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막연히 언젠가 나도 그 길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육체적인 한계로 인해 그 길에 갈 수 있다는
가능성 조차 갖지 않았던 그 길...
그래서 그냥 그런곳이 있다는 곳으로만 알고 있던 그 곳... 산티아고..
그 산티아고 길이 정말 우연히 거짓말처럼 내게 다가왔다.
제주 올레길을 찾으며 다시 발견하게된 '산티아고' ...
그래, 그곳을 향해 가는 거야... 그렇게 거짓말처럼 산티아고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왜 산티아고에 가고 싶은 것일까?
언젠가부터 나는 내 삶의 목표를 상실해 버렸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나는 인생이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것이라 자만하고 살아온 듯하다.
내 뜻대로 사는 인생을 그래도 큰 줄기를 따라 나름은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어느날,,,,
운명과도 같은 실타래에 얽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가 도저히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앞에 놓인 '운명'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 아니 꿇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만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하지 않는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대명제앞에 나 자신만은 언제나 예외적인 삶이라 자부해왔고 그것을 뛰어넘기위해
나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만족하며 사는 삶을 거부한채로 끊임없이 나자신에게 쉴틈과 여유를 주지않고
시간쪼개기로 버티며살아온 날들이 아닌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모든 일에 목숨을 걸어가며 전쟁같은 하루를 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만이 가득하다.
모든 것에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그저 내 마음에 온통 분노, 원망, 후회만이 가득차 더 이상 내 안에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없고
그 어떤것에도 희열을 느낄수가 없고 나를 지탱하고 있던 내 삶의 모든 에너지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 무엇으로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을 만큼 철저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오랜기간동안 많은 생각을 통해 아무리 마음을, 생각을 정리해보려해도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맨정신으로 오롯이 버텨낸다는게 너무 지치고 힘이 든다.
그래서 드디어 오늘,,,, 힘든 결정을 내렸다...
아직은 내 미래가 어떨지 상상 할 수 없고 상상조차 두려워 온 종일 맨정신으로 버티기도 힘든 나날들이지만
산티아고를 생각하면, 오랫만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설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저 막연한 흐밍과 설레임을 느낀다.
그래, 다시 한번 해 보는 거야.... 그냥 이렇게 주저앉을 순 없어.. 나에게 무슨 일이 있든 그 일 때문에 내 인생이 변하지 않잖아..
길이 끝나면 그 끝난 길에서 새로운 길로 가면 되는거야..
길이 끝났다고 해서 새로운 길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길로 갔다고 해서 나도 그 길을 갈 필요는 없으니까
산티아고의 그 힘든 여정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내 몸 하나만으로 철저히 외로움과 고독와 맞서며 약 한 달여 정도를 걸으면서
그동안 버려두었던 나 자신과 많은 대화를 통해 나의 성찰과 영적 체험을 통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싶다.
언젠가 한번은 쉬어간다는 인생의 break time ,.,,,아마도 지금이 그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원하던 떄의 break time은 아니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산티아고 가는길....
내가 세상을 향해 쓰고 있는 페로조나를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긴 여정...
그 길에 서 있을 내 자신을 상상하며 정말 오랫만에 인생의 설레임을 느껴본다..
물론 그 곳에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냥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적어도 비워낼수는 있겠지.....
아니, 그래야한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가볍게 서 있기 위해선.....
최대한 많이 비워내야만 한다.
모든 것이 두렵지만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한걸음씩...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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