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우리의 산티아고는 어디가 종착역일까?
2009년 11월 11일 산타 이레네(santa Irene) - 아르카 오 피노 (Arca O Pino) - 몬테 델 고조 (Monte del Gozo)
- 엔트리 데 산티아고 (Entree de Santiago) (22.5km)
까미노 중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던 유일한 알베르게 였다 ㅠ.ㅠ (3유로)
뜨거운 물 안나온다고 호스피탈레로에게 말해도 전화통화만 30분 넘게하고 들은척 만척...
다행히도 주방이 있고 주방용품이 있어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온수기쪽이 문제가 있어 결국 은수가 고쳤다...
알베르게 앞은 도로이다.
보성언니가 끓여준 죽을 먹고 약도 한알먹고.. 푹 잔듯하지만 여전히 몸은 찌뿌드드하다.
머리도 아프고 몸은 천근만근... 그러나 오늘은 산티아고를 걷는 마지막날...
이 길을 언제 다 걸었나 싶게 지나온 날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좋은 컨디션으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길을 조금씩 천천히 즐기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엇는데 나의 야무진꿈은 가차없이 무너졌다.
비가 많이 온다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파란하늘을 본 것은 잠깐, 아주 잠깐만 있었다.
비를 참 좋아하는데 이젠 비가 지긋지긋하고 싫어지고 있는 중이다.
컨디션 때문인지, 걷기의 마지막날이어서 그런지 기분이 애매모호하다.
산티아고를 지나 피스테레까지 애당초 걷겠다고 작정을 했건만,,,
일정상 11월 15일 포르투칼로 가야되는 나와 같은날 독일로 넘어가야하는 보성언니도 산티아고에서 피스테레를 걷는것은 이미 포기한 상태..
지수와 은수는 내친김에 피스테레까지 걸을예정이라 오늘 약23km를 천천히 가서 산티아고 입구에서 무조건 쉬겠다는 우리와 달리
오늘 산티아고에 들어가서 도시 구경을 해야만 했기에 나보다 먼저 서둘러서 길을 떠났다.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나를 위해 보성언니가 같이 가겠다며 기다려주신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23km 밖에 안되지만 너무 힘든 여정일듯하고 언니한테 괜히 폐를 끼칠까봐
그냥 혼자 천천히 걸어갈 요량으로 먼저가시라고 했는데도 굳이 남으셨다.
몸 상태가 안 좋으니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하고..
이제 산티아고까지 채20km가 남지 않았구나.. 여전히 먼저 간 지수의 매듭이 올려져있다.
어떤 집 대문에는 이렇게 자기동네(rua)를 유화를 걸려 문패로 걸어놓았다~~ 완전 멋스럽구나..
casa da gallega ,, 갈라시아의 집이란다...
여전히 흐린날씨.. 숲길을 막 벗어나자마자 안개가 자욱한 아침풍경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보게되는 마지막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괜시리 울컥해서 눈물이 난다.
수묵담채화 한 폭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안개가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오늘 정도에 날씨가 쨍하고 한 번 개여주면 좋을텐데... 완전히 나의 희망사항인가보다.
줄기창창 비가 오다보니 정말 이젠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니... 데이비드는 일년에 5개월이 있는 휴가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나, 태국, 모로코(산티아고끝나고 모로코에서 2달을 보냈다)등
따뜻한 나라만 찾아다니는구나...
한국 한번 오랬더니 자신의 쉬는 휴가기간(10~2월) 엔 한국이 겨울이라서 싫단다... ㅎㅎㅎ 됐거든... !
오늘은 되도록이면 천천히,,, 천천히,, 거북이처럼 느리게 걷는데 게랄드와 알렉스와 크리스티나가 앞을 지나간다.
게랄드왈~~'컨디션은 좋은데 오늘이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며 한마디 거들고 간다.
포르트마린(Portmarin)에서 커플이 된 알렉스와 크리스티나는 두 손을 꼭 잡고 길을 걷고 있다.
2009년 11월 7일에 만나서 오늘이 3일째... 벌써 둘의 눈은 콩깍지가 씌워졌다.. ㅎ
힘든 산티아고길을 같이 걷고 있다는 묘한 동질감이 이 길에선 사람을 참 허물없게만들고 가깝게 만들어주는것같다.
산티아고 길에서 많은 청춘들이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산티아고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듯하다.
그렇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진실된 것이라면 이 길에서 좋은 추억 하나쯤 남겨도 좋지 않을까 싶다...
늘 네명이서 붙어다니는 통에 사람사귈시간이 없었다며 투덜댔지만
우리는 그런 주변 머리가 없고 용기가 없는지라 아마 혼자 걸어도 그럴 일은 없을거라며 다들 입을 모았다...
여행지에서 만나 불꽃이 튀는 사랑은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는 드라마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인듯하다...
그렇지만 젊은 청춘이 사랑에 빠진 모습은 부러울정도 예뻤다.. ㅋ
(알렉스 20대 후반 독일,, 크리스티나 23세 스페인,,, 둘은 말이 안 통했다.. 그런데도 사랑에 빠지더라.. ㅎ)
젊음이 , 순식간에 사랑에 빠질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한없이 부럽구나...
오늘도 여전히 유칼립투스 나무 숲길이다.
호주에만 있을 걸로 생각되어지는 유칼립투스나무가 이 곳 스페인에 많은 이유는
스페인이 세계와인 생산국2위의 나라인지라 코르크마개에 이용되기때문이다.
이젠 노랭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리가 노란화살표를 '노랭이' '노랭이'하고 다녔더니 외국애들도 따라서 노랭이 노랭이하더라는.. ㅎ
한가로운 전원 풍경이다.
걷기 시작한지 한 시간반... 이제 산티아고까지 15km가 남았다 ㅠ.ㅠ
처음 시작할때 800km 가 언제줄어들까 까마득하기만 했는데 이젠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는것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닥의 노랭이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게랄드가 이렇게 찍은 사진을보고 나도 덩달아 한 장 남겼다.
나는 걷는 길을 담느라 길 외에는 사람도, 조형물도, 알베르게도 담지 못했는데
게랄드는 길보다도 조형물, 재미있는 간판, 웃긴 표정을 담고 있어 나름 신선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서로 찍어 놓은 사진이 전부 달라서 다른 길처럼 느껴지는 산티아고였다.
각자 자신의 눈으로, 마음으로 본 것이 사진에 담겼으리라...
몬테 도 고조를 앞두고 마지막 도로길엔 온통 나무 십자가가 걸려있다.
이들이 무엇이 이토록 간절했던 것일까? 또 마음이 울컥한다.
모두들 무언가를 향한 간절한 바람처럼 그 마음이 한없이 전해져온다.
까미노를 상징하는 가리비, 지팡이, 조롱박...
오늘로서 '순례자(페레그리나)'도 안녕이구나..
특이한 조형물이라 신기했는데... 저 언덕너머가 산티아고 공항이라 비행기 유도등이었다.
철조망 사이에도 간절함이 걸려있다.
참 소박하게 걸려있는 십자가... 그러나 그 소박함이 더 큰 울림으로 전해온다.
라바꼴라(Lavacola)의 냇가
산티아고 대성상의 성야곱성인을 만나러 가기전 이 냇가에서 온 몸을 씼음으로 몸과 마음의 정화를 했던 곳이다.
철분을 포함하고 있는 흙성분으로 인해 물색깔이 벌겋게 보인다.
나도 산티아고에 들어가기전 몸을 정갈하게 하고 들어가고싶었기에 이 냇가가 남다르게 보였다
오전12시... 이제 까미노 중에 마지막으로 들러게 된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 카페에 머무른 기념으로 크리덴시알에 도장도 받았다. (나중에 알베르게 도장 올릴예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정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점점 몬테도 고조가 가까워오고 있다.
마을한켠으로 이런 아름드리 나무길이 신작로처럼 펼쳐져있다.
드디어 발견한 몬데 도 고조 안내판
어떤집 담벼락은 아예 돌로만든 순례자 신발을 올려놓았다. 2010년 대 희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비를 한 듯한 몬테도 고조이다.
몬테도 고조의 언덕에 있는 기념비로 생각보다 기념비는 엄청나게 컸다.
이 기념비는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가 이곳을 다녀간 기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교항요환바오르2세의 모습과 성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면 씩 좀 더 자세히 보면
교황 요한 바오르2세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한 내용 산티아고 대성당의 성 야곱상의 뒷모습(산티아고편에 사진 첨부예정)
성프란치스코성인이 페레그리노 복장을하고 조개를 들고 있는 모습 산티아고로 가는 수 많은 길을 손바닥모양을 통해 표현하고있다.
몬테 데 고조(Momte de Gozo)는 산티아고를 앞 둔 마지막 마을로 '기쁨의 언덕'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몬테 데 고조 언덕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저멀리 산티아고 도시와 산티아고 대성당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산티아고를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산티아고.... 별들의 들판.. 나의 고지 .. '산티아고'가 바로 저기에 있다.
우린 모두 산티아고를 향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산티아고가 바로 눈 앞에 있다. 과연 순례자들에겐 '산티아고'가 어떤 의미일까?산티아고는 그저 유형의 도시일 뿐인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향해 지친 몸을 이끌고 끝없이 걷고 있는걸까?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저 곳 별들의 들판인 산티아고를 향해가고 있는가?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산티아고'가 주는 의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몬테 데 고조는 다른 곳과 달리 엄청난 대 단지의 숙박시설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냥 외관상으로만 보자면 거대한 리조트단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여기 있는 시설만으로도 차고도 넘칠 듯한데 저 건너편너머로 또 다른 거대한 숙박동이 증축되고 있었다.
처음에 이 곳에 대단위의 숙박시설을 만든다고 했을때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중세 떄부터 이어내려오는 순례자의 전통적인 이미지가 왜곡 될 것에 대한 우려가 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어마어마한 숙박단지가 성야곱의 해에는 모두 찼다고 하니 이 곳에 거대한 숙박시설이 없었다면
아마 산티아고는 숙박을 하지 못해 엄청 고생했을듯하다.
그리고 올해 2010년 성야곱의 해를 맞아 아마 엄청난 알베르게 전쟁이 치러질 듯하니 가실분들 참고하세요
이 곳 숙박동은 거대한 시설답게 각종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져있고 며칠씩 머물수도 있다.
또한 산티아고에서 시내버스가 이곳까지 다니고 있으며 걸어서 산티아고까지 약 두시간이 조금 못걸린다.
이곳 '몬테 데 고조(기쁨의 언덕)'에서 머물면서 저녁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 대성당의 불빛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몹시도 궁금하여
애당초 계획은 이곳에서 잘 예정이었지만 비도 오는데다가 이 지친몸을 하고 산티아고까지 5km가 되는 거리를 아침부터 걸을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서 그냥 포기했기에 많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자지 않아도 크리덴시알에 도장은 찍어 줄 수 있다고 해서 기념으로 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알베르게 벽면 게시판을 보니 예정에도 없던 곳을 갈 예정인 피스테라와 묵시아의 사진이 있었다.
피스테라(Fisterra),,, 피스테라 편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여기에서는 패스~~
산티아고에서 피스테라까지 약 100km로 버스로 3시간 걸어서 3일정도 걸린다.
진정코 예정에도 없었던 묵시아(muxia),
묵시아는 야곱 성인이 이베리아 반도의 북서부에서 선교에 힘쓸 무렵 성모님이 그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돌로된 배를 타고 도착했다는 곳이다.
따라서 커다란 바위섬위에 성모님을 위한 성당이 세워졌고 그 이 이 곳이 산티아고 못지않은 순례자들의 목적지가 된 곳이다.
(이 곳에서 경험한 엄청난 이야기도 있으니 기대하시라... 정말... 두 번 말하고 싶지않다... ㅎ)
처음으로 본 여자 순례자상 그리고 좋은 까미노가 되라는 말이 여러나라의 언어로 적혀있다.
이~~~ 일본어도 있구나.. 요즘은 한국사람들이 더 많이 가고있는데 왜 한국어는 없는거야...
산티아고에서 만나는 마지막 노랭이.... 이젠 노랭이는 더이상.... 내 인생의 노랭이를 빨리 찾고 싶다.
그리고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그동안 이 곳 산티아고를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 온 길이 아니던가?
산티아고 초입의 모습
다른 곳과 달리 산티아고로 들어오면 화살표도 거의 없고 바닥에 저렇게 조개도 조그맣게 되어있어서 길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산티아고는 순례길의 종착역이라 순례자들에게 매우 의미가 있는 도시이지만
이곳이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오히려 순례자를 위한 배려는 많이 부족한듯해서 조금 아쉬웠다.
어떻게 산티아고 입구까지는 잘 왔는데 알베르게를 찾기위해 잘 보이지도 않는 조개마크를 찾아가며
길을 따라 걷다보니 나오라는 알베르게는 안나오고 산티아고 시내 중심까지 곧장 가게되었다.
모퉁이만 돌면 산티아고 대성당이 보이기 직전이라 나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산티아고대성당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성당의 건물 일부분이라도 절대로 절대로 보고싶지 않았다.
나름 35일간 이 길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눈물을 흘렸고 많은 고민을 통해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산티아고..
그리고 그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하게될 종착역 산티아고...
그런 산티아고 대성당에 이렇게 초라하고 지친 모습으로는 절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깨끗한 몸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한 비록 새 옷은 아니라하더라도 속옷부터 겉옷까지 모두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가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이 힘든 여정을 잘 마칠 수 있게 나를 이끌어 주었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나는 최소한의 예의와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산티아고에 입성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않아도 몬테도 고조에서 머물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에 이렇게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허무하게 오게 될 줄이야....
언니는 언니대로 짜증스럽고,,, 나는 나대로 짜증스럽고... 일단 커피를 한잔 마시고 생각하자며 카페로 들어갔다.
언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산티아고 대성당 근 처 호텔에서 자겠다고 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서라도 다시 몬테 테 고조로 가겠다고 설왕설래를 하면서 반신반의 끝에 알베르게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알베르게에서 전화를 받는것이 아닌가? 연중내내 문을 연다고 하는것이었다... 이런.... 그럼 도대체 알베르게는 어디에???
그런데 영어가 딱 거기까지였다.... 아저씨가 스페인어를 좔좔~~~~~~ 아 미쳐미쳐...
우선 급한데로 카페에 있는 사람에게 사정 설명을 하고 택시를 타고 갈테니 알베르게 주소를 좀 적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분이 주소를받아 적어주었는데 고맙게도 자신이 그 지역을 알 것같으니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걸어서 가면 거리가 멀고 마침 차가 있으니 타고 가자고 해서 차를 얻어탔다...
알고보니,,,, 아르헨티나에서 온 '산티(santi)'아저씨로 지금 여행중이며 10일 정도 산티아고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다.
아저씨 덕분에 허무하게 끝나게 될 산티아고 입성이 원위치를 찾았고
무엇보다...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또 신기한 산티아고를 느낀다.
산티아고에선 불문율처럼 내려오는게 있는데 ' 이길에선 절대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도 없는 길에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으면 꼭 길을 안내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는 희안하고도 이상스러운 길이다..
오늘처럼 완전히 길을 잃어버려도 또 이렇게 안내자가 나타나지 않던가? 현지인도 아니고 여행객이 안내를 해주다니..
게다가 이름까지 '산티' 라는 우연치곤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산티아고 입구에 있는 산 나자로 알베르게
산티아고 입구에서 도로 왼쪽으로 걸어 다시 왼쪽으로 꺾어지면 있다.
우리는 도로 오른쪽으로 걷고 있다가 minicipal 이란 간판을 발견하고 그곳이 알베르게인줄 알고 엉뚱한 곳에서 헤맸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며칠동안 머물러도 상관없다. 다만 첫날 10유로 다음날 부터 7유로이다.
알베르게 시설 완전좋다.. 개인 락커도 있다..
드디어 걷기가 모두 끝이 났다..
아~~~ 매일이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으나 매일이 너무너무 행복했던 산티아고 가는길...
그러나... 너무 힘들었기에 두 번 다시 이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특히,,,, 마지막이란 기분을 느끼며 그저 막막함으로 무언가를 향한 간절함을 위해
다시 또 이 길에 서야되는 일은 앞으로 내 인생에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순례자 조개를 단 나의 배낭... 순례자 모자,,, 신발.. 스틱.... 수고했어..
눈오고 비오고 바람불고 먼지 날리고 .... 정말 고생많았어... ..
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 35일의 여정이 모두 끝이 났다.
그 기간동안 너무 고생한 나의 발...
첫 날 피레네 산맥 넘을때 힘들어 세번째 발가락에 멍이들었고
등산화가 좀 커서 엄지발가락 경계부분이 약간 까지고 오래걷는 동안 굳은살이 심해져서 실리콘을 끼어야했다.
그렇지만 그외에는 아주 멀쩡한,,, 외국 사람들도 전부 발가락에 물집 잡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
다행스럽게 물집 한번 안 잡히고 나를 너무나 잘 도와주었다.
죽을 만큼 고생했다. 작은천국~~~ 애썼어....
우리의 저녁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또 장할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준비해 주고 계신다.
도대체 어디를 봐서 이 사람이 과학자인가? 영락없이 맘 좋은 슈퍼 할아버지.... ㅎㅎㅎ
이렇게 우여곡절 많았던 산티아고의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 나에게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름대로 느끼는 것도 많았고 매일이 행복한것도 좋았지만
너무 고생스럽고 힘들었기에 이때는 정말 다시는 두번 다시는 걷는 걸 안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길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도 무거웠고 심각했었다...
여행기를 올리면서 다시 이 길을 한 번 더 걷는 기분을 느끼며 또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일행들보다 뒤쳐지는것에 대해 느끼던 묘한 기분은 결국 내 삶의 방식이 그러한 것이었음을 알게되었다.
늘 무엇이든지 남들보다 잘 해야하고 두각을 드러내야만이 스스로가 만족을 느끼는 삶...
남들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고 너무 잘한다고 했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정해놓은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찌될 것처럼 스스로에게 조금의 여유와 틈도 주지않고 늘 조바심 내면서 살던것이 내 삶의 방식이었음을...
그래서 산티아고 길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들러가 말하고 있는 출생순위 2번째의 성격을 120% 가지고 있는 나....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스스로 정해놓은 선에서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고 벗어나 볼 생각도 해 보지 않고
자신에게 너무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었기에 1년 365일 24시간이 늘 모자랐고 시간쪼개기로 버티던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선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느꼈을때 나는 그것을 너무 감당하기 힘들었던것 같다.
전쟁과도 같이 치열하고 정신없이 바쁜 삶은 내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이었고 나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있었지만
결국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그 시간이 주어진다고해도 아마 나는 여전히 나의 삶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 뻔하기에 다시금 과거로 가고싶지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세월에 대해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다.
산티아고가 나에게 준 영향력 중의 하나 일것이다.
지나간것은 모두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부정하고 후회하지 말지어다.. 그것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기에..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원없이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이젠 그 힘든 시간을 지나 희망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남들보다 120%의 몫을 감당해내느라 미래에 내가 써야할 에너지를 이미 끌어다 써버렸기에 삶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지금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좀 더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사는 삶을 연습중에 있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걸을때는 두 번다시 걷는 것은 절대로 안하겠다고 치를 떨었다...
오죽하면 산티아고 갔다오면 바로 올레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던것도 바로 포기했었다.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기에....
그런데 그 길이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까미노 불루가 이제서야 시작된 것같다...
혹여,,,, 내가 다시 산티아고를 가게된다면 그땐 정말 아무런 걱정 근심없는 가벼운 마음으로 행 즐거운 소풍가듯이 걷고 싶다
그리고 폰세바돈에 내려놓았던 내 삶의 무게와 십자가상에 고이 놓은 내 돌 세 개가 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구나...
그때가 언제가 될지....
※ 아직 산티아고가 끝난건 아닙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피스테레에서.. 묵시아에서.... 읽을 거리 가득입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지난 주말동안 긴 산티아고를 끝내려고 했건만... 그만 나의 노트북이 그동안 슬금슬금 말썽을 부리더니 급기야 넉다운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어제 멀쩡한 상태로 다시 되돌아왔네요.. 아~~~~ 컴도 이지경인데.. 안과에서는 눈이 쉬어야한다며 컴이고 책이고 암 것도 보지말라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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