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 Yong Pil/YPC Concert

[2002년 예술의 전당] 조용필 그대발길이 머무는 곳에

작은천국 2007. 2. 14. 22:07

 

 

■ 뮤지컬 같은 150분 빅쇼 동아일보 (허엽 / 2002.12.9)

설명이 구차했다.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조용필 콘서트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가수는 26곡의 레퍼토리로 인생과 생명, 길을 노래하면서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낯선 곡이 많은데다 추상적인 영상으로 인해 객석에서 ‘불친절’하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2300여 관객은 두시간 반 가량 객석을 휘몰아치는 강렬한 감흥에 매료될 뿐이었다.
그 긴장은 조용필이 마지막 한곡을 남겨놓고 “인사가 늦었습니다”라고 말하자 비로소 깨졌다. 그제서야 객석에서 “오빠!”라는 말이 나왔다. 구하영씨(37)는 “노래와 무대로만 자기 예술을 보여주겠다는 가수의 고집에 꼼짝 못했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이번 공연에 대해 “노래와 드라마가 결합된 새로운 종류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뮤지컬을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는 공연컨셉트와 구성을 직접 디자인했다.
공연에는 노래의 의미를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었다. 첫 곡 ‘태양의 눈’에서는 시뻘겋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영상으로 표현돼 관객들을 한 순간에 몰입시켰다.
강렬한 충격을 준 부분은 ‘생명’을 부를때. 무대 전면에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 거대한 해일의 영상이 투사되면서 ‘생명’을 부르는 가수를 집어삼킬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순간 가수는 위대한 자연 앞에 생명의 뜨거운 줄기를 부여잡고 있는 ‘작지만 큰’ 인간이 됐다.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를 부를 때도 같은 방식으로 캐나다에서 수입한 애니메이션 ‘파라다이스’를 투사해 동화의 나라를 만들어냈다.
‘섬집아이’, ‘반달’ 등 동요에 이어 88년 발표곡 ‘우주여행 X'는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어린이 11명이 조용필의 ‘우주여행 X'에 앙증맞게 움직이면서 코발트색 하늘같은 동심을 선사했다.

소극장을 연상시킨 앙코르 부분은 ‘공연기획가’로서 조용필의 치밀한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마치 폭풍이 지나고 난 고요의 바다같았다. 그는 커다란 ‘과제’를 막 끝낸 듯 편안히 관객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중년 관객들의 몸이 무거웠던 점은 아쉬웠다. 대부분 앉은 채 형광봉을 흔들 뿐 일어설 듯하면서도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은 하루 연장돼 15일까지 이어진다.

 

 



■ 노래마다 무대 변해... 한편의 뮤지컬 보는 듯 조선일보 (한현우 / 2002.12.13)

가수가 드라마에 욕심내면 우스워지기 쉽지만, 무대연출에 대한 예술가적 탐을 누가 말리랴.
지난 7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조용필 콘서트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싱어 송 라이터 조용필이 뮤지컬 연출에 데뷔한 것 같은 무대였다. 무대 위로 시뻘건 태양이 잡아먹을 듯 이글대다가 어느 새 울창한 숲에 나무다리가 오롯이 뻗기로 했고, SF영화 속 미로 같은 장치가 좌, 우, 상, 하 네 방향에서 무대를 가득 메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조용필의 아이디어였다.

첫곡 ‘태양의 눈’으로 시작한 조용필은 “안녕하세요” 한 마디 없이 2시간30분간 노래를 불렀다. 곡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무대는 시시각각 변했다. 무대 전체를 덮은 초대형 반투명 스크린에 거대한 파도 영상이 물결치고, 그 뒤로 조용필이 홀로 조명을 받으며 ‘생명’을 열창하는 모습은 공연의 압권이었다. 그가 미리 4층 객석 구석까지 돌아다니며 설치한 스피커들은 음향이 극장 전체를 휘몰아치는 ‘소리의 스펙터클’을 연출했다.

잘해야 네 살 정도인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 10여명이 조용필과 함께 ‘섬집아이’ ‘반달’ 등 동요에 이어 그의 1988년 곡 ‘우주여행 X'를 부를 때는 뮤지컬 분위기가 물씬했다. 힐끗 돌아보니 23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마지막 곡에서 비로소 조용필은 입을 열었다. “오늘의 주제를 ‘길’로 잡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태어나 사랑하고 좌절하고 행복하고 슬퍼하는 모든 감정을 제 노래를 빌려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히트 곡들이 레퍼토리에 많이 빠진 것도 그 이유라고 했다.
객석에서 아쉬운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허공’은 불러야죠!” “한 오백년!” “창 밖의 여자” 같은 외침들이었다. 조용필은 “신청곡은 안 부르려고 했는데....“하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애초 14일까지던 공연은 팬들의 아우성 때문에 하루 늘었지만, 15일 공연도 순식간에 완전 매진됐다.

자료출처: 예술의 전당, 팬클럽 "위대한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