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까미노에서 만났던 외국인, 한국인이 좋아 한국으로 여행을 오다

작은천국 2010. 5. 15. 00:26

 

행커 할아버지가 서울에 드디어 오셨습니다.

오늘 명동성당앞에서 린다아줌마와 함께 만났습니다.

참... 이게 믿기지가 않네요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을 떄 할아버지를 만났고

나의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억수같이 비내리던 나발날에서 나는 행커할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트리아까스텔라까지 같이 걷고 헤어지고 이후로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만나게되었네요

까미노를 걷는 내내 할아버지는 한국사람들이 너무 좋다며 할아버지의 카메라엔 온통 한국사람들을 담느라 분주하셨지요

까미노 중 만났던 한국사람들의 사진을 이렇게 전부 챙겨가지고 오셨습니다.

같이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할아버지가 한국에 계시는 6월말까지 이 분들을 다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연락할 방법이....

특히... 신지군.... 이거보면 연락 좀 하시게....

아~~~ 이 사진들보니 정말 너무 너무 새록새록 까미노 생각이 나네요~~

 

사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팀과 이렇게 특별한 인연을 맺게된 건 오세이브레이로의 특별한 밤때문이다.

이 날은 할아버지의70세 생일이란걸 우연히 알게되었고 이 멋진날을 그냥 보내선 안된다며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들(지수, 은수, 보성언니)이 자는 할아버지를 깨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드렸다.

오세이브레이로 알베르게의 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궁금해했고

할아버지는 완전 창피해하셨지만 뭐 그게 대순가?

 

굳이 안찍겠다는 기념사진을 찍어야한다고 하니 나름 뉴욕커인데 내복이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바스트샷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하셨다.

그냥 고마워서 해 보는 말일 수도 있겠다 혹은 진짜 오고 싶다고 하더라도 정말 오실까? 반신반의 했었다..

그 이후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때면 어김없이 먼저 메일을 보내주시고

또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을 땐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그리고 지난주 방콕을 거쳐 드디어 한국으로 오셨다.

 

 

그곳에서 만났던 한국사람들의 사진을 전부 챙겨가지고...

나바날에서 찍힌 사진을 제외하곤 왼쪽에 내 사진이 있긴 한데 도저히 언제 찍힌것인지 어디에서 찍힌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도록 까미노에서 있었던 일, 만났던 사람, 왜 까미노를 가고 싶은것인지 등등

끝도 없이 이야기가 번져가고 세상에나 나보다 할아버지가 어찌나 더 기억력이 좋으시던지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정확히 언제 만났고 무얼 먹었고 무슨 이야기를 했고 등등

정말 하나도 빠지지 않고 기억을 하고 계셨다

 

한국에서 일주일....

이미 한국 사람이 다 되셨다. 교통카드도 구매하셨고 충무로에서 빌라를 렌트하셨고

서울역에 있는 L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신다고 하셨다.

오늘은 남산도서관에서 가서 책도 보고 잡지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산책도 하고 오셨단다..

이런.... 지수는 자기도 아직 안가본 남산도서관에 갔다며 놀라워했다...

게다가 청계천도 이미 걸으셨고 서울광장, 광화문광장도 다 가보셨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도 한 차례 보셨다고 하셨고 다음주가 석가탄신일인것도 알고계시니

당췌 뭘 더 알려드려야할지 모르겠다...ㅎㅎㅎ

역시 호기심 많은 행커 할아버지다.

오늘 인사동을 같이 걸었는데 완전 좋아라 하셔서 다음에 북촌을 같이 걸어보자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다.

행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국영화를 너무 좋아하신단다. 미국영화는 상업영화이고 오로지 돈을 벌기위해 만드는 영화라

싫다며 한국영화가 너무 좋단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집으로에 대해서 줄거리까지 너무 세세하게 이야기하셔서

정말 깜짝 놀랐다... 한국영화의 정서에 대해서 이해를 하냐고 물었더니 완전 이해하신다며 영화 '집으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산티아고를 가게된 이유와 연계되어

이야기는 한도끝도 없이 이어졌다... 다만.. 영어로 이야기하는게 좀 머리가 아팠지만...

뭐 눈치3단에 코치4단이 붙었으니 뭐가 더 필요하랴만은...

어쨌든, 10시가 넘어 집으로 들어오면서 종로를 처음 걷는 할아버지는 신기하다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역시 마음은 청춘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더니 70의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나와 지수를 보고 20살인줄 알았다고 하셨는데 나이 얘기했더니 기절하실뻔하시더라...ㅎㅎㅎ

이런... 계속 비밀로 남길걸 그랬나보다 ,,,, ㅎㅎㅎ

 

까미노를 걸을 때 마틴쉰 주연의 영화가 촬영되고 있었고 올해 5월에 개봉한다고 했는데

할아버지 말로는 올해 10월이나 11월에 개봉된다고 하셨다... 아 정말 기다려지는 영화이다..

행커할아버지... 가 가진 한국사람들의 모습들....

까미노에서 한국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그 모습들이 좋아 한국을 사랑하게되어 이렇게 한국을 방문까지 하시게되었다.

우리에게 너무 특별했던 할아버지의 생일날... 할아버지도 잊지 못하겠지만 우리도 그날의 특별한 기억을 잊지못한다.

이렇듯,,,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 길만으로도 특별하지만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우리의 산티아고는 누구에게나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때때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내가 특별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소중하게 다가오는 하루이다.

 

그저 바쁘게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보다 서울에서 머물면서 그냥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행커할아버지...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이 아닐런지 싶다.

헤어지면서 지수와 나도 외국 어느 시골 마을에서 한 달 쯤 머물면서 동네사람들과 친분을 익히고

저녁을 먹고 마실삼아 동네 카페에 앉아 동네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한 달을 보내고 오면

너무 좋겠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할아버지야말로 딱 그렇게 여행을 다니시고 계시는 듯하다.

캠핑을 좋아해서 1월에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3주간 텐트치고 캠핑하고 오셨다는데

언제 한강 난지공원에서 캠핑이나 한 번 해볼까?

계시는 동안 자주 못 만난다하더라도 오늘 만나고 보니 걱정은 없을 듯하다.

이미 서울 시민이 다 되신듯하다.  

서울시민처럼 보인다고 하니 어찌나 좋아라 하시던지 행커할아버지와 린다할머니는 소년,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셨다~

 

스페인에서 별 것 아닌 것 처럼 스쳐지나간 인연이었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다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까미노에서 만났던 모든 외국인 친구들을 서울에서 전부 다 같이 만나면 정말 너무 환상적일듯하다...

데이비드, 랄프, 게랄드, 레일리안, 탐, ,,, 아 보고싶다 까미노 친구들~~

 

 

 

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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