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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무크(K-MOOC)가 뭐예요?

작은천국 2016. 3. 2. 17:05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케이무크(K-MOOC) 수강해 보니

케이무크(K-MOOC)를 통한 평생학습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늘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고

앞선 사람들은 누누이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배움도 끝난다.

설령,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한계를 비롯해 적당한 교육기관을 찾는 것도 힘들다.

 

배움에 늘 목말랐던 분들이라면 희소식이 될 터,

한국에서도 무크(MOOC) 강좌가 시작됐다.

 

평소에도 지적 호기심은 많은 편이다.

지적 허영심이라고 해도 좋다.

그렇다고 공부를 엄청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지.대.넓.얇!

 전공자처럼 깊이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은

내 안에 잠재된 열등의식에 대한 보상심리이자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좋겠다.

 

2015년은 시간을 좀 의미 있게 쓰고 싶어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수강을 했다.

클래식, 서양미술, 뮤지컬, 대중문화, 한국화 등등 우수한 교수님들과 함께 하는 수업은

혼자서 책 읽는 수준에 그치는 지식 습득과는 차원이 달랐다.

혼자 습득하는 지식도 사실은 뭘 좀 알아야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차원에서 내 전공인 경영, 경제, 회계, 심리학, 교육학 등을

다시 공부하는 것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학교에서는 혹은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는 가려운 부분에 대한 욕망이 분출하던 시기에

마침 K-MOOC가 오픈된다는 소식을 접하니 그저 반가웠을 수밖에.

 

온라인 공개 수업을 의미하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대학교나 교육현장에서도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로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현재 10개 대학에서 총 27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2018년까지 총 500개 이상의 강좌가 운영될 예정에 있다.

 

언어 문학, 인문 과학, 경영 경제, 법률, 사회 과학. 미술 조형, 건축, 기계금속, 전기 전자,

컴퓨터 통신, 생물 화학 환경, 수학 물리 천문 지리 등 27개의 강좌 중

평소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혼자만의 공부로는 다소 한계가 있었던 과목 위주로

총 6개의 강좌를 신청했다. 

<K-MOOC 강좌목록>

 

온라인 개방형 강좌인 K-MOOC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공자가 아니라 그저 일반인 교양수준 정도로 생각했던 강의는

총 15주차로 구성된 커리큘럼과 대학교 수업과 거의 같게 전달되는 질과 양은 다소 버겁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매주 차 학습 후 퀴즈, 토론, 중간 기말고사까지..

이건 뭐 대학을 안 간다 뿐이지 완전히 한 학기 대학 수업이라고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다.

참고로 오프라인 강의도 한 차례 있어 직접 교수님을 대면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물론, 다른 일정과 겹쳐 참석은 못 했지만. 

 

강의 개설되고 난 후 뒤늦게 12월에 수강신청을 해놓고도 12월에는 너무 바빠 강의를 들을 시간이 없어

1월이 되면서 듣기 시작했고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틀어 놓고 있으면 되겠지 했던 강의는

듣다 말다 하니 지난 시간에 뭘 배웠는지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이 과목 저 과목 잡히는 데로 듣다 보니 역시 남는 게 없었다.

 

일반적인 테드(TED) 강의처럼 한 두 시간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닌지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용어들도 학습한 것들도 까먹기 일쑤였다. 

 

결국, 6과목 중 3과목은 취소를 했고 가장 관심 있던 분야인 건축부터 제대로 들어야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5주차 강의까지는 그 저냥 필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기억력이 따라 줬는데

6주차 로마네스크에 오고 나니 앞의 내용들이 모두 뒤죽박죽이 되어 엉키기 시작하고

생소했던 용어들도 시간이 지나가니 이게 그건지 저게 이건지 계속 앞 강의를 다시 리플레이..ㅠㅠ

물론 문학이나 다른 강의였다면 그저 듣는 것으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시로 등장하는 건축 전문용어에 세계사가 들어가는 방대한 설명까지

언젠가 이 노트가 충분히 보조자료 역할을 하겠다 싶어

 1주차 강의부터 강의노트를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개인 소장용으로!!!

<대략 200페이지 책 한 권에 달하는 강의 노트>

 

 

하루에 적게는 5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까지 꼼짝없이 책상에 붙어 앉아

유튜브로 진행되는 교수님 강의 노트에 설명까지 모두 다 받아 적고 있다 보니

밥 먹는 시간도 놓치고 책 쓰느라 고질병처럼 가지고 있던 목, 허리 통증이 재발할 정도였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거침없이 막힘없이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설명은

여행을 다니면서도 혹은 책을 읽으면서도 늘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결되는 것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상당했다.

오죽하면 다음 회차 강의가 궁금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일반적인 '건축학 개론'이었다면 내가 이다지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강좌가 원래 대학 강의 과목에 개설되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인 대상으로 한 강의는 '건축'이라는 시선을 '사회문화'로 접근해서 풀고 있기에

이 과목을 듣는 내내 세계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에 세계사 과목을 제일 싫어했다.

시험을 봐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암기를 하긴 했지만

앞뒤 전후 맥락도 없이 무조건 달달 외워야 하는 세계사가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유럽여행을 갔는데 건축과 세계사를 모르고는 유럽여행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실감했더랬다.

 

그 이후 다양한 방면으로 책도 읽고 공부를 했으나 단편적인 부분에 그치기 일쑤였고

가려운 부분을 통째로 긁어 주지 못했기에 그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게 되니 공부가 재미있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수업 중에 등장하는 건축물 중 20년 전에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 만났던 건축물들이 많았고

그 건축물들이 로마,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수업 중에 설명이 이어졌는데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땐 뭣도 모르고 그 앞에서 단지 기념사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게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이 나다니 인간의 무의식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5대 문명을 다룬 고급진 책을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있다.

정말 이 책은 그동안은 소장용이었다.

 

책이 너무 크고 두껍기도 하거니와 세계사적으로 풀고 있는 내용이 다소 깊이가 있어

생각보다는 그냥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시원한 사진이 멋있어 가끔 꺼내보긴 했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덮기 일쑤였다.

그리고 최근 1년 동안은 이 책을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수업을 듣고 나니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쳤는데 아이고야 까막눈이 터졌다.

그전에는 페이지를 넘기는데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던 내용이 이젠 술술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한낮 그림에 지나지 않았던 건축물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코린트 양식이라고 단번에 입에서 튀어나왔고

 

판테온의 돔 양식이 돔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소란반자를 사용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텍스트의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식의 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오른쪽 아래 부분이 수업 중 판테온의 돔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유튜브의 조그만 화면으로 보던 답답한 건축물들을 큰 도판으로 만나니

그저 소장용으로 먼지만 쌓이던 책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라파엘로의 그림으로만 보였던 아테네 학당은 르네상스 건축으로 시선을 확장했으며

 더 넓게는 르네상스가 가지는 인문학적 의미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유럽 지역으로 건축 여행을 떠난 것 같았던 『건축으로 읽는 사회 문화사』강의였다.

 

강의 내용에는 무척 만족을 하지만, 다만 한 가지 시스템적으로는 좀 불편했다.

매 주차 강의에 여러 챕터가 있는데 한 챕터마다 일일이 강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하고

그 챕터 안에서도 다시 쪼개진 강의는 강의 분량에 따라 일일이 리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과목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전부 같다.  

적어도 30분 정도나 1시간 정도 연속 재생이 되면 좋을 텐데

다음 시스템 개선 작업에는 반드시 반영되면 좋겠다.  

 

 

 

그래도 좋은 점은 유튜브(youtube)를 기반으로 하는 덕분에

유튜브에 접속하면 내 계정과 연동되어 이미 수강한 강좌를 K-MOOC에 접속하지 않아도

스마트 폰을 통해 이동하는 시간 틈틈이 강의를 복습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건축에 너무 애정을 쏟고 나니 어느새 2월로 넘어가 버려

다른 두 강좌는 기한을 넘겨 버렸다.

혹여 강의가 종료되면 강의를 더는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조금 걱정을 했지만

이미 종료된 강의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아직 끝내지 못한 강의들을 듣고 있는 중이다.

 

기간 내에 수강을 모두 마치고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수료증도 받게 된다.

 

 

이제 K-MOOC는 3월부터 다시 강의가 시작된다.

지난번에 신청했다가 취소했던 『현대물리학과 인간사고의 변혁』, 『인간행위와 사회구조』

『논어』 등 다시 몇 개의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9월에 개강하는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과목도 눈에 띄고

카이스트의 개설과목인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은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 다루고 있는 '학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예술이나 철학강의가 개설됐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있는데

점차 다양한 강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강좌가 다양하지 못해 선택폭이 좁다는 생각도 들지만  

몇 개의 강좌를 들어본 결과 강의 내용은 만족하는 편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수강이 가능한 K-MOOC.

이쯤 되면 사이트 한 번씩은 들어가 보는 걸로~

 

K-MOOC 홈페이지 http://www.kmoo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