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천국 2007. 2. 12. 23:57

 

 

고즈넉한 전통문화의 거리 정동. 은행나무가 병풍처럼 두른 덕수궁 돌담길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에 좋고 하늘 높이 솟은 첨탑에 알록달록한 벽돌 건물들은 개인홈피 사진배경으로 더할 나위 없는 장소를 제공한다. 구한말의 쓰고도 달콤한 옛 풍경을 담고 있는 정동은 그래서 각박한 일상에서 잠시 탈출,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가볼 만한 곳이다.

정동은 조선시대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현재의 정릉동으로 옮겨가기 전 있었던 것에 연유해 불려왔다. 신문로·태평로·서소문에 둘러싸여 있으며 행정상으로는 소공동에 속한다. 개화의 진원지로 신식학교와 교회가 몰려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미열강의 공사관과 을사조약의 현장이 있다.

서소문에서 정동으로 들어가면 제일 처음 눈에 띄는 배재학당.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신식학교로 한글학자 주시경,시인 김소월,소설가 나도향,서재필,초대 대통령 이승만 등을 배출했다. 새 건물 왼편으로 조성된 배재공원의 잔디밭 벤치에 앉으면 120년 역사의 체취를 떠안고 있는 구배재학당 본관을 마주한다.

배재학당을 지나면 서울시립미술관. 1927년 경성재판소 건물로 건립됐다가 광복 후 대법원 건물로 사용됐다. 내리막 비탈길에는 잘 꾸며진 신록의 정원과 갖가지 설치미술 작품들이 근사하다. 현재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전시하며 주간에는 오후 10시까지 야간개관을 실시한다. 서울역사박물관과 동시,이용하면 이용료를 할인해준다.

미술관 비탈길을 내려오면 맞은편에 붉은색의 오래된 교회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교회. 선교사 아펜젤러가 정동에서 예배를 드린 한옥을 개조해 1898년 교회를 지었다. 서재필과 이승만도 이곳에서 예배를 봤다. 고딕양식의 붉은 벽돌과 아치형 하얀 창틀이 잔잔한 감흥을 일으킨다.

정동사거리에서 경향신문사 쪽으로 올라가면 이화여고가 있다. 조선시대 전통 사주문 양식인 이화의 옛 대문이 잎이 무성히 우거진 은행나무와 함께 잘 복원돼 있다. 건너편 예원학교 옆 골목으로는 난타극장 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더 들어가면 언덕 위에 하늘을 꿰뚫는 흰 탑이 나온다. 바로 러시아 공사관의 자취다. 1896년 아관파천의 현장으로 이곳에서 친일파인 김홍집 내각이 무너지고 서재필이 주도하는 독립협회가 결성된다. 6·25전쟁으로 대부분 소실되고 지금은 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탑 아래로는 빌딩들에 둘러싸인 운치 있는 정동공원,산책이나 땀을 식히기에 좋다.

덕수궁 돌담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경향신문사 앞까지 900m가 조성돼 있다. 사대문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초여름의 돌담길은 새소리가 들리고 초록이 우거졌다. 그늘마다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위로 연인들의 미소가 번진다.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광화문 쪽으로 가면 서울시의회 뒤쪽으로 대한성공회가 고풍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1926년 동양 최초로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어져 서울시 무형문화재로도 등록됐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이 이국적 조화를 이루고 처마 끝이나 기와지붕이 이채롭다. 매주 수요일이면 주먹밥콘서트(www.joocon.net)도 열린다.

출처: 스포츠 투데이(http://search.stoo.com/article/s_article.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