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길 15]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로 향하다
2009.10.21 빌라프란카 몬테스 데 오카 - 산 후안 데 오르테카 - 아게스 - 부르고스
Villafranca Montes de Oca - San Juan deOrtega - Ages - Burgos
몸은 피곤한데 여전히 잠이 안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누웠는데 갑자기 복대가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저녁에 추워서 옷을 잔뜩 껴입고 있다가 보성언니 옆 침대에서 얘기를 하면서 히트때문에 너무 더워서 겉 옷을 벗으면서 나의 복대도 같이 벗었는데
허둥지둥 일어나서 보니 옷은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복대가 없는 것이었다. 오 마이 갓!!!!
까미노에 필요한 경비 일부지출하고도 족히 700유로가 들어있는 상태에 여권과 국제현금카드가 같이 들어있어서 머리카락이 쭈뼛거리고 손발이 후덜덜..
알베르게에서 같이 잠을 자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아도 누가 들고 갈만한 사람은 없는데 ..오만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돈도 돈이지만 여권을 분실하면 재발급받기위해 마드리드까지 가야하는데...
혹시 분실한것이면 그냥 까미노를 끝내고 마드리드로 바로가야하는건지 아니면 일단 까미노를 마치고 그 이후에 마드리드를 가야하는것인지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뒤척이면서 걱정에 걱정을....
안그래도 몸이 으슬으슬하고 죽겠는데 지갑까지. ...... 온통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 다행스럽게도
보성언니 침대 2층에 자리가 비어서 옷 갈아입고 옷만 챙기고 빈 침대에다가 지갑을 그냥 던져놓았던것....
가끔 알베르게에서 도난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얼마나 다행이던지...
이 넘의 정신머리... 이 칠칠맞지 못한.... 하여튼.... 그래도 간밤에 놀래서 잠도 못자고 걱정한것에 비하면 헤프닝으로 일단락~
알베르게 창가.. 밖과 안의 기온차가 어찌나 심한지 창가에 서리가 잔뜩끼었다. 어릴적이나 보던 풍경이...
날씨가 걱정되어 창밖을 내다본다.. 밤새 주룩주룩 내리던 비는 그친듯한데 구름이 잔뜩이다..
컨디션은 완전 엉망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으슬으슬하고 편도선까지 부어서 장난이 아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로 밤을 꼴딱 세웠으니..
빌라프란카 알베르게(albergue)와 성당(Iglesia)의 모습
빌라프란카에서 산후안 데 오르테가 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산길이고 생각보다 날이 추워 일단 걷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들어 포기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산 후안 오르테가로 가려고 했으나 버스가 산 후안 오르테가에 정차를 하는것이 아니고 버스를 타더라도 내려서 5km를 걸어
산 후안 오르테가를 들어갔다가 버스를 타려면 그 길로 다시 되돌아 나와야되는 경로였다.
버스를 타더라도 왕복10km,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산길을 12.2km를 걸어야되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어짜피 부르고스 들어가기전 8km는 전부 공장지대라 볼 것도 없고 해서 버스를 탈 예정이었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마음같아선 버스를 타고 왕복 10km를 걷는다고 하더라도 산 후안 오르테카를 꼭 가보고 싶었지만
내 몸 상태를 보아하니 오늘은 걷는것이 도저히 무리다 싶고 보성언니도 오늘은 도저히 못 걷겠다고 했다. .
게다가 날씨도 너무 춥고 비가 계속 올듯하여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하고 그냥 부르고스까지 바로 버스를 타기로했다
알베르게에서 도로를 따라 곧장 직진하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알베르게에 물어보면 자세히 알려준다)
버스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근처 bar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다
바(bar)에 벽난로가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ㅋㅋ 하루만에 반쪽이 되어버린 내 얼굴...
※ 빌라프란카 ~ 부르고스 버스시간 : 09:45, 12:15, 14:15, 17:30, 18:30 버스요금 2.18유로 (이버스는 벨로라도를 거쳐서 온다고 했으니 참고하세요)
알베르게에서 걸어서 약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정류장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그냥 도로옆 건물에 버스마크가 붙어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독일인 부부, 까미노 순례초반에 유난히 독일인이 많다 생각했었는데 10월초부터 3주간 독일전체가 휴가기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략 3주만 걷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그 휴가의 마지막날이라고 했다.
보성언니가 해주는 아침을 먹고 바르에서 따끈한 카페콘레체를 마시고 따뜻한 모닥불을 쬐고 나니 다시 좀 살 것같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는 걷지 않아도 생각하니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진듯하다.... ㅎㅎㅎ 사실은 어제저녁도.. 오늘아침도... 진통제와 감기약, 편도선 약을 먹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다만 카메라 렌즈 줌이 안되는 통에 맨 앞자리에 앉아서 이렇게만 찍을 수 밖에...
약 한시간을 달려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보시다시피 이런 도로를 따라 공장지대 옆길을 8km정도 걸어야 비로소 부르고스 입구에 도착한다.
역시 버스 타기를 잘 한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부르고스 입구까지도 이런 가로수길을 한참을 달렸다...
걸어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비도 오는데 부르고스 알베르게까지 여기 입구에서부터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역시 대도시는 입구에서부터 알베르게까지. 그리고 도시를 빠져나가는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터미널에서 내려 곧장 닐크리스티안 대성당을 향해... 버스 터미널에서 직진해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대성당이 보인다.
가을을 흠뻑느끼게 하는 부르고스
부르고스도 도심을 가르는 강물이 흐르고 있다.
다리를 건너 성당으로 들어가기전 오른편으로 무성한 플라타너스 잎을 가진 가로수길이 운치를 더한다.
어제 벨로라도에서는 온통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았는데 지역이 달라져서인지 이곳은 아직 잎이 한창이다..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인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닐 크리스티안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성문
성문의 조각들도 예사롭지가 않다.
※ 닐 크리스티안 대성당 :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28개의 바실리크로 이루어져 있다. 페르난도 3세의 명으로 1221년에 착공해서 프랑스와 독일 고딕식의 건축술의
영향을 받아 16세기에 완성되었다. 3세기에 걸쳐 완공된 성당으로 내부 장식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더 아름답고 화려한 예술성이 더해졌다.
부르고스 닐 크리스티안 대성당은 스페인 3대 성당 중 하나이다.
참고로 스페인 3대 고딕성당은 부르고스 대성당, 똘레또대성당, 세비야대성당을 말한다.
성당이 얼마나 큰지 그 어떤 카메라로도 한 번에 잡기 쉽지 않다.
부르고스 까데드랄의 모습
카메라줌이 안되니 그저 아쉬움 한가득이다.
부르고스 닐 크리스티안 대성당의 전체적인 모습 (대성당 박물관안의 모형)
닐 크리스티안 까데드랄(대성당)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화려함과 예술적 미학이 흠잡을곳 없었고 아름답기 그지없다..그저 감탄사 연발이다
다른 곳은 전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고 이곳에서 미사를 한다.
문위의 아치형 장식의 균형미와 조화미... 그리고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것이 볼수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닐크리스티안 대성당의 일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엄청난 유물과 보물로 전부 돌아보는데 족히 2시간이 걸린다.
입장료 3유로(순례자여권소지시 2.5유로) 꼭 들어가볼것!!! 놓치면 정말 후회한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듯한 석조계단...
천장벽에도 스테인드 글라스가~
누군가의 판테옹이 곳곳에 있는데 정확하게 누군지는...
교황님의 판테옹
그리고 성당벽면을 가득메운 리얼한 형태의 조각들
돔 형태의 천장의 무늬는 아라베스크를 연상하게 한다
이 천정의 빛이 아래의 스테인드 글라스에 반사되어 너무 아름다웠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신비로움을 자아내게한다.
3세기에 걸쳐 지어진 것임으로 숱한 왕들이 있겠지만 부르고스의 전성기를 누린 알폰소6세의 판테옹이다.
이 판테옹앞의 바닥에 엘시드와 그의 무인의 무덤이 있다.
부르고스는 '엘시드'의 도시이다.
※ 엘 시드 : 부르고스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으로 그의 무덤은 부르고스 대성당안에 안치되어 있다. 본명은 로드리고 디아즈 데비qkfm(Rodrigo Diaz de Vivar)인데 본명보다
엘 시드(El Cid, 아랍어로 '나의 주군') ㄹ 더 잘 알려져있다. 이슬람교도인 무어인들이 이베리아반도로 공격했을때 까스티야 레온 왕국의 알폰소 6세를 섬기던 야전 사령관 로드리고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무어인 포로들을 그 땅에 함께 살았던 스페인 사람이라며 해방시켜주었다. 이에 감읍한 무어인 족장들이 그의 부하로 들어가 '나의 주군'이란 뜻의
'엘시드'라 불렀다. 우리에게는 찰튼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 주인의 영화 '엘시드'로 잘 알려져있다.
이슬람을 세력을 스페인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엘시드의 모습의 동상
박물관 출구 쪽엔 엘시드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회랑
회랑 한쪽엔 판화 전시가 되고 있었다
순례자 형상을 한 판화가 눈길을 끌었다
예수님의 일대기가 그림으로 그려져있다.
역대 교황들이 미사접전 때 사용하던 성물들을 볼 수 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프란세스 길의 여정이 그려진 지도
피레네를 넘어 스페인 땅의 시작인 론세스발레스(Roncesvalles)에서 부터 최종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800km에 이르는 길을 우리는 '산티아고 가는길(Camino de Santiago)'이라 부른다. 줄여서 '카미노'라고 하기도 한다.
부르고스까지 300km를 걸었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500km가 남았구나..
박물관의 출구,,
성당외부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내부의 유적과 보물에 다시 한번 놀라고... 족히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유럽을 여행하거나 특히 이 까미노 길에선 무수히 많은 성당을 지나게되고 보게된다. 따라서 간혹 종교가 다르면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을듯하지만
유럽에서의 성당을 보게되는 것을 종교적인 의미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그냥 편하게 성당자체를 박물관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듯하다.
유럽문화에서 종교를 배제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임으로... 모든 것은 종교로 시작되어 종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기에..
나의 종교도 카톨릭이긴 하지만 길잃은 지 오래되었고 부끄럽지만 그리 종교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는터라 진정한 종교를 가진것인지 나 스스로도 가끔은 의문을 느낀다.
더구다나 순례길을 걷고 있지만 종교적인 이유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도 하고 이왕걷는 것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두루 보고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되도록이면 까미노에서 의미가 있고 봐야할 것이 있다면 되도록이면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물론 나중에는 걷기만도 힘들어서 거의 대부분 패스하기 일수였지만..
하긴 일부러 찾아가서 보려고 하지 않아도 이 까미노길자체가 마을에서는 무조건 성당을 끼고 걷도록 되어 있기때문에 보기싫다고 해도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다... ㅎ
닐 크리스티안 대성당 뒤에 알베르게가 위치하고 있다. 걸어서 온 사람들은 이 알베르게를 못찾아서 헤맨 사람도 제법 있었다.
오후2시에 알베르게가 문을 여는 관계로 박물관을 돌아보고나서도 30분이나 기다려야했다.
부르고스에서 처음 까미노를 시작할때 만났던 오리손 동기들을 모두 만나게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랄프를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누구랄것도 없이 서로가 덥석...ㅋㅋ
비가와서 알베르게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사진을 한장 찍어 놓을껄..
일단 3유로라는 가격에한번 놀라고 초현대식 시설에 두번 놀랐다. 개인 사물함까지 준비되어 있다.
부르고스는 볼게많은 대도시라 많은 사람들이 이틀을 쉬어가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오전에 도착해 박물관 구경도 끝냈고 하루 시간을 벌었으니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부르고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가고 다른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밖은 다시 비가 내리고 있어 제대로 돌아다니는것도 힘들고 또 이렇게 비를 맞고 돌아다니다가는
오늘 걷지않아 원기 회복중인 컨디션이 도로묵이 될것같아 관광을 포기하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다시 몸은 으슬으슬 급피곤함이 몰려오고 쉴때 푹 쉬자 싶어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을 떴는데..... 바로 코 앞에 어떤 남자가 팬티만 입고 서있는게아닌가? 꺅 소리와 함께 나도 놀라고 그 아저씨도 놀라고..
오죽하면 나의 일기장에 이런 그림까지.. ㅎㅎㅎㅎ
(내 침대 위층에 자리한 아저씨였는데 내가 침낭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누워있어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거기서 훌러덩 옷을 갈아입던 중에 내가 눈을 뜬것이었다 아~부끄부끄 )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를 제외하고 남녀 구분없이 자리를 배정하는 통에 산티아고를 마칠때까지 적응이 안되서 곤혹스러웠다.
알베르게 입구 벽면에 걸린 순례자 모습이 담긴 초대형 사진..
푹 자고 일어나 환희 생일이기도 하고 해서 모처럼 중식을 먹기위해 길을 나섰다.
엘시드의 도시 부르고스 답게 도시 곳곳엔 엘시드의 동상이 있다.
어디서 많이 모든 차다 싶었는데 대형현수막 광고판이 시내중심가에 떡하니 붙어있었다.... nuevo(누에보,,, 새로나온,,,新 이런뜻이다 )
관광인포메이션 센타에서 물어서 찾은 상하이 중식당.
위치 : vitoria №51 전화번호 :947)270394
영업시간 : 오전 11:30~14:00, 오후 20:00~23:30
영업시간 8시라고 되어 있어 한시간 반 이나 남아있어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다시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해 7시가 조금 넘은시간 식당 문을 두드려 열어달라고 해서 기다리니 배고픈 우리를 위해 시간전임에도 불구하고
요리사들 출근하자마자 요리를 해주셨다...
알베르게에서 걸어서 약 30분이나 걸린 먼곳이었지만 한국에서 먹는 음식맛과 똑같은 맛이어서 너무 좋았다.
이것외에도 볶음밥, 와인, 중국차를 마셨는데... 환희와 시간약속이 어긋나는 통에 보성언니와 나랑 둘이서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었다...
이렇게 먹고도 16.50유로... 완전 착한 가격이다...
※ 나름대로 주문 팁 : 음식이름을 잘 모를경우 그냥 이 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을 달라고 하면 실패할 확률 0%~~
다시 알베르게로 귀환~~~ 이곳에도 엘시드의 동상이
가는길에 식료품점에 들러 간단한 스페인어를 또 한마디 배우고 내일 간식으로 먹을 과일을 샀다...
비내린 부르고스 밤거리 풍경
오늘 하루 걷지 못한것 보충하기위해 중식당을 나서면서 일부러 노랭이표시를 찾고 바닥에 새겨진 조개마크를 찾고
그렇게 카미노길을 따라 다시 부르고스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내 일기 쓰기도 바빠서 알베르게 방명록은 잘 적지 않았는데 모처럼 방명록도 한번 적었다
날씨가 흐려 부르고스 전망대를 가지못해 다른 사람들이 이틀이나 머물면서 찍어 놓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사진출처 : 랄프 페이스북
사진출처 : 박일섭 싸이월드 (http://www.cyworld.com/pai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