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nkook's Diary/Life Log

산세베리아도 꽃이 피나요?

작은천국 2013. 5. 31. 11:04

산세베리아도  꽃이 피나요?

 

 

 

올해도 산세베리아 꽃이 피었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렇게 물었다.

 

"산세베리아에도 꽃이 피어요?"

 

하긴 나도 작년에 산세베리아에 꽃이 피었을 때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지않아서 산세베리아가 꽃이 피는 식물인가 싶어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되레 산세베리아에 꽃이 피냐고 물었을 만큼

산세베리아에 꽃이 핀다는 사실이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보기 힘든 꽃이 바로 산세베리아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세베리아 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도 하기도 하나보다.

 

운이 좋게도 작년에 꽃이 피고 올해 또 꽃을 피워

밤이며 밤마다 은은하면서도 고고한 향기 가득한 산세베리아 꽃이다.   

 

작년에 산세베리아 꽃이 피고 지고 난 뒤, 설마 올해도 꽃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5월이 들어서면 살짝 분주해진 탓에  화분을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가

며칠 뒤... 어머나!!!  이게 뭐야 산세베리아 꽃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작년에는 화분 하나에만 꽃이 피었는데 올해는 두 개의 화분에서 산세베리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꽃대의 생김새는 사람도 저마다의 얼굴이 있듯이 서로 달랐다.  

 

작년에 꽃이 피고 올해 또 꽃이 피는게 너무 신기해서 확인해 보니

기후랑 조건이 맞으면 1년에 한 번씩 꽃이 핀단다.

 

꽃대의 크기도 제각각으로 달랐다.  

 

 

하루종일 꽃 이슬이 달려있는 것도 신기했다.  

 

작년의 경험상, 꽃대 올라오고 약 20여일이 지난 후 꽃이 피었던 지라

올해도 5월 하순 쯤이면 꽃이 피겠다 짐작은 했다.

 

꽃이 핀 첫 해에는 멋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화를 맞이 했었고

올 해 두번째로 맞이하게되는 산세베리아 꽃은 귀함을 알기에 더 신경이 쓰이고

날씨는 또 왜그리 들쭉 날쭉 하는지 혹여나 하는 마음에 마음을 졸일만큼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8일... 드디어.. 드디어... 애타게 기다리던 산세베리아에 꽃이 피었다.  

 

 

 산세베리아 꽃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지고 밤에 피는 꽃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언제 꽃이 피는지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피어 버린탓에

처음 꽃이 필때는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난 주 봄 장마 처럼 며칠 내내 비가 온 덕분에

산세베리아도 착각을 했는지 오전 11시경 한 개의 꽃망울이 툭 터졌고

조금의 시간 간격을 두고 일제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아주 느린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마냥 몇 십분 단위로 꽃잎이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나의 흥분 지수는 극에 달했다.  

 

가슴이 벅찰만큼  자연이 주는 경외로움은 감탄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는 듯하다.

 

다른 쪽 화분을 살펴보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어 며칠이 더 걸릴 듯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경이 넘어 다시 산세베리아 꽃을 확인해 보니~

이젠 맨 위에 있는 꽃까지 입을 벌리고 있는 중이었다.  

 

가느다란 꽃잎 5장이 주는 화려함은 힘이 넘친다.  

 

비가 온 날씨덕분에 낮에 피기는 했지만 자연의 섭리는 정확한 것.

향기를 피우지 않는다.  

 

어찌보니 백합을 날씬하게 그리면 이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세베리아에 꽃이 피었다고 하니 다들 화분관리를 어떻게 했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물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물을 많이 줘야 하는 식물이 있지만 산세베리아 같은 경우는 건조하게 키우는 것이 좋아서

여름에는 15~20일에 한번, 겨울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물을 흠뻑 준다.

 

그렇지만 시시때때로 화분의 흙을 살펴보고 흙의 상태에 따라서 가변적이기는 하다.

 

 오후 9시가 넘어 다시 들여다본 산세베리아는 본격적인 자태를 뽐내며

어두운 거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꽃이 활짝피면 이렇게 꽃 이파리가 뒤로 돌돌 말리며

 

더 화려한 몸짓으로 자신감 충만한 모습을 드러낸다.  

 

밤에 피는 꽃이라 혼자 이렇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게 다소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희미한 어둠속에 희끄무레한 자태를 뽐내며 향기는 정말 정신이 아찔할만큼 몹시도 매혹적이다.

 

동양난의 향기가 진하디 진한 향이라면

산세베리아의 향은 동양난의 향기보다 덜 진하지만 그 향은 더욱 은은하며 고고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가끔은 창문을 열어두고 불꺼진 캄캄한 거실에 누워 바람결에 실려오는 산세베리아 향에 취해

생각속에 잠겨 몽유도원을 거닐어 보기도 한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은근한 향기가 일으키는 마음의 향수들이 파도처럼 일렁거린다.  

 

 

신데렐라가 구두를 벗은 것 마냥 다음날 아침이 되니 신기하게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매일 저녁이면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활짝피어나는 산세베리아 꽃.

작년만큼의 흥분지수는 아니지만 두 번째 보는 꽃은 또 다른 기운과 또 다른 느낌이 전해온다.

 

그 귀함을 알기에  행여나 하는 마음에 아슬아슬했고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한 떨림속에 전해지는 기쁨, 흥분 더불어 고통까지 품은 뒤에야 만날 수 있었던 산세베리아 꽃이었다.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 법.

 

귀한 사람이고 귀한 인연일수록 기쁨과 흥분의 설렘속에 따라오는 고통마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산세베리아 꽃이 나를 가르치고 있구나.  

 

 

귀한 꽃이 피었으니 집에 경사가 있거나 행운이 있을꺼라며 덕담을 다들 덕담을 건내주셨다.

지난 해에도 꽃이 피었는데 크게 잘 모르겠고 그냥 꽃 핀 것이 좋다는 시니컬한 말에

분명히 작년에도 좋은 일이 있었을 거고 올해는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풋!  웃음이 터졌다.

 

꼭 행운이라는 것이 물질이어야 한다는 이 고정관념을 어찌하면 좋을 꼬?

생각해보니 작년에 행운과 같은 좋은 일이 어디 한 두개 였던가...

행운이라고 칠라면 내가 살아 있어 숨 쉴 수 있는 것 부터가 행운이지 않은가?

우리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것도 행운이고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 모든 것이 행운이니

매일 눈 뜨는 아침이 내게는 행운이다.

 

난 역시 행운아야~~~~ 

 

근데 왜 복권이 사고 싶을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