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Positive thinking

나무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작은천국 2007. 3. 28. 23:27
[사진은 제주도 중문해수욕장]

나무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나무뒤에 숨는것과 안개속에 숨은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것도 여럿인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머무를수없는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속에 숨은것
나무뒤에 숨는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