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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마지막 겨울,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천년의 숲길

작은천국 2013. 2. 28. 07:30

마지막 겨울,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천년의 숲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대산의 전나무 숲길 

눈 쌓인 그 길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나게 자분자분 밟으며 걷는 길

 

 

전나무의 나이테를 키우며 천년의 세월이 녹아 있는 그 곳엔

지금쯤 봄이 깃들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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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겨울을 품은 오대산 월정사,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절로 되던 천년의 숲길.

 

바야흐로 봄이 코앞이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전나무숲길은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길을 포함

국내 3대 전나무 숲길로 손꼽히는 길이다.

 

보통은 일주문에서 시작해 약 1kn 남짓의 길을 걸어 월정사로 가면 더 없이 좋겠지만

금강교를 지나 천년의 숲길을 걸어보고 월장사로 올라가기로 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던 어느 계절,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날 찾았던 월정사의 숲은

너무 운치가 있었고 눈 내리는 날의 낭만을 그리워 하게 만들던 길이었다.

 

 유난히도 눈이 자주 내린 올 겨울, 몹시도 추웠지만 눈 내리는 어느 날이면 어김없이

월정사의 이 길의 풍경이 아련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기 며칠전에 내린 눈은 바닥에만 흠씬 흔적을 남겼을 뿐,

기대하던 풍경을 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오대산을 굳건이 지키며 평균 수명 83세를 자랑하고 있는 전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는 길을 걸으며

코끝으로 전해오는 알싸한 청량감은 도심에 지친 마음에 훈기를 불어 넣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수종은 뭐니뭐니 해도 소나무.

하지만 오대산 자락은 온통 전나무가 꼿꼿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대산에 전나무가 자리잡은 설화가 전해지는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성계가 '왕사'로 삼은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 스님이 오대산에서 수도할때

어느 겨울 공양을 위해 중대로 가는데 소나무 가지에 걸렸던 눈이 떨어져 공양이 다 식어 버렸다고 한다.

난감해 하는 스님앞에 홀로 산신령이 나타나 소나무를 꾸짖으며 전나무 아홉그루에게

소나무 대신 산을 지키게 했고 그때부터 오대산 자락에선 소나무가 귀해졌다고 전해진다.

 

물론 눈이 다 녹아버리기도 했지만 전설처럼 눈이 오면 전나무는 소나무와 달리 소복히 쌓인 눈이

떨어지지 않을까 적잖이 의심을 해보게 한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뿐이고...

 

한줌의 흙조차 허락하지 않는 흰 겨울의 대지를 뒤덮고 있는 설원을 걷다보면

가까워지는 것이 어찌 남녀만의 사이일까?

 

얼마걷지 않아 전나무로 뒤덮인 숲이 그늘을 만들며 나무 가지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숲이 점점 깊어지며 깊은 산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차가운 기운이 희미한 머리속을 번쩍 헤집으며 걷는 길

어느새 속세에서 묻어 있던 근심 걱정이 해탈의 이름을 달고 스쳐간다.

 

자박 자박 걸음걸음에 힐링 힐링이 발자욱 소리를 내며 따로온다. 

 

 

이젠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오대산의 오색단풍,

올 가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본다.

 

 

 올 겨울 마지막이 될 듯한 겨울풍경이 아쉬워 눈밭에 발을 집어 넣었다.

아! 차가워~~

객기는 아무나 부리는게 아니다.

 

 

걸어갔던 길을 되돌아 와야하는 수고로움은 코끝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에 모두 내려놓았다.

 

마치 속세를 가르고 있는 냥  좀전에 지나온 금강다리가 허허롭게 느껴진다.

 

녹지 않은 눈이 잔뜩 쌓인 계곡의 풍경은 달력 속 1월 풍경을 선물하며

봄을 기다리는 여심에 아쉬움을 살포시 얹었다.

 

살짝 오르막의 월정사가 무척이나 신비롭게 느껴진다.

 

 

눈 앞에 일렁이는 사람들이 왁자한 소리를 흘리며 지나가지만

소음은 이미 안중에도 없이 고요함으로 젖어들고 일주문을 지난다.

 

속세의 더러움을 앃어내는 두 번째 통과의례 금강문을 지난다.

 

 불교를 수호하고 악을 벌하는 천신인 금강역사가 양쪽으로 조각되어 있는 다른 절들과 달리

오대산의 절은 머리위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불교를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을 통과함으로써 속세의 죄를 씻어낼뿐 아니라

내 몸에 붙은 악마저 떼어내 정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불교의 철학이 녹아든 건축물은

그 내용과 의미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기운으로 인해

속세에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본다.  

 

지나쳐 온 금강문의 누각이 웅장하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월정사 앞 마당은 눈이 녹아 질퍽질퍽하지만

 

고려시대 최고의 석탑으로 손꼽히는 국보 팔각 구층 석탑 하나만으로 그 의미는 충분한 곳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석탑은 윗부분 금동장식을 특징으로 무려 15m가 넘는 높이는

우리나라 팔각 석탑 중에는 가장 크다고 한다.

 

오랫만에 만나는 시대의 건축물앞에 사진을 담는 손길은 분주해졌다.

 

 

선덕여왕 12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간된 천년의 사찰에 깃든

 석탑이 뿜어내는 천년의 자태는 황홀하기만 하다.

 

너무 오랫만에 찾은 월정사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진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전통찻집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다소 아쉬웠다.

 

휘 둘러보고 월정사를 나서는 길...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에 눈 치우는 장비로 필수적인 중장비가 한켠을 지키고 있다.

 

아~~  이곳 역시 자연의 힘앞에는 어쩔 수 없는 속세의 기운을 빌려야 하는 것이었다.  

 

월정사를 나서며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천 년의 숲길을 걸어 천 년의 사찰을 품고 걸었던 오대산 월정사 

 

그 곳은 손 뻗으면  푸르름에 감긴 깊고 정갈한 호수같은 하늘이 맞닿아 있었다.

 

마음은  금새 천년의 세월을 품은 파랑으로 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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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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