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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닭실 마을에서 하룻밤

작은천국 2010. 10. 31. 08:00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닭실 마을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봉화의 닭실마을 이었다.

봉화 여행을  두어 차례 다녀왔었지만 번번히 다른 일정에 밀려 닭실마을은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한옥 스포터즈'에 선정되었고 드디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마을을 향해 떠났다.

 

 

새벽 6시에 출발!!! 했으나 올해 유난히 곱게 물든 단풍을 보기 위해 고속도로의 정체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 어마어마한 추석, 설 명절 고향가는 길도 이러진 않았는데

10km 움직이는 데 한시간... 게다가 자욱한 안개까지..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점심 전에는 도착하리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중간에 국도로 빠져 무려 8시간이 걸려 오후 2시가 되어 닭실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모습 

닭실마을은 마을 뒷편으로 소나무가 마을을 감싸고 마을앞은 실개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마을로

     조선 중종 때 재상 충재 권벌의 종택이 이곳에 터를 잡은 뒤 안동 권씨의 집성촌이 형성되었다.

     충재 선생은 조선 연산군 시대의 문신으로 대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섰다가 1519년 기묘 사화 때 물러나 이곳 닭실마을에 터를 잡았다.

     그 후 다시 조정에 나가 우찬성까지 올랐지만 다시 을사 사화에 연루되어 파직당하고 1547년 다시 벽서사건에 연루되어 삭주로 유배,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선조 때 억울함이 풀어져 영의정에 추증되었고 안동의 삼계서원에 모셔졌다. 

     현재는 15가구 정도가 거주하고 있으며 닭실마을과 석천계곡 일대가 사적 및 명승 제3호 '내성유곡권충재관계유적'으로 지정되어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닭실마을

닭실마을은 마을의 지형이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인 '금계포란'의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닭이 알을 품게되는 배의 중앙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풍수지리상 영남의 손꼽히는 명당자리로 삼남의 4대 길지 중 하나이다.

택리지에 따르면 삼남의 4대 길지는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앞내마을 및 하회마을

그리고 이곳 봉화의 닭실마을이다.

 

풍수적으로 탁월한 지형을 가진 닭실마을 앞으로 철도가 지나가는것이 참 거슬린다

영주에서 강릉까지 가는 영동선이 보다시피 직선을 그리지 않고 봉화의 춘양통과하기위해 억지로 돌아가게 만들어져있다.

그래서 '억지춘양' 이란 말이 유래가 된 곳이다.

이곳의 질좋은 소나무인 춘양목을 실어나르기 위해 또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고장에 기차가 다니도록 압력을 넣었다 등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어쨋거나 철도가 생김으로  닭실마을의 모가지가 잘린 형국이 되었다.  

 

닭실마을 입구에 있던 우리의 한옥숙소 

닭실마을에는 숙박을 하는 곳이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아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 보다 닭실마을 종가댁 전화번호를 알게되었고

종가댁에 전화를 드렸드니 유일하게 이 마을에서 민박이 가능한 권수기 할머님 댁을 알려주셨다.

닭실마을 입구에 새로 지은 집이고 도착하면 바로 보인다고 전화 통화를 했었는데

정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아!!  저 집이구나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서 운영하고 있는 한옥 민박은

겉은 한옥이고 내부는 양옥으로 개조되어 있어 불편함이 전혀없다.  

두 분이서 적적하다면서 무척이나 우리를 반겨 주셔서 그냥 외할머니댁에서 하루 놀다온 기분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닭실마을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도시에서 자란 내 조카들은 닭실마을을 뛰어다니느라 신이 났다.

 

소박한 골목의 모습이 단아하게 느껴진다.  

 

 

골목 곳곳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오랫만에 보는 아주까리.. 그런데 아주까리 꽃이 저렇게 이쁘게 생긴 꽃이었나?

 

마을 앞의 논은 이미 가을걷이가 끝났다.  

 

마을입구에서 약 1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충재 권벌의 종택에 도착하게 된다. 

종택은 뒷산의 오른쪽 줄기인 마을의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암탉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좌우 세 칸의 문간채를 거느린 솟을 대문

 

한옥의 얼굴이라고 할 수 도 있는 대문은 그 조형미의 탁월함이 절로 느껴진다.

문인방과 문지방을 활처럼 휘어 놓아 한옥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집안에서 바라 본 모습

문지방이 활처럼 휘어 있어 왕래하기도 무척이나 편리했겠지만 무엇보다 둥근마음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대문에서 바라본 종가의 모습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사랑마당이 나오고 뒷산의 모양을 해치지 않기위해 산이 담장의 역할을 하도록 정문채 좌우로만 담장을 두고 있다.

이 가옥은 페쇄적인 'ㅁ' 자 구조로 가운데 중문을 도고 전면 우측으로 사랑채, 좌측으로 안사랑이 꾸며져있다.  

 

잘 다듬은 장대위에 세워진 사랑채의 모습,

둥근기둥은 사대부의 기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정면 네칸, 측면 두칸으로 되어 있는데

전면에는 툇마루를 두었으며 홑처마의 지붕이다.

안채까지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종가댁 어른이 편찮으셔서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이 사랑마당은 청암정이 있는 정자 앞까지 연결된다.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청암정이다.  

 

청암정은 거북모양의 너럭 바위 위에 세운 정자로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여기에 다리를 놓아 자연 풍경과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우리나라 정자 중에서 절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전국 건축가들이 최고의 건축물로 꼽고는 있는 정자 중의 하나이다. 

 

 이곳이 참 눈에 익다 싶은 사람은 눈썰미가 있는 분이다.

바로 이 곳 청암정은 '동이',  '스캔들', '바람의 화원' 등등 사극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최근에 끝난 드라마 '동이' 에서 숙종의 사가로 등장했던 청암정 이다.

 

청암정의 뒷편으로 증손과 차기 증손이 조상님들이 전해준 유품을 보관하고 있는 유물전시관이 있다.

고택을 방문할 땐 먼저 그 집안의 내력을 공부하고 정신적인 교훈을 통해

그들의 정신과 철학이 어떤 식으로 건축에 담겨있는지 살펴봐야 제대로 고택을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런 전시관이 있다면 꼭 들러 마을의 유래와 역사, 전통을 알아보면 어떨까?

 

 증손 분께서 나오셔서 방문 사람들에게 일일이 권충재 선생의 일대기에 대해 설명해 주고 계신다.

이 마을 분들이 가진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그 자부심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충재 선생의 유적들

왼쪽 위쪽의 사진은  3명을 뽑는 과거(진사)시험에서 3명중 2등으로 합격한 답안지가 보여지고 있다.

오른쪽쪽 귀퉁이가 찢어진 채로 되어 있어 보관상의 문제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 찢어진 부분은 누구의 아들이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 하는 인적사항을 적게되는데

답안지를 제출할 땐 선입견을 위해 이 부분을 찢어서 제출한 후

당선되고 나면 이렇게 다시 붙인다고 했다.

한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어지는 높은 도덕성은 그 옛날 기본적인 과거 시험에서 부터

철처한 원칙을 지키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것 같아 씁슬한 기분을 지울수 없다.

 

 추수가 끝난 한가로운 들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여유로움을 느끼게한다.

 

닭실 마을은 가로등도 이렇게 닭의 모양이다.

 

이곳은 '한과'로도 너무나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종택에서 제사를 모시면서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무려 500여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오고 있다.  

부녀회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닭실한과는 전국적인 명성으로 명절 등 수요가 많은 철에는 주문을 다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제 작업이 끝나서 오늘은 한과를 만들지 않을듯하다고 하셨는데 혹시나 싶어 들러보니 마침 한과를 만들고 계셨다.

이곳의 한과는 모두 국산 재료로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방법대로 한과를 만들기에 전통의 맛이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한과는 쌀로 반죽을 내어 말리고 기름에 튀겨내어 조청을 입힌 후 각종 고물을 입힌 과자로

신라시대부터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전통 먹거리 중 하나이다.

 

찹쌀가루로 만들어진 한과는 그 어떤 한과보다 정말 맛있었다.

눅진한 맛이라곤 전혀 없이 고소하고 구수하고 그리 달지 않은 단맛은 자꾸만 한과에 손이 가는걸 막을 수가 없었다. 

 분홍색 보자기에 쌓여 전국 각지로 배달되어질  닭실 한과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구입방법 : 닭실 마을 부녀회관으로 주문해야한다 (부녀회관전화번호 : 054-673-9541)

 

갑자기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지만 기름보일러 시설이 되어 있어 뜨뜻한 구들장방에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상쾌하기까지 했다.

전날 8시간에 걸쳐 도착하느라 무척이나 피곤했지만 워낙 공기가 좋은 곳이라 피곤함없이 일찍 눈이 떠졌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석천계곡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마을 앞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을 따라 석천계곡으로 향한다.  

 

이곳은 문수산을 분수령으로 남서류하는 창평천과 닭실의 뒤에서 흘러내리는 동막천이 유곡앞에서 합류, '석천' 이라고 부른다.

 

약 십 분여를 걸어 모퉁이를 돌아오니 맑은 물과 울창한 송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석천계곡이 나타난다.  

 

알싸한 공기, 맑은 물소리, 기암 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석천정의 모습,

충재 권벌의 장자 청암 권동보가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석천계곡에 지은 정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이윤즉슨, 이곳이 약간 외진곳이다보니 사람들이 구경을 와선 돈이 된다싶은 고물건들을 훔쳐가는 통에 평소에는 문을 잠궈 놓는다고 했다.

현판 문고리에 심지어는 문짝도 뜯어간다고 했다.. 맙소사!!!

아침에 이곳에 가는 줄 알았으면 할머니가 같이 오셔서 문을 열어 줄수도 있었는데 안타까워하셨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도 기품넘치는 정자에서 글읽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질 정도로 수려한 곳이라 아쉽지는 않았다.

 

산책을 끝내고 다시 마을로 들어오는 길,,,

뒤로는 포근히 산이 감싸안고 앞으로 실개천이 흐르는 닭실 마을,,,

포근한 고향 마을 같은 풍경이 마음 한 켠을 훈훈하게 한다.

 

 

봉화 닭실마을 권수기 할머니댁  숙박 안내

경북 봉화읍 유곡1리 1020번지 (☎ 054-672-4349, 054-673-4349, 010-6326-4349)

작은 방이 2개, 방 한 개당 4명이 이용가능(가격: 40.000원독채의 경우  150,000

다만,, 할머니 할아버지 연세가 있다보니 아침은 제공이 되지 않지만 직접 취사가능하다 (입식부엌)

  

 

※ 2010년 경북 명품 '종가여행'  이란 테마로 경상북도와 경북 미래 문화재단에서는

    2010년 10월 1일 부터~11월 30일 매주 토, 일  닭실마을의 한과를 접할수 있는 체험여행이 실시되고 있다.

    그 밖에 경북에 위치한 종가를 둘러 보는 다른 프로그램도 있으니 참고 하면 좋을듯하다.

    무엇보다 '경북 종가 명품관광'은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느끼고 체험하는 관광으로 모든 참가자에게 교육과 체험학습이 제공되어 

    청소년들이 고택과 서원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매우 유용할 듯하다.  

   홈페이지 및  예약하기 :  (사) 경북 미래 문화재단 http://jongga.kr/  또는 www.gbculture.org 둘다 이용가능   

 

 봉화는 생각보다 볼 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닭실 마을에서 차로 약 10분거리의 또 다른 고택 계서당은 춘향전의 이몽룡 생가이며 

봉화의 송이 축제를 비롯해  약 사십분 이내에 영주 부석사, 선비촌, 소수서원이  남으로는 청량산과 안동의 도산서원이 위치하고 있다.

  

올 가을 특별한 가을 여행을 위해 봉화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찾아가기 : 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