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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사진을 찾아 떠나다

작은천국 2014. 1. 29. 06:30

[책리뷰] 사진을 찾아 떠나다.

 

 

'사진을 찾아 떠나다.' 라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무작정 도서관에서 책에 손이 뻗쳤다.

 

가끔은 그냥 무작위로 아무 서가대에 마음 내키는 곳에 서서

책을 주욱 훓어보고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연히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은 우연치곤 참 골치아픈 책이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 이후로 사람 이름에 집중을 하며 읽기도 처음이었고

한 페이지 넘기는데 몇날 며칠이 걸려본 책은 실로 오랫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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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벼운 사진에 관한 여행 에세이거니 했던 책은

단순이 '사진' 이 아니라 '사진전시'에 관한 내용으로

현대 사진예술사에 언급되는 사진 작가들은 한번씩 등장하고

사진이 회화에서 주고 받은 영향 등

사진사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은 꽤나 진중했다.

 

무엇보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혼자 독학으로 이것저것 짜집기식의 공부는

이 책을 통해 여기저기 흩어진 얇은 지식들이 이합집산의 방식으로 모았다가 흩어지며

무식이 바닥을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나태함과 게으름으로 공부에 소홀하고 있는 내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하게 만든 책 '사진을 찾아 떠나다.' 였다. 

 

이 책은 모 신문사의 채승우 기자가 180일동안 파리, 런던, 베를린을 중심으로

사진축제, 사진 전시장, 미술관 등 사진과 관련된 전시를 보면서 사진에 대한 시선으로 쓴 책이다.

 

 

 

 

사진을 따라 걷고 사진을 읽고 사진을 생각하고 사진을 즐기는 여정.

 

소 제목에서부터 이 사람이 사진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떤 결론을 얻었는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참 지저분하고 지하 천장이 너무 낮아서 답답했던 느낌에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탄 지라

소매치기를 만날까봐 노삼초사 했던 파리 지하철의 기억이 스쳐간다.

 

그렇게 내게도 익숙한 파리 지하철 사진을 전면에 위치시켰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시작한 사진여행은 파리를 세 번이나 갔음에도

오르세와 퐁피투센터는 다른 여행지와 저울질만하다가 결국은 다음에 미뤘던 곳인지라

오르세 미술관의 풍경을 담은 첫 사진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책은 첫 장의 첫 페이지부터 멈춰섰다.

사진의 기본적인 목적이 '재연'의 역할인 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에서

인상주의의 영향을 미쳤다면 사진이 가져온 회화의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화가들이 사진작가와 겸업을 하기도 하는 등

실제로 인상주의 이후의 회화양식에는 많은 부분 사진의 프레임을 차용하고 있는 그림들도 상당한지라

작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인 동영상, 인터넷과 멀티미디어의 환경에서 

'사진' 은 어떤 식의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사진' 이라는 고유매체가 가진 기본적인 기능부터 행간 속에 담긴 깊은 사고는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전시'에 대한 언급은 신선했다.

 

늘 사진 선생님도 이런 종류의 말씀을 언급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풍경사진을 프린터해서 단순히 벽에 거는 것은

전시가 아니라는 거침없는 이야기도 하신다.

 

이 책이 우연처럼 우연히 그러나 꼭 만날 책이었던 것 처럼

작가 역시 제일 처음 본 전시가 사진의 출발점인 '다게레오타입' 이었다는 건

우연이자 운명같은 여정길이었나보다.

 

 

 

작품은 전시라는 옷을 입고 벽에 거는 순간 작품 스스로가 말을 하는 것이며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도록 작가는 최선을 다해 주제의식을 가지고

무의식의 영역을 조합해야 하는 고달픈 작업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의 사진가들도 사진들만의 해석된 언어로 이미 숱하게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니

그렇게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고달픔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내 작업의 고민과 맟닿아 있어 더 깊게 다가왔다.

 

게다가 사진 스타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착각도 새삼스러웠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사진을 배우건 배우지 않았건 자신만의 타고난 시각이 사진에 담긴다는 걸

그리 고생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사진 선생님 덕분으로

그런점에서는 참 운이 좋다고 느끼고 있다.

 

내 사진의 부족한 점은 내가 사진을 찍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진에 대한 인식, 즉. 보는 방법이 완성되지 않기때문이라는 충고를 귀에 못이 앉도록 듣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넘의 '스타일' 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에 하늘과 땅차이가 있음을 또 한번 실감한다.

 

 

독일에서 출발해 지금은 아주 흔한 액자 방식인 디아섹이

프레임을 없앤 개념이라는 생각은 왜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까?

 

일정 부분 작가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이 좀 남달랐던 것 같다.

 

피상적으로 스치면서 보낸 생각들에 대해서

유독 많은 부분이 '사진'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러니 책이 쉽게 넘어 가지가 않았다.

 

 

 

딱 봐도 독일의 우중충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독일편에 실린 사진

 

독일 사람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난다고 생각했던 유형학전 사진의 설명통해

등장하고 있는 나에게는 생소한 사진작가들의 이름들 ~

게다가 종의 기원이 유형학적 사진가들을 탄생시킨 독일과 맟닿은 점은 우연의 일치는 아닐것이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진 여행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하는데 여행에서마저 그 시선은 '사진'으로 다루고 있다.

 

 

베를린은 가본적이 없지만 베를린을 설명하고 있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는

언젠가 시간이 나면 꼭 찾아서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추가해 두었다.

 

'처음 느껴 본 외로움의 감정' 이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해진다.

 

뒤상의 변기에서부터 촉발된 현대 예술은 물질성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데

독일에서 그 해답을 찾은 것은 흥미로웠다.

 

문제의 뒤샹 변기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또 새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각 도시의 사진정보가 실린 점도 흥미로웠다.

항상 다른 도시를 여행하게되면 꼭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혹은 서점은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편인데

앞으로는 사진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다시 파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화가의 작업과정을 활자로 만나는 것도 좋았고

 

책 곳곳에 등장하는 숱한 현대 사진가들.

 

생각보다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다른 책에서 알 수 없었던 이야기도 있고

접근방식이 달라서 생각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확실히 작가의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매그넘의 비하인드 스토리~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즉물성은 느낌으로는 이해했지만

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내 공부는 좀 미흡한 것 같다.

 

 

 

그리고 눈에 띈 사진 한 장.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가기위해 몽파르나스 역에서 밤 기차를 타야했다.

꽤 많은 시간이 남아서 몽파르나스를 돌아보고 싶었으나

우연히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는 사람을 여행길에 만나게 되어

그 사람이 나를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아

근처 카페에서 몇 시간을 이야기를 들어 줘야 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내 문제 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으나 몇 년 만에 말이 통한다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처음 보는 나에게 꽤 많은 속마음을 털어 놓는 사람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어짜피 한 번 보고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 전제되는 것은 앞에 앉은 사람이 누구이던 상관없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가 되도록 만드는 놀라운 일이긴 하다.

 

그 이후 나는 몽파르나스를 생각하면 이름도 얼굴도 그 사람이 진지하게 이야기 했던 내용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몽파르나스 묘지에 가 보지 못했다는 것만 생각난다.

 

이 곳에는 프랑스 숱한 예술가들이 묻혀 있는데

사르트르, 보봐르, 에밀졸라, 드레퓌스, 모파상, 보들레르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예술가를 더 추가했다.

만 레이..  

 

 

그리고 등장하고 있는 앗제.

 

늘 사진으로만 만나던 만 레이와 앗제였던지라 다시금 새로웠다.

 

그리고 한참 동안 보고 있어야 했던 오랑주리 미술관의 사진.


2012년에 개봉한 '미드 나잇 인 파리' 에서 타임슬립을 통해서

스크린으로 만났던 수 많은 예술가들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던 그 영화에 등장하던

오랑주리 미술관... 구석구석 단편적인 기억은 이 책을 통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사진에 대해서 묻곤 할때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찍어 놓은 사진을 다시 보는 것을 통해 사진이 성장한다는 것을 이야기할때

사진 정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곤 하는데 사진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맨 밑에 '난 즐기고 있을 뿐이지'가 크게 들어왔다. 

나는 과연 사진을 즐기고 있기나 하는 건가.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기획전시에서 관객이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느냐

혹은 관객 스스로가 작품에 부여한 의미를 따라가느냐는

전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또는 관객의 입장에서 늘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처음으로 돌아와 프롤로그에 적혀 있던 말을 다시 곱씹어 보게됐다.  

 

 

작년 한 해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공부를 좀 해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다른 작업 때문에 결국은 스톱이 된 사진 공부.

지난 한 해 동안 뼈저린 시행착오는 올해 다시 겪지 않겠다 다짐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진을 찾아 떠나다. '

 

느긋한 마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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