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전시회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은천국 2015. 8. 10. 06:30

전시회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시 기간 중에 폭염 경보가 3번이나 발령되는 

엄청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전시장을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셔서 전시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부러 저의 작품을 보기위해 전시장을 찾아주셨음에도

제가 전시장에 없어서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전시장에 에어컨 시설이 없는 줄 미처 몰랐기에

8월 무더위에 전시 초대하기도 정말 송구스러웠던 마음뿐이었으나

 

서울은 물론이고

강릉에서 춘천에서 하남에서 용인에서 등 각지에서

'산티아고'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함께 추억할 수 있어서

저 역시 더없이 행복하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마음으로 이 전시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 산티아고와 안녕을 고하는 마지막 전시회

 

9번째 사진 전시이자 산티아고를 주제로 한 4번째 사진전이 끝이났다.

 

산티아고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이미 3번이나 전시를 했었고

내 감정이 산티아고를 담아 두기엔 너무 멀리 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산티아고를 주제로 하게 되는 마지막 전시였다.

 

산티아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시가 까미노를 함께 걸었던 그들과 함께여서 참 좋았다.

 

전시 제목이 '함께 걸었던' 이라고 붙은 이유도 그 이유겠다.

 

# 우리 함께 전시하게 되면 참 좋겠다.

 

전시를 위해 주제를 정하고 몇 달씩 작업했던 것과 달리

전시와 전시장의 성격도 그렇고 모두들 사진 전시는 처음이었기에

전문적이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까미노를 함께 걸으며 우리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전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이들과 (멤버가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함께

산티아고까지 총 35일의 여정 중 28일을 함께 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랬다.

우리 나중에 함께 산티아고 전시하게되면 참 좋겠다고!

그때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를 하게 되다니...

 

고행과 같은 산티아고를 길을 걸으며 소망했던 것들은

그것이 언제가 되건 이뤄준다는 다소 미신같은 이야기가 있다. 

미신같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소원했던 3가지 중 2가지는 이미 이뤄진 셈이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다.

 

게다가 거짓말처럼 전시를 하게 되지 않았는가.

 

 

 

 

 

# 전시는 나의 성장을 확인하게 한다.

 

몇 번의 회의를 통해 자신의 보여주고 싶은 산티아고를 각자의 스타일에 따르기로했고

다들 사진을 걸 예정이니 나까지 사진을 굳이 걸 이유가 없어서

이미 첫 사진 전시회에 선보였던 에세이 컨셉을 다시 선보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다시 꺼내고 보니,

전시가 뭔지도 사진이 뭔지도 완전 까막눈인 상황에서 만들었던 작품은

최선이었건만, 지금 보니 여기저기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총 37장의 작품 중에 공간상의 문제로 6장이 빠지게 된 상황이 되었고

감정선을 따라 스토리가 있기에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1장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일자로 붙이지 않고도 어떻게하면 전달이 될 수 있을지 전시 전날까지도

이리저리 온갖 방식으로 전부 조합을 해 보았으나 부산스러웠다.

게다가 내 옆에 붙게 되는 작품의 액자와 고려할 때 판넬만으로는 효과가 반감될 듯하여

개인 사진 한 장을 넣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나니

이젠 총 10장을 빼야하는 상황앞 속수무책일 수 밖에..

 

내 욕심을 차리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작품의 조화를 고려해야하는 단체전에서는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되는 지라 욕심을 내려놓고 전체 구성만 생각해 

쉬어가는 페이지는 모두 들어내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최종 디피를 하고 나니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자평을~~

 

하루 전에 앞팀이 전시가 끝나서 전시 전날 디피 시작~

 

일직선을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다.

레이저선이 없는 전시장이라 완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일이 선을 잡느라 걸린 시간만도 2시간이 넘었다.

 

그리고 다시 못을 박는 작업으로 마무리...

콘트리트 벽에 나무로 가벽을 세운 전시장은 나무가 하나의 벽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공간에 띄어져 있는 상황이라 각각의 나무가 수평이지 않아 작품을 박아도 칼선이 나오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아무리 해도 한계가 있어 그냥 마무리 하기로 했다.

 

 

총 6시간이나 걸린 디피 내내 고개 들고 서서 망치질하느라

 고질적인 목 통증과 허리통증이 도져 며칠 고생해야 했다.

 

전시장에서는 이렇게 한참을 읽어야 했지만 꿋꿋하게 열심히 읽어주셨다.

 

 

# 공감대 그리고 푼크툼(punctum)

 

몇 개의 글들에서는 한결같이 '내 얘기' 같다고 하셨다.

 이 작품으로 첫 전시를 했을때도 많은 분들께 들었던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몇몇 사진이 좋다고 하는 것도 여전했고

이미 5년이나 지난 글들이건만, 여전히 그들의 무언가가 건드려진다.

 

'내'가 되지 않고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절대적인 그들의 주관적인 감정이 내 사진과 글을 통해 그들에게 닿았다.

내 몫은 아니다. 그건 그들의 몫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작가로써 한 사람이라도 이 사진과 글이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면

이 전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추억은 봇물 터지고

 

산티아고 전시 소식이 전해지니

산티아고로 인연이 닿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들의 SNS에는 그에 맞춰 그들의 산티아고 사진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산티아고는 그런 곳이다.

 '산티아고'라는 이유 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가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그건 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 자신이 걸었던 산티아고를 등에 지고 오셨다.

그리고 전시장에 내려 놓고 가셨다.

 

봄에 간 사람은 봄에 간 사람대로

가을에 간 사람은 가을에 간 사람대로,

아침에 간 사람은 아침에 간 사람대로

모두가 자신이 간 길이 가장 최고의 풍경이 되는

'산티아고'는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블랙홀 같은 곳이다.

 

산티아고를 다녀오고 나면 적어도 1년 동안은 주위 사람들은

자신이 산티아고 다녀온 냥 생각해야 할 정도로 지겹도록 들어줘야 한다. ^^

욕하지 마라. 그 길을 걷고 나면 너나없이 다 말이 많아지게 되어 있다.

 

산티아고 다녀오고 6개월만에 첫 전시회를 할 때는 내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동안의 시간이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만큼 나를 키웠냈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사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만 이처럼 퍼펙트하게 찍힌 사진은 많이 보지 못했다.

내가 잘 찍어서 아니라 이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 찍게 된 사진이다.

 

개인전의 표지 사진으로 사용했을만큼 의미도 애정도 크고

아트페어 성격의 전시에서 출품했던 8작품 중 하나로

그때 이 작품을 팔라는 유혹에도 팔지 않았을만큼 애정하는 작품이다.

다시 인화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나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분이 계셔서 판매를 결정했다.

2015년 6월 19일 까미노를 걷고 한국에 들어오셨으니

여전히 울컥울컥하는 마음으로 지내실 그 마음에 움직였다.

 

나 보다 더 내 사진을 사랑해 주실 것이니 기쁘다.

 

# 그리움은 불현듯

 

전시가 종반으로 가던 어느 날 새벽에 느닷없이 그리움이 파도가되어 밀려왔다.

 

기억의 편린들은 날카롭게 살아 움직였고

그 길에서 만나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이 그리웠다.

 

시간을 공유하고, 공유한 시간이 추억이 되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하게 하는 까미노.

 

절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들을 모두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헛된 상상을 해 본다.

 

그 길에서 하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SNS에 이 사진을 올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6년만에

당사자가 댓글을 달아서 알게됐다.

 

순간에 짧은 만남으로 스쳤기에 그 일을 기억이나 할까 싶었는데

그 일을 너무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

 

하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 다시 길 위의 순례자가 될 때까지

 

나는 전시를 여러 번 했기에 친구들이 내 사진은 많이 봤지만

그동안 친구들의 사진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전시를 하면서

친구들의 사진을 보게되니 기분이 좀 묘했다.

 

같이 걸으며 같은 풍경을 보았으나 늘 그렇듯 다른 이의 뷰파인더는 낯설다.

그리고 그들이 담은 나의 사진들도 이번에 만나게 됐다.

 

산티아고를 언제 다시 갈지 장담할 수 없으나

나는 언제나 길 위의 순례자다.

 

삶이 순례길이지 않은가!

 

# 지금은 꿈꾸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

 

 가볍게 생각했던 전시는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만큼 가볍지가 않았다.

 

그건 지난 시간과의 결별을 해야한다는 것이었고

앞으로 내가 마주해야 할 새로운 시간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본의아니게 6년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현재 내가 머무르고 있는 상황과

 내가 얼마만큼의 성장을 한 것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전시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산티아고를 걸으며 모든 생각을 빠짐없이 적어내려갔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너덜너덜 꼬질꼬질해진 일기장은 내가 그 길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증거가 되어주고 있다.

그 힘들었던 시간은 한 번이면 족하기에 지금은 희미해진 기억을 위해

일기장 내용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만, 빈 노트의 제목을 뭘로 정할까 일 주일 넘게 고민하다

떠오른 '지금은 꿈꾸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를 적으며

몹시도 떨렸던 기분만은 생생하다.

 

모처럼 표지를 보니 비장했던 그 마음은 아니지만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느슨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독여 본다.

 

#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이젠 이 작품을 책 혹은 작품집으로 만들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이 내용으로 책 제의를 몇 번 받기는 했었는데

여러 가지 조건들과 방향이 맞지 않아 결국 출판은 되지 못했다.

 

대신 전시 작품이 남았고 오히려 출판물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만족한다.

완성된 파일이 있으니 이 내용만으로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사진을 더 넣어서 구성할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긴 하다.

 

그동안은 막연히 만들긴 해야겠는데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하고 나니 어떻게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결과물로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이젠 진짜 산티아고 안녕~ 하겠다.

 

이렇게 또 하나의 전시를 통해 

'나'와 만났던 시간은 2015년 8월의 살인적인 더위와 함께 기억되리라. 

 

 

관심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