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관광청 기고글] 난터우① 시터우 자연교육단지 (溪頭 自然教育園區)
타이완 최고의 숲에서 보낸 힐링의 시간
복잡한 도시를 떠나 모든 걸 잊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바로 '숲'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삼림과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도심에서 찌든 마음이 절로 펴진다. 숲은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치유'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숲'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타이완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주말에는 앞 다투어 숲으로 떠나고 있는 타이완 사람들. 그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찾는 숲. 시터우(溪頭)다.
아직 가이드 북에도, 어떤 매체에도 제대로 소개된 적 없어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그야말로 타이완의 숨은 여행지 시터우(溪頭)를 만나보자.
@글. 사진 / 여행작가 정해경
▲ 안개 자욱한 시터우 트레일
▲ 머리 위를 걸어요, 스카이 워크
타이중에서 시터우로.
관광안내소에서 시터우에 관한 정보를 묻는 내게 주말에는 사람도 많고 차가 많이 막힌다는 귀띔을 하기에 일부러 평일을 택했건만 평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전 7시에 출발하는 시터우행 버스를 타기 위해 10분 전에 정류소에 도착했지만 이미 만석. 아쉬워하는 나와 달리 직원은 늘 그렇다는 듯 무심히 다음 차인 7시 20분 대기표를 손에 쥐어 준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현지인은 첫차인 6시 40분에 맞춰 왔는데도 첫차도, 7시 차도 모두 매진이었다며 나와 같은 시간의 대기표를 보여주며 찡긋 눈인사를 건넨다. 시터우로 향하는 길은 동병상련을 느끼는 현지인들과 유쾌하게 시작됐다.
▲ 타이중 간청정류소에서 시터우로 향하는 사람들
+ 타이완 하오싱 시터우선(台灣好行溪頭線) 6883번. 요금 편도 NT$158(이지카드 사용가능). 난터우객운 타이중간청정류소(南投客運台中干城站) 영업시간 06:00~22:00. 주소 台中市雙十路一段35-8號 전화 (04) 22256418. 버스 시간이 적힌 순번 대기표를 받고 순번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된다. 비지정석이니 편한 곳에 앉으면 된다. 타이완 고속철역을 경유하는 노선이니 타이완 고속철역에서도 타이완 하오싱 시터우선 이용이 가능하다.
타이중을 떠난 버스는 타이중 고속철역을 거쳐 시터우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렸다. 버스는 제 2매표소에 도착하게 되는데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을 지나면 오른쪽에 바로 매표소가 위치한다.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 울창한 숲을 가진 시터우 곳곳은 평일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숲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시터우는 시터우자연교육단지(溪頭自然教育園區) 혹은 시터우산림유원지(溪頭森林遊樂區)로 불리는데 국립 타이완대학이 관리하고 조림한 임업 시험장으로 다양한 자연자원과 생태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입구에서 안내지도를 받아들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곳이었다. 지도에는 19개의 트레일 코스와 주요 볼거리 및 휴식장소를 표시해놨는데 아무리 봐도 숲 탐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니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대학지(大學池)와 공중데크(空中廊道)로 대학지를 먼저 갔다가 공중데크로 이동하면 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신목(神木)까지 걸어보라며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 시터우 버스 정류장.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니 도착하면 예상시간을 감안해 미리 돌아가는 버스표를 예매해 두는 것이 좋다.
▲ 시터우 입구는 두 곳으로 사진 왼쪽은 제 1매표소고 오른쪽은 제 2매표소다. 시터우 버스정류장에서는 제 2매표소를 이용하게 된다.
▲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길은 코스도 짧고 편한 길로 걸을 수 있고 파란색 점선으로 표시된 곳은 숲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탐방로다.
+ 시터우 이용안내 입장료 평일 NT$160 주말 NT$200 공중데크 개방시간 08:00~17:00 홈페이지 http://www.exfo.ntu.edu.tw/sitou/cht/
시터우의 랜드마크. 대학지(大學池, University Pond)
매표소를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바로 울창한 숲길이 시작된다. 숲에서 사람들과 멀어지면 행여 길을 잃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던 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표지판에는 주요 스폿과 스폿까지 남은 거리가 상세히 표시돼 있고 곳곳에는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지로 향하는 길은 하늘까지 뻗어있는 나무로 가득했다. 도시를 벗어났다는 기분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물도 마실 겸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바로 내가 앉은 자리까지 새들이 다가와 울어대고 발밑으로는 다람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마침 해설사와 함께 조류 관찰을 나선 학생들 역시 나처럼 신기한 광경에 매료됐다.
▲ 시터우 숲 트레일을 즐기는 사람들
▲ 해설사와 함께 조류 관찰 중인 학생들의 모습
대학지에 도착하니 온통 꽃밭이다.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대학지는 연못이다. 일제 강점기에 목재 수탈을 위해 베어낸 나무를 이 연못에 담갔는데 이는 베어낸 통나무를 일정 기간 물에 담그면 목재가 더욱 단단해지고 내구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타이완 대학교에서 시터우를 관리하면서 연못 한가운데 대나무로 만든 아치형 다리를 놓았다. 연못에 다리가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대학지는 수탈 역사의 장소에서 새롭게 태어났고 시터우의 랜드마크가 됐다. 입시 철에는 다리를 건너면서 소원을 빌면 국립 타이완대학교에 합격한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기도 한단다. 이곳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이용해 해마다 다리를 새로 만들지만 안전을 위해 한 번에 열 명씩만 건널 수 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흔들흔들, 덩달아 심장은 쫄깃쫄깃. 즐기면 그뿐. 그런데 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 되는 걸까.
▲ 대학지 풍경
아파트 7층 높이를 걷는 공중데크(空中步道, Sky Walk).
대학지에서 되돌아 나와 갈림길에서 공중데크로 향했다. 시터우의 숲길은 여러 갈래지만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걸으면 그만이다. 길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공중데크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으로 숨이 턱에 찰 정도가 돼서야 공중데크에 도착했다. 머리 위로 까마득한 공중데크를 걷는 사람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공중데크가 뭐 별거 있겠어.’했던 마음은 어느새 경이로움으로 변해있었다. 원래는 숲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나무 꼭대기에 있는 나뭇잎을 채취하기 위해 사다리를 놓았던 곳에 지난 2004년 공중데크를 설치하면서 관람객들에게 개방했다. 총 220m의 길이에 가장 높은 곳은 지상에서 약 22.6m 대략 아파트 7층 높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대학지와는 차원이 다른 후들거림이다.
▲ 아파트 7층 높이에 달하는 공중데크
고개를 있는 데로 저치고 허리를 있는 데로 꺾어도 하늘 향해 뻗어있는 나무의 꼭대기 풍경은 짐작만 할 뿐. 내 눈높이에 닿을 수 없는 곳이기에 늘 궁금했었다. 호기심 반, 설렘 반, 두려움 반 공중데크를 걷는다. 무서움도 잠시. 공중데크는 단숨에 하늘과 맞닿은 나무의 꼭대기로 초대된다. 양치식물이 제집인 양 나무에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을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신비롭다. 공중데크 밑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아이와 함께 숲을 걷는 아빠는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아이는 웃음을 터뜨린다. 온 숲이 아이의 청명한 웃음소리로 행복하게 떨린다.
▲ 공중데크를 걷는 사람들
▲ 아이와 함께 숲에서 보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안개 가득한 신목트레일(神木步道, Gaint tree trail)
타이중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도 여유가 있어 신목을 보고 신목트레일을 걸어 출구로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것보다는 다른 풍경을 보고 싶었다. 오래된 나무에는 영혼이 깃들이 있다고 믿는 타이완 사람들. 그런 나무를 신목(神木)이라 여긴다. 수 세기 동안 나무 안이 썩었음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어 신목이라 불리던 붉은 노송나무는 2016년 9월 고사했지만 여전히 신목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신목 앞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두고 여유를 마신다.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신목트레일을 걷는다.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가 우산이 되었다. 신목 트레일 길은 입구부터 삼나무, 측백나무 등이 이끼와 어우러진다. 묘하게 제주와 닮았다.
▲ 신목을 향해 걷는 길
▲ 수세기를 버틴 신목은 고사했지만 여전히 신목으로 사랑받고 있다.
▲ 신목 앞에는 휴게소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다람쥐가 친구가 되어 준다.
트레일의 중간 즈음에 접어드니 빽빽한 대나무 숲길, 맹종죽(孟宗竹)이 이어진다. 타이완 사람들이 이 코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중간 즈음에 있는 주루(竹廬) 때문이다. 이곳은 과거 장제스(蔣介石)가 머물던 휴가용 별장으로 지금은 외부에 개방되지 않고 있다. 나보다 앞서 걷던 타이완 분들이 내가 주루를 그냥 지나치는 줄 알고 나를 불러 세우며 이곳은 타이완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곳이니 꼭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그렇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잠깐 스치는 인연에도 마음을 나눈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모든 것은 안개 속에 숨었다. 그저 묵묵히 걷고 또 걷는다. 저 멀리 출구가 홀연히 나타났다. 가끔은 인생이 안개 속을 걷는 것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묵묵히 걷고 또 걸었던 시터우의 오늘을 기억해낼 것이다.
▲ 신목 트레일 입구
▲ 신목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
▲ 맹중족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타이완 사람들
▲ 안개로 뒤덮힌 시터우
도깨비 마을, 요괴촌(妖怪村)
시터우 2번 매표소에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이어지는 상점가가 요괴촌이다. 조용한 시터우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곳이다. 이곳은 밍산리조트(明山森林會館) 주변 상가의 번영을 위해 호텔측의 아이디어로 일본식 스타일로 조성한 마을로 곳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도깨비로 꾸며진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시터우의 경찰서 앞에도 철창에 갇힌 도깨비가 있을 정도다. 거리에는 공연하는 예술가도 볼 수 있고 요괴를 테마로 한 독특한 특산품과 먹거리 및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1번 매표소 앞의 식당가에서는 전통적인 타이완식 식사가 가능하다.
▲ 요괴촌에는 다양한 모양의 도깨비를 볼 수 있으며 식사 등을 할 수 있다.
+ 요괴촌 상점 영업시간 10:00-20:00 홈페이지 http://www.mingshan.com.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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