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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넷이서 하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른 이름으로

작은천국 2013. 8. 21. 06:30

넷이서 하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른 이름으로

<한미 사진 미술관 > 넷이서 하나, ALL 4 YOU!

제리 율스만, 매기 테일러, 주명덕, 강운구

 

 

 

<"넷이서 하나" ALL 4 YOU>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이뤄진 제리 율스만과 매기테일러 부부의 전시인 동시에,

한국의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로 꼽히는 주명덕, 강운구의 최근작이 이들 부부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첫 기획전이다.

 

네 작가의 이번 만남은 특별하다.

1960년대 젊은 시절, 어렵사리 구한 사진연감을 통해 율스만의 작품을 접하던 주명덕, 강운구 두 노장에게

2006년 그 실체와의 첫 만남은 '현실이 된 비현실적인 일' 이었다.

율스만은 두 노장이 사진의 본연이라 믿는 기록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작가였기에

'가난한 나라의 한 사진가가 가야 할 길과는 아주 다른 길'로만 여겼다. (강운구, <신비한 재미>

하지만 작업적 영향이란 것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곤 한다.

율스만과 그의 아내 테일러와의 첫 만남, 재회, 그리고 '넷이서 하나가 된' 전시는

분명 두 노장에게도, 사진가 부부에게도 각가가 사진과,

서로가 서로의 관계의 깊이를 곱절 이상으로 넓히는 특별한 사건이 되었다.

 

- 한미 사진미술과 전시 유입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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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이 발 아래로 보이는 한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넷이서 하나.

제리 율스만의 사진도 사진이었지만 매기 테일러의 사진이 호기심을 자극했던지라

7월 어느 더운 여름에 찾게된 한미 미술관이었다.

 

 

 

매기 테일러 Maggi Taylor 매기 테일러는 작업의 전과정을 디지털 포르세스로 해낸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평판

스캐너에 실물을 올려서 포착한 이미지에서부터 19세기에 촬영된 초상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그녀는 사물을

스캔하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여 이미지들을 모으고, 이를 다시 포토샵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합성하여 새롭게 구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테일러로 하여금 필요에 따라 점차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미완성된 이미지는 추후에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합성인화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꿈과도 같은 상상의 세계를 펼쳐 2007년 전시 이후 더욱 정교해진 최근 작업을 통해 세월의 겸만큼이나 성숙된 자신의 무의식과 경험을 투영한 상상세계를 펼쳐 보인다. - 한미 사진미술과 전시 유입물에서 -

 

한미 미술관은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9층과 10층이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데

10층에는 매표소와 카페테리아와 갤리러가 위치하고 있다.

 

10층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매기 테일러의 작품만이 전시된 10층 공간을 먼저 둘러봤다.

 

매기 테일러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포토샵을 통해 만들어 내는 사진 미학이 잘 와닿지 않았다.

 

물론 포토샵을 통해 작업을 하는 분들도 상당한 요즘 ,

어쩌면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매기 테일러의 사진들이 주는 기괴적이면서도 다소 회화적인 느낌은

확실히 다른 작가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는 듯 했다.  

 

때론 환상적이면서도

 

때론 기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녀의 환상적인 시각과 넘치는 아이디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궁무진한 듯했고

원로 작가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그녀의 호기심의 원천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 졌다.

 

 제리 율스만과 우리나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 주명덕, 강운구 작가님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9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리 율스만의 작품을 먼저 보고 싶어

 주명덕 , 강운구 작가님 작품의 곁눈질로 보냈다.

 

'손' 이라는 소재로 흑백 작업한 제리 율스만의 사진들 

 

제리 율스만 전시 장 앞 한 공간에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사진 작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웬 영상물인가 싶어 다리도 좀 쉴 겸 들어갔다.  

 

총 1시간 35분의 영상물은 제리 율스만과 매기 테일러의 다큐영상으로

그들 부부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사진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상물이었다.

 

현장에서 오랜 기다림을 통해 만나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사진의 기본 교과서라면

제리 율스만의 경우 그러한 결정적인 순간을 암실의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다중노출을 통해서

매기테일러는 포토샵을 통해서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나도 모르게 영상에 빠져들어 꼼짝않고 1시간 30분내내 집중을 하면서 보게되었다.

 

제리 율스만 사진의 최종 결과물만 보았던지라 영상물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진이 '빛에 민감한 물질' 이라고 전제하는 순간 사진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해석이 달라지며

이는 "사진을 미리 시각화 하는 대신, 이후에 시각화 한다" 는 새로운 정의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은 암실에서 발생할 수 있다" 고 보았던 제리율스만이다.

 

온갖 실험을 통해 1세대 사진술과 다른 장르를 개척했기에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처음 떠오르는 질문이 "어떻게 만들었지?"라고 질문한다면 자신의 작업은 실패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거 희안한데?", "전에 이런 꿈을 꾼적이 있어",

 "이 작품을 보니 외로움 기분을 느끼게 하는군"  등의 진정한 반응을 느끼고 싶다고..  

 

 

하지만  "안셀 아담스의 풍경사진보다 더 사진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라는

기존 사진 흐름에서 기존의 사진 개념을 새로운 개념으로 탈 바꿈시킨 제리 율스만의 사진작업은

 본인 스스로도 새로운 개념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초반 그의 작업들이 흥미롭긴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그의 작업이 어떤 취급을 당했을지는 뻔하다.

 

21세기인 지금이야 이런 종류의 사진 작업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새로운 것이 하나의 양식으로 자리잡기까지

자기 자신조차 일반 사진 작업과 다른 작업에서 오는 작가의 고뇌는 상당했으리라..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서 제리 율스만은

 

"이미지는  복제된 것 이상의 기능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해 준다"고 확신을 했으며

 

기존의 사진의 개념을 새로운 개념으로 탈바꾸는 과제를 통해 

 그 소재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며  

 사진이 갖는 은유적인 기능을 보는 이들에게 심어 주고자 노력한 제리 율스만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작업은 그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사진에 있어 새로운 개념의 만들어 낸 그 시각이 높게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제리율스만 Jerry Uelsmann 제리 율스만은 '후시각화'에 근거한 작업을 지속해 왔다. 사진 이미지의 시각적 효과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암실에서서의 실험적 창작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이 그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그가 합성사진을 시작한 1950년대부터 가장 최근인 2013년에 제작한 방대한 작업 중에서 '손'을 모티브로 한 사진들을 선별했다. 그에게 '손'은 반세기가 넘는 작업기간 동안 꾸준히 대상화된 주제이며, 사진에서 손이 취한 각각의 제스처는

언어보다 즉각적이고 인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손에 대한 이러한 율스만의 해석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진으로 교감하는데

네 작가의 이번 전시 콘셉트와도 맞닿아 있다.   - 한미 사진미술과 전시 유입물에서 -

 

다큐에서는 합성이 암실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최종 결과물로 보여주는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암실 작업을 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책으로만 배웠던 암실 작업을 볼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물론, 전시장에서는 다큐를 보지 않더라도 다중노출의 합성이

아날로그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암실작업을 컷트마다 눈으로 확인 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어 어떻게 작업했을까 내내 의문스러웠던 그의 작업을 다큐를 통해 소상히 보고 난 뒤라

그의 사진들이 더욱 쉽게 은유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손'을 소재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진에서 그림자 처리한 사진과

테두리로 표정을 이용한 독특한 프레임에 시선이 꽂혔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사진의 디스플레이를 내내 고민중이라 이런 방식은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얼마 전에 다녀온 제주의 두손 미술관도 작업의 소재로 사용했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암실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서 같은 이미지가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세로 컷과 가로 컷의 절묘한 구성으로 네 작품 모두 돋보인 작품이었다.

사소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도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다.

 

제리 율스만이 최종 결과물에 보여질 이미지를 찍어서 암실에서 순수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면

매기 테일러는 아예 사진을 찍지 않는다.

 

대신 벼룩시장에서 옛날 사진을 구매하기도 하고 오래된 잡동사니 조형물을 이용해

모두 스캔으로 이미지화를 시켜 포토샵으로 여러 단계의 합성을 거치고 필요없는 이미지는 지우고

패턴등을 재가공해 최종 결과물을 보여준다.

 

사진을 직접적으로 찍는 것도, 보시다 시피 사진을 찍지 않고 포토샵으로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도

엄연히 사진의 분야에 속하고 있다.

 

현대 예술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개념,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게 부각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겠다.

 

다음으로 강운구 작가님의 작품이다.

 

 

강운구 kANG Woongu 강운구는 <주운 그림>, <디지털 경배 1,2,3>란 제목으로 컬러사진을 선별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강운구의 작품 대다수가 디지털, 그것도 폰 카메라로 촬영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연작은 한 화면에 여러 집의 또 다른 화면들이 존재한다. <디지털 경배> 연작 중 마그리트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의 거울 속에 비친 자화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거울 속 작가의 모습과

건물, 유리에 반사된 거울 형상과 그 속의 작가, 그리고 유리창 너머의 실내 풍경까지, 각각의 사물들이 서로를 투영하거나 모방하는 거울이 되어 한 사진 속에 공존한다. <주운 그림> 속 땅 위의 액자와 그 안에 흩어진 나뭇잎과 잡초, 화면 아래쪽에 빼꼼히 보이는 작가의 신발 앞 코의 조합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 한미 사진미술과 전시 유입물에서 -

 

폰카로 작업한 그의 작품들은 근사한하고 좋은 카메라가 찍은 것이 작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폰카로 작업해 전시도 숱하고 이루어 지고 있지 않은가?

어떤 시각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그것이 중요할 뿐..

 

주명덕 작가의 여러 사진을 접하기는 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작품들이었다.

 

 

주명덕 JOO Myungduck 율스만,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주명덕과 강운구 역시 여러장의 화면이 압축된 사진을 통해

이미지의 유희를 보여준다. 율스만과 테일러가 사진촬영 후 후반작업을 통해 화면의 재구성을 시도한다면, 주명덕과 강운구는

촬영의  찰나의 순간 혹은, 그 이전에 화면 속 여러 층위를 구성하여 '결정적 장면'을 포착했다. 주명덕의 사진 속 피사체는

여럿이다. 이는 광고판 속의 세련된 여성일 수도 있으며, 그 안에 비친 서울 도시풍경이나 작가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아름다움, 유혹, 욕망이 투영된 코스메틱 걸(cosmetic Girl)들과 도시 자가의 모습이 한 화면에 포개진 사진 이미지는 여러 층위의

해석을 낳는다.  - 한미 사진미술과 전시 유입물에서 -

 

 

여러 화면이 합쳐진 각기 다른 4명의 작가들이 묘하게 닮은 듯 다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른 이름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던 전시, 넷이서 하나다.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의 다큐를 보게 된 것은 의외의 수확인 듯하다.

 

 "예술이란 내적 성장의 외적표현이다." 고 했던 제리 율스만

 

 

"우리가 삶에서 성장할때 예술에서도 성장한다.

예술이란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자,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죠. " 고 했던 매기 테일러

 

 

내적 성장이 외적표현을 통해 인생의 새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나의 내적 성장을 위해 기꺼이 조력해주시고 있는 분 들 덕분에

건너야 할 수없이 많은 강 중 이제 비로소 하나의 강을 건넜다.

 

 갈 길은 까마득하고 날씨는 무지하게 덥구나!

 

 

<한미 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