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Nomad/AT Studio

[산티아고 사진전] 전시회 준비과정

작은천국 2010. 8. 31. 10:54

 

'산티아고 가는길'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뭐 이런 걸 포스팅하나 싶어 고민을 했는데

블로그 소 제목처럼 '삶은 기록이다'라는 것에 한 장을 추가 해놓고 싶어 남깁니다.

 

지난 7월 PHOTO+에 실린  여행 사진 공모전을 우연히 보게되었고 

정말 '운이 좋으면' 에 기대를 걸고 산티아고에서 찍은 사진 10매를 출품했었고

 생각지도 않게 여행공모사진에 선정이 되어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이런일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하더니만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설마 내가 인사동에서 사진 전시회를 하게 될 줄이야

 

어찌되었건  PHOTO+ 8월 호에 내  사진이 실리고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응모했던 사진 10장이 걸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관장님을 만나 전시회 컨셉에 관한 미팅을 하면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여행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되었는지를 굉장히 호기심있고 진지하게 들으시곤

바로... " 그러면 사진 10장을 걸게 아니라 매일의 일기를 쓰는 걸로 합시다"

"예????? 일기요????... 아니 그게 무슨.... "

일은 이렇게 갑자기 커지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뭐 그게 그리 힘들까 싶었다.

이미  깨알같이 산티아고에서 적었던 일기가 블로그에 전부 정리가 되어있으니 그냥 옮기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산티아고'가 어디 사진 10장으로 전부 보여 줄 수 있는 길이던가?

그동안 산티아고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던 욕심 아닌 욕심도 있었는데  오히려 내심 잘되었다 싶었다... 

그러나...도끼로 완전 내 발등을 찍은 거였다... ㅠ.ㅠ

 

엄청난 분량의 산티아고 내용중에 과연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원고를 쓰기로 했다.

에피소드는 있지만 사진이 없거나 혹은 사진으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어쩔수 없이 빼기로 했다.

(데이비드와 케이드 아줌마의 내용이다...)

그리고 수많은 성당의 사진을 찍어 놓았지만 한쪽 방면으로 치우치기보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게되는 객관적이고도 보편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기에 종교적인 부분은 배제해야 했다.

 

이게 말로는 간단한데 이미 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니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으로 인해 생각보다 힘들었다.

블로그에 써 놓은 글들을 읽고 또 읽고... 사진을 보고 또 보고...그 날의 기분을 따라 마음으로 걷고 또 걷고...

이미 다녀온 산티아고를 수 없이 걷고 또 걸어야했다...

그렇게해서 어렵사리 기본적인 원고가 작성되었다.

 

다음은 사진..

산티아고에서 찍어온 약 천장이 넘는 사진 가운데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사진만 고르는데 족히 3일이 꼬박 걸려 400장 정도를 인화...

생장 - 피스테라까지 날짜별로 에피소드별로 정리하는데 또 3일...

 

날짜에 따라 사진을 고르긴 했는데 사실 어떤 사진을 골라야하는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내가 느낀 감정이 확실이 전달되는 사진이 있는가하면

느낀 감정은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 사진도 있었기에 일주일간 끙끙 대야했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 작성해 놓은 원고와 함께 내가 골라 놓은 사진을 배치해 보여드렸다. 

그러나.. 이미 그 길을 걸었던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과

그 길을 걷지 않은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

나로서는 도저히 어떤 사진을 골라야하는지 주관적인 감정이 120%이입이 되어있는 통에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날짜순으로 그 날짜에 맞는 사진을 골랐을 떄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 날의 사진이 문제였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사진을 골라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찬찬히 날짜별로 써 놓은 원고를 읽어가면서 글의 느낌이 전달되는 사진을 하나씩 점검했다.

처음 의도는 어떤 날은 사진을 한장, 또 어떤 날은 두 장 혹은 서 너장.. 또 어떤날은 사진없이 글만..

이렇게 정했었는데....

 

사진을 여러 장 놓고 보니 아무래도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하루에 무조건 사진 한 장만 넣기로 수정이 되었고

날짜에 해당하는사진을 배치를 하기보다 날짜는 다르더라도 글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게 낫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면서 처음에 주절이 주절이 소설처럼 써 놓았던 원고도 사진 한 장과 어울리게 글을 줄이는 작업을 해야했다.

원래 보시다시피 글을 함축적으로 적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정말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주절주절 쓰는 글을 시(詩) 처럼 적으려고 하니 당췌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손을 댈 수가 없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감정선이 흐트르지지 않으면서 글을 함축적으로 줄이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좌절....

이렇게 원고를 고치는 작업으로 또 며칠...

게다가 너무 함축적으로 줄이는 통에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얼 느낀것인지 의미 전달이 안된다고 해서

다시 글을 늘이는 작업으로 또 며칠...  생각보다 원고쓰는 작업이 이렇게 머리를 빠지게 할 줄이야..

이제 전시회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아직 사진도 완벽하게 선택이 되지 않았는데...

원고를 다듬고 다듬고..  겨우 완성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분들께서 글의 느낌이 전달이 되지 않는 날의 사진을 교체해보긴 했지만 최종 선택의 나의 몫으로 남았다.  

 이렇게 집 바닥에 사진을 깔아 놓고 보고 또 보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수없이 고민하면서 사진을 바꾸고 바꾸고 ...

글의 느낌이 전달되는 사진이라도 일렬로 배치했을 때 앞 뒤의 사진과 색상이 맞지 않으면 사진을 또 바꾸고

사진이 바뀌면 글이 또 수정되고...

 

마지막 산티아고에 도착했을때 산티아고 대성당의 사진 혹은 야고보 사진을 넣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사진없이 글만으로 느낌을 전달하고 나머지는 보는 사람들께 상상의 몫으로 남기는게  더 효과적일 듯하여 할 수 없이 사진을 빼야했다.

 

삼일 내내 방바닥에 깔아놓고 청소할 때도 이부분만 제외하고... 하여튼 우여곡절이 많았다..ㅎ

 

그 정신없는 와중에 또 엽서를 만들어야했다.

디자이너를 따로 섭외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는 나에게 김원섭선생님이 제자의 첫 전시회 선물이라며 이렇게 엽서 디자인을 손수 해주셨다.

다섯시간이 꼬박넘게 걸려 완성한 디자인을 들고 인쇄소로 바로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필름으로 출력해야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엽서에 사용할 종이를 구매하기위해 발품을 팔아 일일이 재질과 색상을 살펴보고 결정을 하고 나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인쇄소에서 엽서 교정보는 중...

인쇄소도 처음 가보았다... 이번 전시회 준비하면서 처음해보는게 어찌나 많은지....

 

 엽서가 완성되고 말리는데 또 이틀... 그냥 자르면 뒷면에 지저분하게 묻어나는게 싫어서  속지를 구매해서 커팅을 하고..

약 삼 일에 걸쳐 일일이 전부 내 손으로 직접 포장을 했다.

특별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껜 원래는 긴 편지를 써 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전시회 준비로 워낙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기에 어쩔수 없이 간단하게 한 줄 혹은 두 줄로 요약해서 적었다..

마음만은 A4 한 장이 훨씬 넘는다는 걸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전시회를 3일 앞두고 엽서가 완성되었기에 초대장으로 미리 보내드리려고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할 수 없이 오셨을 때 직접 전해 드릴수 밖에 없었다..

 

엽서가 마음에 드셨나요?

 

대충 사진과 글의 컨셉이 정해지고 어느 정도 진척이 있자 35일의 내용이 전부 걸리게 될 공간의 배치를 생각해야했기에

 크기가 다른 사진을 여러 장 인화해서 어느 정도의 크기가 적당한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액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인지를 찾느라 또 며칠이 걸렸다.

이런 식의 전시가 유래가 없었기에 액자를 해야하는건지, 판넬을 해야하는건지, 보드로 해야하는건지, 

요즘 유행하는 디아섹을 해야하는건지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아  액자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을 찾아가 전시 컨셉을 얘기하고

 상담을 해 본 결과 보드가 가장 효과적일듯하여 10mm 보드로 확정되었다.  

 

사진에 글을 올리는 작업은 고도의 포토샵 작업을 해야하는데 내가 포토샵을 잘하지 못해서

결국 자신의 전시 작업으로도 바쁜 포토샵의 달인 심성혜작가와 북스갤러리 관장님께서  새벽2시가 넘도록 작업을 도와주셨다.

 

 생각보다 일이 커져  한 달이라는 준비 기간이 너무 빠듯해 삼일이 멀다하고 밤을 새는 날이 허다했다.

하여튼....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사진파일이 인쇄된 걸 눈으로 확인하고나서야 전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으니...

시간이 없이 모니터로만 확인하고 인화를 주문했기에 시간도 없는데 혹시나 잘못되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했지만  

최종 인화된 사진을 보니 안도에 약간의 흥분이 되긴 하더라.. 

 

보드작업을  끝내고 전시장에 걸기 전...

 

 직접 못 질도 하고....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는...

결국... 한 쪽벽면은 갤러리 실장님이 못을 박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 의 영문 제목만  벽면에 프린터를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배치를 하고 보니 공간의 여백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마무리 글을 벽면에 프린터를 하는게 좋을 듯했다.

 

사진 본문 중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 연결되는것과 동시에 35일차의 내용이 요약이 되어지는 글이어야했고

되도록이면 이미 사용했던 문구는 피해야했기에 다소 고민이 되었다.

 

뭘 쓸까??? 어떻게 쓸까???

20년만에 나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삶의 break time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긴 여정들을 마무리하면서 소회를 적어 놓은 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을 보태어 이런 글을 적게되었다.   

 

 

 전시회 장 밖에는 이 전시회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을 골라 급하게 또 작업을 해야했다..

게다가 저 camino de santiago란 폰트가 없어서 새벽 늦도록 여기 저기 수소문하다 국진이의 도움을 받고

이걸 만들 만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심성혜작가가 전부 도맡아서 했다...

 

외벽에 붙어 있던 전시회 포스트 

 

드디어 입구에 이렇게 포스터를 붙이고 나니 비로소 전시회 준비는 모두 완료되었다.

정말 한 달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의 첫 전시회는 Street by Bystander, YOU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루어진 연합전시회이다.

3주차인 우리들은 '이야기가 있는 여행' 이란  타이틀로

홍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 3명의  여행이야기와

 

가족을 주제로 18년의 세월이 한 공간에서 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시간 여행, 심성혜작가

가끔 우린 새벽녘에 통화를 하곤 했으니 모르긴 몰라도 성혜도 하얀 밤을 수없이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여행 이야기, '산티아고 가는 길'  이다..

 

 

 

 

첫 날 오프닝 파티~, 원래 연합전은 이런 거 잘 안하는데

관장님께서 연합전을 개인전 준비하듯이 고생하면서 준비했다고 개인전이나 마찬가지라며

첫 전시회니 오프닝 파티를 하자고 제안하셨고 간단하게 오프닝 파티도 하게되었다.

엄청 긴장했나보다.. 완전히 경직되었네~~^^  부끄 ^^

 

  

정말 생각지도 않게 번개불에 콩 볶듯이 한 전시회였다.

한 달이란 시간이 너무 빠듯해 돌아보면 아쉬움 한 가득이다.

최종적으로 인화 작업에 들어가기전에 먼저 프린트를 해서 배치해보고 

글자크기, 자간 간격, 장평간격, 사진의 크기등을 다시 조절해야하는데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는 도저히 없었다.

 

또한 전시회에 오신 분들이 왜 이렇게 사진이 적냐고 아쉽다고 하신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전시 컨셉에서는 나에겐 이것이 최선이었다.

정말 이런 작업을 두 번 하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가 신선하다고 하셔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 주시고

자신들도 나와 같이 산티아고를 걸은 기분이며,  더불어 삶의 용기를 얻는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더없이 기뻤다.

 

산티아고를 걸을 땐,,,, 죽을 것 처럼 힘든데... 심지어 마지막 날 탈진을 해서 길바닥 앉아 구역질을 해가면서도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정말이지 싫었다. 

무엇때문에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을 이렇게 손에서 놓지도 못하는가 하는 자책을 엄청 했더랬다...

 

그런데... 이 전시회를 하려고 그렇게 사진에 욕심을 내었나보다... 

 

이 전시회를 통해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셨다면 더 없이 기쁘겠다.

 

포토플러스 김위년 대표님,

북스 갤러리 임동숙 관장님,

지구별 여행자 김원섭 선생님

심성혜작가...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첫 전시회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덧,

전시회 중 많은 분들께서 '산티아고에 다시 갈 계획이 없는가'를 물으셨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 정신적인 만족감이 커지는 것과 달리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때문에  수도 없이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이런 고행과도 같은 길은 두 번 다시 걷고 싶지 않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마음속에 어떤 간절함이 있었기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 끝에 아무것이 없다하더라도 나에겐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그랬기에 그 힘든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힘들어서 다시는 안가고 싶다는 나와 달리 그 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자신들은 다시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는 산티아고에서 돌아온지 2주일 밖에 안 된 사람조차도...

그래서 내가 다시 반문했다...

'아니 그렇게 힘든 길을 왜 또 다시 가고 싶으세요?'

'당신이 써 놓은 글을 보니 나는 당신처럼 그 길에서 충분히 해 볼 것을 다 못하고 와서 아쉬워서 그런다' 고 하셨다.

 

그래

그 길에서 나는 누구보다 많은 것을 느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울컥울컥 하는 순간은 수도 없이 많았었다. 

나의 소중한 까미노 친구들과 서로의 가슴 속에 묻어 두고 세상을 향해 혹은 남들을 향해 하지 못해던 말 들,

켜켜히 쌓여있던 감정의 지꺼기를 원없이 뱉어냈고  그들과 함께 걸으며 더 없이 행복했다. 

그랬던 것이었다.

힘들어서 다시 안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길에서 한도 원도 없이 모든 걸 할 수 있었기에....

그런 점에서 어쩌면 나는 행운아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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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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