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2015-3-13 오늘 제주!
[사진일기] 2015-03-13 오늘 제주!
모처럼 바닷가를 걸었다.
봄을 시샘하듯 꽃샘 추위는 제주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바람 많은 제주라고 하지않던가.
제주 섬은 지구가 떠나갈 듯 들썩이며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깊은 속을 까보이며 토해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곧 바람에 날려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바람에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고
나는 언젠가 산티아고를 걷던 그날처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많은 갈매기떼를 만났다.
갈매기떼는 유유히 유영... 유영이 아니었다.
그냥 정지된 채로 눈 앞에서 있었다.
바람이 너무 거센탓에
분명 날고 있으나 그건 착시였다.
<2015년 3월 제주 북촌포구>
산티아고를 걷던 그날도 그랬다. 그날은 스페인에서 때 아닌 태풍이 불었고 우린 그것도 모른채 길을 출발했다. 엄청난 비 바람이 부는 바닷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다 잠시 비가 멈추었고 우리 눈 앞엔 엄청난 갈매기떼가 정지된 채로 날고 있었다. 그날로부터 6년, 단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내가 제대로 다시 홀로서기까지 나를 둘러싼 많은 인연들에 의해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기적같은 변화들. 그건 비단 유명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이 생에서 분명 어떤 부분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나와 어느 부분에서 교집합으로 움직이고 있는 빛나는 소금들. 그들의 삶과 관계 속에서 내 삶이 피어나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어찌 향기롭지 않을까? 산티아고를 걸으며 그 모습에 함께 취했던 P 언니가 갑자기 무척 보고 싶었으나 너무 추웠다. 숙소에 돌아가면 연락하자 싶어 다시 바닷길을 걸었다. <2015년 3월 제주 북촌포구> 거의 숙소에 도착했을 즈음 울리는 전화 한통. 거짓말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마냥 P 언니였다. 나 : 언니~ 안그래도 전화할려고 했어요. P 언니 : 어머 그랬니? 어쩐지 나도 오늘 너 생각나더라... 나 : 언니 그날 그 바닷가 있잖아요~~ 그리고 사진 한 장 투척! 하자마자 P 언니 : 어머나~~ 묵시아다!!! 그리고 이내 우리의 추억은 P언니의 속사포랩으로 쏟아졌다. " 아유 ~ 그날 갈매기가... 우리가..... 그날 그랬지..."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