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밤섬, 그 속살을 엿보다
1999년부터 한강 밤섬은
서울시 생태경관보전 지역1호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서강대교 아래 넓게 퍼져 큰 숲을 이루고 있는 한강의 밤섬은
그래서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곳이되었다.
도심에서 사람의 손을 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이 거의 없기때문에
한강 밤섬을 서울시와 환경부에서는 람사르 습지에 등재하기위해서 노력중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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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아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던
한강의 밤섬, 그 속살을 엿보았다.
서강대교 아래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밤섬은
한강 남단에서도 북단에서도 우리에게 너무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특히 한강 안에 있는 하중도인 여의도, 선유도, 노들섬의 경우는 모두 콘크리트로 둘러치고 있지만
이곳 밤섬만이 유일하게 자연지형을 그대로 가진 곳으로
유일하게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라 그 가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탐방이 있던 지난 수요일은 찌는듯한 날씨였지만
한강에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날시였다.
나에게 밤섬은 '제한적으로도라도 개방을 해도 좋을텐데 왜 개방하지 않는가?'
끊임없이 의문을 가졌었던 공간이었기에
한강 밤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김씨 표류기'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밤섬의 모습이 궁금해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의 흥행이 부진했는데 얼마있지 않아 극장에서 자취를 감추듯 사라져버려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지 못하고 놓친 영화였음에도
밤섬하면 자동적으로 이 영화가 떠오를만큼 깊이 각인된 영화였으니
나에게 밤섬은 오메불망 그런 곳이었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밤섬이기에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에서 청소배를 타고 밤섬을 탐방하게 되었다.
이번 탐방은 한강 공동체 활동가 및 서울시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한강 밤섬의 가치를 알리기위해 매우 제한된 인원만이 탐방에 참석하게 되었다.
미지의 공간 밤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출렁는 물결을 일으키며 출발하면서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쉬이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곳을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그 흥분감과 설레임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밤섬이 참 멀게 느껴진다.
늘 보던 위치가 아니라 시선을 조금 달리하니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참 낯설게 느껴진다.
오늘따라 서울 한강의 도심 풍경이
상해와 홍콩이 자랑하는 도심 풍경과 살짝 오버랩되어지지만
그게 뭐 그리 부러울까 싶기도 하다.
숲 밖에서 보이는 숲의 풍경,
숲 안에서 보는 숲의 풍경,
숲 안에서 바라보는 숲 바깥의 풍경,
한 곳만 바라보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고의 폭 넓음이 필요함을 새삼스럽게 느껴본다.
짧은 시간 서서히 밤섬에 도착하자 뭔가 푸드드득 거리며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민물가마우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접근하는 소리에 놀라 날아가는 중이다.
순간 배 안 여기저기에서는 짧은 감탄사를 흘리며 밤섬 탐방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승선한지 약7분...
너무 멀었던 밤섬에 드디어 도착했다.
서강대교바로 아래 도착한 배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사람들도 약간은 상기가 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밤섬에 발을 딛고 나니 올해부터 밤섬의 생태계서비스를 연구중인 이호영연구원으로부터
간단하게 밤섬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밤섬은 한강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으로 지정학상으로는
여의도구 여의도동에 속하는 윗 밤섬과 마포구 당인동에 속하는 아랫밤섬 두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밤섬이란 이름은 섬의 생긴 모양이 밤알을 까 놓은 것 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총 면적 약24만㎡에 달하는 이곳은
옛날 문헌에 의하면 조선시대 도읍이 한양으로 정해지면서 배를 만드는 기술자들이 살았다고 하며
세종. 성종때는 누에치기가 성했다고 한다.
1967년까지 62세대가 살면서 고기잡이와 조선, 뽕나무, 약초(감초) 재배, 염소방목 등을 하였으나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필요한 잡석 채취를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킨 후 섬을 폭파. 해체하면서 사라졌다가
자연의 힘으로 다시 되살아나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이 떠나고 난 밤섬은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퇴적물이 쌓여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새들이 모이면서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한강 생태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무성하게 허리만큼 자란 풀들을 헤치고 밤섬 탐방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서강대교 위로 지나다니는 소음이 장난이 아니게 윙윙거리며 지나간다.
하지만 그 소음도 잠시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밤섬은 너무나 신기하게 적막한 고요가 맞이하고 있었다.
옛날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흔적은 이제 이 표지석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원래는 이 표지석이 약 1m 정도의 높이로 추정되는데 현재는 끄터머리 약 30cm 만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모래 퇴적이 현재도 계속 쌓이고 있는 중으로 현재는 약24만㎡의 크기이지만
점점 밤섬이 크기를 키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20여년간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기에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풀들을
기본적으로 사람의 키 높이를 훌쩍 넘기기 일쑤여서
물이 없다뿐 아마존 밀림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드문드문 뽕나무가 보이는데 이곳을 이주해간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기억하기위해
예전 이곳에서 잠업을 했던 역사적인 사실을 기억하기위해
뽕나무를 심어달라는 요청에 의해 심었다고 한다.
사람은 떠났고 뽕나무가 남아서 타인을 반기고 있다.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니 뭔가 대단한 것이 있지않을까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밤섬은 그리 다양한 식물들은 볼 수 없고 지천으로 널려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독 버드나무가 많다 싶었는데
비가 오면 늘 물에 잠기는 밤섬이라 다양한 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며
물에 잠겨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식물이 버드나무 인지라
섬 전체는 버드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버드나무는 조류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물고기등의 먹이가 풍부한 것돠 더불어 겨울철새들이 이 밤섬을 찾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숲의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쥐, 뱀 등은 이곳에서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길은 따로 없고 연구진들이 연구를 위해 다니는 길로만 탐방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주의사항은 없지만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라
이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사람소리에 익숙하지 않으니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삼가해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탐방은
항상 자연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툭' 하고 뭔가 울림이 스쳐간다.
온통 초록이 둘러싸고 있는 밤섬이기에 밤섬안은 시원할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기온이 30도가 올라가는 날씨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밤섬을 걷고 있노라니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비가 오지 않아 땅이 타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밤섬에서도 볼 수 있었다.
짧은 듯, 그러나 짧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최근 몇 년간 가장 의미있는 발걸음이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든다는 경아도
오늘 밤섬 탐방에 대해 가까이 있으나 쉽게 닿지 못해 간절함이 배가 되는 법인데
그녀도 역시 '밤섬' 이 그런 곳이라고 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며 말하지 않아도 같은 느낌을 갖게하는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그녀와 나는 밤섬을 밟은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뿌듯함으로
이곳 저곳 사진에도 담는 한편, 온 몸의 세포신경을 총동원하여
밤섬의 속살을 제대로 만끽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걷기를 잠시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며 시원한 강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순간
섬을 가로 질러 한강에 도착하니 늘 보던 환강이지만 너무나 새삼스럽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마치 한강을 처음 본 사람들 마냥 기념사진을 찍고 난리법석을 떠는 중이다.
상암에 살고 있어서 한강을 자주 나가기도 하고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는 한강에 익숙하다싶었는데
가양대교쪽의 한강은 자갈들이 많은 것에 비해 이곳은 모래톱이 가득해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한강 밤섬은 생태. 경과보전지역이라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된 덕분에
약 20여년간 자연이 자연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형성되고 복구가되는지를 볼 수 있는 곳이라
밤섬은 엄청나게 중요한 공간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대도시이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자연을 파괴했으나
자연은 거뜬히 스스로의 힘으로 생명력을 가지고 다시 인간과 공존하며 더불어 살기를 희망하고 있는 밤섬
인간에 의해 사라졌던 밤섬이 세월을 거듭하며
동. 식물들이 터전을 마련해 현재의 아름다운 밤섬을 만들었다는 것에 경의를 느낀다는 이호영 연구원은
"인간이 간섭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놓아두면 자연으로 스스로 잘 만들어 간다“며
”우리가 조금만 더 자연을 배려하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며
새삼스럽게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며
밤섬의 가치에 대해 개인적인 소회를 말씀해 주셨다.
한강의 모래는 어느 해수욕장의 금빛 찬란한 모래보다 곱고 고왔으며 그윽하기조차 했다.
마음같아서는 맨발로 모래의 촉감을 좀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냥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Photo by 경아>
대신 다른분께서 바지를 둥둥 걷고 이렇게 걷고 계셨다.
한강과 접하고 있는 곳에도 버드나무 가지는 휘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강과 마주하고 있어 탐방이 끝났나 싶었는데 안쪽으로 습지가 있다고 해서
습지를 보기 위해 움직였다.
군데 군데 웅덩이의 습지도 보이고
어떤 곳은 동그란 큰 호수가 있기도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훌씬 더 큰 호수가 있다고 하는데 너무 신기했다.
강 한가운데 섬이 형성되는 것도 신기한데
그 안쪽 곳곳으로 이런 습지가 군데군데 다시 형성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른쪽은 조용하고 잔잔한 물길이 흐르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정주형의 습지들은 물고기등의 어류들이 알을 낳을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밤섬이 가진 자연조건으로 인해 생태적으로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때문에
다양한 어류들이 살아갈 수 있고 먹이가 풍부해 다양한 조류들이 밤섬을 찾게되고
먹이사슬의 수레바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인위적으로 사람의 욕심을 위해 파괴되었던 섬이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다른 동.식물을 키워내고 있는
밤섬은 자연의 조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위대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밤섬이지만 생태적으로 무조건 우수한 건 아니며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비가 오면 상류로부터 엄청나게 유입되는 쓰레기 더미로 인해 몸살을 앓을 뿐 아니라
외래식물인 가시박 등이 버드나무를 덮어 고사가 되는 등 끊임없이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원시 상태의 자연모습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원래 한강과 연결되어 있던 물길이 불과 몇달이 지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적된 모래가 쌓여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 자연적으로 그냥 놔두어야 좋은지
아니면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사람의 손길이 개입이 되어야 좋은지
전문가들의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밤섬의 습지에서 바라본 여의도 빌딩숲의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의 탐방을 마치고 다시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비록 밤섬 안에는 신기한 새나 물고기, 다양한 식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도심을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한강이라는 곳에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자연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다른 생명을 키워가고 있는 밤섬은 평범하기에 그래서 더 위대한 곳이었다.
스스로 자, 그러할 연,,
스스로 그러한 위대한 자연앞에
인간은 초라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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