즈 _ 사진 <육명심> ㅣ 2015년 12월 11일 ~2016년 6월 6일 ㅣ 제6전시실 및 3층 회랑

   《멋의 맛_조성묵》전 ㅣ 2015년 12월 1일 ~ 2016년 6월 6일 ㅣ 제1원형전시실

   오승우 기증작품특별전 ㅣ 2015년 11월 24일 ~ 2016년 5월 1일 ㅣ 제4전시실 내 기증작품 상설전시공간

 

   관람시간(3월~10월)  오전 10시 ~오후6시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전까지)

                                   토요일 : 오전 10시~오후 9시 (야간개장 오후 6시~9시 무료관람)    

   통합 관람권 3,000원(모든 전시 관람) 

   휴관일 월요일

 

■ 서울관 전시 안내

   《님의 정원 : 조덕현 아카이브》전 ㅣ 2015년 11월 11일 ~ 2016년 4월 16일 ㅣ 디지털 정보실 3층 디지털 아카이브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 율리어스 포프 ㅣ 2015년 11월 10일 ~2016년 9월 4일 ㅣ서울박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ㅣ 2015년 9월 15일 ~ 2016년 5월 22일 ㅣ 제5전시실

 

   관람시간(3월~10월)  오전 10시 ~오후6시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전까지), 

                                   수, 토요일 : 오전 10시~오후 9시 (야간개장 오후 6시~9시 무료관람)                             

   통합 관람권  4,000원(모든 전시 관람) 

   휴관일  월요일

 

■ 덕수궁관 전시 안내

    변월룡 1916~1990 ㅣ 2016년 3월 3일 ~5월 8일 ㅣ 제 1,2,3,4 전시실

 

   관람시간(3월~10월) 오전 10시 ~오후7시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전까지), 

                                   수, 토요일 : 오전 10시~오후 9시 (야간개장)                       

   관람료  3,000원 (덕수궁 입장료 포함)

   휴관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