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Country/Taiwan

[대만여행] 낯선 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났던 대만여행

작은천국 2014. 11. 3. 06:30

[대만 여행] 낯선 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났던 대만여행

 

지난 주에 가족들과 함께 책 수정본관련 추가 취재 겸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대만은 여전했고,

같은 장소에서 받았던 느낌들과 생각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그때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만난 뜻밖의 순간은

그 폭의 파동과 진동이 훨씬 더 의미있고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대만 여행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

 

지금 공개한다~

 

작년에 대만의 핫한 번화가인 동취 거리 뒤쪽의 숍들 몇 군데를 돌아보았으나

독립아이템으로 쓰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취재만 해두고 사장된 곳이 있었다.

 

이번에 다시 보강 취재를 하면서 시간이 조금 남던 차,

마침 작년에 가봤던 곳이 근처에 있어서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들러 보기로 했다.

 

그곳은 아트서적을 판매하기도 하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용품들을 취급하는 북카페다.

 

작년에는 너무 정신없이 취재를 하느라 별로 여유가 없어 찬찬히 책을 살펴 보지를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저 여행자의 마음으로 느긋하게 책방을 둘러 봤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여쭤보니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사진도 찍으며 느긋느긋~

 

건축관련, 디자인관련, 요리관련, 사진관련 등등 예술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빼곡하게 있는 곳이라 전공분야의 사람이라면 필수로 방문하면 좋겠다 싶었고

굳이 전공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방문해도 충분히 좋은 곳이었다.

 

그러다 사진책 코너에서 우연히 눈에 띈 메플소프의 사진집! 에 그만...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와~~~ 너 정영 메플소프란 말인가 싶어서

동공이 커지고 심장은 벌렁벌렁 콧구멍도 들썩들썩....

 

너무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ㅠㅠㅠ

  

 

드문드문 그의 사진들을 접하기는 했지만

그의 주요 작품들이 모두 실린 사진집을 본적은 없었기에

생각지도 않게 대만 책방 한 귀퉁이에서 메플소프의 사진을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던가...

 

('성性을 가시화한 꽃의 화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조지아 오키프'의 일대기를 다룬 책도 

공공도서관에서는 19금 책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 걸 볼 때, 

19금 이상의 적나라한 사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플소프의 사진집은 공공도서관에서는 감히......)

 

너무 흥분해서 지인에게 책 표지를 찍어 보냈더니

지인 역시 단번에 "대박!" 이라며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보내왔다.  

 

1946년 뉴욕이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지나 1989 사망한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플소프(Robert Mapplethorp)

 

 메플소프는 그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곧 사진인 예술가로

현대사진에서 반드시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하다. 

 

 

그 자신의 삶 자체는 성(性)에 관한 다양한 통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동안  

언제나 외설시비에 휘말리며 포르노에 가까운 과감한 사진들은 사회적인 통념을 건드렸고

그래서 그의 사진들은 언제나 논란과 함께 주목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더러는 익숙하게 본 사진들도 있고

또 더러는 처음 보는 생소한 사진들도 있었다.

 

메플소프의 사진들은 19금을 능가하는 사진들이 많아서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그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속이 메슥거릴만큼 다소 충격적이었던 기분은 어쩌면 인간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말초적인 부분에만 집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업이 모두 담긴 사진집에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고 있는 작업들을

오랜 시간동안 느린 호흡으로 주의깊게 마주하는 동안

그가 가진 심미안과 일상적이지 않은 삶이 필연적으로 품을 수 밖에 없는

묘한 슬픔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듯 했다.

 

 

 

특히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작업한 셀프 포트레이트의 작업들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꼼꼼한 심미안과 탁월한 기술로 제작된 그의 초상 사진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메플소프하면 덮어놓고 워낙 센(?) 사진들이 등장하는 탓에

프레임 구성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사진집을 보다보니 그가 구성하는 과감하면서도 간결한 프레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작업 중에 가장 독립적이면서도 기존 작업과는 굉장히 대조적인 그의 꽃 사진은

 

그의 입을 빌리자면

"한편으로는 나의 사진들이 집에 걸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과 달리

꽃 사진은 돈을 버는 수단임과 동시에

정물인 꽃을 대상으로 빛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연습" 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꽃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접근하고 있는 조명과 구성의 방식은

몸을 찍고 있는 방식과 거의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즉, 메플소프가 찍는 꽃 또한 단순한 꽃이 아니라

성(性)이 간접적으로 은유되고 있는 다양한 의미로 확장된 꽃이다.

 

다만, 그 소재가 달라짐으로 대중들은 다르게 반응 할 뿐.

 

 

 

 

 

어려서 부터 앤디 워홀을 롤 모델로 삼아 그 처럼 되고 싶어 했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속성을 애써 숨기는 속물근성의 예술가와 달리

성공해서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위한 목적과 수단의 예술이 아닌

예술가로 성공해서 돈을 버는 것을 갈망했던 메플소프.

 

사진가의 눈을 통해 선택된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었기에

사회의 통념과 편견을 넘어 파란만장한 그의 삶 자체가 다가갔던 금기의 영역은

그래서 더욱 처연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듯하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작가의 사진집을 대만여행에서 우연히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너무나도 뜻밖이었고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은 아니지만 현대 사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메플소프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었을 듯 하다.

 

배낭 둘러메고 타국을 어슬렁거리며 만나는 한 순간이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을 제공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