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시의 숲, 교래리 곶자왈에서 인생을 배우다.
곶자왈은 제주지형에만 있는 특이한 곳으로
숲을 의미하는 '곶'과 가시나무와 덩쿨이 헝클어진 상태로 엉켜있는 '자왈' 이 합해진 단어로
열대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유일한 지형이라고 한다.
이 글은 2011년 11월 9일 포토 베스트에 선정되었습니다.
너무 신비로운 빛이 감돌던 원시의 숲,
교래리 곶자왈의 낯선 풍경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던 곳
제주의 심장과 허파역할을 하고 있는 곶자왈
그 원시의 숲으로 가 본다.
제주는 이틀 연속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 중이다.
폭우가 쏟아지지만 않는다면야 금상첨화가 따로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더 실감하는 날씨이다.
그래도 저지곶자왈에서도 그렇고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큰 비가 내리지 않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할 뿐이다.
오히려 비가 오니 싸~한 느낌이 살아있어
모든 사물들과 말 걸기는 아주 자연스럽다.
물론,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뿌옇게 흐려주시니 생각지도 못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름을 가기위해 길을 나섰으나 보시다시피 온통 안개, 안개,,,
도로까지 온통 안개가 코 앞까지 밀려오는 중이라 촬영장소를 급하게 변경해야했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도 이것보다 더한 안개를 만났건만,
아무렇지 않았던 안개가 산속을 혼자 걷고 있으니 어찌나 무서운 생각이 들던지 후다다닥 내려와야했다.
뭐든 과하면 없느니만 못하다고 하더니 산티아고에서 그 용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ㅎㅎ
교래리 곶자왈로 향하던 중 묘한 느낌을 자아내던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니 이런 환상적인 숲을 만났다.
안개가 연출해주는 몽환적인 느낌..
일요일 하루만 비온다는 일기예보를 철썩같이 믿고 삼각대를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교래 자연휴양림옆으로 곶자왈 산책로가 있다.
큰지오름으로 갈 수도 있고 다소 짧은 생태관찰로가 있어 생태관찰로를 탐방해 보기로 했다.
탐방로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양치식물을 키우고 있는 곶자왈의
신비로운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늘높이 뻗은 단풍나무들은 잎사귀를 떨궈내고 겨울맞이에 들어갔다.
곶자왈은 눈으로 보기엔 땅처럼 보이지만
땅으로 형성된 곳이 아니라 화산이 폭팔할 때 쪼개진 돌로 형성된 지역이라 실은 돌 위를 걷고 있는 거다.
아주 특이한 지형이기 때문에 모든 나무들이
갈라진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어 아주 특이한 모습을 많이 만나게 된다.
1.5km의 생태관찰로는 한 발자국 걸음을 옮기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신비한 원시의 숲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연리지와 연리목은 이곳에선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마치 사슴모양을 하고 큰 나무에 붙은 특이한 연리지때문에 한참을 서 있서야 했다.
앞에서 보아도 신기하고 뒤에서 보니 더 신기하고 ...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쉬어주는 휴식같은 편안한 모습에 내 마음도 실어 보낸다.
숲에서는 죽어가는 모든 것도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이리저리 넘어지고 쓰러져도 결코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그러한 채로 수 만년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돌 틈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으로 산다해도
내 진정 그대들 위해서 살아간다는 노랫가사처럼
숲에선 이름없는 것들이 더욱 빛을 발한다.
반짝 반짝 빛이나는 고사리들~
곶자왈은 양치식물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나 교래 곶자왈은 천국 중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종들이 분포하고 있는 곳이다.
숲에 오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좋아하고 따뜻한 감성위주의 사진을 찍어 왔는데
생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던 조형의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무언가에 흔적이 남은 나무..
필씨 저 나무도 원래는 곧은 나무였을 것이야 !!
인생 만사 모든 것에서 흔적이 남는 우리네 삶과 어찌 이리도 닮아 있을까?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커 가는 나무들
늘 보아오던 익숙했던 것들에도 마음이 머문다.
숲은 점점 깊어만 간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 사이로 히끄무레한 안개가 숲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젠 출입통제구역이 되어 들어가지 못하는 '무건리 이끼숲'에 가보고 싶어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
바로 이런 느낌때문에...
다른 숲속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초록의 기운이 곱게 곱게 번져간다.
원시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교래리 곶자왈
사람들이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았기에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을 간직할 수 있었던 곳이기에
곶자왈에 머무는 시간동안 나도 그냥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듯 없는 듯
그들이 두 팔 벌려 품어주는 따스한 기운으로
일상에서 지친 영혼을 말없이 감싸안을 뿐이다.
온 마음을 다해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나무의 뿌리, 그리고 그들이 뿌리 내린 돌 들,
이미 이들사이에는 내 덕분이냐 너 덕분이야는 더이상의 의미가 없다.
공존과 공생,
우리네 인생도 더불어 사는 함께 살아가는 삶이어야할 것임을 마음으로 배우고 익힐 뿐이다.
단풍나무 한 가득인 교래리 곶자왈에서
미안하다 단풍나무야 너에겐 미처 눈길을 나누어 줄 틈이 없구나
원시의 숲 속에 마음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듯하다.
제주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곶자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숲이다.
어느곳에도 웬만하면 인위적인 손길을 삼가하고
숲이 가진 원시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관리이기에
이곳에선 사람도 그냥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고 만지게 되면 사람손을 타게 되고
심하면 나무는 죽을 운명에 처하기도 한다고 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 !
곶자왈 숲에선 인간도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에 지나지 않는 자연일 뿐이다.
하나의 나무에 여러가지 식물들과 덩쿨들이 어울려
공존과 공생속에 살아가는 원시의 숲, 교래리 곶자왈
인생을 배운다.
※ 교래리 곶자왈은 교래리 자연휴양림과 접하고 있다.
홈페이지 : http://www.jejustoneparkforest.com/
찾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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