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을 선발하는 과정, 준비 사항 등을 지난 몇 달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다.
그리고 그 하나된 목소리는 광복70년, 8월 15일 저녁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피아니스트 최태완
올해가 광복70년이 되는 해이니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여러 가지 행사를 눈여겨 보고 있긴했지만 사실 <나는 대한민국>에 처음부터 크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쩌다 우연히 돌아가는 채널에서 <나는 대한민국> 합창단 중 하나인 1945 해방둥이 합창단의 지휘를 가수 이선희씨가 맡았고 음악감독이 최태완님이란걸 보게됐다. 자, 이제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객'이 아니라 '주'가 됐다. 최태완님의 목소리는 늘 편집되어 '아', '예' 이 정도 밖에 없었음에도 그는 바로 우유빛깔 최태완이 아니던가!
장난이 아닌데~~ 삼엄한 경비, 엄청난 인파
<나는 대한민국> 입장권을 인터넷으로 신청한다는 것을 봤지만 광복절이 있는 기간에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이래저래 광복절 행사 취재로 휴가가 취소되었지만 막상 집앞에서 열리는 광복절 행사인 <나는 대한민국>은 그러려니 했다. 막상, 광복절이 다가오니 연이틀 자정부터 새벽까지 리허설이 이어졌고 경기장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조명은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무려 3시간의 공연은 지근거리의 소음을 감당할 자신도 없어 차라리 공연장이 낫겠다는 판단에 광복절 당일 아침 현장표를 받으러 나갔다.
현장표를 나눠주는 것에서부터 입장하기까지 다른 공연이나 행사에 비해 까다롭기가 말도 못할 정도였다. 일일이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은 물론 경찰병력이 투입된 소지품 검사에 반입금지 목록에도 없는 물건조차 반입금지가 됐다. 반입금지 물건은 따로 마련된 보관소에 맡기긴 했으나 보관료 이천원을 따로 징수했다. 그리 숱한 공연과 여러 행사를 다녀봤지만 보관료를 받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고 시민들도 불만이 대단했지만 다른 방법이, 이쯤되면 눈치챘다. 아.. 특별한 분(그 분)이 오실 모양이구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축구전용경기장으로 국가대표 대항전은 물론이고 서울 FC의 홈경기에 주말마다 엄청난 행사들이 매주 치러진다. 최근 몇 년동안 경기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건 정말 오랫만에 본 듯하다. 상암구장 수용이 약 6만 5천정도로 알고 있는데 언론 보도를 보니 7만이 왔다고 하는데 경기장 한 면을 모두 무대로 사용했기에 빈 것을 감안하면 7만은 과장이고 대략은 3~4만 정도는 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쨋거나 월드컵 경기 이래로 최대의 인파인 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무대!
그렇게 공연장으로 입장한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라운드석 전체를 무대로 사용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극문양을 형상화 한 무대에 사방의 공간은 건.곤.감.리의 카드 섹션까지 연출하며 객석조차도 무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정면의 주무대는 거대한 스크린을 연속으로 설치하고 광복 70년의 숫자 '7'을 형상화 했으며 양쪽으로 전관람석은 조명으로 채웠다. 화려한 영상미와 더불어 조명으로 채워진 관람석까지 골고루 활용한 무대는 매우 돋보였다.
이미 리허설에서 예사로운 조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무대는 어떠한가. 처음엔 고정된 무대인줄 알았는데 무대가 이동하기도, 돌출되기도 했다. 이러니 시선은 무대에 고정! 할 수 밖에 없었고
노래나 가수의 분위기에 맞게 폭죽, 풍선, 화염이 쉴새없이 올라오니 화려해도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공연이었다. 상업 공연이었다면 그라운드석에 의자를 더 놓았을 것이고 객석을 채웠을 것이다. 엄청난 규모에 화려함이 더해진 공연은 국내 정상급 스타 가수의 공연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제1부 광복 70년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암. 본격적인 합창공연이 시작되기 전 YB 윤도현의 '오! 필승코리아'가 불린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옆사람과 어깨에 손을 얹고 "오! 오! 오!" 에 몸을 앞 뒤로 흔들어줘야 한다. 몸이 기억하는 것은 뇌가 기억하는 것보다 때론 더 영민하다.
<나는 대한민국> 합창단의 첫 번째 순서는 젊은 청춘들과 함께 어우러진 '연아 합창단'이다. 지휘는 가수 이승철씨가 맡았다.
두 번째 순서로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과 여야 국회의원이 목소리를 모은 '아침 합창단'
바로 이어 세 번째 합창단의 공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재외동포로 구성된 합창단이었다. 전 세계 각국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재외동포들도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한 목소리로 어우러지는 노래는 더욱 특별했다. 고정된 중앙무대를 두고 떨어져 있던 세 개의 무대가 이동하며 오대양 육대주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압권은 뒷편의 LED조명이 재외국의 국기들이 아로 새겨지니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동포와 함께 나누는 광복의 기쁨은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다소 숙연해진 무대는 GOD와 EXO가 깜짝 등장하며 분위기는 다시 급물살~ . GOD의 팬들과 EXO의 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으로 경기장안은 떠나갈 듯해고 귀도 먹먹해졌다. 함께 공연을 본 지인은 무대를 보는 것보다 팬들의 함성이 더 볼거리라고 했다. 오랫동안 조용필님의 충성팬으로 있는 나로서는 팬심 충만한 행동들을 이해하고도 남음이었다. ^^
어쩌면 <나는 대한민국>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좋을 1945 해방둥이 합창단이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세월이 쌓이면 평범한 인생이라도 살아온 이야기는 소설 책 한권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해방둥이들은 1945년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하다. 그들이 느낀 희노애락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희노애락속에는 시대의 아픔이, 역사의 결이 함께 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던가! 가장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1945 해방둥이 합창단이었다.
1부를 장식하는 마지막 곡은 특별한 게스트로 등장한 박근혜대통령, 전 출연진, 객석의 관객들이 모두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애국가'를 한 목소리로 부르니 이것이야말로 국민대합창이었다.
객석에는 대형 태극기가 나부낀다. 나라를 잃었던 비참한 시간을 지나, 참혹한 전쟁의 시간을 견뎌내며, 굶주림으로 배곯은 시간을 버티며 불과 70년 만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여전히 반쪽짜리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다. 언젠가 통일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제2부 대한민국 최정상 가수들의 축하공연
화려했지만 차분하게 진행됐던 1부 공연과 달리 2부 공연은 화려함의 절정판이었다. 국내 최정상의 가수인 이승철, GOD, 이선희, EXO가 BIG4라는 타이틀을 걸고 개인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였던 이승철
GOD 재결성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을까 싶을 만큼 팬들의 열렬한 환호성이 이어졌다. 무대 정면 3층 객석에 팬클럽석이 따로 마련됐는데 역시 젊은 가수에 젊은 팬은 그 열기 또한 못지 않았다. 지근거리에 있었던 덕분에 귀청 떨어질뻔! 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
세 번째 순서였던 이선희씨의 무대는 두 말이 필요없을 만큼 명불허전이었다.
첫 번째 노래가 끝나고 두 번째 노래인 '아름다운 강산'에서는 라이브밴드와 함께 했고 뒤로 빠져 있던 밴드의 무대는 서서히 무대 중앙으로 이동했다.
풍물놀이패와 함께 어우러져 국악버전으로 편곡된 '아름다운 강산' 은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버전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최고 중의 최고였다. 항상 느끼지만 라이브밴드와 사물놀이와는 전혀 다른 색깔, 전혀 다른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그 조화로움은 기가 막힌다. 라이브 밴드와 어우러지는 굿거리와 자진모리 장단이 적절히 밀고 당겨준다. 은근한 북소리가 심장을 때리고, 태평소가 흥을 돋우고, 꾕과리가 절로 어깨 들썩이게 만들며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흥을 깨워내니 전 객석은 모두가 어우러지며 신명나는 한 판이 벌어졌다.
사실 이번 공연은 모든 것이 나무랄 것이 없었고 흠잡을 것이 없다. 단, 음향만 제외하고. 약 7만을 수용에 3층까지 객석이 이어지는 드넓은 상암경기장이건만 공중스피커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소리들이 전부 그라운드에만 머물고 내가 앉은 3층까지 소리가 올라오지 않다보니 모든 멘트는 물론이고 MR은 소리들이 뭉쳐서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무대에 시선만 고정시킨채 중간에 DMB 시청을 하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노래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했을 정도였다. 만약 그라운드나 1층에 앉았더라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일전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있었던 폴 매카트니 공연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음향은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은근 조용필님 이곳에서 공연 한번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으나 이번 공연보고 말끔히 접었다. (조용필 공연 음향팀이라면 좀 다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밴드와 쨍쨍한 풍물놀이패의 소리를 뚫고 나오는 가수 이선희의 가창력은 모든 아쉬움을 한번에 해결했다.
두 번째 간주부분에서 한치의 오차없이 터져주는 불꽃에 기다렸다는듯 풍물패의 한 판 놀음은 감탄에 감탄을 더해도 부족할 만큼 최고였다.
마지막 무대는 EXO가 장식했고 김연아 선수도 다시 나와 EXO와 함께 최종 공연을 마무리했다.
더없이 멋지고 훌륭했던 광복 70년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그러나 아쉬웠다.
국내 최정상의 가수들의 무대도 상업적인 논리를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연출하기는 힘들것이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었던 어마무시한 대형공연이었다. 정부 행사라면 의례껏 다소 평면적인 공연이라는 기존관념을 완전히 뒤집었을만큼 현장에서 본 공연궐러티는 남달랐다. 공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지고 훌륭했기에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공연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 어느 해 보다 특별한 광복 70년, 축하해야 하고 축제의 날이 당연하다. 그리고 분명 가슴뭉클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하지만 더 없이 화려했던 공연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켠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엄청난 공연에 투입된 예산이 얼마였을지 궁금해졌다. 화려한 공연으로 광복 70년을 기념하는 것도 더 없이 멋지고 훌륭하지만 광복 70년의 취지를 살리면서 소박한 공연을 주최하는 대신 절약되는 예산으로 소외된 독립운동가나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더라면 광복 70년이 훨씬 더 의미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어쩌지 못했다.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돼" -영화, 암살 중- 많은 선조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댓가로 이룩한 대한국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