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두 번째 사진전] '공원에 말을 걸다' 를 끝내고

작은천국 2011. 3. 12. 09:00

 

두 번째 사진전, '공원에 말을 걸다' 를 끝내고

 

 

 로그인 필요 없는 한 표 부탁드려요

 

두 번째 사진전, '공원에 말을 걸다' 가 끝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전시라는 것을 하게된 '산티아고 가는 길' 첫 번째 사진전이 너무 수월했기때문에

두 번째 사진전을 준비하면서도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내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사진'에 대한 태도가 이 전시회를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언제나 달력과도 멋진 소위 말하는 "쨍" 한 사진은 그리 구미가 당치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소소한 일상을 담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고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흔하디 흔한 소재에 어떻게 내 시선을 담아 낼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희미하게나마 그 해답을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지난 일 년간, 나는 상암의 공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어떤 날은 해도 뜨기전인 새벽부터, 또 어떤날은 해가 저물고 한참 동안까지

상암에 살기 시작한 10년동안 다녔던 공원의 횟수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원에서 보냈었다.

원래부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연을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집 주변에 있는 상암공원을 많이 다녔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잘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작품으로 담아 보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을 땐,

그저 막막하기만 했고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무얼 찍어야 하나?'

나는 그렇게 카메라와 정면으로 마주 서게 되었다.

 

그저 대학교 복수전공이 벅차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진수업을 들으면서

카메라를 만지게 되었고 나는 카메라에 찍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서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고

카메라는 내 일상을 기록하는 또 다른 매체가 되었다.

그렇게 한 몸처럼 지내던 카메라였는데 돌이켜보면 지난 일년은 카메라로 인해 부단히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현장에서는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모르겠고, 내 감성을 어떻게 담야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문득, 서서히 바뀌는 공원의 모습들이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공원에 말을 걸었다.

마냥 낯선 풍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을 너머,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어떤 세상이 파인더 속에 담겨지고 있었다.  

 

지난 일년 간 찍었던 수 많은 사진 중 6장은 갤러리에 걸기로 했고

6장을 포함해 20장은 사진집을 출판하기로 했다.

전시를 하루 앞두고 전시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 작가들,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끙끙대며 줄을 맞추고 작품의 배열을 생각하고 설치를 하느라 3.1일절 오후를 꼬박 보냈다.

 

전체 작품을 설치하고 난 뒤 갤러리의 모습

'공원에 말을 걸다'라는 주제에 집중을 하다보니 작가들의 개성의 차별화가 조금 부족한 듯해서 나름은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갤러리에 작품을 걸 때 사람별로 공간을 나누지 말고 작품을 섞어서 스토리 텔링위주의 배치를

해 보자고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렸으나 다른 분들이 전부 싫다고 해서 그냥 공간을 나누는 단순 배치를 했다.

사진집에 들어갈 사진의 순서, 갤러리 순서도 사다리를 타기를 해서 정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숨어있다.

나는 사진집 두 번째, 갤러리 세번째에 당첨되는 통에 이래저래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ㅎ

 

작가들이 대표로 생각하는 사진 2점씩을 크게 인화했기에 작은 사진은 원래 각자 집으로 가지고 갈 생각이었으나

큰 사진이 주는 느낌, 작은 사진이 주는 느낌이 차이가 있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이미지의 크기가 주는 다른 느낌을

같이 나누고 싶어 한 쪽 벽면에는 이렇게 작가의 대표 사진 두개를 조형, 이야기를 적절이 맞추어 배치를 했다.

게다가 흑백사진은 프린터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큰 사진은 콘트라스가 더 강하게 프린트가 된 지라 작은 사진의 이미지가 훨씬 더 와 닿는다는 분도 많으셨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똑 같은 사진을 두 개 걸었다며 대 놓고 촌스럽다고 하셔서 어찌나 상처를 받았는지.

갤러리 안에 어떤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는 가는 작가의 고유권한이다.

'작가는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왜 이 작품을 이렇게 걸었을까?'

먼저 작가의 의도와 의중을 파악하기보다 심지어는 질문도 없이

무조건 자신의 스타일과 좀 맞지 않는다고 그저 촌스럽다, 뭘 모른다 이런식의 표현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된 전시 오프닝,

 처음에는 오프닝을 하려고 했다가 작가들 개인사정들때문에 고민끝에 취소했다가 어쩔수 없이 다시 하게된 오프닝,,,

결국 급하게 결정된 탓에 나의 친한 지인들은 아무도 부르지도  못했다 ㅠ.ㅠ

뭐 지난 번 전시 때 개인전 버금가는 오프닝을 한지라 그리 서운할 것도 없다 싶었는데 

막상 오프닝 당일이 되니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찌하랴...

 

갤러리에 걸린 나의 작품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지난 일 년동안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좋은 사진 6점을 고르고 인화를 하고 액자를 할 때까지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으로 

막상 갤러리에 작품을 걸려고 보니 '아차' 싶은 뒤늦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물론,' 공원에 말을 걸다' 라는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전체 작품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진을 이렇게도 놓아도 보고 저렇게도 놓아도 보고 아무리 좋은 배치를 해보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는 전시중에 작품의 자리를 바꾸는 무리수도 두었다.

전시란 주제에 관한 자신의 작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떄 그 목적이 십분 달성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점에서 각각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전체작품이 갤러리에 걸렸을 때 각 작품들의 조화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되는 것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액자는 사진에 옷을 입히는 작업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작품이 죽는 경우도 있기에

액자색깔을 선택하고도 과연 제대로 잘 고르기나 한 건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개인전이라면 액자의 색깔도 사진처럼 어두운 색깔, 혹은 원목의 색깔 등

이미지에 따라 다르게 선택하고 싶었지만 단체전이라 혼자만 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두운 색깔을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전시는 전체진행을 내가 맡았으며 여러 가지로 마음이 너무 고달팠다. 

특히 갤러리 선택에 관한 한 정말 내 발등을 찍은 결과라 뭐라 할 말이 없다.

지난 번 전시회는 사진과 글이 함께 들어있어 액자보다 폰보드제작을 했었기에 액자, 배치 등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음에도

갤러리 관장님과 큐레이터가 직접 조언을 해주었기에 이번 갤러리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전문적인 큐레이터는 커녕, 작품을 배치할 때도 관장을 비롯해 여직원은 한번 나와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조명의 전구가 나갔다고 이야기를 해도 바로 교체해주지도 않고 조명의 위치를 바꿔달라고 하니 직접 옮기라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 작가들이 갤러리에 도착해도 갤러리 문이 열려있지 않아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날도 있고

작가들 사정이 있어 갤러리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날은 갤러리에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이 있어도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갤러리 공간과 사무실공간은 독립되었기에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할 때는

정말이지 이건 뭐 갤러리를 대관한건지 의심마저 드는 행태에는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갤러리가 그런 정도 밖에 안되는지 미처 몰랐기에

다음 번 전시회때는 정말 꼼꼼히 따져보고 내가 모자란 부분에 대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갤러리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은 일 주일 전시기간을 한 달처럼 느껴지게 할만큼 무척이나 큰 스트레스였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전시회를 한다고 많이 알리지도 못했고

파워블로거 몇 분들께 전시회 소식 포스팅 좀 해달라고 부탁한것이 전부였는데

생각보다 많으신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주셨다.

 

작품들에 대해 많은 관심도 가져주시고 궁금한 점을 물어주시기도 하고

찾아주신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사진에 대한 공통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오랫만에 보는 지인의 아들은 어느새 여섯 살이 되었다며 연예인 못지 않은 포스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나중에 텔레비젼에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ㅎㅎ

 

그러다 사람들 발길이 뜸한 시간엔 이렇게 인터넷도 하면서 일주일 내내 전시장에서 보냈다.

 

전시장을 찾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지만 특히, 이 분 올해 87세의 김석배옹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진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신데 사진을 태하는 태도에는 정말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월간 사진 3월호에 '김석배옹'의 이야기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시며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셨다.

무엇보다 이 분께 나의 사진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을 드렸는데 옹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 나는 옛날 사진을 하던 사람이라 사진을 이야기할려며 구도가 어떻고 등등 하는 옛날 방식의 사진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자네가 지금 전시하는 사진은 작가의 주제를 드러내는 현대사진으로 나와 사진의 방향이 다르다.

그러니 자네 사진을 감히 평할 수 는 없다" 는 옹의 한 마디는 

아직 초보사진가라 할 수 있는 나에게는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명언이셨다.

이 분의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작년 한 해는 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거의 6개월 정도는 병원에서 지내셨다.

심지어는 의식이 없기도 하셔서 하반기에는 사진도 슬럼프였지만 아버지 건강악화로 인해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도

전시를 할 상황도 못되었는데 다행히도 요즘 건강이 괜찮으셔서 조금 무리가 된다고 해도 오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지난 첫 전시회 때 좀 안 좋으시다고 해서 오신다는 걸 오시지 말라고 말렸다가

건강히 급격히 악화되고 나니 너무나 미안하고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책을 좋아라 하는 두 분, 사진집을 어찌나 열심히 보시던지....

나중에 두 분의 촌철살인에  배꼽을 쥐어야 했다..

 

어쩌면 하나의 헤프닝, 아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듯한데

살짝 방송출연(?) 비슷한 촬영이 있었다.

이런 긴장된 순간은 연습하고 이러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에 생방으로 한 번에 끝냈다.

 

남들은 '말빨 장난아니다', '많이 해본 솜씨다' 했지만

목소리 덜덜 떨리고 시선은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고  하여튼 식은땀 좔좔 흘렸다

좋은 결과 있으면 이것도 공개하겠지만 내가 뭐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작품세계가 출중한 것도 아니니

별 기대는 없는 편이고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기겠다.

어쨋거나 Team G 화이팅!!!

 

그렇게 전시 기간 일주일이 지나고 작품을 뗄 때는 채 20분이 안 걸려서 어찌나 허무하던지..

 

 '공원에 말을 걸다'라는 전시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시를 하게 된 것은 이 작업을 진행한 4명의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해

각자 추구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채울 수 있는

어떤 시너기 효과가 있었기에

이 전시가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나는' 내가 어떤 사진을 원하는가'에 대해 방향성을 잡은 듯하다. 

전시장에 사진을 걸릴 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전시기간 중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내가 사진을 찍을 때와 똑같은 느낌으로 공감대 형성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어서 느낌이 참 좋다라는 칭찬은

앞으로 내가 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굳힌 계기가 된 것같다.

 

'전시는 옷을 벗고 대중앞에 서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 말 그대로 이번 전시는 옷을 벗은 채 서 있는 느낌이라 많이도 부끄러웠다.

그러나 전시가 점점 진행 될 수록 하나씩 둘씩 부족한 면을 찾아내게 되었으니

이번 전시가 힘들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보람이 있었던 전시회였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1년 간 힘든 작업을  마치며 김원섭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내 안에 있는 감성이 늘 깨어 있도록 자극을 주시고

그 감성을 내가 가진 시각으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끌어주고 계시는

임동숙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고 많이 부족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사진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포부를 가져본다. 

 

5월에 있을 개인전('산티아고 가는 길')을 위해 고고씽!!!!

 

그 전에 얼굴살 좌~악 빠지고 이 어정쩡한 썩소부터 해결해야 할텐데...

 

 

 

 

 

이글이 유익했다면 최신글과 인기글 특히 저 밑에 손가락 추천 버튼 '꾹' 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도 필요없는 추천 한 방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작은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