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Reference Room

부산 가덕도 등대

작은천국 2008. 3. 12. 12:02
  • 아흔여덟 해, 남해의 영욕을 비추다
  • 부산 가덕도 등대
  • 가덕도(부산)=글·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입력시간 : 2007.07.12 00:39
    • ▲ 가덕도 등대 신 등탑
    • 덕도(加德島) 등대(정식 명칭은 '가덕도항로표지관리소')는 섬 남단 절벽 끝에 매달리듯 서 있다. 그래서인지 40.5m 등탑이 더욱 높아 보인다. 팔각형 등탑 안쪽으로 계단이 또아리를 틀며 끝도 없이 솟구친다.

      "계단이 도대체 몇 개나 되나요?"
      "198개입니다."

      헐떡거리며 마지막 198번째 계단에 올라 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밀려들어온다. 등탑 꼭대기 전망대로 나갔다. 경관이 기막히다. 푸른 바다가 터질 듯 펼쳐진다.

      서남쪽으로 거제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가덕도는 부산에 속하지만, 부산과 거제도 사이쯤에 있는 섬. 진해도 멀지 않다. 등탑 꼭대기까지 안내한 서정일(42) 등대원은 "맑은 날은 대마도(일본 쓰시마)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옛날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게 이 부근입니다."

      오후 7시 무렵, 등탑 꼭대기에서 불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빛은 12초마다 한 번씩, 차츰 어두워지는 가덕도 주변 바다에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날이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온다. 전구 크기는 남자 어른 주먹만했다. 밝기는 500와트. 수많은 배들을 인도하는 불빛의 근원이 고작 요거였다니.

    • ▲ 1909년 세워진 옛 등대 건물
    • 가덕도 등대의 진짜 볼거리는 등탑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나 등대 불빛 아니다. 등탑 바로 옆에 또 하나의 작은 등대가 붙어있다. 옛 가덕도 등대다. 1909년 12월, 대한제국 시절에 세워졌으니 올해로 아흔여덟 살이다.

      작지만 단아하다. 사각형 건물이 작은 팔각형 등탑을 이고있다. 붉은 벽돌로 튼튼하게 지은 건물을 흰색 페인트로 칠했다. 근대 서양건축 양식을 충실히 따라 건설됐다. 지붕과 처마에 해당되는 사각 테두리도 이국적이다.

      100여년 전 건립 당시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2003년 부산시 유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됐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층계를 오르면 등탑 속이 된다. 층계 너머 왜식(倭式) 여닫이문을 열면 작은 부엌과 온실방이 있고, 아궁이에는 가마솥이 놓여있다.

    • ▲ 등대 체험 숙소
    • 등대를 나왔다. 1m쯤 돌출된 현관 위에 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대한제국과 황실의 상징인 오얏(자두나무)꽃이다. 현관 옆 안내판은 이 문양에 '조선의 자주권 확립을 위한 열망이 담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가덕도 등대가 세워진 배경은 자주나 독립과 거리가 멀다. 등대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덕수도(加德水道)'라 불리는 가덕도 서쪽 해안은 왜구부터 일제까지 일본의 한반도 침입루트였다.

      가덕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알던 일제는 1905년 일본군 사령부가 설치했다. 요새를 구축하고, 이어 1909년 등대를 완공한다. 바로 다음 해인 1910년. 치욕적 한일합병을 당했다.

      예쁜 가덕도 등대. 수치스럽지만, 그래서 더욱 잊으면 안될 우리 역사를 상처로 품고있다.

    • ▲ 신 등탑 속 나선형 계단


    • ::::: 꼭 챙겨가세요

      가덕도 등대는 해군부대 안에 있기 때문에 방문하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산지방해양청에 인적사항을 일주일 전에는 보내야한다. 문의 부산지방해양청 (051)609-6801, pusan.momaf.go.kr('항로표지' - '등대이용안내'를 클릭한다)

      ::::: 찾아 가는 길

      부산 신항에서 배를 탄다. 편도 어른 2400원, 아이 1200원. 배는 오전 7시 30분부터 2시간 간격으로 있다. 계절에 따라 변하니 미리 확인해야 안전하다. 섬에서 나오는 배는 오후 5시까지 있다. 문의 가덕진영해운사 (051)971-9664. 부산에서 외양포까지 약 40분 걸린다. 외양포에 내려 오른쪽 산길을 구비구비 40분쯤 걸으면 등대다.

      해병대 초소부터 해군부대 출입구까지, 마지막 2~3㎞ 구간이 험하다. 시멘트 포장길과 비포장 흙길이 교차된다. 하지만 덕분에 원시림에 가까운 섬 숲의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등대보다 이 산길 걷는 맛이 더 좋다는 방문객도 꽤 된다.

      차로 가려면 경남 진해 안골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이용한다. 소형승용차 1만5000원, 중형차 2만원. 문의 신항만 해상운송 (055)551-8009.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오후 1시 배 없음)으로, 나오는 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오후 2시 배 없음) 있다. 계절에 따라 변동하니 미리 확인한다. 안골에서 장항까지 30분쯤 걸린다. 장항 선착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외양포를 지나 등대에 닿는다. 40분쯤 걸린다.

      ::::: 숙소 정보

      등대체험숙소가 가장 좋다. 등대 불이 들어오는 광경이나 등대 뒤로 해가 뜨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시설도 콘도 수준. 15평 규모로 침대와 소파 등이 있다. 숟가락부터 압력밥솥까지 취사도구도 빠짐없이 갖춰져 있다. 게다가 공짜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매달 8일까지 체험신청을 받는다. 경쟁률이 엄청나다. 사회복지법인-초·중·고교생 체험학습-가족 단위-일반 국민-해양수산부 직원 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여름등대해양학교'가 열리는 7월 중순부터 8월 22일까지는 받지 않는다. 문의 부산지방해양청 (051)609-6801, pusan.momaf.go.kr

      ::::: 먹을거리

      등대에서 숙박할 경우 음식을 준비해야한다. 주변에 식당이 전혀 없고, 마을이나 항구까지 나가기 힘들다. 가덕도는 겨울 숭어와 대구가 유명하지만, 정작 섬에서는 맛보기 어렵다.


      ::::: '항로표지원'은… 

    • 우리가 흔히 '등대지기'라고 부르는 등대관리인은 지방해양수상청 소속 공무원으로 정확한 명칭은 '항로표지원'이다.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은 물론 전자·전기기사, 기계기사 등 자격증을 갖춰야 등대에서 근무할 수 있다.

      배가 잘 닿지 않는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일하기 때문에 20여 일에 한번 꼴로 육지에 나갈 때마다 먹거리를 한꺼번에 사오고 식사도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은 고충이다.

      해가 질 때 출근해서 동이 튼 후에야 퇴근할 수 있는, '밤낮 뒤바뀐 생활'도 고되다. 사진은 가사도 등대 항로표지원.

      (글=김신영 기자 / 사진제공=주강현 해양문화재단 이사)

       

    • ▲ 가덕도 등대 /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