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 Yong Pil/YPC Article

[한국일보] '국민 희망 콘서트' 조용필 인터뷰

작은천국 2009. 6. 9. 10:05

함께 노래하며 기쁨 추억 나누는 흥겨운 무대로

 

기사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0906/h200906090323399199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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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에게 있어 무대는 그의 전부, 노래와 인생을 완전하게 하는 절대적인 장소이다. 그래서 그의 무대엔‘가왕’이 뿜어내는 진실한 공연을 찾는 이들이 항상 구름처럼 몰려든다. 와이피씨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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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이‘한국일보 창간 5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친필 메시지와 사인을 한국일보 독자들에게 보내왔다.

'가왕(歌王)' 조용필의 근황이 궁금하다는 말들이 들렸었다. 지난해 데뷔 40주년 기념 투어를 거의 1년 내내 치러내느라 피로에 젖어있을 것이고, 그래서 당장 무대에서 '영원한 오빠'의 건재함을 확인하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일보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조용필 국민희망 콘서트'(13일 오후 7시 경기 일산 킨텍스)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파란만장한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한 마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는 자신의 길 앞에서 주저함이 없는 '가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앞 와이피씨프로덕션에서 만난 그는 13일 공연의 무대 설치를 위해 스태프들과 잇달아 회의를 가지며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피로라고는 한 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 한국일보 창간 기념 콘서트를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그리고 이번 공연을 찾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인연은 없지만 지난 1980년대 미주한국일보가 주최한 여러 투어 공연에 참여하면서 크고 작은 인연의 연결고리가 생겼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런 무대를 제안받고 흔쾌히 수락하게 된 것이죠.

일단 13일 공연은 창간 55주년을 맞은 한국일보와 독자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찾아주시는 분들이 기쁨과 추억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즐거움을 전달하는 게 제가 이번 공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입니다."

- '록커 조용필'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보여준 데뷔 40주년 기념 투어는 무대도 음악도 화려했고, '가왕'이 지낸 뮤지션의 삶을 응축한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았죠. 연일 매진되는 등 호응이 굉장했습니다. 한국일보 창간 기념 콘서트의 콘셉트는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요.

"투어 때와는 분명히 다른 공연을 올릴 것입니다. 투어 공연에선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스토리를 엮고 무대를 웅장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번 공연은 일단 저 조용필의 개인적인 타이틀을 내세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축하의 장이죠. 흥겹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뭐 어느 공연에서나 흥을 주는 게 첫번째 덕목이겠지만 이번엔 더욱 그렇단 말씀입니다.

이미 두 달 전에 곡 레퍼토리를 정했고 관련 영상도 작업했습니다. 더 궁금해하시진 마시고요. 공연을 하기도 전에 다 알려드릴 순 없죠,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웃음) 엄선한 제 히트곡 30여곡을 들려 드릴 예정입니다."

- 지난 한 해 스물일곱 차례의 투어 공연을 소화했습니다. 이후 뜸한 소식에 팬들이 근황을 궁금해 합니다. 건강은 어떻습니까.

"다들 뭐 대단한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말로 극히 평범한 휴식을 취했을 뿐입니다. 보통 봄에 공연을 시작해서 한 해 20여 차례 무대에 오르는데, 올해는 6월에 콘서트를 두 번 하고 9월이 되어서야 다시 무대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다는 얘기죠. 골프도 주기적으로 치고, 건강은 보시다시피 좋습니다. 집에선 계속 음악을 들어요. 미국 록 음악의 새로운 트렌드를 쉽게 접할 수 있고, 1970년대 이전 오래된 팝도 들을 수 있어서 AFKN 라디오 방송을 하루 종일 켜놓죠."

- 1일년에 많은 경우 30차례 이상 무대에 선다고 하는데, 그러면 열흘에 한 번 꼴입니다. 체력적으로 버티기 어렵진 않습니까.

"오히려 전 쉬는 게 부담스러워요. 가수는 노래를 자주 불러야 사는 것 같죠. 몸 상태가 좋지 않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팬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돌아가죠. 40년 동안 항상 그랬습니다.

공연을 오랜만에 하게 되면 개인 리허설을 많이 해요. 목을 편안히 푸는데 공을 많이 들이죠. 목을 제대로 풀어야 부담이 없어요. 일단 다음 공연 레퍼토리가 나오면 제 사무실 스튜디오에서 순서대로 MR(Music Recordedㆍ보컬이 빠져있는 연주 녹음)을 입히죠.

그리고 순차적으로 곡을 틀고 목을 풀어요. 예를 들어 오늘 10곡을 풀면, 내일은 15곡을 풀고, 다음 날엔 20곡을 풀고. 이런 식으로 하루 목을 푸는 곡 수를 매일 늘려가면서 공연 연습에 집중하죠. 이렇게 해서 공연 사흘 전까지는 모든 곡을 다 소화해요. 집중적으로 몰아쳐서 목을 풀면 안 좋으니까, 이렇게 대비를 하죠."

- 지난해부터 새 앨범 제작 소식이 들리다가, 한 차례 제작이 미뤄졌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신곡은 시기적으로 '지금은 좀 그렇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년에 내자는데 어느 정도 뜻이 모아졌죠. 올해는 계속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반 정도 곡을 만들었고요. 내년에 나머지 반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한 20곡 정도를 만들어서 10곡 정도를 추릴 것입니다. 곡의 스타일은 아직 궁금해하지 마세요. 그건 내년에 알려드릴게요.

전 국악부터 록까지 많은 장르를 경험했고, 그만큼 대부분의 장르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곡의 장르를 꼭 나누지도 않죠. '가수라면 이런 곡도 빠짐없이 불러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항상 하죠. 그래도 뭐 하나를 고르라면 제가 원래 그룹 출신이니까 록이 제일 좋지 않겠어요."

- 40년 넘게 정상에 설 수 있게 한 자신만의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제 경우엔 가수를 하기 전 악기를 다룬 경험이 많았다는 게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여기서 얻은 게 정말 많아요. 작곡을 할 수 있었고, 그룹 활동을 하면서 연습 도중에 종종 편곡을 하던 경험이 다 양분이 되었죠. 덕분에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많은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적 경험을 쌓은 게 가장 큰 보탬이었습니다."

- 후배들에게도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자신의 경험을 따르라 권하고 싶은지요.

"저에게 '후배들은 이렇게 해라'는 식의 원칙은 없어요. 아이돌 가수들이 댄스음악에 집중해 젊은 시절 자신만의 평생 팬을 확보하는 것도 괜찮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터무니없이 그냥 장르를 오가다 보면 오히려 잃어버리는 게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남들이 보기에 음악인으로서 모든 것을 이뤘습니다. 그래도 혹시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이루지 못한 게 있습니까.

"그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전 그냥 순리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믿어요.제가 콘서트 위주로 활동을 돌렸을 때, 사실 우리 콘서트 문화가 제대로 숙성하지 않았었죠.

공연을 찾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요. 그런 시대에 과감하게 제 갈 길을 잡고 공연에 몰입한 게 잘한 것 같아요. 저를 믿고 순리에 따른 결과죠. 이뤄야 할 걸 다 이뤘나? 글쎄요."

- 얘기가 나온 김에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아마 1990년대 초반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완전히 방송에 안 나오는 건 아니죠. 요즘 공연장에서 보면 방송사에서 와서 찍어가곤 하니까요. 하하. 어쨌든 저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가수가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닙니다. 물론 방송을 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조용필을 알릴 수 있고 더 많은 곡이 히트를 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끝까지 '무대인'으로, 무대에만 설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게 롱런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봐요. 외국 유명 가수들도 다 이럽니다. 초창기엔 막 방송에 나가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후엔 방송을 딱 끊어요. 콘서트 위주로 돌아서죠. 그게 분석해보면 맞는 길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 공연장을 찾는 팬들의 연령층은 어떤가요. 지금도 그들로부터 '오빠'라 불리는 게 좋으신지요.

"저의 팬클럽 회장이 30대입니다. 공연장을 찾는 분들을 보면 10대부터 노년층까지 정말 다양하죠. 요즘도 이들로부터 손으로 쓴 팬레터를 매일 받고 있어요. 이들이야말로 제가 버티고 서있는 가장 큰 힘이죠. 지금도 이들이 오빠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요. 그냥 제 별명이 된 거죠. 싫다고 '아저씨'로 불러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자신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몇 곡 꼽을 수 있을까요.

"며칠 전에 지인들하고 저녁을 먹는데 바로 그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옆에서 '정말 답할 수 없는 질문일 것'이라고 말했죠. 그게 제 대답이에요. 저도 노래방에 가면 제 노래를 부르게 돼요. 사람들이 부추기니까 어쩔 수 없죠. 거기서도 그냥 신청곡을 불러요. 딱 제가 뭘 꼬집어서 부르진 않죠."

- 데뷔 50주년 무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요. 많은 스타들이 '무대에서 쓰러지고 싶다'고 말하는데, 음악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본 적은 있습니까.

"과연 저에게 50주년 무대가 주어질까가 우선 모를 일이죠. 제 노래는 전부 키가 다른 곡들에 비해 매우 높아요. 나이가 들어도 힘이 빠져도, 똑같이 불러내기가 쉬운 노래들이 아닙니다. 그래도 아직 원래 노래의 키를 낮춰서 부른 적이 없어요. 이런 높은 키의 곡들을 소화할 수 없다면 그땐 무대에서 내려와야죠.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키가 높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50주년 이후에도 계속 무대에 설 수 있겠죠. 가수라면 무대에서 운명을 달리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