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노란 민들레에 발길을 멈추다
긴 겨울 참 오랜 시간 동안 꽃 피는 봄을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은 길었지만 꽃 피는 봄은 너무 짧은 듯하다.
꽃이지고 연초록이 물이 오르기 시작했고
계절은 서서히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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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꽃이 지나간 자리엔 다른 꽃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미 벚꽃지기를 기다렸다는 양 도도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민들레
하늘 높은 곳만 쳐다보느라 땅을 쳐다 볼 여유가 없었는데
그런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양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들레
꽃이 지고 난 자리는 온통 민들레 영토였다
노란 물결을 일렁이며 봄 기운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민들레가 이렇게도 정녕 이렇게 이쁜 꽃이었단 말인가?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민들레의 노란색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너무 흔하디 흔해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민들레
그래, 오늘은 내가 마음껏 너를 담아주마!!!
너도 한 번은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민들레는 양지쪽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살이풀로 '안질방이'로 불린다.
4~5월에 노란색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피며 흰 솜털이 달린 씨는 여물면 동그란 공 모양으로 벌어진 후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퍼진다. - 책, 야생화 쉽게 찾기 참조 -
민들레의 수술이 이렇게 팔을 벌리고 있는 꽃이었구나
하늘향해 꽃잎을 활짝 펴고 햇빛바라기를 하고 있는 민들레의 표정이 귀엾다.
추운 겨울 지나고 보도블럭사이를 비집고 한 송이의 민들레가 핀 것을 보고
그 노란 색에 너무 감격해 친구에게 호들갑을 떨면서 전화를 했었던 적이 있다.
친구 왈 "뭐 민들레 가지고 호들갑이냐?" 고 했다.
근데 좀 그러면 안되나? 봄인데..
민들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홀대 아닌 홀대를 받는 꽃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태봐라...
이게 어디봐서 홀대를 받아야 되는 꽃인지?
어린 시절 이 맘때면 집에 있는 날 보다 산으로 들로 쏘다닐 적이 더 많았다.
그럴때면 온 몸은 어디가지에 긁힌 지도 모른 상처들이 생겨있었고
긁힌 자국엔 피가 나기도 했었다.
그럴땐 항상 민들레 잎이나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우유같은 흰 즙을 상처에 바르면 효과가 그만이었다.
정말 잊고 살았던 민들레,
올 해 봄 유난히 민들레가 마음을 끄는구나
공원에서 아예 코를 땅에 박고 민들레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으니
공원관리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지나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덩달아 민들레가 이쁘다며 한참을 구경을 하시더니
공원 안쪽에 무슨 나물같은 흰 꽃이 피었는데 예쁘다고 하셔서 얼릉 따라 나섰다.
드디어 환상의 장소 발견, 아주머니가 여기 좀 보라며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니 공원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작년에 그렇게 공원을 다녔고 이곳도 수도 없이 지나다녔는데 왜 이걸 놓쳤을까?
흰 백색의 눈이 깔린 풍경에 채도 높은 노랑색은 사람마음을 절로 기분 좋게 만든다.
이 꽃의 이름을 물으니 무슨 나물이라고만 알고 계셨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야생화 쉽게 찾기'란 책을 찾아보니
벼룩나물이란 이름을 가진 야생화였다.
두해살이풀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편이어서 포기로 자라는 것 처럼 보이지만
밑에서 가지가 많이 자라 실제로는 한 송이씩 피어 군락을 이룬단다.
민들레와 섞여 피어있으니 어느 녀석에게 먼저 눈을 줘야 할지 고민이 된다.
특히나 바람이 많이 불었던 오늘 날씨에 한들 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이쁘던지
파르르 파르르 바람에 제채기라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보면 민들레보다 키가 큰 것 처럼 보이지만 고만고만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녀석들 사이에 나름의 자기 영역이 있나 보다
우와~~~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 가지 마다마다에 꽃들이 피었다.
두 종류의 군락이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잠시 꽃 감상이나 하자
따사로운 봄, 야생화면 충분하지 무얼 더 바라겠는가?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봄이다.
야생화 단 두 꽃을 놓고 두 시간이 넘도록 보고 또 보고
그렇게 지나간 자리엔 또 무언가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 꽃을 보기위해 절대로 빨리 가서는 안된다.
주위를 돌아볼 여유없이 앞만 보고 걸어도 안된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눈을 돌리면 지천으로 꽃들이 널려있으니
이 봄 조금 천천히 가는 여유를 가져 보면 어떨까?
항상 때가되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야생화들
오늘도 어디선가는 꽃이 피고 또 꽃이 지겠지..
아마도...
<2011년 4월 24일 평화의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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