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비, 눈, 우박까지.... 엄청난 우기의 '갈리시아'가 시작되었다.
2009. 11.4 (수) 오 세이브로 (O Cebreiro) - 오스피탈 데 콘데사(Hospital da Condesa)
-폰프리아 델 카미노(Fonfria) - 오 비두에도 (O Bidedo)- 트리아카스테라(Trriacastela) (20.5km)
새벽2시반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 한시간은 사람들이 조용했는데 한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일제히 코를 골기시작했다.
잠을 자야하는데 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다. 화장실도 갔다오고 빠빵한 히터에 널어놓았던 빨래도 뒤집고...
창 밖으로 오 세이브레이로는 엄청난 바람과 비를 부리고 있고 안으로는 코고는 소리가 요동치고 있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완전 초 현대식 시설의 부엌이 있는 오 세이브레이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이 곳 갈리시아지방부터는 부엌이 있되 식기가 하나도 없어 있으나 마나이다.
다행히 어제 배낭보낼 때 음식을 사온 터라 다같이 아침을 먹고 오전8시 30분 출발~
오 세이브레이로 알베르게 앞에 있던 표지석, 온 천지는 안개와 비로 축축하게 젖어있다.
출발하면서 한 컷~~ 온통 꽁꽁 싸매고...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게다가 춥기까지 힘든 날씨이다. 도로에는 엄청난 안개가 끼었다.
어제는 산 정상을 오르고 .. 오늘은 하산을,,, 산은 구름이 잔뜩 드리워져있다.
다들 정신없이 내려가기 바쁘다. 길에는 낙엽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행복지수200% 의 경치일터...
내리던 비는 갑자시 눈으로 바뀌었다.
엄청난 눈발이~~ 이 와중에도 '야호... 첫눈이다' 라며 좋아라 했다는.. ㅋㅋㅋ
순식간에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엄청난 눈발이 흩날리기시작한다. 날씨는 장난이 아닌데 여기에서 눈이 내리는 경치가 너무 좋아 다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참동안 눈구경을 했다
은수가 촬영한 동영상 . 좀 길게 찍은 줄 알았더니.. ㅋㅋㅋ
이런 날은 카메라도 고생이다. 카메라를 꺼낼따마다 너무 많이 젖고 있는 상태라 사진만 찍고 영상은 패스해야했다.
눈이 온다고 우리도 좋아했지만 노란비 옷의 브라질 아줌마 완전 좋아라 하셨다...
브라질에는 눈이 안오는가보다.. 나중에 나한테 갑자기 와서 여기 눈사진찍은거 보내달라고 하셨다.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순례자 동상.
얼굴에 힘든 표정이 역력한데 오늘따라 이렇게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으니 더욱 더 힘들어보인다.
옷도 얇고 샌들 신은 발이 너무도 추워보인다...
도대체... 우린 무엇때문이 이런 고생을 하며 산티아고로 가고 있는 것인가? 산티아고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기에...
그리고 또 다시 안개에 휩싸인다.
오늘의 첫 마을 5.5km 에 있는 hospital de la condesa에 두 시간만에 도착했다.
날씨가 안 좋으니 속도를 낼수가 없다. 오늘 사모스(samos)까지 가기로했는데 할수없이 트리아까스텔라(triacasela)까지만 가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비와 눈이 많이 오는 갈리사아 지방의 지붕들은 다른 곳과 다른 모양이다. .. 눈이 쌓여가기시작한다.
안개 비 속을 헤치고 아자아자...
산으로 둘러쌓인것인지 구름으로 둘러쌓인것인지 분간이 안된다.
산길을 빠져나와 다시 도로길이 시작되었다. 안개안개..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다.
안개비에 눈도 모자라 한시간이 넘도록 우박까지 사정없이 내려주신다.
드디어 카페간판 발견~~~
갈리시아 지방의 표지판은 확실히 다른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오후12시 30분... 온 몸은 온통 젖어 한기마저 으슬으슬...
역시 이런날 뜨끈한 빠따다스프(우거지+감자로 만든 스프라고 생각하면된다) 가 제격이다.. 그리고 치즈와계란을 올린 보카디요로 위장을 녹였다.
점심먹는 동안 밖에는 억수같은 비가 계속 쏟아졌다.
갈리시아 지방에는 더이상 노랭이(노란 화살표)가 없다. 다만 이렇게 거리거리마다 비석으로 산티아고까지 남은거리, 마을지명이 간단하게 표시되어 있을뿐...
비가오다가 그치면 안개가 올라오고 다시 또 비가오고 그러다가 잠시 그치면 또 안개가...
순식간에도 날씨의 변덕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눈에 우박에 비에... 한치앞도 안보이는 안개 낀 날... 축축하게 젖어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생각과 느낌이 많은 날.
나는 이런 날씨를 너무 좋아한다. (나중엔 변했다... ㅋ)
살면서 항상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처럼 한없이 흐린날이 계속 될 수 있기에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되는 것은 아닐런지..
앞서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밀려왔다 밀려간다.
한치 없도 알 수 없는 나의 인생길을 걷고 있는 아득한 기분... 웬지 가슴이 울렁거린다...
안개속에 숨을것인가? 나무 뒤에 숨을 것인가?
그 안개속에서 서 있는 우리.. 그나마 산 중턱을 내려왔다 싶어 사진 찍을 여유도 생긴다.
우리는 누구???? '우비소녀' 되겠습니다.
파랑색, 분홍색, 짙은초록색, 분홍색의 각각 색깔이 다른 판초를 쓰고 4명이 다니다 보니 외국인들이 판초색깔만보고도 우리인줄 알아맞추더라는..
특히 지수의 특이한 판초색깔(저 색깔은 지수혼자 독보적이었다, 우리도 다음엔 남들이 안 입는 판초색깔을 입자며...ㅎㅎ) 덕분에 지수는 어딜가나 눈에 띄었다.
산 중턱을 내려오니 세차고 대차게 내리던 비는 다행히 가는 빗 줄기로 바뀌었다.
마을 안내판이 없고 달랑 비석만 있다보니 다음 마을까지 얼마를 가야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역시 불친절한 갈리시아지방이다...
한껏 귀여운 척을 하는 은수 한컷.. 실지로 나보다 큰 덩치의 은수.. 완전 귀엽다...
은수표현을 빌리자면 '히히히...' 지수표현을 빌리자면 '~그러더라...' 보성언니 표현을 빌리자면 ' 응~~뭔지 내가 다 알지... ' ㅋㅋ
무슨 열매인지 모르겠다.... 열매끝에 빗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출발한지 6시간이 되어간다... 산 중턱은 지났는데 도대체 얼마를 더 내려가야 하는건지...
바지가 너무 커서 걷었더니 그 걷은 경계사이로 빗물이 잔뜩고여 신발안으로 스며들어와 등산화는 온통 물에 젖었다.
100% 방수바지인걸 잊어버렸다... 이렇게되니 방수 등산화도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가도가도 내려가도내려가도 끝이 없는 길... 하~~~ 하산길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도 이젠 거의 막바지에 온 느낌이다. 이렇게 터널길이 보이는 걸보니...
드디어 인포메이션 간판을 만났지만... 보시다시피 오늘의 목적지에 대한 거리표시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안내판... 우씨...
오호호호호. 알베르게 광고판... 거의 다 온 듯하다..
언덕을 내려서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Triacastela가 보인다.
Triacastela에서 산티아고까지 130km 가 남았구나
산을 끝가지 내려오면 마을입구에 알베르게가 있다.
갈리시아 지방에 표시된 순례자의 모습, 오호.. 완전 귀여우심이다..
또한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갈리시아지방언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어와 비슷해서 프랑스 사람들은 그전까지는 입 다물고 있다가 이 동네 오니 말문이 터지더라)
Triacastela의 공립알베르게
(3유로
), 사진을 망원으로 찍었더니 알베르게가 엄청 작게보이는구나..컥~
똑같은 동이 오른쪽으로 한채 더 있다. 이 알베르게 앞으로 엄청나게 넓은 잔디밭이 있어 여름에는 좋을듯하였다. 단,, 비가 안온다면..
갈리시아는 ACAG라는 곳에서 알베르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 가격이 동일 (올해부터 5유로로 인상된다고 한다) 하다.
4명이 한방에 묵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방마다 라지에이트가 따로 있고 복도에도 히트시스템이 있어
엄청난 비를 맞고 산을 넘어 오느라 한기가 들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온기로 인해 한시름 놓았다.
빨래줄을 치고 빨래를 줄줄이 널어 말리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 옷을 많이 가지고 왔는데 보시다시피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 그닥 옷을 많이 가져올 필요는 없었던 듯하다.
갈라시아 지방에서부터는 베드버그를 염려해 이렇게 각자 침낭커버, 베개커버가 지급된다.
다만 가격이 싼 대신 식당없고(식당이 있다하더라도 식기는 아예없다) 유료로 사용하는 인터넷도 아예 없다.
(갈리시아의 공립알베르게에선 인터넷 아예 할 생각말아야한다)
알베르게 도착하고 샤워하고 대충 정리하고 나니 5시가 조금 넘어간다... 출출해지는 시간 간식타임~~
폰페라다에서 산 초코렛... 다른지역에선 보지 못했던 새로운 초코렛등장...이렇게 조개 마크가 그려진 초코렛을 팔고 있었다.
정말 조개로 먹고 사는구나~~~~ 이 순례길을 통해 엄청난 관광수입을 벌어들인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비가 계속 오고있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어 그냥 알베르게 맞은편에 있는 식당으로 밥을 먹으로 갔다.
순례자메뉴가 지겨워 그냥 단품으로 하나씩 시켰는데 주문을 안 받는단다. 이런~~
할 수 없이 순례자 메뉴 2개만 시키니(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눈빛이 확 달라진다.
역시. 산티아고가 가까워오면 인심이 다른곳과 달리 매우 야뱍해진다고 하더니 피부로 실감하겠다.
산티아고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일행들과 만나면서 부터 다들 끝나는 일정을 확인하니 비슷했다.
걷는것에 이골이 나 있는 상태라 다들 기분이 업되어 내친김에 피네스테레까지 걸어가자며 하루에 얼마를 걸어야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에 의논을...
원래 나의 계획은 산티아고를 마치면 심신이 피곤할 듯하고 무엇보다 길에서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여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정오미사를 끝내고 어느 여행기에서 읽었던 시골동네 '소브라도 도스 몬세스'에 가서 정리를 하고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피네스테레로 반나절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걷다보니 굳이이 시골마을을 다녀오기보다 피네스테레를 걷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듯하여 계획을 수정했다.
한 달여를 걷다 보니 걷는게 힘들고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자꾸만 걷고 싶은 욕구가 더 생기고 있다.
생장에서 나눠 준 프리터물에는 보시다시피 마을간 거리 , 마을이름, 알베르게 정보, 알베르게 전화번호, 침대수, 운영날짜, 시설여부 등이 표시되어 있다.
며칠전부터 일정을 이렇게도 짜보고 저렇게도 짜보고... 검은색 보라색, 빨간색, 그것도 모자라 km거리간에 다시 나눠도 보고.... 걸레가 되어 갈 지경이다.. ㅋㅋㅋ
최종적으로 일행들과 11월 10일 이레데 산티아고 , 11월 11일 산티아고 입성 12시 미사후 피네스테레 출발, 11월 14일까지 피네스테레 걷고 11월15일 산티아고 재입성으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며칠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여서 의논을 하다가 먼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이렇게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지금보니 혼자 계획할 땐 소브라도 도스 몬세스를 포기하고 나서 11월 12일 이레데 산티아고, 11월13일 산티아고, 피네스테레 11월14일 산티아고 재입성이었구나..
과연 이대로 진행이 되었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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