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없이 너무도 가뿐이 '오~세브레이로'로 & 동행자는 언제나 밝고 명랑해야한다(1)
2009. 11. 4(수) 비야프란카 델 비에르조(Villafranca del Bierzo) - 페레제(Pereje) - 트라바델로(Triabadelo)
- 라 포르텔라(La Portela de Valcarce) - 암바스 메스타스(Ambasmestas) - 베가 데 발카르셀(Vega de Valcarce)
- 루이테란(Ruitelan) - 라스 헤레로스(Las Herreros) - 호스피할(Hosphal) - 산티소(Santiso) - 라 파바(La Faba)
- 라 라피누아(La Lapinua) - 라구나 데 까스틸라(Laguna de Castilla) - 오 세브레이로 (O Cebreiro) (30.5km)
저녁부터 엄청난 비가 밤새도록 내리고 있다. 아침이 되니 비에다가 엄청난 바람까지....
온 몸이 쑤시고 너무 아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뜨뜻한 방에서 잠이라도 푹 자고 나면 피곤이 좀 가실것 같은데 비는 오는데다가 잠을 못자니 너무 아파서 죽을 것같다.
오늘은 피레네에 버금가는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 날이다 배낭을 보내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인듯하다.
※ 배낭서비스(7유로) :해발 1,720m를 넘어야하는 힘든 코스라 배낭을 정상에 있는 오세이브로까지 보내주는 택시 배달 서비스가 있다. 이 다음 마을 vega de valcarce에서도
배낭서비스를 하고 있다. 단,,, 저녁7시 전에 미리 신청을 해야한다. 어디에서 보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저녁에 접수하면 영수증을 주는데 아침8시까지 입구에 배낭에
이름을 적어놓은 택을 붙여놓고 출발하고 오세이브로에 가서 찾으면 된다.
오늘 나경과 같이 걸을예정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오고 바람이 부니 나경이가 오세이브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리하지 말고 걷는데 만큼 걸으라고 하고 행커할아버지에게
비가 너무 많이와서 걷기가 좀 겁나니 같이 갔으면 한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산꼭대기 오세이브레로에는 수퍼고 뭐고 아무것도 없을 것같고 갈라시아지방은 부엌은 있으나 취사도구가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아무래도 오세이브로에서 헤어진 일행과 만날듯한 느낌이 들었다. 산을 오르려면 배낭이 무겁기에 분명히 간식이나 음식을 사가지고 오지 않을듯하여
이왕 배낭보내기로 한거 과일도 한 봉지사고, 빵도 사고, 요구르트도 일행들 수 많큼 사서 배낭에 넣어놓고
오전 8시 10분 행커 할아버지와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할아버지도 배낭 서비스를 이용하셨다 .. 이유는 맨 마지막에...)
알베르게를 나서면서 성당을 지나간다.
두번째 사진은 할아버지가 산으로 가는길이 2군데가 있는데 한군데가 너무 힘든길이라 자전거도로로 가는게 나을것 같다고 하셔서
순례자 노랭이를 벗어나 자전거 노랭이를 따라갔다.가다보니 성당인것 같지는 않은데 모양이 이쁜 건물 발견.. 설명이 없어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자전거 노랭이를 따라가는 것 까지 좋았는데 빌라프란카를 빠져나오니 도로가 무려 6개가 합해진 교차로를 만났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것이었다.
할아버지와 한참 표지판을 보고 두리번 거리고 헤매다가 도저히 안되서 그냥 순례자 노랭이길(까미노) 가자고 해서 다시 노랭이 찾느라 또 헤맸다.
결국 노랭이 (노란화살표) 찾느라 동네에서 30분을 돌았다 에구에구..
겨우 찾은 노랭이를 따라 .. 왼쪽 사진에 보이는 저 다리를 넘어가는게 순례자 길이다.
오른쪽 사진은 다리위에서 보이는 풍경, 왼쪽아래사진) 다리를 넘을때 있던 순례자 형상
다리에서 보니 할아버지와 내가 성당을 기준으로 주변을 뱅뱅 돌고 있었다... 저 보이는 길 (여기서보니까 다리구만... 다닐때는 그냥 도로인줄 알았다) 을 두번이나 왔다갔다했다..
그냥 순례자 화살표를 따라오면 알베르게에서 저 성당을 통과해 사진왼쪽에서 오른쪽으로오면 위쪽의 왼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되는 간단한 길인것을...
그리고 다리를 건너니.... 할아버지가 힘든길이라고 했던 갈림길이 여기에서 나뉘는 것이었다...
에구 이걸 모르고 새벽밥먹고 출발해서 동네에서 30분이나 헤매다니...
그런데 이 정보는 내가 가진 책에는 없는 정보였다. 순간 나경이가 혹시 길을 잘 못 갈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길을 헤매는 사이 비는 그쳤고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행커할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나경이가 걱정되서 여기서 기다렸다가 나경이 만나서 얘기전해주고 바로 갈테니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면 내가 따라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할아버지 먼저 저렇게 출발하셨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로 나경이가 출발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여기있냐며.. ㅋㅋㅋ
약간의 헤프닝과 함께 기다렸다고하니 나경 왈 '여기 걷고있는지 20일이 넘었는데 별 걱정다한다'고.... 새 됐다.. ㅋㅋ
이러고 할아버지 따라잡으려고 오르막을 정말 100m 달리기를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걸음이 워낙 빠르셔서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아침부터.. 두 번씩이나 새됐다... 컥~~
결국 에라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뛰는 걸 포기하고 퍼졌다...아침부터 내린 비에 풀들은 비를 머금었다.
아까 헤맬때 보았던 도로중의 하나를 가로질러 간다... 터널위의 조개마크... 온통 이길엔 조개마크 아닌게 없구나 싶어 웃음이...
본의 아니게 오르막길을 100m 달리기로 전속력으로 질주하느라 아침부터 퍼졌다...
게다가 어제 무리하게 걸은 탓에 무릎이 아팠는데 다리 통증이 계속되고 있어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데 뒤를 보니 바로 뒤에 나경이가 따라와있는게 아닌가?
배낭도 없이 걷는 나보다 이렇게 잘 가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신장 이식수술한 애는 멀쩡한데 나는 밤이면 밤마다 아파서 편도선, 감기약, 항생제 그리고도 모자라 아침이면 진통제까지...
나경이가 가져온 비상약은 만날때마다 내가 다 먹고 있다.. (이미 내 약은 소진되었다. 나도 그렇게 약을 많이 먹을 줄이야...)
나늘 두 번이나 좌절시키는 나경이... 170cm 긴다리... 그저 부러울 뿐....
홀가분하게 배낭없이.. 카메라가방, 점심, 간식, 판초만 들고...
살이 빠지긴 빠졌나보다... 보성언니가 저 바지 입을때마다 엄마 몸빼바지 입는것같다고 하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더니 ..
완전 스타일 구겼네... ㅎㅎㅎ 안에 내복같은 타이즈를 신고도 저 모양이니.. 정말 모양새 안나는구나... 그러나 추운건 더 싫다면서...
걷기 시작한지 한시간 반, 다행스럽게 어제 그렇게 비가온게 거짓말인 냥 하늘은 화창해졌다..
7.2km 떨어져있는 첫번째마을 pereje에 도착했다. 이런.. 배낭이 있으나 없으나 걷는 속도가 차이가 없구나 ㅠ.ㅠ
다시 도로길이 시작된다. 아침부터 기진맥진에 급 피곤감이 몰려오고 있다.
어깨를 축축 늘어뜨리고 고개도 떨구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연타로 울려댄다. (사진에 왜 차가 하나도 없는거니 ㅠ.ㅠ)
같이 걷거나 마을사람들은 서로가 올라로 인사를 하지만 차에 있는 사람은 뷰엔까미노를 의미하는 경적 혹은 쌍라이트를 울려준다.
오늘 따라 차들이 보내는 경적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린다. 힘들어 죽겠는데 쉴세없이 빵빵..빵...빵.... 게다가 번쩍번쩍...
차 한대가 경적을 울리니 뒤 따라 오는 차들도 줄줄이 빵빵빵빵....번쩍번쩍... 아~~ 귀찮고 힘들어 죽겠구만...
할수없이 손을 흔들며 '올라'를 외치며 미소를 사정없이 날려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니 그냥 기분이 슬금 슬금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올라'는 magic 단어이다. 올라~~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매직단어.... 올라를 몇번 오치고 나니 이상하게 불끈 힘이 솟고 웃음이 난다.
나를 아는 사람도 아니고, 큰 화물트럭이 지나가면서 내 얼굴이 보이지도 않을텐데 ....
과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내가 주저 앉으려고 할 때마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걸까?
지난 3년동안 웃을 일도 없었지만 웃고 싶지도 않았던 나... 웃을 힘도 없었던 나... 그냥 웃는 척 하고 있던 나...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번씩 '올라'를 오치면서 3년동안 웃지 않았던 날 들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한듯이 한꺼번에 몰아치기로 이곳에서 진정으로 웃으면서 보내고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지친날엔 나보다 이들이 먼저 보이지 않는 올라로 용기를 주고있다.
이들의 별 것 아닌 친절이 힘들고 지친 순례자들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되는지 그들은 알까?
나는 과연 누구에게 이렇게까지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 미안해라... 난 너무 받기만 한 사람이었구나... 또 울컥하네...
빨간색의 N-VI 도로는 산티아고로 가는 고속도로이다. 보시다시피 노란색의 순례길을 도로를 건너갔다 건너왔다 하면서 TRBADELO마을을 거쳐가도록 해놓았다.
할수없지뭐... 어쩌랴.. 노랭이가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고 따라갈수밖에... ㅎㅎ
이 길이 원래 저 노랭이 하나보고 따라가는 길이 아니던가?
근데 뭔 넘의 마을이 집도 한채없고 그냥 달랑 이 마을 이름하나만 있다.. 이것도 마을인것인가?????
그리고 도로를 건너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오늘 산을 넘어야 하는 길이기에 흙길인줄 알고 비가오니 내심 긴장했건만 이렇게 걷기좋은 도로길이다..
밤나무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젖어들고 있다.
비에 젖은 나뭇잎은 운치를 더하고 있고 냄새는 너무 촉촉하다..
문득 좋은 느낌을 주는 나무를 보면 끌어안아본다던 윤영이 말이 생각이 나서 제일 큰 나무 하나를 골라 힘껏 끌어안아보았다..
에구 너무 큰걸 골랐구나...한참을 나무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포근하구나....
나는 항상 누군가에 지치고 힘들때 쉬어갈 수 있는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오히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구나...
푸른하늘, 일렁이는 바람소리 나무소리에 몸과 마음을 맡겨본다.
베가까지 짧게 짧게 여러 마을을 지나가지만 모든 마을이 이렇게 가구수도 몇 가구 없고 bar도 문을 닫고 심지어 알베르게 조차도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
역시 11월에 들어서니 확실히 이 길이 비수기인 느낌이 팍팍 오는 구나.
걷기시작한지 두 시간 반, 오전 11시를 넘어간다... 카페 콘 레체 한잔 몹시 그립구나~~~
일단 경치가 좋으니 참을 만 하다..
뭐야 이거.. 1,750m 생장에서 준 등고선에서는 약 1,400m 인줄 알았구만... 아이고 사람잡는 길이구나... 역시 누가 뭐래도 배낭 보내길 잘했다..
드디어 베가 간판 발견~~~ 반갑구나...
저 앞에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풍경 발견.... 온통 여기도 밤나무 저기도 밤나무였는데 역시나...
꿀도 팔고 있는 듯했다... 까미노만 아니라면 밤도 사고 꿀도 사고 싶었건만...아저씨한테 사진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정색을 하시며 돈을 내라고 했다...
내가 놀래서 토끼눈을 했더니 기분좋은 웃음으로 농담이였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아저씨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고.. 그냥 한국말로 '아저씨 건강하시고 많이 파세요'~~했더니... 아저씨왈 '무초 그라시아스'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이런.... 이 길이 이런길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이야기해도 소통이 되는...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짠하던지...
정오가 살짝넘어 Ambanestas에 도착했다. 밤나무 숲길에서 들어서면서 나경이와 같이 걷고 있었는데
배낭을 메고 있는 나경이가 이곳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고가겠다고 해서 오세이브로까지 가야하는 나는 다음마을까지 내쳐달렸다.
Ambasmestas에 도착했다... 에구 13.8km를 왔구나..
도로 아래로 비에 젖은 개양비꽃이 드문드문 ... 도대체 계절을 종잡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2.2km만 더가면 되는 베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다시 출발~~ (생장의 정보는 1.3km만 가면 된다고 되었는데 뭐가 맞는건지..)
Ambasmestas를 지나오니 수영장이 보인다. 아마 저 동네 있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수영장인듯했다. 멋지네...우리 동네 한강에도 수영장 있거든. 크하하하..
비가와서 그런지 냇물에 하늘이 곱게 잠겼다.... 캬~~ 색깔 너무좋다...
무시무시한 동네다.. 동네 바로 위로 고속도로가... 머리위로 지나간다...
Ambasmestas의 알베르게가 이곳에 있나보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갈까 베가에서 먹고갈까 고민을 했다.
순례자를 상징하는 조가비, 호리병,, 그리고 판초,,, 지팡이까지 셀프로 구매할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다.
반을 넘게 온 vega de valcarce
이곳은 브라질 사람이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다.
자세히 보면 브라질에 있는 유명한건 다 그려넣었다.. 호나우딩뇨도 보인다..
이걸 보며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이 길에 있으면 너무 좋겠다며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일단 무조건 한국어만 사용, 한국음식만 제공, 한국식 온돌까지... 그리고 점심으로 김밥싸서 주고.. ㅋㅋㅋ아~~ 누가 운영하면 대박나려나
안그래도 내가 갔을때 50%는 한국사람들이라 외국인들이 완전 신기해했었다.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은데 끊임없이 오르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다보니 카페에 kaethe아줌마가 있어서 인사나 하려고 들어갔다.
반가운 포옹을 하고 건강상태가 어떠냐고 물으니 자신은 괜찮은데 david가 전날 토했다며 아마 3분쯤 있으면 올 것같으니 얼굴이나 보고가라고 했다.
걱정도 되고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될것같아서 기다리면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점심을 다 먹고도 한참이 지나도 오지를 않았다.
갈길이 바쁜 나는 시간이 자꾸 지체되고 있고 케이트 아줌마는 애가 와야되는 시간에 안오니 점점 안절부절...
저 멀리 이상한 모자를 쓴사람이 걸어온다... david였다...
걱정이 되어서 어제 아프고 토했다더니 괜찮냐고 하는 나의 질문에
"나 어제부터 다이어트 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것도 모자라 개그맨처럼 토하는 시늉을하면서 지가 먼저 웃음보가 터졌다...
뭥미??? 이 시츄이이션은... 괜히 혼자 심각한 얼굴을 해가지고 또 새됐다... ~~
어제 하루종일 토했다는 다이어트라니... 저런 명랑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오다가다 가끔씩 마주칠때면
내가 너무 심각하게 회사그만두고 왔다고 했더니 넌 여기서 walk가아니라 work하고 있는 거라고 하질 않나. 태어나서 배낭여행이 처음이라는 나에게 야 너 baby구나 그것도 한 살밖에 안되었다며 놀리질 않나... 영혼의 소울메이트를 기다린다는 심각한 나의 답변에 그냥 죽도록 계속 기다리라며 반격할 틈도 주지않고 36계줄행랑...피곤에 쩔어 걷고 있는 나에게 느닷없이 뒤에서 툭 치면서 나타나 이 마을에 완전 유명한 알베르게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아마 혼자 전세 낸 것 처럼 쓸수 있다며 한번 가보라고 강추한다며 가르키는 곳이 귀신 나올듯이 완전히 다 쓰러진 폐가...그것도 모자라 일행들과 주로 한식을 먹던 걸 유심히 보았던 듯... 어느날은 나에게 어떤 집앞에서 이 집이 예전에 한국 레스xh랑이었다며 아줌마 부르면 아마 반가워서 음식해 줄지도 모른다고 눈썹하나 까닥않고 진지하게 말하길래 그말에 속아 그 집앞에서 신나게 문 두드렸다가 개망신당하고..서로 각자 나라의 발음이 어렵다며 나보고 먼저 독일어 말해보라고 해서 컥컥 거리며 토할 발음만 시키더니 (진짜 컥컥 거리다 토할뻔했다 컥) 결국 자기 차례가 되니까 오늘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며 걍 도망치듯이 가버리질 않나..
처음엔 뭔 저런 녀석이 있나 싶어 황당했는데 꼭 내가 피곤해서 죽을것 같을 때 어디선가 불쑥불쑥 예고없이 나타나 빅재미 한번씩 주고갔다.
늘 무슨 문제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와달리 때때로 만날때마다 이렇게 시덥잖은 행동으로 늘 나를 웃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어주던 david...
항상 모든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만 생각해 온 나에게 그냥 생각 한번 비틀었을 뿐이고 기분 좋은 유머 한 번 날려주는 여유로움이 하루의 피곤과 고단함을 잊게한다.
인생이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는 것같다. 특히 그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라면 더욱더...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늘 심각하고 무겁기만 하다면 매일이 한달이 일년이... 평생이 얼마나 힘들고 고될 것인가? 그러기에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밝고 명랑해야 함을... 삶이 너무 가벼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무거울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경사의 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점심을 먹으면서 진통제를 한 알 더 먹은것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해 다리아픈건 완전히 가셨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이고
저쪽 산 중턱으론 몇 가구 없는 아담한 마을도 보이고
해발이 높은 지대답게 산허리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las herrerias 를 지나면서 제주도 길을 걷는 것 같다.
푸른 초원이 지천으로 늘려있고 주위로는 온통 목가적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끼 낀 담장은 제주 비자림 담장을 생각나게 한다. 너무 제주같은 풍경이고 (이때만 해도) 걷기에 빠져있던 중이라 한국가면 까미노 불루에 시달리게 될 것같아
그러면 제주올레길을 걷게다는 나에게 또 데이비드왈...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좋은 생각이 있다고 하길래 뭔가 싶었더니
여기가 제주도라 생각하고 미리 올레길걷는다는 생각으로 저 밑의 베가까지 배낭도 없는데 한번 더 갔다오라고 생뚱맞은 답을 하는 통에 또 배꼽을 쥐었다..
힘들어서 못 간다고 했더니 마침 이 마을 지날 때 사람이 떠나고 없어 흉물이 된 폐가가 하나 있었는데 그럼 오늘은 여기서 혼자 하루 푹 쉬라며 또 장난을...
뒤쳐진 케이트 아줌마를 기다리며 오늘 La Faba까지만 간다는 데이비드와는 여기서 헤어졌다.
hospital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기까지 약 20km 정도를 오게되는데 경사를 못 느낄 정도로 완만한 상태이지만 특히 이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오르막 경사가 시작된다.
오늘 아침 갈림길에서 프랑스 아줌마 두분은 험하고 힘들고 돌아가는 산길로 올라가셨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오셨다.. 역시 강철체력이다.
여기에서 다시 자전거 도로와 걷는 도로로 나뉜다. 내내 일행들을 뒤따라 잡을 생각으로 생각보다 빨리 걸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빨리가고 있는거야...
(일행들은 여기에서 자전거 도로를 타는 곳으로 빠졌다고 했다) 여기서 부터 흙길이다.
다만 이렇게 돌산이라 비가왔는데도 나쁘지는 않았다.
온통 밤나무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 나무길에 들어서면서 계속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오니 이끼로 인해 훨씬 원시적인 상림의 느낌을 갖게한다.
배낭이 없는 덕분에 걷기가 너무 수월하다...
1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약 한달을 걷다가 등에 아무것도 없으니 너무 가벼웠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배낭을 보내고 나니 등에 무게감이 너무 없어서 걷기가 힘들었다고 하던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배낭을 보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각보다 경사가 너무 가파르기때문에 몇 발자욱 못 떼고 연거푸 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나는 그들사이로 바람처럼 쉬쉬쉭~~ 지나갔다.
특히 베가에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빌라프란카에서 30km를 걸어 산을 넘는 거리니 배낭을 메고 걸었다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길에는 온통 밤송이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그리고 베가를 지나면서 걷는것에 탄력을 받다보니 힘들긴 한데 그럼 좀 천천히 걷고 해서 오세이브로 까지 약 14km를 한번도 안쉬고 산을 올랐다.
오후 3시 10분 La fava 도착.. 오호,,, 이제 5km만 더 가면 되는구나...
라 파바를 지나면서 개 짖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는데 목동을 따라다니는 개였다.
중간에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목동아저씨가 우산을 목 뒤에다가 걸고 여유롭게 걷고계셨다..
저 아래에 보이는 라 파바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을 타고 넘는 능선길이 시작된다.
날씨가 계속 변덕을 부린다. 이렇게 갑자기 하늘이 맑다가
다시 또 안개가 끼다가..
비를 뿌리다가..
어느순간에는 이렇게 다시 또 맑아지고 있다. 여기서 2km 라고 되어 있어 2km만 가면 오세이브로가 있는 줄 알고 고개길을 숨도 안쉬고 올라왔다.
그런데... 이게 뭐야.... La Lagua마을이 또 있는 것이었다....
이 마을을지날때 오후 4시경이었는데 아무래도 Pereje에서 출발한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이미 오세이브로에 있겠거니 싶었다.
화장실도 가고싶고 해서 bar가 있길래 들어갈까 말까하다가 한무리의 순례자들이 우르르 들어가길래 그냥 오세이브로로 향했다.
(일행들 이 때 이 마을 bar에서 맥주마시고 쉬고 있었다고 했다)
산을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더니 또 산이 가로 막고 있구나.
지대가 높다보니 파란하늘과 먹구름이 왔다갔다하면서 비를 뿌리다가 말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152km가 남았구나... 내가 걸은 양이 걸어갈 양 보다 걸은 양이 더 많다는게 아직 실감이 잘 안난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이쪽 산의 능선 너머로 능선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 아래와 달리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먹구름이 뒤덮여있고 내 발아래로는 내가 지나온 길이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인다.
골짜기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보이는 경치는 좋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먹구름도 존재하고 있dj 언제 어디서 길을 잃을지 알 수 없기때문에 사람은 살면서 늘 겸손해야 하는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수록 더욱더 반드시 자신을 낯추고 겸손해야 하는 것은 높은 산을 넘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인생이란 큰 산을 넘을 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리라... 대자연앞에 그저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이 바람 부는 언덕에도 돌탑이 놓여있다... 쓰러지지 않을까 두려워 걸을때도 조심을 해야했다.
누군가의 땀으로 눈물로 올려진 소망탑이기에
드디어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섰다.... 감개무량하구나.... 다만 혼자 있다보니 인증샷이 없구나~~~
다시 비는 추척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누가 갈리시아 아니랠까봐...
성벽을 따라 걷는 길.. 밑으로는 천길낭떠러지이다.... 이런곳에 무슨 마을이 있나 싶을 의심이 들었지만 일딴 노랭이를 따라가는 수 밖에..
그나마 비는 오지만 잔뜩 끼어 있던 안개가 걷혀 길이 보이는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다.
저멀리 어둠을 뚫고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다..
숲길을 통과하니 거짓말 처럼 오 세브레이로 표지석이 나타났다.
오 세브레이로 마을을 표시하고 있는 그림...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가옥 빠요사와 산타마리아 성당이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유럽전역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있다.
프랑스북부에서 시작하는 전통적인 프란세스 까미노외에도 은의길, 포루트칼길 등등 수많은 길이 있다.
실제로 유럽사람들의 경우 자기 집앞에서부터 걸어왔다가 걸어간다는 사람이 있다고도 하는데 지도를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자세히 보면 에펠탑도 보이고 영국의 빅벤도 보인다...
여긴 어디? 오 세브레이로이다... 저기.... 내가 가보려고 했던 오비에도도 가깝구나... 그리고 이제 지나가야할 사리아, 아르주아.....
이 길의 종착역은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이다.. 우린 지금 별들의 들판, ' 산티아고'로 가고 있다.
이것이 전통가옥 빠요사이다.
지붕은 밀짚으로 되어 있으며 비 바람이 많은 거친 산악지형에 적응하기위해 지붕이 크고 상대적으로 창문과 문은 매우 작다.
지금은 민속학적 자료로 전시목적으로 보존되어 있지만 현대적인 공립알베르게가 생기전에는 이곳이 알베르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상이라 비 바람이 몹시 불지만 정상까지 올라가보았다.. 별거 없더라....ㅋㅋ
산 정상에서 본 오 세브레이로.. 정말 별거 없는 마을이다.
성당하나, 알베르게하나, 호텔하나, 기념품점 2곳.... 몇 안되는 주민들.. ... 이게 전부다...
여기가 기념품점이고 오른쪽으로 호텔과 레스토랑과 다른 기념품점이 있다.
이 곳은 자동차로도 올수 있는 곳이라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으로 마을집들이 숙소로 이용되는 곳이 많다.
이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꺾어져 죽 내려가면 알베르게가 있다...
이 손바닥 만한 마을에 오니 화살표가 없어서 막상 알베르게 를 못 찾아서 다들 이리갔다 저리갔다 ...
결국 찾긴 찾았는데 close,라고 붙여놔서 알베르게 문 닫은 줄 알고 식겁했다
사람이 적다보니 1층은 문닫고 2층만 열어놓았는데 그걸 모르고. 비도 오는데 왔다리 갔다리.. ㅎㅎ
아침에 보낸 배낭을 찾으러갔는데 이미 2시간 전에 이곳에 도착한 행커 할아버지가 엄청 무거운 나의 배낭을 낑낑거리면서 알베르게까지 날라주셨다...
70순 노인네한테 내가 못할짓했다.. ㅠ.ㅠ
이렇게 작은 마을이 순례길에서 들러야되는 이유는 바로 이 산타마리아 성당이 매우 유명한 곳으로 이 곳 성당에는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던 성배가 보관되어 있다.
※ 1300년 경 눈과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사제는 미사에 아무도 참석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후안 산틴이라는 농부가 궂은 날씨에도 영성체를 하기위해 미사에 참석을 했지만
영성체를 단지 상징으로만 생각했던 사제는 속으로 농부를 비웃었다. 그러자 밀떡은 진짜 살로 변하고, 포도주는 진짜 피로 변해 성배밖으로 흘러 넘쳐 사제의 옷을 적시는 영성체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또한 이 기적의 순간 성모님께서 살과 피로 변한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기위해 몸을 기울였기에 아기를 안고 계신 성모님의 자세가 앞으로 살짝
구부려져있고 아기예수의 눈은 놀라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후에 이 전설을 들은 이사벨 여왕이 산티아고 순례중에 이곳에 들러 성배를 가지고 가려고 하였으나 수레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8월 15일과 9월8일에 기적의 성영성체와 성모상을 모신다고 한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일행들을 찾았는데 없어서 이미 도착해 있던 다른 한국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혹시 나보다 늦게 올지도 모른다 싶어 일단 7시까지 기다려보고 안오면 그때 밥먹으로 가겠다고 하고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일행들이 나중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마음속으로는 너무 반가웠는데 갑자기 혼자 남겨두었던 나바날에서 서운한 생각이 들어 시큰둥거렸다.. ㅋㅋ
라 파바에서 잔다던 나경이도 힘들게 오 세이브레로까지 올라왔다.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2틀동안의 회포를 풀면서 얘기를 하다보니 할아버지가 오늘 70세 생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신한테 생일선물로 오늘 하루는 편하게 해주기로 해서 배낭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하셨다.
이런.... 그런것도 모르고....
후다닥 저녁을 먹고 선물을 준비해 알베르게게로 돌아가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깨웠다.
한국에서 70세 생일은 굉장히 축하받아야 되는 날이라고 그냥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가족들이 없으니 우리들가 딸이라 생각하라며 알베르게에 사람들 죄다 있는데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다
할아버지가 완전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하셨다.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 그래도 뉴요커라 내복차림이 민망하여 사진을 극구 안찍으시겠다는 걸
상반신반 짜르는 조건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나저나 이 정쩡한 내 표정 어쩔것이여...ㅎㅎㅎ
생김새는 전혀 뉴요커가 아닌데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분으로 이 까미노중에 사진의 50%이상은 우리가 모델이었다.
우리가 우르르 모여서 뭐만 하면 늘 그렇게 열심히 우리 사진을 찍으셨다.
심지어 내가 일행들과 오세이브로 알베르게만나서 이틀동안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할아버지가 카메라 들고 오셔서 막 찍고 계셨다.
게다가 까미노 중에 할머니에게 거의 매일 메일을 보내셨는데 하는 얘기의 90%는 한국사람들이 어쩌고 저쩌고..
할머니 왈~~ 도대체 한국이 어떤 나라이길래 당신이 한국사람들에게 푹 빠졌나며 4월에 한국으로 한달간 여행을 오실예정이다.
까미노의 인연....예사로운 인연은 아닌듯하다..
♣ 안개끼고 바람불고 비오는 오 세브레이로....
밤이 내린 알베르게 밖으로 불어대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다시 또 내일이 걱정이 되지만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은 산티아고이다.
이 길이 자꾸만 한없이 아쉬워 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제발 조금씩만 갔으면 한다...
세월이 약이라고 언제나 시간아 제발 빨리 좀 지나가라고 기도하면서 보낸 3년이었는데...
불과 한달여 남짓... 이젠 시간아 제발 천천히 가기를 언제부터인지 기도를 하고 있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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