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13, 다양한 생각을 만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
지금 국립 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13'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이
'한국 현대미술의 잠재성과 비전을 제시한 역량 있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올해로 2번째라고 해요.
앞으로 한국 미술을 이끌어갈 역량있는 4분(공성훈, 신미경, 함양아, 조해준)이 선정되는데
현대미술관은 이들이 "우리 사회가 처한 시대 상황에 날카로운 시각을 갖고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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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진행중인 사진 작업과도 비슷한 맥락이었던지라
조해준 작가의 작품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눈여겨 보았답니다.
예술이란 것이 작품세계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인지라
4인 4색, 그들이 생각하는 우리시대의 모습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의 특이한 점은 이미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네 분의 작품전 평가, 인터뷰 등을 거쳐 1명의 작가가
9월 중 '2013년 올해의 작가'로 최종적으로 선정된다고 하는데 관심있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입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4번출입구 뒷편으로 20분간격으로 운행되는
미술관 셔틀버스(무료운행) 승차장이 있어 미술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답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부슬 부슬 내리는 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미술관까지 걸어가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또한 전시를 보기위해 엄청 걸어다녀야 하기에 체력비축을 위해 버스에 탑승을 했습니다.
미술관 앞 야외갤러리의 멋진 작품들입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 이라는 영화의 영향으로 인해 미술관에 오게되면
미술관 관람 못지않게 주변 풍경에 눈이 돌아가는건 어쩔 수 없기에
미술관은 아예 하루 종일 머물겠다 예상을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매번 국립중앙박물관만 찾다가 정말 오랫만에 찾은 국립현대미술관이네요^^
2012년 6월에 재오픈한 원형전시실은 여전히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1988년 '다다익선'이 등장했을 때 이어령장관의 다다익선에 대한 설명문은 한동안 수능 언어 영역의 단골메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과연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미래와 과거를 규정짓는 잣대에서
2013년의 디지털은 불과 몇년만 지나면 구닥다리가 될텐데 모든 것이 디지털인 세상에서
심리적인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어디까지, 어떻게 규정될것인가 문득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빙글 빙글 원형으로 걷게 만들어진 원형전시실의 공간은 언제나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전시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자 그럼 첫 번째로 제가 가장 눈여겨 보았던 조해준 작가의 '사이의 풍경' 입니다.
조해준 작가는 2002녀부터 아버지 조동환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을 통해 드로잉 연작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아주 오래된 100호짜리 유화 그림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그림이 뭔가 싶어 살펴보니 자신의 아버지인 조동환씨가 국선의 꿈을 위해
작업했던 일련의 과정들과 낙선하고 보관만 하고 있던 자신의 그림이 아들의 전시장에 걸리게 된
한 많은 사연의 그림으로 작가는 아버지의 기억을 따라 스토리 드로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어서 꼼꼼히 읽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1인칭 화자가 되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되었고,
정읍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덕수궁까지 옮기는 세세한 과정을 비롯해
낙선 후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는 실망감까지도 아주 상세히 묘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낙선작이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 작품인지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다가
미술을 전공한 자신의 아들이 전시에 걸겠다고 하니 "이런 그림이 나가서 웃음거리가 된다"는 걸 걱정했지만
정작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자신의 그림을 전시장에서 걸린 기분이 어땠을지
너무나도 상상이 되는지라 지금은 연로하신 아버지의 나름 귀여운 모습이 묻어나는 이 작품은 상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기억을 협업작업으로 한다는 아이디어도 상당히 돋보였답니다.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꺼집어 내어 수 십년이 지난 다음 새로운 소통으로 완벽한 기억의 복원과
더불어 부자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상당히 넓어지는 역할 또한 이 협업작업 최대의 장점이 아닌가 싶었어요.
작가가 공부대신 그림을 선택한 것이 초등학교 입학전 아버지로 부터 배운 한글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슬그머니 저의 초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어 푼크툼으로 자극되더군요.
어찌보면 기억이란 것이 무척적이나 이기적이서 일방적인 내 감정으로만 기억되는것이 정석인지라
형제들끼리도 큰 사건의 기억을 맞춰보면 다들 단편적인 것만 기억한다는 것도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가는 이런 점에 착안해 빈 기억의 일부분을 아버지와 함께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때때로 서로 그때 그런것이었냐며 수 십년이 지난 뒤에야 진실을 깨닫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이게 남일 같지가 않은지라 작품을 보는 내내 낯설지 않은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아마도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소통의 부재에서 빚어진 많은 상처들, 특히 부모에게서 비롯된 심리적인 상처는 평생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지요.
주로 드로잉 작품이 많기는 하지만 조각도 있고
아버지가 보관해 온 수십년전의 조각을 비롯해 일상용품 100점을
작가는 '기념수' 라는 이름으로 멋진 설치미술로 만들어 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작가의 드로잉을 꼼꼼히 읽어 보고 계시네요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6.25 전쟁에 관한 기억들을 말하기도 하고
물론 아버지가 미군에서 부대 생활을 한 이야기가 주요 소재이긴 합니다.
굉장히 독특한 디피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리저리 열어보고 닫아보고 넘겨보고 ..
이런 상자를 뭐라고 부르는데 도통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현재 조해준 작가는 동유럽출신의 독일 이주민, 북한 유학생, 아랍 출신 성직자 등 세계사의 변방으로 까지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자신의 아버지의 기억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식, 무식의 모든 영역들이 세월의 간극을 넘어 보여주는 새로운 소통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파인더 안에 담고 있는 현재의 나의 아버지를 통해 끊임없이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고 있는
제 작업과도 어느 정도 닿아 있었던지라 진지하고 흥미롭게 보았던 조해준 작가였습니다.
두 번째로는 함양아 작가의 넌센스 팩토리로 가 봅니다.
함양아작가는 일종의 부조리극 같은 작가가 구상한 짤막한 이야기에 총 여섯개의 방을 구성했고
이미지 시대의 문제, 이데올로기화 된 행복,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폐경제,
예술계의 문화적 속물주의, 아슬아슬한 상태에 처한 이상주의의 가치, 성장 제일주의의 무한경쟁 등
우리가 속하여 살아가는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동시대의 사회적 쟁점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함양아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은 영상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요.
여섯 개의 방을 만든 것 처럼 전시실의 입구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야합니다.
문을 열면 보이는 첫 번째 방의 영상입니다.
특이한 점은 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마침 영상도 배에서 일하는 영상이 상영이 되더라구요.
게다가 배의 흔들리는 느낌도 연출되고 있는데 작가는 첫 번째 방의 제목을 '중앙 이미지 박스 통제실'이라고 이름붙였는데
관객은 이 방에 들어서 저 위에 올라서는 순간 모든 것이 통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미지들조차도 선명하다가 때로는 이렇게 뭉게지기도 하구요.
각각의 다른 방들 역시 현대사회의 영상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관객들이 무심히 스쳐지나가기도 하는 등,
영상 뿐 아니라 관객마저도 이 전시에서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영상을 보는 관객들의 반응도 이상하게 지켜보게 되더라구요.
유일한 조각작품은 눈길도 주지않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3면으로 구성된 한편의 영상을 돌아가며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삐 휙~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전시물 영상에서는
갇힌 방의 비둘기가 밖을 향해 푸드덕 거리며 날아올랐습니다.
마지막 방에서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올라가보니
이렇게 함양아 작가의 모든 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더라구요.
다른 사람일에 관심없는 현대인들이라고 하지만 관음적인 성향에 대한 욕구충족을 은근히 비꼬는 듯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단면이 이 공간안에서
작가는 영상으로, 관객은 행동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은 함양아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세 번째 공성훈 작가의 겨울여행입니다.
공성훈 작가는 을씨년 스러운 겨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그림속에 등장하는 숭고한 자연환경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앞에 마주하고 있는 자그마한 인간들이 겪어내야하는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자연일수도, 현대적인 상황일수도) 을 풍부한 회화로 표현했습니다.
전통적인 유화그림이 점점 소외받고 있는 현실인지라 유화그림이 작가로 선정되었을 줄을 몰랐습니다.
겨울여행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두 눈을 시원하게 사로잡는 유화 특유의 푸른 색감이 너무 좋더라구요.
작가가 작품에 담으려고 했던 내용에 앞서 눈이 먼저 사로잡히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빛이 그려내는 그림이라고 불리는 '사진'이 가진 힘을 공성훈 작가에게서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구요.
흡사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사 프린터에 가까운 그림들.
하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에 반해 가까이 가면 알듯 모를듯 '공포'가 묻어나옵니다.
추운 한 겨울 바닷가에서는 눈발로 인해 흰머리가 되어 버리구요
시원해 보이는 푸른 파도는 언제 폭풍으로 변할지 알 수 없으며 회색빛 하늘과 함께
인간을 집어 삼킬듯 노려보고 있는 듯 하지요.
자연의 경이로움 이면에 감춰어진 엄청난 대재앙의 공포는 인간이 통제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작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연을 사회 경제적인 현상(금융위기), 전쟁 위험등 에 비유하기도 하고
또한 개개인 삶의 위기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공감이 되시나요?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다소 엉뚱했던 신미경 작가의 '서사적 기록' 입니다.
신미경 작가는 조각의 영역에서 '번역'을 화두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작가는 '비누'라는 재료를 활용해 원본에 충실하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본과 번역물 사이에 의도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작업방식을 보여주는데
말하자면 직역이 아닌 의역을 통해 원본과 번역물의 차이를 인식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시를 볼때 미리 정보를 읽지 않고 작품을 다 보고 난 뒤에 혹은 중간에 정보를 읽는 편인데
그건 작가의 의도를 읽고 나면 작가의 시선에 한정되기때문에 나름의 전시를 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풍경에 다소 당황했습니다.
조각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듯하고 그걸 의도한 듯 액자는 아예 텅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미처 느낄 새도 없이 자극적인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그렇죠.. 재료가 비누였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비누 향의 후각의 자극과 동시에 시작적인 자극이 함께 쏟아지기에
공감각적인 영역의 두뇌회전을 해야합니다.
작품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코를 통해,
즉, 다른 감각의 인식을 깨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기막히게 '번역' 의 또 다른 의미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전시였습니다.
눈으로보 보고도 이것이 진짜 비누로 만들어진 것일까? 끝없이 의심을 해야했고
중국풍의 도자는
작가의 번역을 통해 투명하게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작가의 번역은 비단 도자에만 국한되는게 아니고 회화에서부터
불상을 비롯해
원본과는 표정이 다른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가의 번역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아그리파(?) 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는데 여자 화장실에 조각상이 비누 대용으로 쓰이고 있기도했으니
여성분들은 화장실도 반드시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
제가 가장 특이하게 본 점은 전시장 안이 전부 빨간색인것이 못내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을 못 참고 마침 작가분이 오셨길래 왜 하필 빨간색을 선택했는지 물었더니
너무 시크하게 "박물관 색이 빨간색이라서요." 라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박물관 내부가 빨간색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이기에
전시장 내부 컬러를 빨간색으로 선택한 의도는 충분히 와닿았지만
이날의 드레스 코드와 컬러로 빨간색으로 선택한 신미경 작가였던지라
빨간색을 칠한 의도보다 결국 제게는 그냥 작가가 빨간색을 좋아하나보다 였습니다. ^^
올해의 작가상 2013년 전시는 2013년 10월 20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전시해설은 화~금 : 10시 30분, 2시, 4시 주말 :10시 30분, 1시, 3시, 5시에 있습니다.
아참, 매월 넷째주 토요일은 무료관람인거 놓치지 마세요!!
이밖에도 건축가 정기용의 <그림일기 :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전도 놓치면 아까운 전시입니다.
저도 이 전시를 보려고 내내 마음만 먹고 있다가 올해의 작가상 전시관람과 더불어 관람했는데
영화관에서 놓친 <말하는 건축가> 라는 다큐상영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간 넉넉히 두고 방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전시는 2012년에 이어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3'에 수상했다고 하는데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혁신성, 감성적 교감등이 가장 우수한 전시디자인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해요.
세계 정상급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디자인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건축가 정기용의 <그림일기 :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이랍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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