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길 21] 드디어 산티아고의 '반'을 걸었다.

작은천국 2010. 1. 3. 18:35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2009. 10.27(화) 칼자디야 데 라 쿠에자 - 레디구조 -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 모라티노스 -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 - 사하군 (23km)

                     cazadila de la Cueza - Ledigos - Terradills de los Templarios

                     - Moratinos - San Nicolas del Real Camino - Sahagun 

 

  ♧ MP3가 방전되서 그동안 듣지 못하고 있다가 은섭이의 충전기 덕분으로 오늘 모처럼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각자는 산티아고 가는길에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왜?   

      혼자 있을 수도 없고 혼자 있지 않을 수도 없는 이 길에 우리는 모두 같은 목적지인 '산티아고'로 향해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야할 먼 곳인 산티아고를 향해 첫 발을 내 딛는 순간부터 낯선 사람으로 만났지만 최종 목적지가 같은 공동의 운명에 처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곳, 우리가 향해가는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최종목적지 산티아고에선 무엇을 보게될까?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대로 각자 다들 무엇이든지 보게되겠지.. 그게 무엇이든간에...    

     그러나...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굳이 말하려, 설명하려 애쓰지 마라,,, 이미,,, 나도 알고 있고 당신도 알고 있고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같이 걷고 있다는 것 그 것하나면 충분하지 이 길에서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식당이 없는 곳이라 아침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담감이 하루의 시작을 여유롭게 한다.

(사실 아침은 매일 보성언니가 했다... 난 그저 얻어먹기만 ㅠ)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알베르게 앞으로 나오니 일출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지금시간 오전 7시26분.... ㅋㅋ 이곳에선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어 너무 좋다..

 

 

해가 뜨기 직전,,, 그리고 해가지고 난 뒤 ...

모든것이 밝음속에 혹은 어둠속에 사라지기 직전 찰라의 순간에 보여주는 빛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이리라..

 

 

비행기가 날아간 자국너머로 오전8시3분 지평선을 뚫고 오늘의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다시 갔다. 동네가 낡은 것 치고 호스텔은 나쁘지 않은 듯ㅎ다.

모든 순례자들이 웅성이며 옹기종기 이 곳에 다 같이 모여 카페콘레체를 마시고 길을 나서는데

프랑스에서 오신분들이 마침 호텔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 덩달아 나도 끼게되었다...ㅎㅎ

저 뒤에 손 흔드는 사람... 어제 심하게 우리하게 관심표명하던 직원이다...

이 사람이 사진에 찍힌지도 몰랐는데 저녁에 보고 깜짝놀랐다...

이쁜건 알아가지고..ㅎㅎㅎ

 

 

오늘 걷게 되는 길..

날씨도 그리 덥지 않고 무엇보다 화창해서 좋다.

 

 

도로옆으로 가로수로 이어진 길이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대로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와 달리 베낭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하루라 기분이 완전 상쾌하다.

서쪽에 있는 스페인답게 이렇게 아침에는 항상 햇빛을 등지고 걷게된다.

 

 

여전히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맑다... 메세타의 가을이다... 

여기오기전에는 10월의 날씨가 어떨지 매우 궁금해서 옷을 넣었다 뺐다 수도 없이 했는데.. 웃긴다..

 

 

속도가 빠른 보성언니와 은수는 벌써 보이지도 않게 가고 느리게걷는 지수와 나에 보조를 맞춰 일섭이가 천천히 동행을 해주고 있다.

 

 

에구 ... 언니가 보이던 말던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즐겁게 ... 점프샷!!!!! ㅎㅎㅎ 야 좀 높이 뛰어봐....

남들은 땡볕에 물도 없이 황량하기만 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우리에겐 여러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 그저 즐거운 메세타이다.

 

 

도로에서 벗어나 다시 밭길사이로 들어오면서 도마뱀같은 형상의 돌무지 발견...

일섭이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포즈를 취하라고 해서 이리 저리 포즈취하는 중..

 

 

어제도 봤지만 아무래도 이런 자갈밭에 농사를 짓는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돌들을 다 어찌할 것인지... 아무래도 궁금해진다.

 

 

오늘의 목적지 사하군 간판 발견... 그리고 메세타의 종착역 레온도 보이는 구나

 

 

두시간을 걸어 Ledigos에 도착했다...

 

 

이 시간쯤이면 보충해줘야 되는 커피를 한잔 마시려고 바르를 찾았으나 이렇게 오픈하지 않은 알베르게만 있어서 물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음마을로 이동해야했다.

 

 

 저 만치 앞서가고 있는 보성언니와 체력이 넘쳐나는 은수 

 

 

날씨는 더 없이 좋고 오랫만에 얇은 옷을 입고 걸으니 황량한 황토색의 자갈밭도 좋게만 느껴진다.

역시 산티아고의 반은 날씨가 좌지우지 하는 것같다.

 

 

오호 중간중간에 밭길이 이어지지만 이렇게 산티아고 마크로 인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될 뿐..

 

 

메세타의 길은 끝이 없고 다소 지루하다고 이구동성을 말했던 곳이라 염려를 많이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같은 날씨가 하루도 없을 정도로 바뀌고 있으니 지루한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오늘 같이 걷게된 명랑한 일섭이와 넘쳐나는 체력의 은수 덕분에 유쾌한 하루이다.  

 

 

아마 이 길도 그렇게 좋은 길은 아니었나보다 길을 새로 다지고 있었다..

(내년 2010년이 성야곱의 해로 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 아저씨가 멈추지 않고 먼지를 날리면서 공사를 하고 있어 일부러 피해 밭길로 올라갔는데

놀랍게도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길에 단 세명인 순례자인 우리를 위해 길을 비켜주고 계신것이었다...

고마운 아저씨,,, 아저씨를 향해~~ '올라'를 사정없이 외쳐드렸다...

 

 

그저 걷는다는 것만으로 모든것으로부터 위안이 된다는 것이  놀랍고 신비하게 느껴질 뿐..

 

 

오후 12시 30분, 템플라리오스를 지나 모라티노스에 도착하니 야트막한 언덕에 무덤도 아닌것이 이상한 것이 많이 있었다.

무엇인지 몹시도 궁금해 올라갔으니 도저히 무엇인지 모르고 돌아섰다.. 나중에 알고보니 와인저장고였다.

동네 곳곳에 이런 와인저장고가~~~ 역시 스페인이여...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뿔사~~내일 레온까지 버스를 타겠다고 생각하고나서

마을 정보를 제대로 보지 않았는데 이 말에는 그냥 마을만 있을뿐 바도, 수퍼도, 레스토랑도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각자 가진것을 모두 탈탈 털어 내어 놓으니 약간의 빵, 과자, 물이 있었다.

그러나 먹을것이 사실 그리 부족한게 아니었음에도 완전히 기진맥진해버렸다.

결국.. 아침에 얼떨결에 같이 사진찍었던 이분들...

참고로 이분들은이 밴에 음식을 실고 다니면서 한분은 운전하고 나머지 분들은 걸어가서 만나는 식으로 순례를 하기보다는 약간의 도보체험을 하고 계신듯했다.

동네 조그마한 공원에서 부실한 점심을 먹을 걸 생각하니 도저히 안되서 저 분들께 거침없이 다가갔다...

나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이런 나를 보고 일행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ㅎㅎ

난 나도 배가 너무 고프지만 일행들도 배가 고플껄 생각하니 부끄럽고  어쩌고 하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을 정도로 절실했건만... ㅎㅎ..)

그러나 이런 엄청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나도 좀 우스운 생각이 들기는 한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배시시 웃으면서' hi~~~'로 속사포 같이 배고파요,,, 음식 좀 주세요~~해서

결국 배고픈 우리를 위해 약간의 빵, 통조림... 큭~~ 그것도 고.기 통조림 2개를 주셨다...

게다가 런 이상한 훈제 쏘세지인지 뭔지를 다섯등분으로 잘라와서 더 먹으라고 건네주시기까지...

 

 

아줌마가 주시는데 안 먹을 수도 없고... 비린거 엄청 싫어하지만 일단 은섭에게 반강제로 먹이라고 하고 같이 시식~~~

그러나... 생각보다 먹을만 했지만 두번은 먹고싶지 않았다..ㅎ

이날 이후 우리는 수퍼마켓만 보면 환장을 하게되었고 초코렛묻힌 과자 완전 사랑하게되었다..

심지어  이런 구호까지...

"우리가 스페인서 가장 사랑한건 뭐? 수페로마르켓도~~!!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한건 뭐? 초코렛~~~~!!"

 

 기아체험아닌 기아상태를 경험하고 다시 출발~~

보성언니는 그것도 모자라 무화과를 또 따주셨다.. 인증샷남겨 놓을껄...ㅎ

 

 

문득,,, 내가 가진것이 참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활달 명랑한 성격, 그 어떤 곳에 갖다 놓아도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세계적인 친화력,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 보성언니가 늘 나에게 '열정'이 차고도 넘친다던 무한에너지...

삶의 에너지가 바닥이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 어느것도 감당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걷기시작한지 20일.... 내 안의 숨쉬고 있는 내 삶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다.

결국 모든것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걷다가 괜히 울컥해졌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고속도로 간판이다...

하루만에도 갈수 있는 거리이지만 우리는 이 장장한 메세타 200m를 걷고 또 걷고...

내일 사하군에서 버스를 타야할지 말아야할지 계속 고민이 된다.

나의 체력을 생각할 때 지금쯤 하루 정도는 온전히 쉬어주어야 산티아고까지 완주가 무리가 없을 듯한데

걷다보니 자꾸 '걷고싶다'는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계속 갈등이된다.

 

과연 진정한 순례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건지 끝없이 고민하게 한다.

그저 이 길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순례자'라고 할 수 있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표를 던지게된다. 

 

 

저 멀리 드디어 사하군이보인다... 저렇게 조그만걸 보니 족히 한시간은 넘겠구나... 이제 대충 시간계산이 나온다..ㅎㅎ

한 눈에 봐도 사하군은 생각보다 큰 도시인듯하다.

 

 

몸이 천근만근,,, 뒷다리의 근육은 사정없이 땡기기 시작할즈음 간신히 사하군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항상 마지막 종착역인 마을에 오면 너무 힘이든다... 그러나 오늘 23km를 걷고도 오후 4시전에 알베르게 도착한걸 생각하면 신통방통하다.

역시 은수와 일섭이의 스파르타식 걷기는훈련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사하군 알베르게 앞에 있던 순례자 상

삼위일체 성당 입구의 순례자 조각상

사하군은 메세타의 의미상의 1/2지점이라 의미가 있는 도시이다.

 

오늘은 800km의. 반 400km를 온 기념으로 자축파티를 하기로 했다.

일찍도착해서 수퍼를 가는길에 마을 구경도 했다..

수퍼가 마을끝에 있어 알베르게에서 족히 30분은 걸었던 듯하다...

옆으로 보이는 건물은 학교로 마침 학교가 파하는 시간이라 아이들이 우르르르... 관광객들도 제법 많았다. 

산 ㅔ니토 아치

 

14세기에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사아군은 번성했지만 권력의 중심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19세기에는 수도원이 해체되고 수도원 건물들은 파괴됐다. 베르나르 드 세디락은 또 다른 클뤼니 교단 출신의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친구였다. 우르바누스 2세는 사아군의 수도원장과 톨레도 대주교를 역임했다. 이는 중세 사아군이 순례길의 길목을 지켰던 수도원의 도시였음을 증면한다.

산 베니토 아치 : 당시 찬란했던 중세 산 베니토 왕립 수도원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옛 수도원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산 베니토 아치만이 홀로 남았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절제미와 균형을 유지하며 꼿꼿하게 선 중세 아치는 대수도원의 영광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산 베니토 아치 동쪽으로 허물어진 채로 우뚝한 종탑과 그 아래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아치들이 세월의 상흔을 부여잡고 부스러질듯 서 있다. <스폐인은 순례길이다>

 

참 독특한 색깔로 앞면만 개보수한 성당... 인듯한데.. 어찌보니 이슬람사원같기도하고... 알베르게옆에 있다.

참 사하군의 알베르게도 성당을 개조해 1층은 로비로 사용하고 2층을 알베르게 공간으로 만들어놓았다.

(4유로)

 

실제적인 거리상으로 메세타의 1/2 인 400m는 어제 잠을 잤던 칼사디야 데 라꾸에자로 산티아고까지 402km를 남겨둔 지역이다.

그러나 이 사하군이 까미노의 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기때문에 사하군을 의미상의 400km로 여긴다.

스페인의 모든 수도원들을 총괄하는 대수도원이 이 곳 사하군에 있었고 또한 엄청난 규모의 신학대학도 있었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사하군은 까미노 길의 센터... 딱 중간임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 거리상으로 사하군은 산티아고까지 380km를 남겨두고 있는 곳이다.

 

 

다들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 수퍼로 향해 가던중... 1/2이 남은 사하군 팻말앞에서 기뻐라하며 다같이 한컷~~

 

 

사진을 찍느라 혼자 뒤쳐지는 통에 일행들이 먼저 가버려 수퍼를 찾느라 좀 헤맸다..

길을 잘 못들어 여기저기 헤메던 중 까미노마크를 한 가로등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가로등도 온통 조개의 까미노 마크...

별것 아닌 문양이 순례자에겐 얼마나 큰 용기와 힘을주는지...

 

 

산티아고의 반을 온 기념으로 이렇게 자축파티 음식을 차렸다...

나의 마지막 남은 고추장을 싹싹 비워 오징어 회를 만들고

보성언니가 해물파전을 붙이고 지수는 닭백숙을 만들었다.

수퍼가 멀기도 멀었지만 낮에 배고팠던 기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지라 수퍼에서 다들 먹을것을 쓸어담는 통에

시간을 너무 허비해 저녁이 다소 늦었지만 우리의 만찬은 그 어떤것을 갖다주어도 바꾸지 못할 훌륭한 음식이었다.

이후로.. 한국에 와서 해물파전 2번이나 먹었다...

그러나..

그 어떤 파전도 이날 보성언니가 해준 파전에 비할바는 못되는것같다.

하루의 고단함과... 즐거운 동행들과 함께 먹었기에 더 없이 의미가 있었던 우리의 만찬 ..

가끔 그 만찬이 그립다.

 

사하군 알베르게에서 이렇게 거한 상을 차리고 냄새를 풀풀 풍겨가면서 음식을 먹는 우리를

외국 사람들이 무척이나 신기해하면서 막 사진을 찍어댔다..

그들은 간단히 파스타나 빵을 먹고 말았기에 ..

그러나 산티아고 중 한번도 한국음식이 부끄럽다거나 냄새가 나거나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을 많이 들이는 우리 음식이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얼마나 훌륭하고 건강에도 좋은것인지

실감에 또 실감을 했던지라..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이 말은 외국인들에게 두고두고 써먹었다..ㅎㅎㅎ)

아마... 내가 그 힘든 산티아고길을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날마다 일행들과 맛있는 저녁으로 나의 배를 든든히 채웠던 것도 한 몫햇을것이라 확신한다.

다만,,,언니가 해 준 수제비를 못 먹어서 아쉽지만..ㅎㅎ

(또 수제비 타령이냐고 하겠구나...ㅎㅎㅎ)

 

 

 

말하라 그대들이 본것이 무엇인가를  - 조용필 10집 part II, 1989년)

 

오늘 아침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이런거지  오늘 아침 내가 서러운 이유도 그런거야 청춘이 아름답다 하는것은 환상이지  환상이라야 해

지금부터 시작되는 시간들이 최상이 되어야지 아무것도 나는 가진게 없다네 없다네 재능이나 사명 남겨줄 가치도 모른다네

그러면서 무엇인가 기다리고 무엇인가 찾아서 헤맨다네 언제나 찾아오는 아침처럼 희망하나 남아서...

 

아침이면 하나님은 한장의 도화지를 주신다 얘야 이 도화지에 멋진 너의 여름을 그려보렴 사랑의 여름 영광의 여름 행복의 여름
그러나 도화지엔 무수한 암초만이 그려진채 소년의 여름이 구겨지고 청년의 여름이 실종되고 그리고  여름은 또 시작된다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본다 혼자 있을 수도 없고 혼자있지 않을 수도 없는 도시의하늘
권태로움과 공포로 색칠된 도시의 하늘 오늘 이 모든것들이 우리를 창피하게 한다
떠나자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니 진실로 짐승이 되기 위해서 어딜 가니? 어딜 갈거야? 옆에서 친구가 불안을 담고 묻는다
먼곳을 가겠어 먼곳을, 이것봐 그런 생각은 사춘기가 끝나면서 고민이 끝나는 거야 아니야 사춘기란 끝나는 것이 아니야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희망이야 어떤 폐허에서도 꼿꼿이 고개를 드는 희망 우리 마음 한구석에서 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는
그곳... 그리움을 주고 활력을 주기도 하는 그곳 이 답답하고 숨막히는 도시를 떠나서 그런 먼곳으로 가고싶다
가자 사랑을 찾아서 가자 영광을 찾아서행복을 찾아서그리고 그 모든것인 파랑새를 찾아서


젊음이란 것은 머리속의 관념이 아니라네 사랑이란 것도 한 순간의 허상이 아니라네 아름다운 꿈 하나 없으면 오늘을 견딜수 없기에
우리들은 꿈을 그 꿈을 찾아 나선다네 기대없는 사랑 그런 사랑 무엇에 소용인가 희망없는 사랑 그것 역시 나에겐 소용없네
내가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주는것만 옳다곤 않겠네 희망보다 항상 어려운 것은 체념이야

어느날 아침 우리는 출발 한다로 시작해서 먼곳을 향해 떠난다 먼데서 온 거라면 다 아름다와하는 형제들아 하고 보들레르는 말했지
그렇다 먼곳은 어디든 아름답다 먼곳은 멀다는 것 만으로도 아름답다 먼곳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황홀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좁고 초라한 남자의 어깨 그 어깨에 짐처럼 얹혀진 여자의 피곤한 잠
'어디까지 가십니까?' 배의 난간에서 낯선 남자는 묻는다 '어디까지 가느냐구요? 이 배를 탈 그때부터 우리가 내릴곳은 다 함께
정해져 있지 않았나요? ' '아! 그렇군요' 낯선 사람으로 만나 공동의 운명에 처해진다는 것, 이건 대단한 발견인데요
그렇게 얘기하지 마십시오 힘없고 권태로운 얼굴로 그 권태로움을 겁내듯 낯선 여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
당신과 공동의 운명이라니 나는 지금 그것을 탈출하는 중인데요
낯선 사람은 계속 묻는다
탈출하면 무엇이 보일것 같습니까? 무엇이든 보이겠죠.. 무엇이든...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아닌 다른 무엇...
보일까요?  보이겠죠!  곧 보일거예요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해서 설명할 수 없는 그것  하지만 보이게 되면 기쁜 목소리로 얘기해 드리죠  바로 저것이라고...
배는 물살을 갈라 물방울을 만들고  바다는 그 물방울을 다시 바다로 만든다
한낮의 태양은 우리의 살갗을 뜨겁게 태우고  방향을 모르는 바람이 우리를 졸립게 한다


Sand Man Sand Man Sand Man is coming...Sand Man is coming... 서럽고 외로울때면 모래를 뿌려 잠을 재우는 전설속의 샌드맨 

지금 이렇게 떠나가는 것이 슬픈것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바다가 외로운 것인가
샌드맨은 다가와 모래를 뿌리고 우리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비켜선 오수에 빠져든다

마침내 우리는 지친 몸으로 돌아온다 먼곳은 여전히 먼곳에 있고 파랑새는 보이지 않는다
돌아오는 배의 난간에서 가져보는 잠깐 동안의 사랑 남자가 안은 팔의 힘속에서 여자가 속삭여주는 달콤한 어휘속에서 우리는 잠깐 잠깐 사랑에 잠긴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찾지못한 사람들이 그들의 빈 가슴을 달래기 위한 숨겨진 울음의 몸짓일뿐
어디까지 가십니까!
이제는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우리는 모두 운명이 직결된 공동의 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암초에 부딪쳤을때 우리의운명은 언제나 하나로 직결돼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이 세상 어린이가 가지는 첫번째 꿈 어린시절 내게도 그런 꿈이 있었지 그때 나는 행복했었지 같은 꿈을 꾸면서 자랐는데 가는 길은 왜 달라졌나
아직도 그 골목엔 내가 두고온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있을까

피곤한 남자의 어깨에 떨어져 있는 살비듬 서러운 여자의 어깨에 떨어져 있는 긴 머리카락 한 올
우리는 이것을 피해 떠났지만 결국 이것들과 만나고 이것들을 서로 털어주며 사랑할수 밖에 없는 그런 공동의 운명임을...
우리는 우리가 찾아 갔다가 아무것도 보고 오지 못한 바다 저쪽을 다시 돌아본다 아... 구름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저 먼 곳의 산 그림자
내가 멀어짐에 따라 그 산은 한개의 피리어드로 변하고 마침내 아무것도없는 바다로 사라진다
도시로 돌아온 우리의 가슴속에 마지막 본 그 피리어드는 거대한 우주로 거대한 욕망으로 다시금 자리 잡는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낭랑한 물소리 작은 난로위에 끓고 있는 보리차 물 주전자

햇볕이 가득한 마당에 눈부시게 널린 하얀 빨래 정답고 따뜻한 웃음속에 나는 왜 눈물이 나나
언제라도 나는 변명없이 살아가고 싶었네 언제라도 나는 후회없이 떠나가고 싶었네대문 밖을 나서는 남자의 가슴을 겨냥한 활시위 그렇더라도 나는 갈수 밖에 없네

신비한 저쪽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