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길 38] 산티아고의 마지막여정, 묵시아를 걷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마지막 여정 묵시아를 걷다
묵시아는 야고보 성인이 이베리아 반도의 북서부에서 선교에 힘쓸 무렵 성모님이 그에게 용기를 주기위하여 돌로 된 배를 타시고 도착하셨다는 곳이다.
그래서 커다란 바위섬위에 성모님을 위한 성당이 세워졌고, 이후로 이곳이 산티아고 못지않은 순례자들의 목적지가 되었다.
이곳에서도 픽스테라와 마찬가지로 도보로 도착한 순례자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증명서에는 성모님을 맞이하는 야고보 성인이 단순한 디자인으로 묘사되고 있고 텍스트 상에서 신앙의 힘으로 이곳에 도달한 순례자에게 죄의 사함이 이루어진다는 표현이 있으니 단순히 도보완주의 의미를 초월하고 있다.
피스테라 공립 알베르게에서 묵시아까지 안내지도를 준다.
한달이 넘게 들고다닌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고도표, 알베르게도 지도보다
이 지도가 처참하리만큼 단 하루만에 너덜너덜해졌다...
치열하게 걸었던 묵시아의 흔적은 이 한장의 사진이면 충분하리라
피스테라에서 묵시아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표지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중간지점인 'LIERs'에서 반드시 확인도장을 받아야만 묵시아를 걸었다는 증명서가 발급된다.
또한 허리까지 물이 들어오는 구간이 있기에 반드시 길대로만 걸으라는 신신당부를 하면서 이렇게 형광색으로 길을 체크하고 설명을 해주었다.
정말 묵시아를 걷고 싶지 않았다. 갈리시아 지방을 넘으면서 족히 열흘이 넘게 비를 맞으면서 강행군을 한 터라
체력은 간신히 버티고 산티아고까지 간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스테라까지 걷고 싶다던 보성언니가 일정에 쫓겨 걷기를 포기한게 아쉽워 어제 cee에서 피스테라까지 걸을예정이었는데
그넘의 코미디버스때문에 못 걷게되어 산티아고의 마지막인 오늘은 반드시 걸어야겠다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더이상은 걷고 싶지 않았다. 이틀예정으로 시골마을을 가는 대신 애당초 계획에도 없었던 피스테라와 묵시아였기에
그저 산티아고를 마무리하면서 쉬엄쉬엄 바닷가도 산책하고 책도 있고 글도 쓰고 정말 여유로운 여행자로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거의 한달이 넘는 시간 보성언니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언니를 혼자 걸어가게 보낼 수 없었다.
게다가 피스테라에서 묵시아까지 까미노 표시가 없어 길을 헤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더군다나 사람도 없는 길에 언니를 혼자 보낼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렇게 산티아고까지 무사히 아무탈없이 걷게된 것도
보성언니가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책임져 준 덕분이기도 하기에
그래,,,, 내 오늘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하루밖에 안되지만 언니에게 같이 걷는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까미노에서 가장 많이 만난 언니와 마지막까지 언니와 함께하는것도 어쩌면 큰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마지막 날을 걷는다 생각하니 나의 까미노 마지막 여정 묵시아는 또 어떤 것을 보여줄것인지 설레임마저 들었다.
오늘 총 여정 28KM, 가까운 거리는 아니구나 컥~~~
오전 7시 서둘러 길을 떠난다.
오늘의 자양강장제 카페콘레체를 먹기위해 들어간 바에서 이렇게 빵까지 제공되었다.
해안가 마을답게 새벽부터 고기를 잡으러 나가야되는 사람들로 바는 북적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아침을 먹고 고기를 잡는게 가능한가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빵 하나만은 정말 예술이었다.
보성언니가 좋아하는 카페솔로(에스프레소) 와 내가 즐겨마신 카페콘레체..
아~~~ 카페 콘 레체 먹고 싶다...
피스테라 공립 알베르게... 묵시아까지 걸어가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채 동이 터기 전이다.. 원래 걷는 속도대로 걷는다면 빠르면 3시, 늦어도 4시에는 도착되겠다 싶었다... 이때만 해도...
피스테라 안내판~
걷기시작한지 한시간.. 서서히 동이 터온다...
그런데 오다보니 화살표가 하나도 없다... 분명히 지도에서 준대로 표시판을 제대로 다 지나왔는데 계속 도로길이 이어진다...
이쯤에서 오솔길이 나와야되는데 자꾸만 도로길이 이어지고 있어 지나가던 차를 세워 지도를 보여주니 길을 잘 못 왔단다.
뭐~~~ 화살표 하나도 없었는데 중간에 빠지는 길이 있었나?
결국 몇 번의 길을 물어본 결과 이 동네를 질러 들어가면 다시 묵시아가는 길을 만날 수 있을 듯하여 동네로 들어왔다
뒤를 보니 어제 우리가 넘어갔던 등대가 있던 산이 구름에 휩싸이고 있다.
피스테라에서 둘째날을 걷게되는 지수와 은수도 오늘 하루 장난이 아니겠구나..
기후가 온화한 갈리이사답게 들판에는 들꽃들이 한창이다
해안가 마을과는 달리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오레오를 볼 수 있구나
그렇게 동네길을 한시간여 쯤 걸어 들어오니 이렇게 VIGO 표시를 만났다... 아~~ 반갑다..
그리고 집 담벼락에 선명하게 새겨진 노랭이....
산티아고에선 노랭이를 한번도 놓친적이 없었는데 마지막날 시작과 동시에 노랭이 분실했다가 다시 찾으니 눈물이 날 만큼 반가웠다.
그리고 자꾸만 안개가 한없이 밀려온다.... 기대하시라...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묵시아 가는길은 산티아고 가는 길과 사뭇다른 느낌이 든다.
이 길은 피스테라에서 묵시아를 걷기도 하지만 거꾸로 묵시아에서 피스테라로 걸어오기도 하는지라
이렇게 방향이 양쪽으로 표시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도 전라도-경상도 양쪽에서 갈 수 있는 길이기에 양쪽으로 화살표를 표시하는데 아마 이곳에서 얻은 아이디어인가 싶기도하지만...
그러다가... 그만 또 길을 잃어 버렸다....
지도를 보니 계속 산길을 걷도록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길을 따라 곧장 걸어왔는데 오다보니 저 넘의 비석이 없고 다시 산을 넘어 그냥 도로길과 만났다...
아 정말 미치겠구나.... 이렇게 표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을 줄이야.... 사람들이 피스테라에서 묵시아로 걸으면 십중팔구는 길을 잃는다고 하더니
이다지도 열심히 길을 헤맬줄이야~~~ 다행이 길가 마을을 지나게되어 물어보니 일단 이 길을 따라가도 스탬프를 받아야하는 LIER가 나온다고 해서 그냥 걷기로 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경치가 너무 좋다..... 길을 잃어 짜증스러운 것도 잠시...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오늘 길에 모든 걸 맡겨보기로 했다
옆으로 철썩이는 바다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영락없는 동해바다를 만났다...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바다....
야호~~~~~ 이게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가?
바다를 보면서 걷기를 40여분... 드디어 다시 비석발견...갈래길 바닥에 M과 F로 방향을 표시해놓고 있어 유심히 봐야한다.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쨋든 다시 길을 찾으니 그저 반갑다.
계속 바다길을 따라 걷는다.
바람이 불고 엄청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생각보다 운치가 있었다.
오늘 걷게되는 이 바닷길은 산티아고에서 걷는 길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해주고 있었다.
다만 굳은날씨가.... 이때만 해도 그냥 흐린 정도였기에 그러려니 했건만... 그래도 묵시아가는 길은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파도가 치는 날 바다에 와 본것도 정말 얼마만인지...
고향집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정자 바닷가... 2009년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정신없이 밀려오니 이런 바다가 있다는 것도 잊고 살았구나..
해안선이 남다르다고 했더니 이 곳도 아름다운 곳임을 여기에서도 안내하고 있다.
오늘 하루 걷는 걸 포기하고 있었지만 이왕 걷기로 한거 즐거운 마음으로 소풍가듯이 랄랄라...
피스테라에서 묵시아까지 버스를 타고 갔더라면 아마 이런 경치를 통해 이런 상쾌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터...
대체로 피스테라까지만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묵시아를 가지 않는 경우도 많고 간다고 해도 피스테라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다반사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기분은 참 오묘했다.
게다가 이런 멋진 해안길이란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덤으로 주어진 하루..
까미노에선 그냥 의미없이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니 다시 한번 실감하게된다.
다만 날씨만 좋았다면 저 곱디 고운 모래사장도 한 번 밟아보고 싶었으나 그저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이런 험한 날씨에도 낚시를 하는 분이 계시구나...
해안선에는 갈매기들이 줄 지어 앉아 있기도 하고 날아다니고 있어 절로 환호성 연발했다..
호수같은 해안선을 끼고 아름드리 소나무 터널 길이 이어진다.
표지판이 제대로 없어 오전에 두번씩이나 길을 잃었지만 그걸 만회하고도 남을만큼 묵시아 가는 길은 그저 아름다웠다.
호수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 신기루 처럼 나타났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무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던 중이라 밝은 색의 지붕을 보니 지중해 분위기 난다며 마냥 신났다
왜 이렇게 갈매기가 많은가 했더니 아무래도 생선을 가공하는 공장인듯했다
수로를 따라 부산물들이 나올때마다 수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퍼뜩이는 날개짓의 치열한 생존의 현장을 보고 있으니 그저 내 피도 뜨거워진다.
한 쪽에는 이게 뭔가 싶어 또 화들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 있었으니.
내 팔뚝을 능가하는 크기와 두께의 물고기들이 이렇게 모두 수면위로 떠올랐다...
엄청난 비가 올 것임을 이 들은 벌써 알고 있었을터....
정오가 넘어가는 시간... 드디어 스탬프를 받아야하는 중간지점 Lires에 도착했다
피스테라 알베르게에서부터 여기까지 약 14km,,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도대체 얼마나 길을 헤맨거야...
묵시아에서 피스테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하더니 역시,,,, fisterra와 cee만 표시하고 있다
나름 fisterra가 크긴 큰 모양이다.. 갑자기 피스테라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cee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일단,,,, 크리덴시알에 도장을 받아야하니 도장찍을 곳을 찾아야하는데.. 이게 또 무슨 숨바꼭질 혹은 숨은 그림찾기 하는 기분이들었다.
저 성당을 돌아 들어가면 끝에 집이 하나 있는데 그 곳에서 받으면 된다고 해서 문을 두드리니
여기가 아니라며 골목을 돌아 다른집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성당이나 카페나 어쨌든 Liers지역에서 도장을 받은것만 인정해준다)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거야?
성당을 한 바퀴돌아 다음집으로 가는데 담벼락에 익숙한 알베르게 마크(AGAC)가 보인다... 아~~ 이집인가보다.. 싶어 들어가니
뭐야~~~ 아까 그 집 아니라고 했던 집의 마당이 아닌가??? 장난하는것도 아니고.. 그참....집의 구조가 뭐 이래???
도장을 받아야된다고 하니 마당에 있으니 찍어가란다.... 마당 어디???? 아 정말...무슨 보물찾기 하는것도 아니고...
파라솔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보니 저 초록색으로 메달린 바구니 안에 보물섬만화에서나 보는 조그만 궤짝이 있어혹시나 하고 꺼내 열어보니 스탬프였다....
참... 내 까미노에서 별 일을 다 겪는구나 싶었지만 일단 오늘의 목적은 달성했기에 허탈한 웃음짓고 돌아섰다.. ㅎㅎㅎ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한 켠에 이 곳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걸려있었다. 길을 잘 못들어 헤맨덕분에 그래도 멋진 풍경을 보고 온 듯하다.
점심을 먹는데 심상치 않게 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
뉴스에서 엄청난 파도가 일렁이는 해안을 배경으로 실시간 날씨를 알려주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까 우리가 지나온 바다가가 아닌가?????
완전 신기해.... 한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비바람이 치고 파도는 집어 삼킬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래도 점심을 먹는 동안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조금 잦아들었기에 얼른 다시 출발했다.
이곳에서 다시 묵시아아 피스테레로 가는 길이 나뉜다.
여기서 길을 조심해야한다. 노란색으로 묵시아라고 표시하고 있지만 저 길로 가면 아까 본 그 바다를 넘어야하는데 바닷물이 허리까지 차있어서
위험한 지역임으로 절대 가지 말라고 안내도 받았고 또한 오늘같은 날씨라면 생사를 넘나 들어야하는 상황이기에 좀 더 돌아가는 길로 간다.
골목을 벗어나면 이 표시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묵시아 가는 길을 헤매는 이유가 바로 이런식이다...
이렇게 갈림길이 나오는데 어디로 가라는 건지 표시가 없다..
묵시아에서 거꾸로 오는 경우는 갈림길이 생기더라도 직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라 그대로 직진을 하면되지만
피스테라에서 묵시아로 가는 경우는 선명한 갈림길임에도 불구하고 표시가 없기에 오전에도 길을 헤매야했다.
지도를 봐도 자세하게 길이 표시되어 있지않아 여기서도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결국 오른쪽길은 방향이 완전히 틀어지고 있고 그나마 왼쪽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길일듯하여 왼쪽길을 택했다
(한달간 까미노의 경험상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큰길, 최대한 걸어온길과 직선으로 연결되는 길이 정확한 길인지라)
소발에 쥐잡듯이 감으로 길을 가다가 마침 농사일을 하시는 분을 만나 길을 여쭤보니 눈이 어두워 지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그냥 곧장 길따라 가면 된다고 하셔서 계속 걸으니 다행스럽게 묵시아 표시판이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가 오고 있어 시냇물은 졸졸졸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지도에 있는 frixe마을이구나... 일단 여기까진 잘 온 듯하다..
이 성당을 지나 마을을 들어갔다가 나오면 이 길로 이어지고 있는 도로와 웬지 만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부터 길을 헤매고 있는 터라 다른날과 달리 일찍 피로감이 몰려온다.
지도를 보니 곧장 이 도로를 따라가면 4km정도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마을을 들어가면 족히 한 시간이 훨씬 넘을 듯하고
이러다간 저녁6시가 넘어야 묵시아에 도착될 듯하여 고민을 하다가 일단 다음 표지석이 나올때까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로 했다.
운좋게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가볍게 5km를 10분만에 도착했다.
시계는 오후 두시를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묵시아까지 12km나 남았구나...
그런데 이 길이 또 사람을 미치게 한다... 분명이 이제까지 묵시아가 오른쪽 방향으로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이 비석은 우리가 지금 걸어오고 있는 방향인 왼쪽을 표시하고 있다 .... 도대체 뭐가 맞는거냐고???? 일단 오른쪽으로 직진..
이 길도 온통 유칼립투스 나무로 뒤덮여있다.
지도에 있는 조형물이 맞나 다시한번 체크~~~ 이제 설마 다시 길을 염려는 없겠지?
오호.....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구나... 나무가지 휘어지는 것 좀 보게나...
그러다 결국 이런 사단이 나버렸다...
내리는 비와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나무가지가 꺾이고
나무 뿌리는 아예 통째로 뽑혀 버렸다 폭풍우가 몰라쳐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건 다시 또 묵시아까지 화살표가 없다.
일단 도로를 따라 걷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느집 헛간으로 비를 피해 들어갔다.
다시 또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매는데 아무도 없는 그 길에 홀연히 사람이 나타나 묵시아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 반을 걸어 해안가 길로 접어드니 이렇게 바닥에 묵시아까지 1km가 남았음을 표시하고 있다.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비바람은 거세지고 점심 때 본 바다와 달리 파도는 집어삼킬듯이 달려들고 있다.
시간은 오후 5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그냥 편하게 버스 타고 와서 하루종일 편하게 쉬겠다고 생각했던 곳 묵시아...
28km거리지만 길을 헤맨것 까지 포함하면 30km는 가볍게 넘은듯하다.
게다가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까지 덤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러나 모처럼 바다를 보고 걷는 길이라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다만,,,, 이젠 더이상은 정말이지 더이상은 걷고 싶지 않다는 거... ㅎㅎ
바닷가쪽으로 바짝붙어서 사진을 찍는 나에게 보성언니는 잔뜩 겁을 먹고 나를 불러댔으나
사실 나는 경치에 취해서 사진찍고 동영상 찍느라 언니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삼각대가 없어 사진이 죄다 흔들리는데도 일부러 이런 날씨에 일부러 바다를 보러 가는것도 힘든 터...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일어나고 있는 이 묵시아의 바다가 너무 좋아서 정말 미친듯이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배낭 커버는 안녕을 고하며 휙~~ 하고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고
여차하는 순간 바람에 날려 갈 뻔해 전봇대를 붙잡고도 바람에 날려갈듯하여 꼼짝 달싹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10시간 30분만에 도착한 묵시아....
산티아고의 마지막을 정말 원없이 걷고 또 걸었구나
나의 마지막 알베르게인 묵시아 공립 알베르게, 얼굴 꼴이 말이 아니구나..
이 알베르게의 도장을 끝으로 나의 크리덴시알은 빈틈없이 꽉 채웠다
갈리시아어로 적혀진 묵시아를 걸었다는 증명서이다.
800km 를 걸었다는 산티아고의 순례자 증명서보다 묵시아나 피스테레에서 발급해주는 증명서가 웬지 더 있어보인다는.. ㅎ
피스테라보다 더 작은 해안마을 묵시아의 모습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 알베르게에서 1km 거리에 있는 돌산에 세워진 성당을 보기 위해 바로 나갔다.
그런데 다시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고... 빗줄기는 점점 거세게 몰아쳐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폭풍우로 변했고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알베르게로 되돌아 와야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아무래도 이렇게 힘들게 하루 종일 걸어왔는데 그냥 가기에는 서운한듯하여 다시 비를 맞고 성당으로 향했다.
이렇게 돌산을 하나 넘어가야했는데 밑에서 출발할때는 지지대도 있었으나 이렇게 올라갈 수록 아무것도 없이 달랑 화살표만있어
중간까지는 어찌해서 올라갔으나 결국 조형물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서니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아서 아쉽게도 포기해야했다.
보성언니는 아예 엄두를 내고 오지를 않았는데 여길 올라가는 내가 위험해 밑에서 고래고함을 지르면서 말렸으나
여기까지와서 돌 산에 있는 성당을 안 보고 가려니 어찌나 서운하던지...
그러나,,,, 그 서운함만으로 무모한 짓을 하기엔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 결국 돌산을 하산해 입구에 있던 성당쪽으로 걸어갈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정말이지 한 5m가 넘는 거리를 바람에 날려갔다.
저 성당끝이 바위로 막혀있어 그대로 날렸다면 아마 큰 사고가 발생할 상황이었다.
바람에 날리면서 '이러다 여기서 죽는구나' 생각이 드는 찰라 손을 뻗었는데 거짓말 처럼 열려진 성당문고리가 내 손에 잡혔다.
열려진 성당문의 문고리가 뻗어 내 손을 잡아주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들어간 묵시아의 성당..
산티아고의 마지막 여정인 묵시아..
예정에도 없던 이곳을 걸어서 오게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곳,,,
억수같이 내리는 비속에 보성언니, 나, 현지인 3분 이렇게 다섯명만이 조촐한 미사를 보게되었다.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있는 외부와 달리 이 곳은 그저 평안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국화꽃처럼... 산티아고에서 울고 웃었던 날들을 서서히 흘려보낸다.
그 어느곳에서도 위로 받지 못해 서성이고 있을 때 산티아고는 나를 불렀고
그런 나는 그 길에서 울고 웃으며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마지막저녁식사 메뉴델 디아를 먹는데 묵시아는 폭우로 인해 완전히 정전이 되어 버렸다.
묵시아는 온통 칠흙같은 어둠에 쌓였고 그렇게 캄캄한 밤 속에 나의 산티아고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너무 너무 피곤하고 고단했던 하루... 산티아고 여정의 마지막 묵시아가 떠나가고 있다.
아직은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이 비속을 내가 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연금술사의 산티아고가 찾았던 보물처럼 나도 나의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칠흙같은 밤을 보내고 서서히 개이는 묵시아의 하늘을 보면서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오니 날씨는 다른날과 달리 화창했다.
산티아고로 다시 돌아와 꼬마 기차를 타고 산티아고 구시가지를 돌아보고 산티아고 구석구석을 걸어서 돌아다닌다.
그러나 나와 같이 걸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텅 비어 버린 산티아고는 내가 그렇게 가슴벅차게 느꼈던 이틀 전의 산티아고는 아니었다.
산티아고는 다음에 올 다른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마냥 몹시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 나의 까미노는 이제 정말 끝이 난 것이구나... '
비로소 나의 까미노가 정말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낯선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났던 여행에서 만난건 내 영혼이었고
결국 나에게로 떠난 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가장 특별한 여행으로 남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산티아고 가는길...
그 길은 끝이 났지만 나의 진정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지금부터가 시작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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