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like traveling/Reference Room

이대 맛집

작은천국 2009. 2. 10. 17:09

●구슬김밥 작고 앙증맞은 구슬김밥. 20여 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앞으로도 개발을 통해 메뉴를 늘려갈 계획이다. 02-3403-9138 ●델리카페 돈가스는 2000~3000원, 샌드위치는 2000원. 주머니 가벼운 학생에게 이보다 부담 없는 메뉴는 없다. 저렴하지만 재료만큼은 최상의 것을 사용한다. 02-3446-6628 ●미스터와우 석쇠에서 바로 구워낸 소시지를 넣어 만들어내는 미국식 핫도그를 맛볼 수 있다. 자리가 협소하다는 것이 흠이지만 맛에 반해 그 불편함을 마다않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페퍼런치 밥 짓는 것에서 철판을 달구는 것까지 모두 기계로 해결한다. 그만큼 정확히 계산된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다. 언제 찾아가도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02-3406-1765 ●메이준 지하에 마련된 프라이빗한 공간이 인상 깊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음식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02-362-3777 ●이끼 ‘이대 앞에서 가장 맛있는 돈가스집’으로 소문난 곳. 네 번 먹으면 한 번은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제를 실시한 이후, 학생들이 더 많이 몰린다. 02-364-4920 ●페라 이대 앞에 줄줄이 들어선 케이크 전문점의 대모 격. 특별한 맛과 분위기는 아니지만, 편안함으로 7년을 운영해 왔다. 02-313-6085


이대 전철역에서 이대 정문까지 거리는 고작 100m 정도. 좁은 차로는 다닥다닥 붙어 늘어선 패션숍과 하루가 멀다 하고 빠지고 들어서는 가게 때문에 언제나 분주하고 정신없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좁고 짧은 거리는 사람과 숍, 차와 공사장 부속물로 꽉 채워진, 여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이 추진한 7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찾고 싶은 거리’로 거듭난 이대 앞. 과거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그 놀라움은 더했다. 차로는 좁아지고, 보도는 넓어졌다. 가로수 사이로 바쁘게 오가던 3,000여 개의 전선은 모두 지하로 매설돼 깔끔하게 정리됐다. 전철 출입구도 개보수 작업을 거쳐 산뜻하게 거듭났다. 답답하고 복잡하던 거리가 진정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깔끔한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거리가 바뀐 몇 달 새 이대 앞은 번잡함이 걷히고, 여느 대학가처럼 여유와 낭만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대 앞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던 상인들도 변화한 거리 모습에 한껏 흥분했다. 바쁘게 내달리던 사람들이 이곳저곳 둘러보며 여유를 즐기는 덕에 기대치 않았던 수익을 올리는 곳도 꽤 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한 달 안에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면 망한다’는 이대 앞 상권의 법칙도 많이 바뀌었다. 젊은 여대생의 취향에 맞춘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것은 여전하지만, 한 달 사이에 ‘대박’과 ‘쪽박’ 사이의 갈림길에 서야 했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몇몇 전통 강호만이 살아남던 매정한 이대 앞 상권이 작은 로드숍에도 그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 그 변화다.

이름부터 앙증맞은 ‘구슬김밥’은 대표할 만한 프랜차이즈 그룹인 제너시스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브랜드. 까다로운 여대생의 입맛을 공략한 뒤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작년 12월 이대 앞에 1호점을 오픈했다. 구슬김밥은 다양한 재료를 밥과 함께 뭉쳐 작은 주먹밥 형태로 만든 음식. 모둠버섯, 골뱅이무침, 불닭 등 20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세 개의 테이블이 있지만 대부분은 테이크아웃을 한다.

이대 정문 바로 앞에는 빨간 차양이 인상적인 ‘델리카페’가 있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호기심 많은 여학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돈가스와 캘리포니아롤 등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데 한 끼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 돈부리(일본식 덮밥)와 오므라이스, 돈가스 등이 주된 메뉴로 일본 식재료를 이용해 최대한 정통 일본식에 가깝게 조리한다.

미국식 핫도그를 판매하는 ‘미스터와우’는 석쇠에서 구워내는 소시지와 스테이크 냄새로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라고는 달랑 두 개뿐이지만 정통 미국식을 표방하는 국내 몇 안 되는 핫도그 가게. 젊은 남자 사장이 베푸는 친절함에 이끌려 찾는 여학생도 많다.

요즘 한창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있다. ‘1만원대의 저렴한 스테이크’라는 콘셉트에 이어 ‘혼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 ‘페퍼런치’.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통유리창 옆으로 2인, 4인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방 앞에 있는 반원 모양의 테이블. 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테이블은 혼자 식사를 해결하러 온 손님이 주로 앉는다. 책을 펴고 앉아 혼자 식사를 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스테이크를 올려 내오는데, 취향에 따라 익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앞에 놓인 철판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도까지 익힌 뒤 바로 먹으면 되는 것이다. 270℃까지 달궈진 철판은 2분 안에 스테이크를 웰던 상태로 만든다.

‘레드망고’의 흥행을 등에 업고 생겨난 또 다른 요구르트 전문점 ‘메이준’. 1층은 화이트 톤의 깔끔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꾸며졌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패브릭이 드리워진 프라이빗한 공간이 나온다. 요구르트로 시작했지만 셔벗과 허브티, 샌드위치 등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를 늘려가는 중이다. 특히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케이크는 새로운 ‘강추’ 메뉴다. 프랑스 특급 호텔에 공급되는 케이크라는데 그 명성답게 모양과 맛이 수준급이다.

‘이대 앞에서 맛있는 집이 어디예요?’라는 물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롤가스 전문점 ‘이끼’. 변화무쌍한 이대 앞에서 무려 6년을 운영해온 강호다. 자체 개발한 데미그라스소스로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의 단점을 보완했다. 해산물과 과일, 채소 등으로 맛을 낸 이 소스는 매콤한 맛이 도는 게 특징이다. 케이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페라’ 역시 7년 역사를 자랑하는 숍이다. 신생 케이크 숍이 많이 등장한 탓에 예전만큼의 명성을 누리진 못하지만, 추억을 곱씹으려는 이대 졸업생들은 아직도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