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Positive thinking

나는 너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작은천국 2007. 3. 28. 23:29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게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 친구,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벗어나도록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 장을 사서 한 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한 장은 발신이 없는 편지통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에 날짜를 지워가는 그런친구,
행선지는 안개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 꽃이 지천에 널려있는 청도 운문사이어도 좋을 듯 싶다.
중요한 것은 너보다 한 걸음 앞서 출발한다는 기차를 타는 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때마다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종 걸음을 치는 시골 간이역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금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이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에 서둘러
일을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 하나 달랑매고 기차를 타리라...
또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의 율동에 몸을 맡긴채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비도시적인 풍경을 보면서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난 그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차표 한 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리라.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간이역에 널 내려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런후 깜짝 놀란 눈을 휘둥그래지는
"네가? !" 하는 말과 함께 함빡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할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다

늘 곁에서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없이 잊혀진 이 되어버린
자연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의 여정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내면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 건 바로 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함이니깐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때 우리는 갖자의 내면으로 향한 고독한 여행으로부터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며 우리의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가는 기차에 "함께' 오를 것이다.
그리고 도시로 돌아가 자기몫의 삶을 당당히 살아낼 것이다.

친구야,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네게 선물한 기차표가 결코 일박 이일의 여정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네게 특히 힘들고 고단할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좋은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