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길 11] 손해보지 않는 삶 그리고 벤토사의 노을

작은천국 2009. 12. 18. 18:48

 

 손해보지 않은삶,,, 그리고 벤토사의 노을

 

   2009. 10. 17(토)  로그로뇨 - 나바라떼 - 벤토사 (20.5km)

                            Logrono - Navarrete -Ventosa

 

 

오전 8시 아직 동이 터기 전 .. 다시 나의 까미노가 시작되었다.

어제 로스아르고스 -로그로뇨를 걷지 못해 중세다리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어디 이 길에서 아쉬운것이 한 두가지이랴....

 

로그로뇨 시가지를 빠져나가면서.. 독특한 모양의 기둥과 조형물..

 

로그로뇨를 벗어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만났다..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지나면 로그로뇨를 완전 히 벗어나게된다. 여기까지도 한시간이나 걸리다. ㅋ 

오늘은 보성언니와 같이 걷게 되었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마칠때 까지 보성언이와 함께 였다..

이날은 산티아고를 마치고도 예정에도 없는 피네스테레와 묵시아를 같이 가게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인연들은 어떤식으로든 의미없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이 산티아고, 까미노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반드시 만나게되는 인연인듯하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아~~ 이래서 나에게 이사람을 보내주셨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

그렇게 이 길에서 우리는 서로 각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존재로 걸어가게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으로... 

그리고,,,

산티아고가는 길,,, 까미노는 혼자 가고 싶다고 혼자 갈 수 있는 길도 아니고 혼자 가지 않겠다고해서 혼자가 되지않는 길이다. 

정말 마음먹은 대로 걸어지지 않는 산티아고 가는 길인것이다.  희안하고 이상스럽고도 신비하게도...

 

이렇게 로그로뇨를 벗어나면 이런 표지판을 만나고 걷기에 좋은 길이 나타난다. 

역시 노란색의 까미노길 .. 만화같은 표지판..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오전 일찍 걷기 시작한 덕분인지 길에 순례자가 많다.

 

리오자 지역의  까미노 마크는 다른곳과 달리 만화같은 느낌이 난다.

 

가을같은 공원길도 지나간다

 

가을이지만 해만 뜨면 햇빛이 너무 강해 까미노마크가 그려진 창 모자를 샀다.

생장 택시사무실에서 이와 똑같은 모자를 선물로 받았는데 론세스발레스에서 몸이 아파 비몽사몽간에 걸으면서 모자를 잃어버려 아쉬웠는데 

로그로료를 빠져나오면서 기념품가게에 모자를 팔기에 얼릉 샀다.. 다만 좀 크다는 거...  

 

어제부터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지기 시작했는데 밭에는 이렇게 또 이름모를 꽃이 한가득 피어있다.

 

두시간여를 걸어 로그로뇨를 완전히 벗어나고 난 뒤 큰 호수를 만났다. 그리고 다리를 지나 우리의 까미노는 계속된다.

다리에도 노란색으로 까미노 길임을 표시하고 있다. 까미노 마크는 언제나 우리에게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때때로

이 까미노길을 걸으면서 우리 인생에서도 이런 환상적인 화살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끝도 없이 지루한 길이 이어질 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을 헤매일때, 갈림길에서 어느길로 가야할지 모를때등등..

인생의 절대 절명의 순간에 이렇게 노란화살표가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노란 화살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지도...

 

도로와의 경계 철조망에 달린 십자가들.

 

그냥 단순한 십자가라기보다 까미노길에서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마음들이 달려 있는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누구나 이렇게 저마다의 어떤 간절함으로 까미노를 걷고 있다.. 나도 ... 그들도.. 우리 모두는..

 

스페인의 상징인 검은 황소상,, 좀 크게 찍어보려고 했으나  줌이 이 안되는 통에... ㅎ

 

저 멀리 나바라떼(Navarrete)가  보인다. 역시 포도밭은 계속 이어진다.

 

나바라떼 들어가기전 폐허가 된 유적지가 있다. 옛날엔 순례자를 위한 성당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en de acre) 라는 이름의 성당으로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과 숙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마을을 들어서면서 건물의 일층 창고(?)에서 온 가족들이 연례행사처럼 뭘 하고 있었다.

숯불을 피우고 피망을 굽고 있었다.. 이걸 무엇에 쓰는 용도냐고 물었으나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스페인어는 실력이 짧아 도저히 못 알아들었다.

다만, 먹거리를 위해 만들고 있다는 생각만 했을 뿐 왜 이런 것을 하고 있는지 알지를 못했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지만 피망을 이렇게 구워서 절이면 오랫동안 멀을 수 있는 식품으로 재탄생하게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장아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절여진 피망은 샌드위치를 만들때 넣기도 하고 혹은 그냥 먹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여튼.. 당근처럼 엄청 큰 피망을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렇게 굽는것도 신기하고..ㅎㅎ

이 사람들은 동양인인 우리를 보는 것을 신기해하고.. 서로 말도 안통하면서 한참 대화를 했다.. 서로 다른 의미로.. ㅎㅎㅎ

 

걷기 시작한지 다섯시간, 오후 한시가되어 나바라떼(Navarrete)에 도착했다.

나라라떼 성당에서 처음 본 피에타 성모님,,

피에타는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를 말하는 것으로 미켈란젤로에게 평생토록 큰 영감을 부여한 모티브가 되었다.

사실 한국에선 이런 성모상을 보지 못했기에 내심 좀 많이 놀랐다.

그러나 어느 부모인들,,, 자식이 먼저가면 이렇게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마을에서 놀고 있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날 이후 아주 큰 도시를 제외하고 마을에서 어린이들을 보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이 까미노길은 스페인의 북부지방에 걸쳐있는 길로 이곳의 대부분은 농업이 주업이다.

이곳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농사로만은 먹고 살기가 힘들기에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향해하고

온통 마을에는 노인들과 영유아기의 어린이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어 안타까은운 생각이 들었다.  

 

나바라떼는 '도자기'가 유명한 마을로 크지는 않지만 이렇게 도시 곳곳에 도자기와 관련된 조각들이 설치되어있다.  

 

이곳에 점심을 먹으면서 쉬어간다.

 

한참을 쉬고 다시 출발~~~~ 이쁜 골목들 사이로 마을을 빠져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골목길... 이런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훌쩍 뒤어넘는 지구별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든다. 

한국에도 이런 골목길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면 좋겠다싶은데... 이젠 골목길 찾기도 힘들어 지고 있다.

 

마을이 오래되다보니 이렇게 문장만 남기고 모든것은 허물어져 있기도 하다. 

보수를 하면 되지 싶은데 이런 집과 마을이 한 두개가 아니더라는... 땅덩어리가 넓어도 문제인듯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시골(?)에는 인구가 자꾸 줄고 있다는 것이 이곳도 문제 라면 문제인듯하다.

 

         도자기 마을답게 어떤 집은 간판을 흙으로 구워 이렇게 멋진 장식품을 걸어놓기도 했다.    연꽃으로 치장된 수도꼭지... 수도의 모양은 '조개' 로 장식해주는 센스..

 

 나바라떼 를 거의 벗어날 즈음 도자기를 굽는 공장과 전시장을 같이 운영하는 곳이 눈에 띄어 구경하기위해 들어갔다.  

 

주인이 계서서 둘러봐도 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곳곳을 이잡고 쥐잡고 다녔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도자기를 구워서 파는 곳이 많이 있어 신기할것 까지는 없었지만 디자인과 모양이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특히 중간에 있는 저 화분도자기... 굉장히 마음에 들어 언니도 나도 하나씩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아야했다..

저걸 들고 산티아고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야~~ 죽었다 깨어나도 할짓이 못되는 것을 알기에.. ㅋㅋ

 

그렇게 실컷 도자기 구경을 하고 오늘은 벤토사에서 자기로 했다.

 

벤토사 알베르게에서... ventosa albergue... 

알베르게 도착 오후 4시경.. 산티아고 여정이 시작되고 가장 빨리 알베르게에 도착한 날이다.

거의 매일 빨라야 5시.. 아니면 6시, 심지어는 7시가 되어 도착한 날이었던지라...

오늘은 'cleaning day'를 외치며  처음으로 바지를 빨아 널었다.. ㅋㅋ

이날 독일인 아줌마인 케이트 (kathe)와 데이비드(dave)를 만난 날이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던 케이트 아줌마...

내가 오늘 클리링데이라고 하며 말을 건넸더니 막 웃으시면서 좋아라 하셨다.

그리고 사진에 짤려있는 데이비드의 팔.. ㅎㅎㅎ

엄마는 빨래하는데 아들이란 넘이 맥주마시고 햇빛쬐고 놀길래 혀를 끌끌차며 참 게으른 넘이라 욕했건만...ㅎㅎ

 

벤토사 알베르게의 모습.. 온통 꽃장식으로 여기도 꽃, 저기도 꽃....

아~~~ 나 꽃 완전 좋아라하는데... 진짜 딱 내가 살고 싶은 주택의 모습이다..

조그만 정원도 있고 돌계단도 있고... 게다가 알베르게 조용하고 깨끗하기까지...

 

알베르게 내부의 모습.. 알베르게 8유로

 

부엌이 있어 보성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이곳의 식당 meson이 유명해서 커피나 혹은 와인이라도 한잔 하려고 갔건만 토요일이라 문을 닫았더라

 

 조그만 시골마을 벤토사 (ventosa)

오래된 집을 새로 개보수한 집들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성당도 아래와 위가 다르다..  

 

벤토사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나름 이 마을도 중세에는 가치가 있었던 마을로 동네에 유적이 있다는 표시가 있었고 이 십자가를 찾아보겠다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겨우 찾았다. 그런데 기둥을 제외하곤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상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이 건물이 무슨 용도 였길래 이렇게 중요한 유적지로 표시가 되어있는건지 못내 궁금했지만 스페인어 부족으로 패스~~ ㅠ,ㅠ  아쉽다.

 

 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성당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벤토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몇가구 되지 않는 작은 시골마을.. 그 마을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떠나고 점점 빈집들이 늘어가고 있다 

마을에 성당은 있지만 사람들이 적어서 이곳 성당에서는 미사를 아예 하지 않고 10km 떨어진 나헤라로 미사를 보러 간다고 했다.

오래된 도시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겨진 도시가 되었다.

모두가 떠나고 남겨진다는 그 쓸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다.

 

벤토사 넘어로 노을이 물들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senset....

벤토사가 주는 쓸쓸함과 석양이 주는 고요함이 마음 속 저 깊은 곳으로 내려 앉았다.

 

 

The Little Prince,  

On your tiny planet, my little prince, all you need do is move your chair a few steps. You can see the day end and the twilight falling whenever you like....

one day," you said to me, " I saw the sunset forty-four times!"

 And a little later you added : "You know-one loves the sunset, when one is so sad..."

 "Were you so sad, then?". I asked, on the day of the forty-four sunsets?"

 But the little prince made no reply.

 

저 들판 끝 어딘가를 따라가면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날이다..

 

 

♣내가 그렇게 심리학을 공부하고도 스스로 답을 얻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답을 얻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우리는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손해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때때로 내가 조금 손해 보겠다고만 생각하면 아무 문제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것이 인간관계라면 더욱더....

    무엇이 손해이고, 무엇이 이득인가?  이것을 고려하고 있는 순간 벌써 우리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가진 마음 있는 그대로를 주기에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을 되돌려 받을 이유도 되돌려 받지 못해 상처 받는 일도 없을 것이기에...

 

    이날,, 나는 한 사람을 위해 오랜 시간 기도를 했다.  

   -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슬프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더 슬프다... 스페인철학자 MD 우나무노 -  

 

※ 요즘 블러그 방문자수가 쭉쭉 늘었다...스페인 여행가기전보다 줄었긴 했지만...그런데 이상한 것은 댓글도 없고 누가 다녀갔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들 검색으로 휠~~ 읽고 만 가는 것인가? 그것이 못내 궁금해진다... ㅎㅎㅎ

     혼자 즐기면서 하는 블러그질이지만... 점점 블르거질에 지쳐가는 중.. 눈도 아프고. 허리고 아프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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