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이 안 보이게 내리던 폭설
1월 마지막 날 제대로 눈이 오다.
오후 3시경부터 슬금슬금 내리던 눈은 약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순식간에 눈 앞이 안 보이게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눈이 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곳곳은 제설차량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나
그걸로는 내리는 눈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가는 중이고 퇴근길 엄청난 교통 정체를 겪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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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 온 다음 날 강추위가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눈이 오니 좋긴 좋았다.
화요일에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접하고 나니
눈 온다는 소식에 어린아이 마냥 설레였다.
그도 그럴것이 눈이 올때마다 서울에 없었기에 내심 눈 오기를 기다렸다.
국립수목원에 계시는 분의 말씀으로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국립수목원의 경치가
1년 365일중에 최고로 꼽을 만큼 그야 말로 환상이라고 했다.
그런 곳에 가서 오겡기데스까? おけんきですか 한번 외쳐 주고 싶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여러가지 정황 상 국립수목원은 틀렸고
눈 온다는 소식에 일부러 일정을 변경해 광화문으로 나서는 길
마침 지인도 광화문에 있다고 했다.
볼일을 보고 지인과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오후 3시경 슬금슬금 창 밖으로 기다리던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작정을 하고 나왔는데 그냥 갈 순 없지 않은가?
30분 쯤 지나고 나니 창덕궁 길은 눈발이 점점 더 굵어진다.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눈만 빼꼼히 ~~ 출 발~~~!!
눈발 날리고 채 30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 바닥에는 벌써 눈이 쌓였다.
눈 발은 점점 거세지고 창덕궁 돈화문에 도착하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난 눈이 내린다.
옷깃에 쌓인 눈을 털어내기가 무섭게 다시 쌓인 눈... 보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카메라가 은근히 걱정되기는 했다.
창덕궁을 들어가 볼까 하다가 경복궁의 운치가 더 좋을 듯하여
경복궁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계동을 걷는다.
인사동과 경계를 짓고 있는 북촌 입구에 도착하니 눈발이 조금 옅어진다.
눈 오는 날 산책은 작정을 하고 나서지 않으면 은근 귀차니즘이 발동하는지라
같이 걷고 있던 지인도 처음에는 "추운 건 질색 팔색하는 네가 눈 오는 날은 왜 그렇게 좋아하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더니만 " 너 아니면 이렇게 눈 오는 날 또 언제 걸어 보겠냐" 며
"오랫만에 눈 맞으며 걸으니 좋다"며 기분이 완전 업되었다.
담벼락 높은 미 대사관 길을 지나
경복궁 동십자각 입구에 도착하니 약간 가늘게 내린다 싶던 눈발을 굵어지고 쉼없이 내린다.
경찰이 눈을 피하는 법.... 단순하구나!!!
여기도 저기도 우산을 받쳐던 경찰관의 모습이 재미있다.
마음같아서는 삼청동길에서 작정을 하고 흑백사진을 좀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희끄무레하고 아련한 기분이 들었지만
올해 1월 1일 눈 내리던 지리산 불일폭포에서
주인 잘 못 만난 탓에 카메라가 눈으로 흠뻑 젖었던 지라
지리산 보다 더 엄청난 눈이 내리는 오늘 같은 날
구도고 노출이고 셔트스피득 뭐고 할 것없이 일단 한 컷 찍고 얼른 품속으로...
눈이 참 맛있게 내린다.
소복이 소복이 *.*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는 눈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화요일이 경복궁 휴관일일게 뭐람..
눈 오는 날 고궁 풍경을 꼭 찍어 보고 싶었건만..
아쉬운 건 나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아쉬운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셀카 찍으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없다.
아쉬운 맘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쳐다 보는 것도 잠시..
이 장면만 보면 러시아 시베리아라고 해도 믿겠다.. ㅠㅠ
눈도 적당히 와야하는데 너무 많이 오잖아...
눈발은 점점 더 굵어지고 있는 중이다.
눈 오는날 날려 주세요 사랑의 하트 뿅뿅뿅!!!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
이젠 날씨마저 점점 어둑해지고 있는 중이다.
도로에는 이미 정체가 시작되었다.
멀쩡히 잘 걷던 경찰관이 갑자기 미끄덩 우당탕당...
그 모습이 너무 웃겨 따라 웃었더니 쑥스러운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서는
언제그랬냐는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자세를 고치고 제 갈길을 간다.
인도네시아에서 여행을 왔다는 사람은 처음하는 눈 구경에 사진을 찍느라 신이 났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으니
나를 일본인 관광객으로 알았던지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어찌나 화들짝 놀라시던지...
이 국제적 미모는 어쩔 것이여~~ㅎㅎ 죄송합니다. ^^
눈발은 거세고 날은 점점 더 어두어지고 있지만
빨간색 우산을 받쳐 들고 걷는 눈의 낭만이 정겹다.
한 시간만에 광화문에 도착했다.
으아~~ 광화문 해태상 똥꼬 시릴까봐 괜시리 걱정된다. 크힛!
여기 저기 눈을 치우느라 손길이 바쁘다.
제설작업을 위해 제설차는 쉴세없이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오늘 아침 이외수 선생님께서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기셨다.
' 나무는 자기 잎을 버리는 아픔으로 자기 사는 땅을 기름지게 만듭니다.
우리는 무엇을 버리는 아픔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요.'
아직 낙엽이 채 떨어지지 않은 나무에 아름다운 눈꽃이 피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 폭의 유화 그림을 보는 것 처럼 눈이, 마음이 착각을 일으켰다.
눈이 좋다고 혼자만 마냥 좋아하기 괜시리 미안해졌다.
한 시간동안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고 나니
외투는 흠뻑 젖었고 가죽 장갑은 쭈글쭈글해졌다.
결국 덕수궁을 거쳐 정동길까지 걸어보려고 했던 낭만은 포기해야했다.
눈 온다고 좋아서 뛰쳐 나갔던 말로는 오돌오돌 떨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코 밑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 시간동안 꼼짝없이 드러 누워야했다.
추위가 가시고 난 뒤 창밖을 내다보니 장난감 자동차들이 오글오글~~
퇴근길이 걱정되어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했더니
눈 사이로 막 피해서 왔단다.
80년대 유머에 혼자 빵 터졌다. 하하하
눈 온 다음 날 위세를 떨치는 맹추위로 한파를 예고하고 있지만
뭐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그래도 눈 오니 좋긴 좋구나
모두들 감기조심하시고 안전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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